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
1.
“커헉!”
외마디 탄식.
꿀렁꿀렁 세 번째로 정액을 채워넣는 자지.
뒷보지에 사정을 받아내는 린네.
무려 세 발이나 정액을 뽑혔다.
하지만 린네는 조금 홍조가 올라온 것과 엉덩이 구멍이 살짝 벌어진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그마저도 후자는 정액을 몇 방울 뚝뚝 흘린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원상 복구되었고 말이다.
“…….”
잠시 제 아랫배를 쓰다듬던 린네의 통보.
“이제 충분하다. 가봐라.”
마법으로 몸 상태를 청결히 하더니 벗어 던졌던 옷가지를 도로 입는다.
곧장 화로 옆에 앉아 물을 끓이더니 차를 마실 준비를 한다.
상정도 못 했던 기현상에 기가 쏙 빨린 시우와 달리 얄미우리만치 태연자약한 자태였다.
“내일도 하겠다.”
홀로 쓸쓸히 퇴실하려는 시우의 뒤통수에 린네의 한마디가 쿡 박혔다 떨어졌다.
얼떨떨하게 쫓겨난 시우가 받은 정신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러 경험을 거치며 자신감이 생겼던 밤의 창술이 철통 같은 방패 앞에 맥없이 꺾였다.
마냥 나쁜 일은 아니다.
우선 린네에게 마력 증폭에 대해 조금도 빌미를 넘기지 않은 점.
그리고 훗날 애널 섹스의 효용이 없음을 깨달은 린네가 쾌락을 이유로 관계를 요구하지 않을 거라는 점.
이런 점을 냉정하게 따지자면 호재다.
그런데 남자의 존재 근간을 부정당한 듯한 이 찜찜함은 뭘까.
시우는 면밀한 관찰을 통해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린네는 분명 느끼고 있다.
다만 티가 나지 않을 뿐이다.
첫 사정 때는 한번 가는 것에 그쳤지만, 두 번째는 두번.
나름 온 힘을 다했던 세 번째는 다섯 번 이상 절정에 도달했다.
적어도 그녀의 모든 신체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아니, 어떻게 사람이 그러지?”
하지만 그게 인내심으로 참을 수 있는 영역인지, 또 그렇게까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고려해보면 다시 아리송해지고 마는 것이다.
방문을 열고 기다리자 예빈과 앨리스가 아직 잠도 자지 않은 채 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걱정 가득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거에요?”
아마 앨리스와 그 사달을 겪은 뒤 린네에게 불려 나가자 걱정하고 있던 모양.
모양은 평소와 달랐지만 어찌 됐건 호사를 누리고 온 시우로선 썩 머쓱해진다.
“그냥, 새로운 일정이 추가됐습니다.”
“새로운 일정이요?”
시우는 앨리스의 눈치를 보았다.
아직 그녀에겐 탈출 계획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한시적으로 도움을 주었다고는 해도 한번 감시책 역할을 도맡았던 사람이니.
이해득실에 맞춰 어떻게 상황을 바꿀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심쩍어하는 시선을 눈치챈 앨리스가 먼저 말을 꺼낸다.
“나도 염치라는 게 있어. 벌써 두 번이나 큰 도움을 받았는걸. 한 번은 자비를 베풀어 주었고…. 네겐 정말 큰 감사를 느끼고 있으니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짓은 하지 않아.”
앨리스는 마냐와 말리샤가 린네의 손에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했다.
또한 린네가 그녀를 감시책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오히려 중간에서 정보를 조작할 수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나도 바보는 아니야. 공적의 약속을 믿는 것보다는 네 쪽에 붙는 게 훨씬 안전하다는 것도 알아. 앨리스 이븐 하이얀의 이름을 걸고 절대 배신하지 않을게.”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돌고 돌았지만 앨리스를 탈출 동료에 포함한다는 소기 목적 달성이다.
