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625화 (625/917)

#625

1.

엘로아가 시우와 관계에 앞서 음주를 하는 이유는 비단 죄책감 때문만이 아니다.

기실 시우와 진정한 연인 관계로 거듭나며, 사제간(師弟姦)에 대한 엘로아의 도덕적 저항감은 많이 낮아져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 한낱 고지식한 잣대보다 중요함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하여 일전처럼 눈물을 흘리며 참회할 정도의 죄책감보다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다’라는 배덕감에서 오는 흥분과 스릴이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엘로아가 관계를 갖기 전 술을 꼭 챙겨 마시는 결정적인 이유.

그것은 못난 제자의 취향이 꽤 변태적이라는 것에 있었다.

예전에도 그런 성향이 없던 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에스컬레이터하게 올라가는 그의 요구를 보면 사랑하는 제자에게 뭐든지 해주고 싶은 스승님이라도 머리가 아찔해지는 것이었다.

가령 지금 이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보자.

상당히 난해한 자세였다.

1) 우선 시우가 살며시 상체를 뒤로 눕힌 채 뒷좌석에 걸터 앉는다.

2) 엘로아가 시우의 허벅지 양옆에 발을 딛은 채로 선다.

3) 엘로아가 (2)번 자세에서 허리를 한껏 숙여 발목을 잡은 채 엉덩이를 시우의 얼굴 쪽으로 향한다.

4) (1)번부터 (3)번까지의 자세를 유지한 채 고개를 숙여 시우의 자지를 문다.

5) 동시에 시우는 엘로아의 허벅지를 움켜잡은 채 무방비 상태로 벌어진 비소와 뒷구멍을 감상 및 시식한다.

글로 묘사한다 해도 여러 줄이 소요될 복잡한 체위에 구태여 이름을 붙이자면 ‘변형 스탠딩 69’ 쯤 될 것이다.

두 사람의 키 차이에 딱 알맞은 자세이기도 했다.

부연하자면 자세 자체는 엘로아에게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다.

원체 탁월한 영체에 수련이 더해진 엘로아의 몸은 여성적인 탄력은 물론이오, 발레 선수 같은 유연함도 갖추고 있었다.

선 자세로 다리를 일자로 뻗는 무용자세도, 그 상태에서 성교도 딱히 아무런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었다.

따라서 불안정한 발판에서, 하이힐을 신고, 무릎 아래까지 고개를 숙인 채 펠라치오라는 삼중고도 무리 없이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쮸우우웁! 츄르르릅!

“하읏, 츄륩, 흐읍…!”

가장 큰 난관은 자세의 특성상 그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는 비소를 들이밀듯 내보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민감하기 짝이 없는 보지부터 뒷구멍까지 온갖 곳이 침과 애액으로 범벅되는 과정에서 쾌락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우, 스승님 많이 잘해지셨네요.”

엉덩이 사이로 얼굴을 파묻은 채 스승님의 웰컴 드링크를 맘껏 만끽하던 시우.

칭찬과 더불어 살짝 거칠어진 스승님의 콧바람이 사타구니를 간지럽혔다.

살짝 고개를 뒤로 젖히자 절경이 드러났다.

키스 단계부터 질척하게 젖어 있던 음란한 앞구멍도 수줍은 듯 움찔거리는 뒷구멍도.

엘로아 특유의 복숭아 같은 탄성을 자랑하는 엉덩이도 참 맛있게도 생겼다.

그 아래 삼각형을 그리며 앵글을 잡아주는 다리 사이, 위로 젖혀진 보드라운 젖가슴과 폭포처럼 아래로 흐르는 분홍 머리카락까지.

풍수지리에 입각해 보아도 흠잡을 곳 없는 무릉도원이다.

“후음… 쮸웁….”

야무지게 닫혀 있는 보짓살을 살짝 벌리자 선홍빛 속살이 벌렁이며 애액 방울이 뚝뚝 흐르는 게 보였다.

짐짓 놀리듯 말해보았다.

“그보다 엄청 홍수 나셨는데요? 너무 기대하신 거 아닌가요?”

이 분이 누구인가?

오늘도 봤듯 누구나 경외와 존경을 표하는 티페레트 공작님이시다.

게다가 고지식한 스승님이 이런 요구를 기꺼이 들어준다는 점에서 정복욕과 동시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쮸웁… 퐁…!

그녀의 입술 사이로 벗어나며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자지가 튀어 오른다.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았네…. 전부 그대의 침 때문이 아닌가?”

볼멘소리를 하는 스승님.

