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
1.
시우는 거근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에너지 드링크.
‘네 안의 몬스터를 해방해라’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유명한 음료의 캔을 연상시키는 굵기와 길이.
튼튼한 영체가 아니었더라면 고통만을 호소했을 그 커다란 물건에 데네브는 무차별적으로 쑤셔지고 있었다.
-쮸붑! 쮸붑! 쮸붑!
“하앙…! 크흥…! 꺄윽…!”
침대에서 정상위로 교배 프레스를 당하다 지금은 1인용 소파에 구겨지듯 던져진 데네브.
그 몰골은 실로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
하늘로 높게 뻗어 접힌 다리.
교접부를 한눈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구부러진 허리.
허벅지를 힘껏 그의 두툼한 손에 짓눌린 까닭에 뒤집어진 벌레처럼 버둥여도 한치도 움직일 수 없는.
실로 남성의 정액만을 받기 위한 육변기 같은 자세였다.
본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체취를 마신 그와 어항에서 관계를 나눌 때도 평범한 정상위로만 관계를 나눴었다.
이토록 변태 같은 자세는 만에 하나라도 허락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상했다.
루시 예소드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까닭일까?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숙성한 욕망이 배덕의 대지에 심어진 나머지 음란한 본성이 마구 피어난 걸까?
그가 가하는 가학적인 행위들에 분노와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오히려 쾌락에 몸서리치게 된다.
설령 아무리 변태적인 요구라고 기꺼이 들어줘 버릴 것 같은 헤픔이 머리를 가득 메운다.
변태적 요구의 예시를 들기 위해 멀리 갈 것도 없다.
지금 당장 데네브가 겪고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찰싹!
“시…! 시우 씨…! 꺄악…!”
매섭게 휘둘러진 그의 손이 데네브의 한쪽 가슴에 감겨들었다.
출렁출렁 좌우로 흔들리는 젖가슴.
화끈하게 퍼지는 통증과 동시에 자지를 움찔 조이는 마시멜로 보지.
“역시 백작님은 맞는 걸 좋아하시네요.”
“아니에요…! 싫어요…! 이런 거 싫은데…!”
데네브의 하얀 가슴 위엔 벌건 손자국이 단풍처럼 찍혀가고 있었다.
그는 ‘보지를 제대로 조이지 못한다’, ‘보지 간수도 못 하고 허락도 없이 멋대로 가버린다’라는 말도 안 되는 빌미로 데네브의 가슴을 뺨처럼 때려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모욕적인 언행에 대해 분노를 느끼냐면….
놀랍게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만약 맨정신인 상태에서 들었다면 어땠을까?
그가 체벌의 이유로 드는 말도 안되는 폭언은 성희롱이라는 가벼운 표현으로 퉁 칠 수 없는 무례다.
다른 누군가가 같은 발언을 했다면 당장에 혀를 뽑아버렸겠지.
가슴을 찰싹찰싹 때리는 무도한 손길 역시 다른 누군가의 것이었다면 손목을 잘라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데네브는 도리어 달콤한 흥분감을 느끼고 있었다.
-덜컹!
시우가 거칠게 허리를 내리찍을 때마다 점점 소파에 처박히던 데네브의 몸이 일순 움찔 떨렸다.
아까부터 질내의 가장 깊은 곳을 휘적휘적 후비는 그의 능란한 허리짓은 조금의 자비도 없이 데네브를 절정의 늪으로 떠밀고 있었다.
머리가 마비되어 버릴 것 같다.
이 달콤함을 설탕이나 꿀 따위에 빗대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사카린이나 아스파탐을 입안 한가득 물고 있는 듯한.
단맛이 도가 지나쳐 찌릿함과 쓴맛까지 느껴지는 압도적인 황홀함.
지금 데네브가 느끼는 쾌감은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시, 시우 씨…. 미안해요…. 또 가… 갈 것… 같아요….”
“안되죠. 저희 약속했잖아요.”
“가게… 해주세요… 힉…! 이번만…! 다음부터는, 보지 간수 잘할… 게요…! 제발…!”
“안됩니다.”
이렇게 애원하고 있건만.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만큼 얼굴을 볼썽사납게 찡그리고, 생전 입에 담아본 적도 없는 음어로 나불거리는데도.
-찰싹!
“히으으윽…!”
돌아오는 건 화끈한 젖싸대기뿐.
