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9
1.
검의 마녀, 린네 사마키엘.
누가 보아도 입을 모아 눈빛이 좀 사나운 공주님이라고 얘기할 법한 고귀한 분위기.
평범한 인간으로 과거에 태어났다면 나라를 말아먹어도 두세 개는 해먹었을 경국지색의 외모.
만약 그녀와 성교할 수 있는 대가가 죽음이라 해도 전 세계 수많은 남자가 줄을 서리라.
게다가 평범한 섹스도 아닌 애널 섹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면 인도 사원에서 명상 중이던 고명한 스님도 ‘떡값이 목숨이라고? 할만한데?’ 라며 줄 중간에 끼어있을지도 모르지.
-쮸웁! 쮸웁! 쮸웁!
“…….”
하지만 막상 린네의 뒷구멍에 수컹수컹 하고 있는 시우가 느끼는 것은 크나큰 당혹감이었다.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이냐고?
아니다.
이런 몸이 기분 좋지 않을 리가 없다.
비록 둘 사이에 빈틈이 존재하지 않을 만큼 바짝 붙은 체위인 탓에 가동범위가 좁다 한들, 이 자세는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바로 쿠션감이다.
우선 바짝 맞닿은 치골에 느껴지는 무서울 정도의 탄성.
손으로 만졌을 때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린네의 엉덩이는 그야말로 극상품이다.
크기가 커다란 건 아니지만, 내실이 가득한.
마음 같아서는 손바닥으로 마구마구 때리며 흔들리는 모양과 찰진 소리를 감상하고 싶은 빵댕이다.
그런 부가적인 포인트만이 린네의 매력이 아니다.
생에 처음으로 자지를 받아들인 애널 역시 지금껏 맛봐왔던 다른 구멍과 전혀 다른 맛이 있었다.
애널랭 가이드 점수를 매기자면 별이 3개.
감촉이 매우 훌륭하여 맛을 보기 위해 공적 도시에 잡혀 올 가치가 있는 구멍.
-쪼옵! 쪼옵! 쪼옵!
“…….”
처음엔 그저 뻑뻑함 일색이었다.
제대로 길이 들지 않은 구멍을 억지로 쑤셔 넓히고 있었기에 오일을 듬뿍 발랐음에도 제법 운동이 힘들었다.
하지만 자지를 밀어 넣어 쫄깃탱글한 주름 하나하나까지 달짝지근한 향유로 마리네이드한 지 5분.
시우의 허리 짓에 린네의 발꿈치가 들썩이길 또 10분이 지나자 변화가 시작되었다.
린네의 애널은 더 이상 무뚝뚝한 표정으로 남성을 멸시하는 고고한 성벽 위의 공주님이 아니었다.
몰락하고 영락하여 유곽에 팔려나간 채 옷을 풀어헤치고 남자 손님을 유혹하는 기녀가 되어 있었다.
밀어넣으면 넣는 만큼 쑥쑥 들어가고, 빼내려고 하면 끝까지 딸려나오며 놓아주지 않는 끈적함이 있다.
“…….”
시우가 당혹감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 정도가 됐다면 삽입하기 불편한 체위니, 애무가 부족했다느니를 논할 필요가 없다.
오랜 기간 흔적기관으로만 자리 잡았던 린네의 뒷보지는 이미 자지를 기쁘게 한다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만큼이나 들어갔고, 움직이고 또 무의식적으로 꿈틀거리며 자지를 꽉꽉 조여온다면 어떠한 반응이라도 있는 게 마땅하다.
얼굴이 붉어지거나, 호흡이 가빠지거나, 다리에 힘이 풀리거나, 얕은 탄식을 내뱉거나.
또 부정할 수 없는 쾌감의 증거 앞에 ‘내가 이런 불결한 구멍으로 느끼다니 인정할 수 없어!’ 같은 고집을 부리며 애써 태연한 척하거나.
“끝났나?”
“아, 아직이요.”
하지만 린네는 놀라울 만큼 무반응 및 무표정 자체다.
무리한 삽입으로 기인한 고통 앞에서 초연하던 건 그리 놀라울 일이 아니다.
린네의 인내심은 대련 중에도 몇 번이나 확인했으니까.
그러나 쾌감 앞에서도 같은 태도를 고수할 수 있을 줄이야.
이런 태평한 생각을 논할 때가 아니지만 묘하게 남성의 자존심을 긁는 반응이었다.
