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612화 (612/917)

#612

1.

예소드 백작을 따라 들어간 시우는 깜짝 놀랐다.

“시우 군.”

언제나 예소드 마망과 뜨거운 정사를 나눴던 침실.

그곳에 놀란 표정을 한 데네브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우는 당황한 눈초리로 루시를 바라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건가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낙인 계승의 연구를 위해 필요한 건 ‘견습마녀가 있는 마녀’.

사실 그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렸던 인물이 데네브긴 했다.

이미 한번 관계를 가진 적이 있고, 시우가 관계를 가진 마녀 중 유이하게 그릇을 하사한 마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데네브의 존재를 루시에게 말하지 않은 건 이유가 있었다.

데네브는 누가 뭐래도 쌍둥이의 어머니, 시우에겐 작은 장모님 되신다.

비록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어항에서 배꼽을 맞췄던 적이 있다.

그러다 일선을 넘어 질펀한 섹스를 나눈 적도 있다.

그러나 그때의 일은 어항에 묻어둔 채 불문에 부치기로 한 상황에서 데네브에게 그런 부탁을 하기엔 여러모로 문제가 너무 많은 것이다.

“데네브가 협력해주기로 했어요.”

아무렇지 않게 데네브를 가리키며 말하는 루시.

설마 사전에 협의가 되어있는 이야기인가?

말도 안 된다.

작은 장모님이 그런 협의를 받아들일 리가 없지 않은가?

“저처럼 견습마녀가 있는 마녀인데다가 시우와는 이미 관계를 나눈 적이 있다죠? 이보다 적합한 인물은 없을 거에요.”

하지만 잠자코 자리에 앉아있는 데네브의 반응을 보아하니 이야기 자체는 되어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어항에서 있던 일도 예소드 백작이 알고 있는 것 같고.

시우는 곧장 난색을 표했다.

이건 샘플이니 뭐니 운운할 문제가 아니다.

그 이전의 문제이다.

“적합한 인물이라뇨…. 예소드 백작님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네? 어째서죠?”

“어째서라뇨…. 데네브 백작님은 제 작은 장모님이시잖아요. 그때는 마력 보급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관계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어쩌다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간 것인지.

이런 일엔 당연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데네브가 왜 여기에 잠자코 앉아있는지.

살짝 상황을 따라갈 수 없었다.

혹시 오딜과 오데트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낙인을 물려주기 위해 실험에 조력하는 걸까?

그나마 합리적인 추론에 접어들었을 무렵 데네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말했죠? 시우 군이라면 거절할 거라고.”

쌀쌀맞은 말투와 차가운 시선이 루시를 향한다.

“루시 백작님. 마음이 조급한 건 알겠지만 이런 허황한 부탁은 들어줄 수 없어요.”

“…약속은 약속이니 어쩔 수 없네요.”

“이만 가볼게요. 시우 군도 잘했어요. 연구는 둘이서 잘 마무리하고 너무 늦지 않게 오세요.”

시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휙 떠나버리는 데네브.

뭔가 휙하고 끝나버린 것 같다.

루시는 떠나는 데네브를 잡지 못했고, 데네브는 방을 나서는 내내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뭐야….”

만약 여기서 ‘좋습니다! 장모님과 연구 섹스 최고!’라고 했다면 서슬 퍼런 책망이 떨어졌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즉각 귀때기를 잡혀 질질 끌려간 다음 알비레오 백작과 함께 시우를 갈궈댔겠지.

“이게 뭔가요?”

시작된지 1분도 안 되어 끝나버린 해프닝에 얼떨떨해하며 묻는다.

예소드 백작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게…. 시우 군의 의사를 묻지 않는 건 미안해요. 제가 매달려서 데네브의 연구 조력을 약속받기는 했어요. ”

작은 장모님의 반응과 대사를 조합하면 얼추 그림이 나왔다.

아마 마음이 급해진 예소드 백작이 데네브에게 간곡하게 부탁했을 것이다.

저 정도로 쌀쌀맞은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한두 번 귀찮게 군 것이 아니었을 거고 결국 조건을 제시했겠지.