그리고 전신이 욕화로 활활 불타는 데네브에게 그것은 도리어 절정을 가속하는 일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 이제 정말 못 참아요…. 더, 더 보지간수 못하는데…. 흐아앙…!!!!”
“백작님은 정말 안 되겠네요. 벌을 줘도 즐겨버리시니…. 그럼 이건 어떠신가요?”
그렇게 말한 시우는 손끝으로 뾰족하게 발기해있는 데네브의 젖꼭지를 쥐었다.
그리곤 자비 없는 손길로 비틀어버렸다.
“이렇게 쭉쭉 늘려 드리면 참으실 수 있겠죠?”
“안대헤에…! 그거… 그렇게… 비틀면… 안대여…!”
그것도 모자라 예쁜 물방울형 가슴이 뾰족한 키세스 초콜릿 모양이 될 때까지 잡아당기는 거친 손길.
“안돼…! 안돼안돼안돼…. 진짜…!”
쾌락에 취해 풀린 혀로 그를 만류하려던 데네브지만 통증 탓에 힘껏 조여진 보지는 야속하게도 쾌감을 극대화할 뿐이었다.
“히꾸우우…!!!”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괴상한 신음이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면서 데네브의 눈이 하얗게 치켜떠 졌다.
허락을 구할 새도 없었다.
분명히 옴짝달싹 할 수 없을 만큼 소파에 몸이 파묻히고 있건만 저 높은 허공에서 몸이 내던져지는 감각.
-퓨슛! 퓨슛! 퓨슛!
“꺅…! 흐갹…! 끄윽…!”
무호흡 연속 절정과 젖꼭지 스크류 스트레칭의 콜라보에 데네브는 두들겨 맞는 듯한 신음을 하며 오르가즘에 도달해버리고 만 것이다.
2.
“하아…. 뭐지?”
그 시각 알비레오는 심히 당황하고 있었다.
소파에 누워 오늘따라 격렬한 데네브의 자위가 끝나길 기다린 게 어언 1시간.
그럼에도 쾌감의 연동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많이 양보해 여기까지라면 그러려니 하며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전부터 알비레오의 배를 미칠 듯이 자극하는 감각은 여동생이 통상 자위할 때와는 궤를 달리했다.
굳이 따지자면 배 안쪽 깊은 곳을 자극받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
더불어 스스로 움직인다기보다는 누군가 움직여주는 느낌?
물론 남성 경험이 전무한 알비레오로선 이 구분이 확실한지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데네브와 신시우가 함께 어항으로 잡혀갔던 당시, 둘이 삽입 섹스를 했을 때 느낌과 아주 흡사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데네브가 엄한 짓을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비교적 성지식이 해박한 알비레오는 여성용 자위기구 중 삽입을 위한 기구도 존재함을 알고 있다.
딜도 따위 말이다.
만약 데네브가 손으로 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위기구를 구매했다면, 방금 그 연속 절정과 지금 이 삽입으로만 느낄 수 있던 쾌락도 설명되는 것이다.
“후우…. 후우…. 진짜 돌아 버리겠네….”
그러나 낙관적으로 넘어가려 해도 자꾸만 가슴 한가운데서 미혹이 싹튼다.
이게 정말 자위기구를 사용하는 게 맞을까?
설마 데네브가 시우와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평생을 함께한 여동생을 믿고 싶지만 그녀가 최근 보인 모습은 굳건했던 신뢰에 흠을 냈다.
물론 굳이 알비레오가 움직이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확실해질 것이다.
그가 사정할 때 발생하는 마력의 증폭은 여타 오르가즘과 격을 달리하는 쾌감을 내보인다.
가령 통상 연동되는 쾌감이 50% 선이라면, 사정으로 말미암은 쾌감은 거의 100%가 전이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 압도적인 쾌감이 느껴지면 데네브가 ‘자위’가 아닌 ‘사위와의 섹스’를 저지른 것이 증명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사고가 다다랐을 때 알비레오는 반사적으로 데네브의 위치를 파악했다.
“어?”
쾌감을 참느라 허덕이던 알비레오의 얼굴이 곧장 새하얗게 질렸다.
당연히 제 방에 짱박혀 있을 줄 알았던 데네브의 기척이 난데없이 예소드 백작가 부근에서 느껴졌다.
도대체 왜?
언제나 제 방 혹은 욕실에 혼자 있는 시간에만 손장난을 하던 여동생이다.
그런 데네브가 갑자기 변덕을 부려 친구 집에 놀러 가 출장 자위를 한다고?
