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
1.
도의적 잣대가 뜨거운 욕망 앞에 섰을 때 쉽사리 불타오르는 허위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행위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죄다 넘어서고 있었다.
가령 사위를 속여 동침하는 것.
그것도 모자라 그 앞에 비부를 훤히 드러낸 채 자위행위를 보이는 것.
심지어 거기에 대해 해설을 하는 것.
타인에게 일기장을 읊어주는 것도 아니고, 어떤 식으로 자기 개발을 하는지 알려줘야 하는 실황 자위라니.
불과 1년 전 데네브에게 이런 행위를 시켰더라면 차라리 절개를 지키고 자결하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 당장도 귀에서 이명이 울릴 정도로 두 뺨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으니.
하지만 그녀의 숨을 가빠진 건 비단 수치와 모멸 때문이 아닐 것이다.
“백작님.”
“하아…. 네, 시우 씨….”
데네브는 선 상태로 가랑이를 내밀어 활짝 열어 보이는 천박한 자세로 답했다.
드레스의 허리끈을 풀고 치맛자락을 뒤로 젖혀 드러난 매끈한 허벅지 사이엔 반쯤 벗겨진 팬티가 하늘 다리처럼 걸려 있다.
기만의 거울의 변장 효과는 완벽했다.
몸 위의 사소한 점 위치는 물론이오 외음부의 모양과 빛깔마저도 완벽하게 복제해냈다.
따라서 작은 진주알 크기로, 본디 데네브의 것보다 존재감이 월등한 음핵은 뾰족하게 선 채 손길에 쓸려 이리저리 자지러졌다.
평소보다 훨씬 민감하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것도 엄살이 아니었다.
“설명이 멈췄네요.”
“죄, 죄송해요…. 잠시 딴생각을….”
“상 받는 것도 아니고 벌로 하는 건데. 집중해서 잘하셔야죠.”
그는 소파에 편하게 앉은 채 빤히 상스러운 손놀림을 잡아먹을 듯 관찰하고 있었다.
게다가 데네브가 느낄 수치심 따위는 조금도 배려하지 않겠다는 양, 냉혹한 말투로 자위를 재촉한다.
비록 겉은 루시 예소드의 모습일지라도 행위의 주체이자 관찰의 객체는 데네브 본인이다.
숨이 턱턱 막히는 부끄러움에 피가 끈적해지는 것이다.
“이, 이런 식으로 계속 음핵을…. 자극해요. 부드럽게… 쓸어주면 안부터 젖어들어 가는데…. 이때….”
-찔꺽!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듯 톡톡 음핵만을 자극하던 가느다란 손가락.
그 중 엄지와 약지를 모은 데네브는 항상 하던 대로 뜨거운 구멍 속으로 손가락을 삽입했다.
“…하앙!”
-후두두둑
그 순간 데네브도 놀랄 만큼의 애액이 팬티가 만들어낸 구름다리 위로 떨어지며 얼룩을 남겼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의 속살 역시 여느 때보다 수 배는 민감하게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손가락으로는…. 천장 부분을 눌러주면서…. 손바닥으로는…. 하읏… 음핵을 계속… 비벼줘요….”
처음엔 주춤주춤 하던 손길이 이내 적극 속살을 후벼 판다.
알고 있다.
지금 이 치태가 누가 봐도 손가락질할 정도로 음탕한 모습이라는 걸.
데네브의 행위가 세간에 알려지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잘못된 행위라는 걸.
“흥…! 흐응…! 하앙…!”
그럼에도 데네브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거듭거듭 자신의 약한 곳을 스스로 파헤친다.
자위 행위를 과시하듯 오므려지려는 허벅지를 활짝 벌린다.
철퍽철퍽 손바닥 사이로 튀기 시작하는 애액 이윽고….
“쿠훕…!”
사레라도 들린 것처럼 비뚤어진 호흡이 좁아진 목구멍 새로 흘러나오면.
-퓨슛푸슛!
“흐아아앙!”
칠칠치 못하게 애액을 싸지르며 가벼운 절정에 도달하고 마는 것이다.
2.
“아…. 인생.”
그 시각 알비레오는 방안에 누워 여동생의 자위 알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네가 행복하면 됐지. 흐응….”