‘시우의 의사를 묻고 곤혹스러워하면 받아들이지 않겠다’로 말이다.

쌍둥이에게 미안해서라도 이 상황이 편치 않은 시우는 당연히 거부의 뜻을 비쳤고 데네브는 돌아갔다.

아마 이런 그림이지 않을까?

“앞으로는 이러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적어도 제 의사는 물어주세요.”

제멋대로 휘말린 입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디아나를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이 각별하다곤 하지만 주변 사람의 관계 정도는 생각해주어야 할 것 아닌가?

“미안해요.”

“사과하실 일까진 아닙니다. 그나저나 다른 분과의 샘플이 꼭 필요한 것 아니었나요?”

“조금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우회로를 찾는 수밖에요.”

우회로를 쓸 수 있으면 이런 곤란한 상황은 연출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꾹 삼켰다.

“…….”

하지만 잔뜩 위축된 것 같은 백작님의 모습을 보자 어쩐지 측은했다.

침대에서 야한 모습을 보일 때를 제외하면 예소드 백작은 굉장한 상식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무리한 부탁을 할 정도라면 오죽 조바심이 생겼겠는가?

디아나를 향한 루시의 사랑은 정말 어마 무시한 수준이니 말이다.

위로 차원에서 백작님의 어깨에 슬쩍 손을 얹고 가볍게 안았다.

오늘따라 짙은 향수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도움이 못 되어 드려서 죄송해요. 다르게 도울 방법이 있다면 얼마든지 도울게요.”

“미, 미안해요. 시우 씨 정말로요.”

“아니에요. 괜찮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감격한 듯 딱딱하게 굳은 백작님의 어깨.

그녀를 살포시 끌어안은 채 물었다.

“그러면 오늘 연구는 쫑인 건가요?”

“아, 아뇨…! 저기… 그….”

그녀의 동요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머리에 피가 몰려 막무가내로 위험한 원나잇을 추진할 뻔했지만, 지금은 제정신을 차리셨을 터.

예소드 백작와 시우의 관계는 ‘연구’를 위해서라지만 그녀가 침대에서 보이는 반응은 그저 학문적 탐구심에 불타는 모습이 아니었다.

일주일동안 고대했을 만남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고 심지어 그 귀책사유가 자신에게 있으니 어쩔 줄 몰라할 법하다.

그 모습이 귀여워 짐짓 놀려주게 된다.

“아직…. 조금 부족해요.”

“뭐가요?”

“…여, 연구 샘플이요….”

고개를 푹 떨구고 변명하듯 웅얼거리는 예소드 백작님.

“거짓말하시는 거 아닌가요?”

“거짓말, 아니거든요…?”

힘겹게 항변하는 그녀가 너무 귀여워 보였기에 목덜미를 잡고 키스를 갈겼다.

미쳐 정리되지 않은 잔머리가 손바닥을 간질이고, 도톰하고 촉촉한 입술 사이로 혀가 얽힌다.

“훕! 츄웁…. 츄우우웁….”

갑작스러운 키스에 깜짝 놀란 듯 몸을 움츠렸던 백작님이지만, 이내 흐물흐물 녹아내리며 시우에게 기대어 온다.

시우의 팔뚝을 꽉 움켜잡은 채 순종적으로 입을 맞춘다.

역시 굳이 연구가 아니라도 잔뜩 하고 싶은 백작님인 것이다.

이 갭이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츄룹…. 쮸웁….”

방금 전에 한 잘못이 있기 때문인지 여느 때와 달리 소심한 키스.

지금까지 그녀와의 섹스는 강한 욕망끼리 강하게 맞부딪치는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어쩐지 내성적인 귀족부인을 범하는 느낌이랄까.

아직 체취도 그리 들이마시지 않았는데 벌써 풀발기한 자지가 그녀의 아랫배를 꾹꾹 누른다.

“하아…. 하아… 시, 시우 씨….”

키스가 끝나고 잠깐 떨어져 그녀를 관찰했다.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

오늘따라 유약해 보이는 예소드 마망의 모습은 정복욕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시우는 그녀의 머리에 코를 대고 듬뿍 숨을 들이쉬었다.