어쩌면 뒷구멍이 전혀 성감대가 아닌 마녀도 존재하고 린네가 그런 부류인 게 아닐까?
그저 혼란스러웠다.
반면 시우의 신체는 의지와 상관없이 반응하고 있었다.
물론 체취는 절대 들이마시지 않는 쪽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린네가 주는 쾌락은 너무도 달콤하다.
이런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전능감.
아직 처녀인 린네의 애널만을 개통한다는 묘한 배덕감.
그토록 고지식하던 린네가 순순히 뒷보지를 열어주는 갭에서 나오는 흥분감.
뭔가 최면 어플을 사용해 무반응인 상대를 멋대로 다루는 것 같은 괴리감의 사위일체.
심장은 점점 빨리 뛰고 있었으며 자지는 시도 때도 없이 껄떡이며 촉촉한 점막 안에 자지러진다.
호흡은 거칠었고, 자제력이 일부분 떨어져 나갔다.
“천박한 놈.”
고작 쾌락 앞에 허덕이는 시우가 린네에겐 혐오스럽게 보였던 것이겠지.
그녀는 오늘 대련 때 보았던 것보다 차가운 눈빛으로 시우를 올려보았다.
“…….”
오직 시우만이 지나치게 흥분해 목을 매는데 정작, 린네는 어울려준다는 느낌이다.
묘하게 굴욕적이었다.
그나마 린네와 비슷한 느낌이었던 사람은 르뤼에지만, 그때와 비교해도 린네는 이상했다.
르뤼에의 경우 성감에 대한 자각이 없어 모든 성적 자극을 ‘간지러움’으로 치환했다.
따라서 조금 공을 들이자 금방 함락되었는데 린네는 뭐랄까….
애초에 개발사에서 클리어하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보스를 상대로 초보자의 검을 휘두르는 느낌이다.
설마 진짜 불감증?
사실 린네가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 시우에게 이롭다.
적어도 마력 증폭은커녕 아무 일도 없다는 일에 실망한 린네가 그저 쾌감이 좋아서 관계를 종용하는 일은 피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지난 대련에서 처맞기만 하면 쌓인 울분을 이렇게나마 갚아 보려는데 아예 원천차단이라니.
그건 부조리하다.
어차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 시작했던 자세 그대로 린네의 어깨를 핸들 삼아 허리를 흔드는 시우.
-쮸걱! 쮸윱! 쪼옥!
이렇게 번들거리는 오일에서도 여실히 느껴지는 린네의 쫀득후장.
숨 하나 거칠어지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는 린네 탓에 유달리 찌꺽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끝까지 삽입한 까닭에 린네가 껑충 까치발을 들게 된 그때.
-쮸우욱!
“…….”
잠잠하던 린네의 신체에서 처음으로 반응이 왔다.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던 건 그녀의 봉긋한 가슴, 그 첨단에 매달린 연분홍빛 유실이다.
처음과 달리 마치 만져달라고 유혹하는 듯 젖꼭지가 뾰족하게 서 있다.
신체의 반응이 있다.
역시 느끼고 있는 걸 참는 중일까?
참다 못한 시우가 궁금증 해소를 위해 입을 열었다.
이런 일은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이지.
“스승님. 기분이 어떠신가요?”
“한 번만 더 혀를 놀리면….”
“아뇨, 이상한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아무래도 전혀 반응이 없는 게 이상해서요.”
“…거북하다.”
“그 외는요?”
“귀찮다. 빨리 끝내라.”
거북하다라.
하긴 이 커다란 걸 손가락 하나도 버거웠던 구멍에 박고 있으니 당연한 감상이다만….
여태 어깨에 얹고 있던 손을 가슴 앞쪽으로 뻗었다.
무슨 말을 듣기 전에 야트막한 가슴을 움켜쥔다.
변명이라면 있다.
어찌됐건 린네의 목적은 시우의 취향을 맞춰 마력의 파동을 유도하는 것.
이런 게 취향이라고 덧붙이면 그만이다.
뒷구멍도 내어준 와중에 가슴 가지고 학을 뗄까.
“오.”
역시 작아도 가슴은 가슴.
몰랑몰랑하다.
손바닥에 맞닿는 딱딱한 돌기를 보아하니 유두가 바짝 발기한 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역시 느끼고는 있다는 말.
빤히 시우의 손등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시우를 올려보는 린네.
‘뭔 개 짓거리야’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 무섭다.