서툰 변명을 입에 담으며 시선을 피하는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게 이 체위의 최대 단점이리라.

“그런 거 치고는 옷도 손수 준비해주셨는데요. 감동했어요.”

“말했지 않는가! 그냥 입어 보려고 했던 거네! 그냥! 그대와 하려고 입은 것은 아니었네!”

억울한 듯 성토하는 스승님이었지만 너무도 뻔한 거짓말인 나머지 속을 구석도 없었다.

하지만 요즘 그녀는 관계가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전엔 항상 저런 식으로 빼고는 했다.

‘나는 그저 술을 마시러 왔을 뿐이네’ 라던가,

‘그대가 원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라던가.

솔직하지 못한 스승님답게 아무튼 간에 변명을 주워섬기는 것이다.

진실의 입에 자지를 박고 자지 꾹꾹이를 해준다면 어렵지 않게 자백을 받아낼 수 있겠지만….

오늘은 뭔가 다른 느낌으로 해보고 싶어졌다.

“그런가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슬쩍 그녀의 허리를 안아 옆에 앉히는 시우.

무언갈 기대했는지 눈을 질끈 감고 가슴 앞에 손을 모으던 엘로아였으나, 이어진 시우의 말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죄송해요 스승님. 제가 너무 마음이 앞섰어요.”

“아….”

조심스럽게 엘로아의 어깨에 담요를 둘러주어 그녀의 알몸을 가려주었다.

그리고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하며 말한다.

“피곤하셨을 텐데 괜히 오해해서 무리시킬 뻔했네요. 죄송해요.”

당장에라도 운전대를 잡고 떠날 것처럼 구는 시우와,

“그, 그대는 괜찮은가?”

뜻 밖의 사태에 몸을 일으키는 시우의 소매를 다급하게 붙잡는 엘로아.

“뭐가요?”

되물음과 동시에 황급히 잡느라 힘이 들어갔던 손아귀가 느슨해졌다.

언제나 올곧은 스승님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달아오른 몸을 들썩이듯 움찔거리는 허벅지와 뒤늦게 시우를 말려보려는 몸동작이 애처롭다.

엘로아는 힐끔 시우의 하물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그, 이미 커졌지 않은가? 그대로 둔다면 아플 걸세….”

하지만 이는 이미 스승님이 자주 써먹었던 변명 중 하나다.

시우의 무릎 위에 올라타 키스를 거듭하다 부풀어 오른 바지를 느끼며 멈칫하는 시늉을 하고, ‘이대로 두면 아플 것이 분명하네. 내가 해결해 주겠네’ 라고 말하는 루틴이다.

“아, 괜찮아요. 스승님이 무리하실 바엔 제가 조금 힘든 게 낫죠.”

“그, 그렇지만….”

기대감에 녹아내렸던 스승님의 단아한 얼굴이 단숨에 울상이 되는 것을 확인한 시우.

이 정도면 스승님의 입에서 ‘하고 싶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유명무실하다.

이미 온몸으로 표출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자존심을 굽히고 부끄러움을 무릅쓰는 그녀의 항복선언을 오늘은 꼭 보고 싶었다.

“옷 드릴게요. 입혀 드릴까요?”

매트리스 위에 나뒹구는 스승님의 속옷을 들어 올렸다.

팬티는 싸늘하지만, 아직도 미지근한 감이 맴도는 브래지어의 온도감이 손을 달군다.

야속하다는 듯 못마땅하게 튀어나온 입술과 애타는 마음에 방황하는 마젠타색 눈동자까지.

사실 지금 당장에라도 덮쳐서 잡아먹고 싶다.

“…….”

“슬슬 다시 돌아갈까요? 이번엔 제가 운전해 볼게요.”

“우웃….”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엘로아.

그녀의 제자가 눈치가 좀 없다거니와 애초에 어떤 여자가 쉬고 싶다면서 바니걸 의상을 몰래 입으려 끙끙거리고 있단 말인가?

즉, 시우는 엘로아가 어정쩡한 변명을 번복하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엘로아의 입으로.

하지만 평소보다 술도 거의 들어가지 않은 맨정신으로, 게다가 쾌락에 이성을 잃은 것도 아닌 상태에서 제자에게 섹스를 조르는 천박한 짓은 할 수 없었다.

원래 계획도 바니걸 의상을 입고 나타나면 잔뜩 흥분한 시우가 마구마구 리드해주는 것이 아니었던가?

엘로아는 괜스레 시우의 팔에 달라붙으며 몸을 비비적 대려했다.

“이렇게 붙어계시면 옷을 입혀 드릴 수가 없는데요?”

