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
1.
뒤로 하는 섹스.
이는 단순히 여자가 엎드리고 남자가 허리를 붙잡는, 소위 후배위 체위를 설명하는 표현이 아니다.
배설이 필요 없는 마녀에게는 흔적기관이나 다름없는 뒷구멍을 남성의 쾌감만을 위해 헌납하는 천박한 행위이다.
일찍이 엘로아도 그 존재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대들은 아직 견습마녀 아닌가? 헌데 어찌….”
“에이, 공작님.”
“다~ 방법이 있어요. 저희는 바빠서 가볼게요!”
당장 아직 견습마녀인 오딜과 오데트 자매가 시우와 육체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도 같은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는가?
또한 막연한 지식 이상으로 애널 섹스에 대해 알고 있었다.
시우와 아직 평범한 사제관계이던 시기.
엘로아는 병아리 같은 시우를 보호하기 위해 수호자의 계약을 맺었었다.
그리고 그를 통해 3일 밤낮으로 페리윙클과 관계를 나누는 시우의 시야를 강제로 공유받았더랬지.
“뒤…! 뒤에…! 하읏…! 좋아!”
“더, 더 박아줘…!”
“흐아앙!!!”
그때 두 사람은 마치 짐승처럼 서로를 탐했으며 시우의 욕망은 비단 페리윙클의 ‘앞’을 정복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일련의 관계를 강제로 관음하게 되었던 엘로아인만큼 시우가 그걸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차마 먼저 제안할 수는 없던 엘로아다.
제자와 스승이 정을 통하는 것만 해도 엘로아의 기준으론 충분히 배덕적인 관계이다.
그것도 모자라 ‘앞’이상으로 부끄러운 ‘뒤’를.
단순히 혀로 애무하는 수준이 아니라 굵직한 그의 물건으로 개통 당하는 건 근친상간 이상으로 있을 수 없는 변태적인 플레이였다.
시우도 정상적인 요구가 아니라는 건 아는 모양인지 엘로아에게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고 말이다.
“오늘은… 뒤로 하게 해주겠네. 어떤가? 이래도 그냥 자러 갈 텐가?”
그러니 오늘 엘로아가 이런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은 즉흥적인 변덕이 아니었다.
그와 더욱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욕심에서 기인한 각오였다.
앞서 말했듯 엘로아와 시우의 관계는 다른 연인들에 비하면 현저히 빈도가 낮다.
그마저도 엘로아가 점잔을 뺄 때 시우가 달라붙어 성사되는 구도가 많았다.
하지만 얼마 전 샤론과 아멜리아와 수위 높은 대화 즉, 그와의 경험담을 주고받으며 조금 충격을 받게 되었다.
“저는 탈의실에서….”
“저도 부, 부끄럽지만 골목과 강의실에서….”
“…….”
아멜리아도, 샤론도 제각기 다른 야릇한 방법으로 그를 기쁘게 해주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엘로아가 한 것이라고 해봐야 고작 토끼 옷을 입은 것, 그에게 존대하는 것, 야한 말을 해주는 것 정도가 끝.
그마저도 최근엔 하지 않으며 수동적으로만 관계에 임해왔던 것이다.
물론 엘로아는 예전부터 그의 옆자리를 독점하고 싶은 욕심이 없었다.
그저 스승이자 연인으로, 먼발치에서 행복한 그를 보며 이따금 사랑을 나누는 관계 정도만 되어도 만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멜리아와 샤론의 가상한 분투기를 듣고 있자니 퍼득 자각하게 되었다.
자신은 그저 애매한 합리화를 하고 있었을 뿐임을.
실은 누구보다 그의 옆자리에 가까이 있고 싶어함을.
그러면서도 ‘나는 스승이니까’라는 얄팍한 변명을 앞세워 본심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엘로아가 우물쭈물 거리는 동안 아마도 샤론과 아멜리아 혹은 쌍둥이에게마저 크게 뒤처져 있을 상황이다. 처음으로 그녀들보다 한 발짝 앞서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그 방법이란 샤론도 아멜리아도 쌍둥이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해주는 것이다.
사전준비 역시 만반.
엘로아는 자신이 있었다.
2.
“…….”
뒷구멍 섹스라는 건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제법 어려운 행위이다.
애초에 그러라고 있는 구멍이 아니다.
충분한 애무를 통해 풀어주지 않는다면 아픈 꼴을 볼 수도 있었다.
매트리스에 엎드린 채 특유의 탄력 가득한 엉덩이를 높게 치켜든 스승님의 뒷구멍에 혀를 밀어 넣음으로써 천천히 이완을 유도했다.
-츄륩! 츄륩! 추룹!
보지보다도 훨씬 비좁은 틈새를 뱀처럼 오가는 혀.