시우가 온종일 린네에게 묶여 있는 상황에선 손과 발이 되어줄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
또한 최악의 상황에도 20 위계의 대마녀를 전투원으로 쓸 수 있으니 혼자서 똥꼬쇼하는 것보단 효율도 잘 나올 것이다.
“좋습니다.”
시우는 앨리스에게 탈출 계획을 읊어주었다.
자성마법 중 차원 이동식이 있다는 것, 하지만 아직은 미완성인 관계로 헥센나흐트의 ‘문’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
혹시 모르니 성관계 시 마력 증폭은 빼놓고 오늘 밤 있던 일을 설명했다.
린네가 묘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거짓말을 섞어서 말이다.
자세히 곱씹으면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는 정보 조작이었겠지만 앨리스는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
“차, 차원 이동식이라니….”
차원이동식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입이 떡 벌어진 채 경악하고 있었으니까.
“그거 케테르가 사용하는 마법 중 일부 아니야?”
“그쪽이랑은 비교할 게 못 돼요. 저는 흉내 정도죠.”
“아니, 그래도…. 대단하네.”
현세에서 떼어낸 공간을 모아 만든 게헨나.
그 거대한 이면 세계를 변변한 보수도 없이 수백 년 동안 유지한 케테르다.
시우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인 문을 이용해 공간을 여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앨리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확실한 탈출 키를 지니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의도가 제대로 먹힌 듯하다.
딴마음을 품기엔 너무 매혹적인 조건일 테니 말이다.
“아무튼, 오늘은 조금 힘이 남네요.”
“그래 보여요.”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섹스는 적잖은 체력을 소모한다.
더군다나 6시간 사이 3번이나 사정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시우는 마음만 먹으면 삼일 밤낮 동안 섹스가 가능한 아나콘다를 능가하는 정력맨이다.
피와 살이 튀고 뼈가 부러지는 대련보단 이 편이 체력을 덜 잡아먹었다.
평소라면 객실로 돌아오자마자 예빈의 마사지를 받고 뻗어야겠지만 지금은 연구할 시간이 생겼다는 말.
린네가 언제 애널 섹스 이상을 요구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머지않은 시일에 그만둘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은 이 불투명한 유예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집중해야 하니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
얼떨떨해하는 앨리스를 두고 눈을 감았다.
린네의 감시가 허술하다 한들 연구 자료를 증거로 남길 순 없다.
실제로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다가 걸렸던 사례가 있지 않은가?
따라서 차원이동식 정비는 모두 암산으로 진행한다.
어렵겠지만, 못할 것도 없다.
눈을 감고 의식을 집중하자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의식.
낙인 속 자성마법을 심상 구현한 공간, 아인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직 직접 문을 보고 해석하지 못했기에 완벽히 완성할 수는 없다.
그러니 먼저 기반을 만들어 두는 작업이다.
헥센나흐트에 잡혀 온 지 약 열흘.
겨우 탈출까지 첫 발을 떼었다.
2.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순탄치는 않지만 특별한 사고도 없는 평이한 나날이었다.
하루 8시간 정도는 대련이 끝나면 4시간에서 6시간 정도는 다실에서 린네와 밀회.
관계에 있어서도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심지어 체위도 단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대나무처럼 뻣뻣하게 서 있는 린네.
뒤에 삽입한 채 그녀에게 꼬챙이 형을 선사하는 시우.
3번 정도 마력 증폭 없는 사정.
일과 끝.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인 틈을 타 차원이동식의 골조를 대략 완성하고, 이제는 정말 ‘문’을 분석해야 할 시기가 왔다.
지금까지는 게헨나의 문을 기반으로 술식을 짜놓았는데, 정작 헥센나흐트의 문이 게헨나와 다르다면 도로묵일테니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 향월루를 나서 헥센나흐트로 나서야 하는데….
이에 대한 좋은 변명을 준비해 두었다.