하지만 한사코 그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속옷을 입혀주려는 시우.

엘로아는 밉살스러운 제자의 독촉에 잔뜩 토라지고 말았다.

팔짱을 끼고 입술을 삐쭉 내미는, 견습마녀나 할법한 유치한 몸동작을 취하고 만다.

“…그대는 정말 못 됐네.”

“뭐가요?”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양 새어나온 능글맞은 미소에서 이미 답이 나온 셈이다.

“나는 그대의 스승이라네.”

허리에 손을 얹고 미간을 모으며 인상을 찌푸리는 엘로아.

‘스승에게 그런 일까지 시킬 셈인가?’라는 함의가 섞인 항의였다.

“네,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이죠.”

그에 태연하게 대처하는 시우.

둘 중 치명타를 가한 건 시우 쪽이었다.

한바탕 설교를 쏟아내려던 엘로아가 입을 꾹 다문 채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으니 말이다.

“사랑...?”

“네, 정말 많이 사랑해요.”

사랑한다는 말.

아무리 들어도 달콤하기 짝이 없는 몹쓸 말이다.

제아무리 부끄러운 짓이라도, 저 말을 들어버리면 그를 위해 뭐든지 하고 싶어져 버리니 말이다.

“…알겠네.”

엘로아는 오늘이야말로 스스로 정하였던 금기를 넘을 것임을 다짐했다.

사실 언젠가는 해주려 했던 일이지만, 아무리 그를 위해서라 한들 거부감이 앞섰기에 번번이 다음으로 미뤄왔던 일이다.

시우도 엘로아를 배려해서인지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던 변태적인 행위이고 말이다.

“어쩔 수 없군. 오늘은 그대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주려 했네만.”

“선물이요? 바니걸 의상 말고요?”

엘로아는 옷을 걸치는 시늉을 했다.

어차피 그녀가 내세울 제안은 시우가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

이대로 그의 수작에만 놀아나기엔 어쩐지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기에 최소한 그가 매달리는 모습이라도 보려는 것이다.

그리고 엘로아의 의도는 적중했다.

“이렇게 핑계를 대는 걸 보니 그대도 피곤한 것 아니겠는가? 나 역시 스승 된 몸으로 억지를 부리진 않을 걸세. 선물은 나중에나 주겠네. 아니, 영영 주지 않을 걸세.”

곤란해하던 스승님이 선뜻 자리를 털고 브래지어를 입는다.

‘얼마나 자신만만한 선물이면’이라는 호기심이 생기는 게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이쯤되서 놀리기를 그만둘 생각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휘어잡았다.

“선물이 뭔가요? 궁금해졌는데.”

“흥! 됐네, 그대도 실컷 애타보게나.”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 쉽사리 시우의 몸에 올라타는 엘로아.

우연찮게 자지 끝에 맞닿은 그녀의 비소로부터 후끈한 열기가 올라왔다.

“무슨 선물인지만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리 응석 부려도 말하지 않을 걸세.”

-찔꺽!

엘로아의 성격처럼 단호한 보지의 비좁은 틈을 비집어 열고 깔짝하는 수준으로 귀두를 담그자 단숨에 가냘프게 변하는 엘로아의 콧소리.

“알려주시면 저도 조금 기운이 날지 모르는데요?”

“흐읏…! 정말이지….”

엘로아는 시우의 가슴에 기대어 파르르 몸을 떨다 그의 귓가까지 제 입술을 가져다 댔다.

여기서 한마디만 더하면 아마 그는 광분해서 키스를 퍼붓겠지.

그가 기뻐해 준다면 제 일처럼 기쁠 것이다.

하지만 막상 입을 열려는 순간 엘로아의 고매한 성정이 입을 꽉 틀어막는다.

본능적인 거부감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한 엘로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겠네.”

관능적으로, 섹시하게 말해보려 했지만 되려 목 안으로 잠기듯 속삭이는 목소리.

엘로아는 조금 더 힘을 내 다시 말했다.

“오늘은…. 뒤로 하게 해주겠네.”

상체를 일으키자 보이는 건 그야말로 경악한, 사랑스러운 제자의 눈.

그 뒤편에 미증유의 흥분감이 묻어나오는 걸 엘로아는 놓치지 않았다.

“어떤가? 이래도 그냥 자러 갈 텐가?”

믿을 수 없는 선언을 하고 샐쭉한 눈매로 시우를 내려보는 엘로아.

오늘 두 사람의 사랑싸움은 엘로아의 필살기로 승부가 가려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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