그때마다 움찔움찔 폈다가 지길 반복하는 어여쁜 꽃 한 송이.
엘로아의 선언을 들은 시우의 흥분은 하늘을 뚫을 흥분이 되어있었다.
물론 앞으로 하는 섹스도 충분히 기분 좋다.
겉은 물론 안으로도 철저하게 단련된 스승님의 토끼 보지는 언제나 황홀한 쾌감을 안겨 주곤 했었다.
하지만 스승님이 절대로 허락해주지 않을 것 같았던, 그렇기에 애초에 엄두조차 내지 않았던 애널 섹스를 허락해주었다니.
그건 어딘가 엘로아의 모든 것을 받아낸다는 정복감을 안겨주었다.
혀에 쥐가 날 것 같은 고난도 쉽게 이겨낼 수 있게 한다.
“시, 시우…. 그, 그렇게까진…. 할 필요 없네….”
“아니에요, 충분히 풀어줘야죠.”
그런 시우의 열렬한 애무 속 엘로아는 상정 외의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뒤로해도 좋다는 말을 하자마자 대뜸 엉덩이에 달라붙어서 혀를 밀어넣어버릴 줄이야.
리밍 자체는 종종 받아 온 적 있다.
그의 애무는 헌신적이었고 앞과 뒤를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직하게 말하자면 엘로아는 그쪽 애무를 썩 즐기지 않았다.
부끄러운 것은 둘째치고 감각 자체도 ‘생경하다’ 정도의 감상에 그쳤던 까닭이다.
본디 정신은 육체를 어느 정도 지배하는 법.
고지식한 엘로아는 태어나 한 번도 그쪽을 성감대로 인지한 적 없었기에 리밍은 번번이 간지럽고 낯부끄러운 특이한 애무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따라서 샤워실에서 오늘을 위해 손으로 연습할 때도 딱히 황홀함을 느꼈던 적은 없었다.
연이은 증명에 엘로아는 반쯤 확신했고, 반쯤 안심했다.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자신은 그곳으로 느끼지 않는 모양이라고.
그렇다면 그의 앞에서 치태를 보일 가능성도 낮아지겠노라고.
-츄릅! 츄르르르르르르르릅!
앞과 뒤 음핵 등을 번갈아 애무받던 여느 때와 달리 오늘의 리밍은 쓸데없이 집요하다.
침을 치덕치덕 바르며 손가락 하나도 간신히 들어가는 비좁은 틈에 굳이 굳이 혀를 밀어 넣는다.
분명 남사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는 건 제자일진대 머리털이 삐죽 설 만큼 수치심을 느끼는 건 되려 엘로아 쪽이었다.
“시우…. 이제 충분한 것 같네.”
엘로아는 최대한 점잖게 말했다.
말캉하고 매끄러운 이물질이 뒤를 침범하는 건 오싹오싹 몸에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허나 거기까지다.
이번에도 엘로아는 별다른 쾌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엘로아가 기분 좋자고 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를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한 일종의 봉사다.
“네? 아직 전혀 안 된 것 같은데요?”
“벌써 15분 째이지 않은가? 나는 준비 됐으니 괜찮다네.”
아무리 흥분으로 시야가 좁아져도 이쪽 분야에선 나름 전문가 수준인 시우다.
처음으로 뒤를 개통한 여자만 오딜, 오데트, 페리윙클, 데네브, 도로시 총 다섯 명.
엘로아의 반응이 다른 경험과 전혀 다르다는 걸 쉽사리 눈치챘다.
더욱더 젖어가며 허리를 이리저리 꿈틀거리던 다른 이들과 달리 그녀는 숨이 조금 가빠졌을 뿐 잠잠하다.
하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원래 그러라고 있는 구멍이 아니니 전혀 성감대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아….”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꼈다.
아무리 욕망에 눈이 멀었다 한들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키고 싶진 않다.
스승님이 마지못해 어울려주는 낌새가 보인다면 물러설 예정이었다.
“다음에 할까요?”
오늘만 날인 것도 아니고, 스승님을 무리시키고 싶은 것도 아니다.
지금을 빼야 할 때.
그렇게 되묻자 엘로아는 토끼귀를 살랑거리며 놀란 눈이 되었다.
“왜, 왜 그러는가?”
“저 때문에 억지로 하시는 거라면 괜찮아요. 자칫하면 아플 거 같아서요.”
“억지로라니, 그럴 리 없지 않은가?”
“저는 스승님도 같이 좋았으면 좋겠는걸요.”
쓱쓱 머리를 쓰다듬는 다정한 손길.
오만가지 생각에 제대로 집중을 못 했던 엘로아다.