-스윽 스윽
오늘도 끝난 사제 섹스.
꽁냥꽁냥 필로우 토크는 당연히 없었고, 린네는 시우에게 등을 돌린 채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던 옷을 걸쳤다.
린네와 시우의 관계는 여전했다.
즉, 맨 처음과 조금의 변화도 없다고 보면 되겠다.
“스승님.”
“……?”
평소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퇴장하던 시우가 별안간 이름을 부른 것이 의아한 것일까?
린네는 살짝 헝클어졌던 머리를 빗질하던 린네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일 외출하고 싶습니다.”
“안 된다.”
당연히 처음부터 좋은 말이 나올 거라 생각하고 꺼낸 건 아니다.
“필요한 일입니다.”
“넌 남자 마녀다. 여긴 헥센나흐트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동행을 부탁드리는 겁니다.”
“…….”
린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다.
원체 감정표현이 없다시피 한 그녀지만, 저렇게 포커페이스가 된 채 눈빛만이 빛날 때면 굉장히 무섭다.
마음을 전부 읽히고 있다는 착각이 드는 까닭이다.
가면이 사라지고 린네는 꽁기한 분위기로 돌아왔다.
아마 그녀의 감정표현이 르뤼에의 절반만이라도 겉으로 드러났다면 입술을 삐쭉 내밀고 있었겠지.
이유를 짐작하자면 수련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불만감일 것이다.
“이유를 말해라.”
“정력제가 필요합니다.”
“…….”
끔뻑끔뻑 눈을 깜빡이는 린네.
“저는 수도꼭지가 아닙니다. 매일 스승님의 부탁으로 세 번씩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대로라면 뼈가 삭아서 대련에도 차질이 생길 겁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한창 많이 할 때는 이것보다 배는 되는 시간을 매일 침대에서 보냈으니 어디까지나 구실일 뿐이다.
“의사를 시키겠다.”
“앞으로도 여기서 계속 살게 될 것 아닙니까? 모처럼 관광할 수 있다면 직접 가보고 싶습니다.”
아직 준비한 변명이 둘이나 남은 상태에서 물러설 순 없다.
슬쩍 미끼를 던졌다.
“그리고, 이건 여태 말씀드리지 않은 부분입니다. 티페레트 공작이 강해진 부분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하셨죠?”
“그렇다.”
지금껏 대화 중 가장 번뜩 뜨이는 린네의 눈.
시우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필요하다고는 하나 양심이 찔리는 거짓말을 해야 했으니까.
“그 점에 대해 짚이는 점이 있습니다. 티페레트와 저는 공식적으로는 사제, 비공식적으로 연인 관계였습니다.”
“알고 있다.”
“뭐, 저는 그녀의 후광이 목적이었지만 티페레트 공작은 진심으로 절 사랑하게 되었죠.”
죄송합니다 스승님.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티페레트 공작을 강하게 만든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저에게도 좋은 시도죠. 어차피 스승님과 저는 할 것 다하는 사이. 하는 김에 이것저것 하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면 강해질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사랑의 멋짐’ 가설.
실로 조악하고도 오글거리는 궤변이다.
하지만 지금껏 연기했던 신시우라면 충분히 할법한 발언이었다.
전부 의도된 건 아니지만, 도덕적 관념이 헤프고, 여자를 밝히고, 강해지기 위해선 뭐든지 하는 건방진 중2병의 모습을 보여왔으니까.
“그러니까, 이건 데이트 같은 거라고도 볼 수 있죠.”
더군다나 린네의 광적인 집착은 뼈저리게 알고 있다.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녀는 헛소리조차 진지하게 귀담아듣는다는 걸.
일분, 이분, 삼분.
전혀 내심을 읽을 수 없는 침묵 속 린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뭐, 어디까지나 헛소리에 어울려준다는 느낌이었지만.
그렇게 헥센나흐트로의 두번째 나들이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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