“죄송합니다.”
시우가 슬그머니 손을 떼려는 때 린네가 툭 던지듯 입을 열었다.
“상관없다. 이것도 네 더러운 취향 일부라면.”
예상대로 노예처럼 굴지는 않겠지만, 가슴을 만지는 정도야 괜찮다고 여기는 모양.
그렇다면 사양할 것 없이 린네의 몸을 더욱 자세히 조사해보기로 했다.
몰랑몰랑한 가슴을 움켜쥐며 엄지와 검지로 꼭지를 꾹 잡아본다.
젤리처럼 꼬들꼬들한 와중에 제법 단단하다.
-움찔
슬쩍 꼬집듯이 눌러보자 뒷구멍에도 반응이 왔다.
한차례 꿈질거리며 자지 밑동을 단단히 죄었다 풀어준 것이다.
확실한 반응을 보이는 신체에 비해 린네 본인은 여전히 무반응.
“…….”
이번엔 한쪽 꼭지는 손끝으로 빠르게 튕기며 다른 쪽은 연달아 꼬집어 보았다.
-움찔 움찔 움찔
이거 뭔가 재밌다.
튕기는 쪽은 그다지 반응이 없지만 꼬집을 때마다 애널이 꾸욱 꾸욱 조여온다.
린네의 젖꼭지가 쪼임스위치라도 되는 것 같다.
게다가 반응만으로 따지자면 감도도 아주 좋았다.
-쮸우우욱!!
갑자기 치골에 닿는 반탄력이 강해진다.
아래를 보자 린네의 엉덩이가 안쪽으로 꾸욱 뭉친 것이 보였다.
피부에 오소소 소름이 돋고, 시우의 손에서 한껏 꼰네꼰네를 당하던 젖꼭지 역시 한층 더 빳빳해진다.
젖꼭지 스위치는 고장나고, 제멋대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뒷구멍.
물결치듯 진동을 시작한 점막이 팽팽하게 자지를 압박하며 때론 간헐적으로 경련한다.
그간 표본으로 분석해 보자면 확실한 절정의 전조다.
“…….”
하지만 린네는 호흡이 불편한 것처럼 작게 헛바람을 들이켰을 뿐.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갑자기 시작된 강렬한 린네의 맹공.
그전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던 시우는 허를 찔린 셈이다.
그만 사정을 참을 수 없었다.
“윽…!”
-퓨릇! 퓨르르릇!
사정을 위해 잔뜩 부풀어 오른 자지가 움찔거리며 새하얀 백탁을 토해낸다.
린네의 뱃속 깊이 번져나가는 정액의 물결.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자지와 밀착한 점막 사이로 어마어마한 양의 정자가 발사되었다.
“와….”
린네의 외견으로는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던 음란 명품 후장이었다.
사정한 뒤에도 게걸스레 빨아들이는 것처럼 생생한 흡입력.
쉴 새 없이 파들파들 떨리는 구멍은 발기가 가라앉기도 전에 발기를 재촉한다.
다리에 힘이 절로 풀렸다.
“내려놔라.”
그 여운에 빠져들고 있자니 심기 불편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보니 린네의 발이 대롱대롱 떠있다.
사정의 순간 허리를 힘껏 내지른데다가 살짝 굽히고 있던 무릎마저 핀 결과 린네의 몸이 떠버린 나머지 발끝으로 겨우 서 있게 된 것이다.
“죄, 죄송합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섹스에 당황한 시우.
린네를 내려놓고 조심스레 물건을 빼냈다.
그런데 또 이 작업이 보통 작업이 아니다.
-즈으으으 퐁!
그렇게 열심히 쑤셔댔는데 잠깐 쉬었다고 다시 엄청 비좁아진 구멍.
겨우겨우 빼내자 주르륵 정액 줄기가 린네의 허벅지 뒤쪽을 타고 흐른다.
금방 쏘옥 다 물린 까닭에 실제 사정한 양의 반의반도 흘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패배를 인정했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대결은 시우의 완벽한 패배다.
아니.
차라리 잘 된 건가?
그런 것 같긴 한데 가슴이 영 답답하다.
함께 의기소침해 하는 자지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제 몸을 휙휙 살피던 린네.
그리고 다시 시우의 앞에 척 선다.
“다시 세워라. 더 하겠다.”
한번만으로 끝날 리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날 밤 린네는 단 한 차례의 흐트러짐도 내비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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