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629화 (629/917)

#629

1.

스승님의 주도하에 벌어진 카섹스는 아쉽게도 사정 2회 만에 끝났다.

평상시 관계를 맺을 때 여자 쪽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하는 걸 즐기는 시우에게도,

자주 못하는 만큼 한번 할 때마다 뽕을 뽑으려 드는 엘로아에게도 아쉬울 일이었다.

하지만 별수 없다.

애초에 이곳에 온 목적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카섹스를 하기 위함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지나치게 시간을 끌기엔 다른 마녀의 시선도 걱정되었다.

간단한 마법으로 몸을 청결히 하고 차 문을 열어 환기한 이후.

시우는 엘로아를 끌어안고 한참이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정말 괜찮아요, 스승님.”

“…….”

“하나도 이상하게 생각 안 합니다.”

“…….”

마음의 문을 꾹 닫기라도 한 양 아무런 답이 없는 엘로아.

그 이유는 굳이 말할 것도 없었다.

오늘 그의 앞에서 보였던 추태.

불과 30분 전까지 했던 말, 지었던 표정 따위가 머리에 맴돌았던 까닭이다.

백번 양보해 통상적인 섹스라면 그럴 수 있다.

사제간에 대한 거부감이나 자책감을 넘어선 지는 꽤 되었으니.

그러나 ‘뒤’는 다른 문제였다.

그에게 짓눌린 채 때론 앞으로, 때론 뒤로 두 구멍을 번갈아 당했던 엘로아.

그녀가 느낀 것은 부끄럽게도 지금까지 겪은 적 없는 극상의 환희였다.

그 결과 창녀보다 음탕하게 헥헥거리며 뒤가 비었을 땐 뒤에 박아주기를,

앞이 비었을 땐 앞에 다시 박아주기를,

종국에는 어떻게든 두 구멍을 동시에 채워주라며 그에게 눈물콧물을 흘리며 떼 쓰기를 반복.

제자에게 꼬박꼬박 존대를 썼을뿐더러 뒷보지니 보지니 천박한 말을 입에 담으며 교태를 떨었다니….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숨고 싶다.

차마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스승님 저 봐보세요.”

“뭘! 뭘! 자꾸 뭘! 보라는 건가!”

엘로아는 투닥투닥 시우의 가슴을 두들기며 몸서리쳤다.

그녀가 진심으로 때렸다면 늑골이 움푹 파이고도 남았을 테니 어디까지나 투정이라는 말.

시우가 거친 말을 진정시키듯 머리를 연신 쓰다듬자 엘로아의 난동이 조금 줄어들었다.

“…내가 그대 얼굴을 어찌 보겠는가…. 스승이 되어서 그런 추태를 부렸는데.”

“추태라니요. 정말 귀여우셨는데요.”

“귀엽다니! 말도 안 되는 말 말게나! 음탕함이 지나쳤네…. 분위기에 너무 휩쓸려서…. 으으, 그대는 말리지 않고 뭘 하고 있던 겐가!”

“오히려 스승님이 절 위해 그렇게 분발해주신 걸 생각하니 감사할 뿐이에요.”

진심이었다.

또한 벌써 몇 번이나 반복한 말이다.

그 지성이 그녀에게 닿은 것일까?

엘로아는 샐쭉한 눈으로 시우를 올려보며 머리를 기대어왔다.

“…정말인가?”

“그럼요! 얼마나 사랑스러우신데요.”

“앞으로는… 절대 하지 않을 걸세. 이런 것.”

“그건 좀 아쉬운데요. 모처럼 제가 잘 가르쳐 드렸잖아요.”

가볍게 이마에 키스를 퍼부으며 벚꽃 빛 머리칼을 연신 쓸어내리자 그제야 엘로아는 완전히 잠잠해졌다.

여전히 창피함의 눈물이 글썽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 아주 가끔만 해 줄 걸세.”

“충분해요.”

이후로도 몇 번이나 꽁냥꽁냥한 말을 주고 받던 엘로아는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듯 눈을 감았다.