하지만 그의 걱정을 듣자마자 포근한 양털이불에 둘러싸인 양 따스함을 느꼈다.
행위 자체는 변태 같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걸 해주는 사람은 사랑하는 제자다.
체취를 마시고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도 엘로아를 걱정해주는 것이다.
사랑받고 있다는, 소중하게 여겨진다는 실감은 낯선 행위를 앞두고 경직되어 있던 엘로아를 흐물흐물하게 풀어주었다.
설령 그의 말대로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아플지라도.
남에게 떳떳이 말하지 못할 관계 속에서, 피차 입에 담기도 민망한 행위일지라도.
그렇기에 더 하고 싶어진다.
그에게 바치고 싶어진다.
엘로아는 시우의 상체를 가볍게 밀쳐 눕혔다.
그리고 날래게 몸을 움직여 그의 위에 쪼그려 앉는다.
고사리 같은 손에는 어느샌가 시우의 물건이 쥐여 있었다.
먼저 잔뜩 굶주려 있던 앞구멍에 한번 삽입.
“꺄흥…!”
한동안 별다른 자극이 없었기에 조금 경직된 질내점막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그의 거근을 받아냈다.
-철퍽! 철퍽! 철퍽!
“하읏…. 큐웃…. 흐응…!”
이어지는 건 엘로아의 장기 무호흡뷰지토끼뜀.
신체 전반의 지구력과 통제능력이 뛰어난 엘로아는 절정을 느끼기 전까진 분당 120번의 빠른 허리놀림이 가능했다.
물론 저런 페이스로 움직이다간 30초 만에 오르가즘 초입에 도달하므로 한 번도 120번을 채운 적이 없지만 말이다.
악세사리로 착용한 토끼 귀가 너울거리며 엘로아의 고아한 눈가가 찡그려진다.
그 짧은 순간에 다시 달아오른 보지가 울퉁불퉁한 핏줄까지 섬세히 감지할 때 엘로아는 엉덩이를 높게 들어 올려 물건을 빼냈다.
-퐁!
애초에 정상위로 정상적인 구멍에 삽입했던 건 이대로 섹스를 계속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천금을 준다 해도 구할 수 없는 티페레트 공작 특제 천연 러브젤을 묻히기 위함이었다.
힘차게 빠져나오는 자지를 붙잡은 엘로아.
예상대로 움찔거리는 자지는 제대로 쥐고 있기 힘들만큼이나 끈적거렸다.
“스승님, 힘드신가요?”
갑작스러운 엘로아의 행동에 당황하는 제자를 보며 아무 말도 않은 채 조준을 새로이 한다.
아까부터 그가 연신 빨아대었던 뒷구멍이다.
한차례 호흡으로 몸에 긴장을 뺀 뒤 최대한 뒤에 힘을 뺀 상태로 천천히 주저앉았다.
-쭈우욱!
“크흑…!”
역시나 느껴지는 건 쾌감과는 거리가 멀다.
삽입되어선 안 될 구멍에 억지로 커다란 물건을 쑤셔 넣는 듯한 이물감.
본능적인 거부감에 몸서리쳐지는 것을 다잡은 채.
-쮸거어억!
“조그만 있어보게나…. 윽…!”
체중을 실어 천천히 밀어 넣었다.
그 과정에서 시우가 받는 압박감은 어린이 전용 콘돔에 억지로 자지를 쑤셔넣는 듯한 뻑뻑함이었다.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먼 격한 삽입.
그녀의 꽃받침대가 연신 꿈틀거리며 자지를 옥죄는 동안 시나브로 시우의 자지가 벌써 절반가량이나 자취를 감추었다.
“흐극…! 으으윽…!”
엉거주춤하게 벌어진 그녀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게 보인다.
“스승님….”
마침내 삽입을 완전히 끝냈을 때 그녀가 글썽글썽 눈물이 맺혀있는 눈을 떴다.
“그대 말대로…. 크흑…! 사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네. 힘들고 거북하기만 할 뿐이지.”
“역시 다음에….”
하지만 엘로아는 걱정이 앞서는 시우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 감촉보다도 더 감미로운 건 이어진 스승님의 말씀이다.
“그러니 그대가…. 가르쳐주게.”
“네…?”
“내가, 뒤로 쾌락을 느낄 때까지…. 그대가 직접…. 가르침을 주지 않겠나?”
이런 불경한 것 따위에 박히고 싶지 않다는 듯 강한 압박감으로 자지를 밀어내는 뒷구멍.
스승님은 무려 그 구멍을 시우의 입맛대로 길들일 기회를 넘겨준 것이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꼴림.
“네,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가상한 그녀의 마음을 봐서라도 오늘 밤 기필코 그녀를 뒤로 보내버리겠노라고 굳게 다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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