“잠만잠만잠만….”
알비레오는 필사적으로 몸을 진정시켰다.
여동생이 마지막 일선을 넘었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백 년의 성욕마저 가라앉혔다.
또한 영민하게 돌아가는 알비레오의 사고능력까지 턱 막아버렸다.
지금 이 순간 드는 생각이라곤 여동생의 상태를 확인하고 그녀의 결백을 증명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설마 아니겠지…. 크흣…!”
알비레오는 후다닥 옷장으로 달려가 외출복을 챙겨 입었다.
평소보다 적잖은 쾌감이 가해지고 있는데 외출을 강행한다니.
미친 짓도 이런 미친 짓이 없다.
하지만 가야 한다.
가서 눈으로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리겠다.
최근 데네브 때문에 마련한 팬티라이너를 속옷에 덧댄 알비레오는 고요함의 노래를 몸에 두른 채 바람같이 백작가를 향해 달렸다.
아니, 달리려 했으나.
“흐으… 으읏…. 데네브, 진짜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너….”
허벅지를 비척비척 비비며 패잔병처럼 가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3.
같은 아르스 마그나 타운에 있지만 워낙 부지가 넓기에 보도로는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이다.
온갖 고난 끝에 그 시간을 15분까지 단축한 알비레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당연한 일이다.
가능한 숏컷으로 오기 위해 담을 넘고, 숲을 가로질렀다.
절정에 도달할 땐 후들후들 풀리는 무릎에 손을 얹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그 결과는 땀에 젖어 뺨에 들러붙은 머리칼, 헉헉거리는 호흡과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알비레오 백작이 미쳐서 야밤에 뜀박질하더라’라는 소문이 돌 법한 행색이었다.
여유가 없었다 말할 수 있겠다.
예소드 백작가에 가까워질수록 쾌감의 강도를 따라 불안감이 증폭되었으니.
“…….”
알비레오의 시선이 빤히 3층의 테라스를 향한다.
저곳이다.
당장 겉으로 보이는 이상한 점은 없다.
그러나 욕실이 아닌 침실로 보인다는 점이 알비레오의 불길한 예감에 추를 더하고 있었다.
“후우… 후우…. 별일 아닐 거야.”
그렇게 필사적으로 정신을 다잡던 와중.
알비레오는 가려진 커튼 틈 사이로 믿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느긋하게 술잔을 홀짝이는 데네브였다.
아니다.
저건 데네브가 아니다.
알비레오는 빠른 걸음으로 1층 창가에 붙어섰다.
낙인의 연동 작용이나 가까이 가서 살펴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100년이 넘게 함께한 사이다.
설령 완벽히 같은 외형을 지니고 있다 한들 사소한 몸짓에서부터 구별이 가능한 것이다.
“힉…!”
그 순간 창문 너머로 힐끗 시선을 던지던 데네브의 모습을 한 마녀와 눈이 마주쳤다.
술잔을 들어 올리던 자세 그대로 뻣뻣하게 굳어 치켜떠진 눈.
놀라는 표정 역시 데네브와는 너무도 다르다.
“지금 뭐하는 거에요? 예소드 백작.”
“아니, 저, 그…. 어….”
처음엔 그저 지레짐작이었지만 눈에 띄게 당황하면서도 부정하지 못하는 걸 보아하니 예소드 백작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심증에 그치지 않았다.
루시의 몸이 물결치듯 흔들리더니 데네브의 모습에서 본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어? 이게 왜....?”
기만의 거울의 또 다른 제약.
변장을 간파당하면 변신이 풀려버린다는 제약이었다.
끽해야 할로윈 때 디아나와 심심풀이로 사용했던 루시로선 미처 알지 못했던 제약이기도 했다.
“지금 데네브 위에 있죠?”
알비레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네…. 네.”
“신시우도 위에 있죠?”
“…….”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이미 대답한 것과 마찬가지.
“이 연놈을 진짜…!”
알비레오는 바람 같이 달려 위층으로 향했다.
예소드 백작이 왜 저 꼬라지인지 물어볼 여유도 없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가까워지는 절정을 느끼면서도, 분노로 활활 타는 마음 덕에 발걸음이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굳게 닫힌 나무문 앞에 서자 온갖 천박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슨 소리인지는 자세히 설명할 것도 없다.
알비레오는 문을 부술 듯이 박차며 들어섰다.
“뭔 개짓거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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