일전 쌍둥이와 함께 잘 때 그 사달을 일으켰을 땐 당장에라도 뛰쳐나가 한소리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말을 하기엔 워낙 낯뜨거운 주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되짚어보자면 데네브가 딱히 잘못한 것은 없다.
늦바람이 들어 살짝 탐닉하는 감은 있지만 행위 자체는 그저 자위일 뿐 아닌가?
마음이 여리고 섬세한 데네브 성격상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수치사 해버릴지도 모른다.
앞으로 절대 자위를 하지 않을 테지.
인생의 막바지 정도에는 자유롭게, 사위랑 정분 나는 건 빼고, 원하는 걸 하게 해주고 싶었다.
동생을 사랑하는 언니의 마음으로 모른 체 눈 감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선 외부 활동을 하는 낮에는 지장이 없고, 주로 야심한 밤에나 혼자 꿈지럭거릴 뿐이니까 말이다.
알비레오는 소파에 눕듯이 기댄 채 눈을 감았다.
“하아…. 흐음….”
하루 격무를 끝내고 소파에 누워 술 한 잔 걸치며 느끼는 성적인 쾌락.
하루 한 번, 많게는 두 세번.
원치 않게 찾아오는 이 쾌감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처음엔 생소하고 불쾌하기만 했던 자극이 이제는 맞춤 옷처럼 몸에 맞는다.
확실히 오르가즘을 공유 받고 나면 도파민, 엔도르핀, 옥시토신, 프로락틴의 합주로 황홀하고 포근한 기분에 젖곤 하는 것이다.
이만한 피로 회복제가 없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물론 진심으로 그 감각을 달가이 여긴다기보다는 반쯤 자포자기한 것에 가까웠다.
욕조에 몸을 뉘이듯 차분하게 감각을 관조하고 있자 꾸욱 아랫배가 조여온다.
“오, 오늘은 좀 격렬하네….”
어쩐 일인지 평소보다 훨씬 감도가 높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서글프지만 이런 평가까지 내릴 수 있을 만큼 기현상에 익숙해진 알비레오.
설마 아직 연동이 덜 되어있던 걸까?
낙인이 징징 울어대는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읏…!”
알비레오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불시착하는 비행기의 승객처럼 소파의 받침대를 양손으로 꽉 붙잡았다.
발끝이 붕 뜨는 감각과 기존 쾌감보다 한층 색채가 진한 쾌락.
오르가즘이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귓가에 사부작거린다.
“하아아…!”
알비레오의 발끝이 발레를 하듯 펴지며 그 끝에 걸려있던 구두가 톡 떨어졌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느릿한 호흡이 초당 1회에 치닫고, 심장이 아랫배로 옮겨간 것처럼 거칠게 맥박이 뛴다.
머리가 아찔해지는 거친 쾌감과 함께 서리가 낀 듯 시야 모서리가 뿌옇게 변하고.
“하아…. 하아…. 하아….”
알비레오는 탁한 숨을 내쉬며 술잔을 다시 집어들고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하여간 말이지….”
오늘은 이걸로 끝난 것이겠지.
두 번째 자극은 딱히 없는 듯하였기에 뒷정리를 하고 일어나려던 알비레오는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어…?”
누구도 손 한번 대지 못했지만, 데네브 덕택에 농익어가는 알비레오의 비소.
그 안에 거칠게 날뛰는 쾌감이 다시금 전해졌기 때문이다.
“뭐, 뭐지...?”
데네브가 2, 3 번 연속으로 자위하던 일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진 그때마다 시차를 두었다.
아무래도 절정 이후의 여체는 건드리면 터져버리는 봉숭아 씨앗처럼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장 추가타를 가해오는 쾌감.
“오늘날인가 보네…. 읏….”
알비레오는 한숨을 푹 쉬며 다시 엉금엉금 소파에 앉았다.
“어…! 엇…? 흐읏…!”
그러나 지금까지 느꼈던 쾌락과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민감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자세한 설명은 힘들지만 뭔가 템포가 말도 안 되게 빠른 쾌락.
“바, 방금 갔는데…?”
불과 1분도 되지 않아 알비레오의 육체는 절정을 호소하고 있었다.
“흐읏…!”
더 흥건한 쾌감에 이를 꽉 물고 저항하는 알비레오.
가쁘게 오르내리는 가슴이 멀티 오르가즘이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지 증명한다.
갔다.
너무도 손쉽게 갔다.