갑자기 말이 뚝 끊겨서 깜짝 놀랐던 시우.

하지만 몸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 것이다.

잠자리에 들 시간을 한참 넘기기도 했고, 또 그토록 연신 조수를 뿜어대셨으니 안심하자마자 기절하듯 잠 드신 거겠지.

조심스레 그녀를 뒷자리에 눕혀두고 잠시 밖으로 나왔다.

조금도 오염되지 않은 신선하고 선선한 밤 공기가 코를 파고들 무렵.

인기척이 들렸기에 고개를 돌렸다.

“아…안녕하세요?”

거기엔 델라 레드클리프가 있었다.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시선을 휙 바닥으로 내리깔며 인사해왔다.

과거 샤론을 죽어라 괴롭혀 댔었다는 시점에서 충분히 미워할 만한 마녀였지만 뜻밖에 나쁜 감정만 남아있진 않았다.

어찌됐건 그녀는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파올라 소치틀의 음모를 위치포인트에 알렸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 평범하게 슬퍼했던 그녀를 ‘악’이라고 규정짓긴 어려웠다.

비겁의 마녀가 죽은 이후로는 개과천선하여 현세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듯하니, 시우가 사람은 양면성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람인 것이다.

“안녕하세요.”

다만 조금 당혹스럽다.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만약 있었다면 스승님과 관계를 들키곤 만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잠자리에서 스승님이 보여주는 애교는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남과 공유하고 싶은 모습은 아니다.

더군다나 사제 관계를 부모 관계과 동치 하는 마녀 사회다.

시우는 명목상 그녀의 제자이니 게헨나 내에서도 공공연한 비밀로 남겨두었던 것인데….

“언제 오셨나요?”

“방금 왔어요. 정말.”

조심스러운 질문에 옆구리를 쿡 찔린 듯 대답하는 델라.

“정말이에요.”

골치가 아팠다.

지금 대답의 어조 자체는 평온하다.

그러나 아까까지만 해도 누가 보아도 방금 온 사람의 반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셨나요?”

“뭘요?”

천역덕스럽게 시치미를 떼는 델라.

하지만 심란함이 반, 불신이 반인 표정으로 지프와 시우를 연신 번갈아 보아서야 속을 수가 없다.

“스승님의 명예에 직결되는 문제라서요. 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후우, 미안하게 됐어요. 뒤를 밟은 건 아니에요.”

델라는 잠깐 눈을 감더니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시인했다.

“그냥, 어디론가 가서 너무 늦게 오길래 걱정이 되어서.”

그 목소리에선 애써 감추던 동요의 기색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제가 본 광경이 꿈은 아닌지 의심이라도 하는 모양새다.

“걱정할 게 있겠습니까? 티페레트 공작님이신데요. 그래서 언제부터 있으셨어요?”

“대략 30분 전이요. 그리고 일부러 엿들은 건 아닌데…. 무엇을 하는진 대충 들렸어요.”

30분 전이라….

거의 섹스가 끝나기 직전이었다.

그때 스승님은 연신 절정을 느끼며 앙칼진 신음을 내뱉고 계셨으니 상정했던 최악의 상황이라 볼 수 있겠다.

그나마 지금 스승님이 자고 있어 다행이다.

이 일을 조용히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오늘 본 건 비밀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우는 정중하게 부탁했고 델라는 푸우 한숨을 쉬었다.

“대신 두 가지만 물어도 돼요?”

“발설하지 않겠다는 걸 마녀명을 걸고 약속해 주신다면요.”

“마녀명이 그렇게 쉽게 거는 건 줄 알아요?”

델라는 예전 기억이 떠올랐는지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시우가 아직 햇병아리이던 시절, 그녀에게 승리를 거두었던 적이 있으니.

그때도 델라는 마녀명을 결고 시우의 정체를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했었다.

“좋아요, 티페레트 공작님도, 당신도 적으로 두고 싶진 않으니. 레드클리프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게요.”

조금 이상한 말이었다.

