#671
1.
언뜻 보기에 정신줄을 놓고 육욕을 탐하던 시우지만 본분은 잊지 않고 있었다.
도로시 양구멍 삽입 코스를 철저하게 즐기면서도 린네의 기척에 예의주시하고 있던 것이다.
바로 옆에 린네가 지켜보고 있을 때 질내사정을 했다간 여태까지의 연막작전이 모두 실패로 돌아갈 수 있는 노릇.
따라서 린네가 환멸을 느끼고 자리를 뜨는 순간을 기다렸다.
충분히 거리가 멀어졌다는 판단을 내린 즉시, 사정 직전 빵빵하게 부푼 자지를 앞구멍 깊이 쑤셔 넣어 콸콸 정액을 쏟는다.
파동이 퍼져 나간 이후엔 재빠르게 염동을 사용해 정액을 회수.
도로시의 뒷구멍 쪽으로 이동했다.
그다음에 다시 자지 마개로 막아 마치 원래부터 이쪽에 쌌던 모습을 연출하면 끝.
처음부터 시뮬레이션 시나리오지만 그럼에도 두 가지 이유로 위험할 뻔했다.
하나는 질싸를 받고 정액을 꽉 쥐어짜는 도로시의 보지가 너무 기분 좋아서 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까닭이고.
다른 하나는 꽤 멀리 간 줄로 알았던 린네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선 것에 있었다.
“…….”
경악으로 일그러진 린네의 눈썹이 살포시 찡그려진다.
항시 꽤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향월루의 객실은 솜이불을 덮고 화로를 옆구리에 두고 자야 따뜻할 정도로 춥다.
그랬던 객실이 마치 동남아에 온 것처럼 뜨겁고 습하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열기 속 야성적인 체취와 비린내가 훅 번져왔기에 린네는 저도 모르게 코를 찡긋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 오셨어요?”
주위에 여전히 남아있는 마력의 잔떨림 속에서 태연하게 린네를 맞이하는 시우.
그의 물건은 인사불성이 된 채 이불에 나자빠진 도로시의 엉덩이 구멍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찌걱! 찌걱!
린네가 갑자기 뛰쳐 들어왔음에도 거리낌 없이 허리를 두어 번 더 움직인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덕분에 시원하게 한 발 뺐네요.”
린네의 시선이 또르르 흘러 도로시에게 향했다.
전신에 끈끈하게 배어난 땀이 머리카락마저 촉촉하게 물들이고 있다.
풀려버린 눈과 질척질척하게 녹아내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어 기분이 나쁘다.
엉덩이에는 벌건 손바닥 자국이 상스럽게 반짝이고 있었고,
침과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은 몇 시간 전 도로시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천박했다.
아예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비로소 실감이 났다.
향월루의 벚꽃이 후두둑 떨어질 때까지 교성을 내지르며 젖소 소리를 내던 것이 도로시라는 것이 말이다.
“웃챠. 이거 잘 안 뽑히네요. 도로시 님 힘 좀 빼주세요.”
“흑…! 후욱…!”
점막이 쭈욱 늘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거근이 비좁은 뒷구멍에서 빠져나왔다.
도로시는 괴상쩍은 신음을 내며 골반을 파들파들 떨다가 자지가 완전히 뽑히는 순간 실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풀썩 엎어졌다.
그 조차 한 번 밟은 개구리마냥 꼴사나운 자태였다.
“이 정도 하면 저도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아, 다행이에요. 도로시 님이 잘 받아주셔서.”
“…….”
“스승님과 계약이 이틀이었나요? 이제 4시간 지났으니까…. 좀 쉬었다가 다시 해야겠네요.”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낸 것처럼 도로시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린 시우는 린네에게 씨익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이 요사스러운 향기로 벌레를 꾀어 잡아먹는 식충화를 연상케 했기에, 고아한 미간이 한층 더 찌푸려진다.
당장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
다시 한 번 도로시를 살핀다.
인간으로서, 그리고 마녀로서 도로시는 추잡한 몰골이었으나 마법적으로 본다면 전혀 달랐다.
낙인 내부에 생생하게 차오른 투명한 마력.
영체의 구성에 영향을 줄 정도로 낙인의 기능이 잔뜩 향진되어 있다.
린네의 추측은 잘못되지 않았다.
이 길은 강함을 향하는 길이다.
허나 문제가 있다.
린네와 하루에 세 번씩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마력 증폭 작용이 고작 한 번 만에 일어났다는 것은 이 적나라한 음행이 그의 취향임을 증명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린네가 이 창녀 같은 몰골이 되어야 마력 증폭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스승님.”
동요하는 린네에게 말을 거는 시우.
저도 모르게 흠칫 뒷걸음질친 린네.
“계속 계실 건가요? 슬슬 더 하려고 하는데. 뭣하면 같이 하셔도 좋습니다.”
지금까지는 자세히 본 적도 없는 그의 물건이 위아래 껄떡인다.
형용할 수 없는 불쾌감에 린네의 입꼬리가 일그러졌다.
“둘이 실컷해라.”
-탁!
문이 닫히고.
린네는 향월루에서 다소 떨어져 잡스러운 소리가 들려오지 않을 다실로 발길을 돌렸다.
“휴.”
멀어지는 발소리에 귀 기울이던 시우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보기보다 눈치가 빠른 린네인 만큼 기만의 진상이 드러나면 어쩔지 노심초사하던 차다.
물론 들키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연막을 뿌려놓긴 했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녀가 직접 시험하려 들었으면 상당히 곤란해질게 뻔하니까.
고작해야 구멍만 바꿔서 넣어보면 곧장 알아차릴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이걸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만큼 이제껏 밑밥을 잘 깔아뒀다고 해야하나.