“자, 잠깐만 뭐야 이거…!”
알비레오는 본능적으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이제는 정말 끝이겠거니 안심하고 있던 알비레오의 몸에 가차 없이 또 한 번의 쾌락이 추적해왔기 때문이다.
“또, 또 한다고?”
그냥 편하게 앉아서 눈을 감고 있는 알비레오만 해도 체력을 소모하는 것이 절정이다.
분주히 팔을 움직여야 하는 데네브는 그보다 더한 힘이 들겠지.
그런데 잠시의 쉬는 시간도 없이 3번째 자위에 돌입하다니.
자위기구라도 구매한 것일까?
알비레오가 황당해하는 그 시각.
3.
“백작님은 아직도 자위가 서투시네요. 이렇게 하시는 게 더 기분 좋죠?”
“흐아앙…! 하아앙…! 그만…! 시우 군…! 이제 그만해요…! 벌써…. 벌써…. 세번째…! 흐이이익…!”
데네브는 시우의 품에서 어린아이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가냘픈 허리를 굳세게 쥐고 억지로 세워놓은 채 한 손으론 데네브의 보지를 무참하게 짓밟는다.
자위를 가르쳐준다는 명목하에 시행된 G스팟 무차별 폭격은 데네브의 서툰 자위와는 격을 달리했다.
물론 제 몸 속인만큼 어느 곳이 약점인지는 데네브 본인이 더 잘 안다.
그러나 포인트를 짚어내는 거침없는 완력과 여러 경험을 통해 다져진 능란한 손길.
더하여 아무리 몸부림쳐도 멈추지 않는 우직한 자극 앞에서 데네브는 5분 이내에 3번 절정이라는 히든 퀘스트를 달성하고 말았다.
“하으…! 조금만 살살…! 꺄항…! 꺄항!”
가뿐하게 네 번째 절정을 넘어선 데네브는 이미 제 다리로 서 있을 수 없었다.
-찔걱! 찔걱! 찔걱! 찔걱!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시, 시우 씨…! 가요…. 흐윽…! 흐으윽…! 히이이익!”
-푸슈슛!
그녀가 다섯 번째 절정에 넘어가는 순간 손가락을 매섭게 조여오는 조임.
질척질척해진 속살 안에 고여있던 애액이 조수처럼 뿜어져 카펫 위에 흩뿌려졌다.
“잘하셨어요. 앞으로는 이렇게 자위하시면 될 거에요.”
“하아…. 하아… 흐윽….”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던 그의 말을 이해할 무렵.
정신을 차리고 보자 엉덩이를 치켜든 자세로 그대로 뻗어 있었다.
그 자세는 교미를 기다리는 암캐 같다.
흥건하게 젖은 가랑이를 훤히 내보이는 자세이자 그가 개통해주었던 뒷구멍마저 적나라하게 내보이는 포즈였다.
수치심에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리는 데네브.
“오늘따라 민감하신데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니요… 하아…. 하아….”
조금만 전에 물었더라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만한 말이었지만, 지금의 데네브는 그런 잡스러운 것을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그도 그럴게 이 자세를 취했다는 건 곧 그가 삽입하겠다는 의미이다.
그저 손으로 농락당하는 것만이 아니라 굵고 커다란 자지로 뱃속을 휘젓다가 끈적한 정액을 부어준다는 의미다.
“빨리…. 넣어주세요….”
기대감과 흥분에 나머지 부들부들 떨려오는 몸.
“뭘요?”
그런 데네브 앞에서도 시우는 느긋했다.
꿀물이 뚝뚝 떨어지는 틈에 귀두를 비비며 짐짓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이다.
“제대로 부탁하시면 넣어 드릴게요.”
애타는 데네브의 심정과 정반대로 여유를 부리는 그의 행동에 얄밉다는 마음마저 치솟는다.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데네브는 시우의 귀두를 필사적으로 삼키기 위해 반사적으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넣고 싶다.
박히고 싶다.
그의 밑에 깔리고 싶다.
마침내 완전히 도덕적인 브레이크를 해방한 데네브는 제 치태는 상관 않은 채 필사적으로 그를 유혹할 만한 음어만을 떠올렸다.
“시우 씨…. 자, 자지로….”
그 결과 살면서 한 번도 입에 담아본 적 없는 음란한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제…. 로얄 보지…. 쑤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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