적으로 두고 싶지 않은 사람에 스승님은 그렇다 쳐도 시우까지 포함되다니.

“저도요?”

“당신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겨서 이후에도 이것저것 조사를 했거든요. 탐욕의 마녀를 죽음까지 몰아붙였다죠?”

“운이 좋았죠.”

아멜리아가 없었더라면 무의식이 각성한 상태로도 동귀어진으로 끝났을 전투였다.

게다가 비앙카의 설계 미스로 철저히 그녀에게 불리한 공간에서 싸웠음에도 말이다.

“그렇다 치죠. 아무튼.”

델라는 뻔한 거짓말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 정말 공작과 그렇고 그런 관계인가요?”

“네, 연인 관계입니다.”

“스승과 제자인데?”

“안될 거 있나요. 견습마녀인 것도 아닌데.”

어차피 발설하지 않는다는 게 보장된 이상 숨길 건 없다.

“밖에서 보면서 짐작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 충격이네요.”

시원스레 인정하는 모습에 델라는 재차 충격을 받은 표정이 되었다.

“근데 이게 굳이 물어볼 문제인가요? 차 엄청 흔들렸을 텐데.”

“멀찍이서 보는 거랑 당사자가 사실은 인정하는 건 전혀 다르니까요.”

“그럼, 다른 질문은 뭔가요?”

델라는 굉장히 고민하는 듯하더니 불꽃처럼 붉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물었다.

“샤론 양은 어떻게 지내나요?”

“샤론은 그쪽 굉장히 싫어할 텐데요.”

“알거든요?”

퉁명스레 답하자 맨 처음 봤을 때처럼 성격 더러울 것 같은 목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그러나 다시 이어진 목소리는 기어들어가듯 작았다.

“나중에 직접 확인하세요. 제머나이 저택에서 머물고 있으니까요.”

“갑자기 말투가 싸가지가 없네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샤론의 말에 따르면 델라가 꽤 지독히 괴롭혔던 모양이니까.

본인은 이제 와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지만 델라의 입에서 샤론의 이름이 나온 이상 좋지 않던 감정을 끄집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은 여자친구라서요.”

“…음?”

델라는 한 박자 늦게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델라가 샤론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티페레트 공작과 그의 관계를 보며 무엇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적어도 델라가 알고 있는 한 그는 현세에서 샤론과 동거 중이었으며 연인 관계였다.

그러니 지금 티페레트 공작과 교제 중인 그를 보며 샤론과는 헤어졌으리라 지레짐작한 것이다.

그런데 샤론이 여자친구라니.

“여자친구? 전 여자친구 아닌가요? 그럼 티페레트 공작님은….”

남녀 관계는 몰라도 연인 관계에 대해서는 빠삭한 델라다.

그렇다면 지금 그는 양다리를 놓고 있다는 말인가?

심지어 그 중 한 축이 티페레트 공작이라고?

믿을 수 없는 사실에 확인사살이 들어왔다.

시우가 단언한 것이다.

“지금도 잘 만나고 있습니다. 합법적으로요.”

델라가 샤론을 괴롭힌 이유라면 대강 짐작하고 있다.

비틀린 짝사랑이겠지.

그런 이상 델라가 다시는 샤론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단언할 예정이다.

“거짓말이죠?”

“정말입니다.”

“하지만, 아니…. 공작님이 그걸 묵인해 주었다고요?”

“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이것도 비밀인 거 아시죠? 질문에 답변 전부 드린 것 같으니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델라는 운전석 쪽으로 들어간 시우를 붙잡지도 못한 채 망연히 입을 벌렸다.

“정말 제대로 미쳤네요.”

이제와서 샤론을 어떻게 해보려던 건 아니다.

여러 일을 겪으며 개과천선한바, 자기만족에 불과할 지라도 그녀에게 사과와 배상을 하고 싶었을 뿐.

티페레트 공작이 최초의 남자 마녀이자 제자인 신시우와 내연관계라는 충격적인 스캔들을 접한 델라는 더는 사고가 굴러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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