다행히 일은 계획대로 흘러갔다.
“도로시 님.”
시우는 여태 정신을 잃고 있던 도로시의 어깨를 흔들었다.
발소리가 멀어지는 방향을 보았을 땐 향월루의 가장 외진 곳에 처박힌 다실 쪽.
린네는 아예 추잡한 소리가 들리지 않게 거리를 둘 셈인 것 같았다.
더욱 눈치 보지 않고 도로시와 탈출 계획에 대해 논할 기회인 셈이었다.
“도로시 님, 일어나시라니까요?”
“흐음…. 음머어어….”
그런데 이 누님이 깨어날 생각을 안 한다.
“본의 아니게 고생하긴 했으니….”
조금은 쉬게 둘까.
이불을 살짝 덮어주는 것으로 의리는 지켰다.
2.
향월루는 좁다.
향월루의 모든 객실은 얇은 장지문으로 나뉜다.
이 두 가지가 조합되면 간단한 결과가 도출된다.
방음이 정말 꽝이고, 도로시와 시우가 운우지정을 나누는 소리는 앨리스와 예빈의 귀에도 들어갔다는 것이다.
“으…으으….”
앨리스는 이불을 보관하는 장롱 안에 들어가 무릎을 끌어안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구도의 마녀와 신시우가 관계를 갖게 되었다.
아마 과거 앨리스에게 린네가 지시했듯 비슷한 거래가 오갔으리라 어렴풋이 추측할 뿐이다.
거기까지라면 ‘숭하네’라고 넘겼을 일.
사족을 붙여도 공적 중에서도 유명한 구도의 마녀와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 신시우가 아주 쪼~끔 부럽고 끝날 일이었다.
무려 22 위계의 강자인데다가 가슴 크기로 유명한 도로시의 알몸을 볼 수 있고 쾌락에 헝클어진 모습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속삭이는 것 같던 소리가 이내 한바탕 콘서트장 급 데시벨이 되었을 때.
앨리스의 트라우마 스위치는 리듬게임의 건반처럼 연타 당했다.
마녀가 존엄을 잃고 암컷이 되는 과정.
저항의지를 송두리째 뽑아버리고 쾌락을 강제로 주입하는 과정.
모두 침묵의 마녀에게 앨리스가 당했던 일이다.
소리만 들어도 그날의 악몽이 현실에 덮어씌워 지는 것이다.
더하여 저렇게 위험한 행동력을 지닌 사람을 곁에 두고 있는 것이 두려웠다.
저번에는 좋게 넘어갔다지만 앨리스는 그에게 여러 개의 빚이 있다.
이 헥센나흐트에서도 까마득한 신분차이가 난다.
만약 그가 강짜를 부려 앨리스를 침대에 들여 같은 짓을 강요한다 해도 거절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현 가능성이 있고 없고는 지금 앨리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본디 PTSD란 불꽃놀이 소리만을 듣고도 포격음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니.
“괜찮아요?”
“괘, 괘, 괘, 괜찮아….”
“이것 좀 마셔요. 마음이 좀 편해질 거에요.”
“아, 아냐. 이대로 있게 해줘…. 어둡고 좁고 캄캄한 곳이 필요해….”
어느 정도 사정을 아는 예빈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덜덜 떠는 앨리스에게 묘약이 들어간 술을 권했다.
그것마저 마다한 채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앨리스는 누가 봐도 공황발작 상태였다.
“그럼, 여기 둘 테니까. 괜찮아지면 꼭 마셔야 해요?”
억지로 끌어내 봐야 역효과일 게 뻔했기에 예빈은 약을 내려놓고 장롱문을 닫았다.
“후아….”
예빈은 앨리스와 전혀 다른 이유로 평정심을 잃고 있었다.
“어머어머…. 미쳤나 봐….”
귓가에 생생하게 파고드는 야릇한 신음.
어찌나 거칠게 움직이는지 속된 말로 떡치는 소리와 엉덩이를 내려치는 소리까지 들린다.
그뿐이랴?
단순한 신음이 아니라 무슨 소 울음소리 같은 걸 낸다.
“원래 안 저랬는데….”
처음 맨정신으로 관계를 맺을 때만해도 꽤 순한 맛이었는데.
몇 년 뒤에 보니 불닭 볶음면 정도의 맵기를 선호하는 남자가 되어있었다.
엉덩이를 때리고 살짝 야한 말을 하는 것조차 전부 예빈이 시키지 않았던가?
“하아….”
그보다, 다른 누구도 아닌 22 위계 대마녀를 저 모양 저 꼴로 만들 줄이야….
다른 이들이라면 혀를 쯧쯧 찰 상황이었지만 예빈의 사고는 조금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나는 손 하나 안 댔으면서.”
물론 알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사정이었지 않은가?
또 저 관계 역시 정황상 그가 원해서 하는 건 아닐 터다.
그러나 헥센나흐트에 잡혀 온 이후로 연이은 강제 금욕 생활.
매일 밤 시우의 근육질 몸을 마사지하며 애달픔만을 키워온 상태.
거기에 저렇게 야한 소리까지 들으니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와의 뜨거운 밤이 생각나는 것이다.
양 볼이 스리슬쩍 붉어진 가운데 괜스레 제 가슴을 슬쩍 들어보는 예빈.
“나도 가슴 큰 데….”
젖소 소리를 듣기 충분한 가슴이다.
만에만에만에만에 하나 그와 다시 관계를 갖게 되면 저렇게 되는 걸까?
아주 잠깐 망상에 젖었던 예빈은 한숨을 길게 쉬었다.
이제 보니 다른 곳도 조금 젖은 것 같아 민망했다.
“부질없다….”
긴긴밤이 속절 없이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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