“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예소드 백작도 알고 있을 터.

기대와 두려움이 섞인 탄식이 탁하게 가슴께를 간질였다.

“예소드 백작님 저한테 잘못한 거 맞으시죠?”

“네?”

“저한테 잘못하셨죠?”

발끝을 가지런히 모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예소드 백작.

“그, 그건 제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아니요, 그거 말고요.”

예소드 백작의 심정을 짐작하는바 그 부분을 나무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애초에 그 당시에도 당혹스러웠을 뿐 딱히 화나진 않았다.

“저한테 거짓말하셨잖아요.”

“…네?”

“오늘 저랑 하는 거, 연구 샘플로서의 가치는 딱히 없죠?”

“네? 네, 사, 사실 그래요….”

“그냥 저랑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면 될 걸 거짓말을 해버리셨네요.”

그러니까 단순히 상황극을 위한 연출이라는 의미다.

옷 위로 그녀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자 흠칫 떨려오는 가녀린 교구.

변함없이 진짜 탱글보들하다.

“맞죠?”

“마, 맞아요….”

“거짓말하셨으니까. 벌을 받으셔야겠죠?”

멍하니 풀린 예소드 백작의 눈이 느릿하게 몇 차례 끔뻑인다.

“벌…. 벌이요?”

생전 처음 들어본 말인 양 한참의 딜레이 후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백작님.

“네, 벌… 벌 받아야죠….”

백작님의 꼴림은 이렇게 상황극에 완전히 맞아떨어지는 유약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미 몇 번이나 당해봤음에도 항상 처음 당하는 것 같이 부끄러워하는 모습.

겉으로는 튕기고 안으로는 꽉 자지를 조여주는 겉튕안쪼의 갭까지.

백작님껜 조금 죄송한 얘기지만 슬슬 체취빨이 돌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살짝의 부채감이 더해져 더욱 소극적으로 변한 그녀의 태도는 정복욕을 끝까지 고취한다.

“그런데 어떤 벌을…?”

“백작님 혼자도 많이 하시나요?”

“네?”

“자위요.”

“시우 군, 그런 상스러운 질문은….”

“벌이니까요. 제 말을 잘 들으셔야죠.”

난처해 보이던 백작은 수치심 탓인지 흥분 탓인지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주일에 몇 번이나요?”

갑자기 시작된 인터뷰.

흡사 AV 인터뷰를 방불케 하는 노골적인 수위지만 눈앞에 있는 건 AV 배우가 아니다.

태생이 고귀한 육신, 절세의 귀부인.

그런 그녀가 천박한 자기소개를 줄줄이 읊게 하는 것부터가 꼴림 포인트다.

“거짓말 말고 솔직하게 대답해주세요.”

“매일…이요.”

“그럼 하루에 한 번씩 하시는 건가요?”

“어, 어쩔 땐 두세 번씩….”

자위행위.

거의 누구나 하지만, 누구도 남에게 말하고 싶어하지 않을 비밀스러운 사생활.

그걸 낱낱이 고백받는 건 꽤 자극적인 시츄에이션인 것이다.

“누굴 생각하면서 하시나요?”

“…시우 씨…요.”

대답을 거듭할수록 쪼그라드는 어깨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거기에 벌겋게 익어가는 귀까지.

“그럼 평소에 어떤 식으로 자위하는지 보여주면서 설명해주세요.”

“시, 시우 씨…! 그런 천박한 짓을….”

아래로 숙여졌던 고개가 퍼득 들어 올려진다.

하지만 이미 정복자가 켜진 시우 앞에 그런 작은 투정이 용납될 리 없었다.

“아, 알겠어요. 알고는 있었지만 어마어마한 변태…군요.”

침대로 향하려는 예소드 백작의 손목을 덥썩 붙잡는다.

떨리는 자홍색 눈동자가 시우를 향한다.

“시, 시우 군…?”

뻣뻣하게 굳은 그녀의 다리를 톡톡 쳐서 엉거주춤하게 벌린 채로 서게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서서 해주세요.”

망연자실한 백작님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오늘도 무척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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