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587화 (587/917)

#587

1.

“절대 용서 안 할 테야.”

날이 선 도로시의 목소리가 쿡 가슴에 꽂힌다.

결박에서 벗어나 침대에 앉게 된 그녀는 팔짱을 끼고 허벅지를 찰싹 달라 붙인 채 원망 가득한 시선을 던졌다.

“절대 절대 용서 안 할 테야.”

특유의 늘어지는 말투도 없는 단호한 외침.

느긋한 성품을 지닌 용의 역린을 왁싱해버린다면 대충 저런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절대절대절대 용서 안 할 테니까 각오해.”

살짝 후회되지만 이미 늦었다.

어지간한 일에 대해선 슬렁슬렁 넘어가는 도로시가 세 번이나 단호하게 선언한 이상 이젠 정말로 배수의 진을 쳐버린 셈이 됐다.

거기에 이미 되돌리기에도 그런 게, 주사기에 담겼던 1L의 미온수는 모조리 도로시의 뒷구멍으로 빨려 들어간 뒤다.

“뭐든지 괜찮다고 하셨잖아요.”

비겁한 짓이라는 자각은 있다.

천하의 도로시도 이만큼 변태적인 발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으니.

그러나 천하의 도로시기에 이런 허를 찌르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시우의 애무 테크닉은 도로시를 보내버리기엔 부족하다.

심지어 이제껏 여러 번 활약해 주었던 뒷구멍 애무조차도 이미 경험이 있는 듯하다.

해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말이다.

아마 30분이 아니라 더한 시간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작정하고 버틴다면 버텨낼 것 같았다.

남은 방법은 그녀의 입에서 항복을 받아내는 것뿐.

조금 모양새는 다르지만 ‘무지’로 인해 불감증 상태였던 르뤼에를 간지러움으로 녹여냈던 때와 비슷한 우회 전략이다.

쾌감이 아니라 수치심 쪽으로 도로시를 공략하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짓까지 하기야? 치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알몸을 보이는 것조차 눈도 깜빡하지 않는 능글능글한 도로시에게 어떻게 수치심을 유도하느냐.

바로 관장이다.

타카쇼 선생님의 준엄한 평론으로는 ‘더럽게 관장 플레이 같은 걸 왜 하냐고? 어리석은 놈! 가장 감추고 싶은 모습을 보인다. 즉, 수치심을 안겨주는 최고의 플레이지! 그만둬! 이런 모습 보지 말아줘! 라고 말하는 모습이 얼마나 꼴리는데’라고 말했다.

물론 마녀의 후장은 청결 그 자체로 구강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만약 사막을 횡단하게 되었을 때 마녀와 주사기가 있다면 임시 물통으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위생적이다.

따라서 종종 뒤로 하는 플레이를 즐기는 시우도 사전 준비용 주사기를 딱히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어떨까?

아무리 마녀라도 여자는 여자다.

오히려 대다수의 마녀는 굉장히 여성스럽다.

투명한 성수만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해도, 그런 상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깊은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 증거로 당당함이 하늘을 찌르던 도로시가 잔뜩 위축된 채 아랫배를 감싸 안고 있었다.

얼굴도 붉었고.

비록 눈길만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지만, 그것이 의태에 지나지 않음은 금세 간파할 수 있었다.

“끝나고 봐. 넌 진짜 죽었어.”

하지만 모든 게 순조롭다고 말하긴 어렵다.

저걸 흘리지 않고 참는 게 얼마나 힘든지 데이터도 없다.

어쩌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버텨낼지 모른다.

더군다나 정색하면서 강짜를 부렸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던 부조리한 요구마저 전술의 일환으로 받아들인 도로시다.

한 입으로 두말하며 빼지 않을 만큼 프라이드가 드높다는 의미기도 했다.

그걸 정면으로 긁어대는 짓을 했으니 만약 30분 안에 뭘 어떻게 못 한다면 반대로 시우의 엉덩이가 커다란 딜도가 박힌다고 해도 할 말이 없어진다.

“30분간은 도로시 님이 긴장하셔야겠죠.”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천연덕스러운 웃음으로 감추며 도로시에게 다가갔다.

움찔.

가볍게 손을 얹기만 했는데도 떨리는 도로시의 어깨.

아까와는 완전히 다르게 경계심이 한계치까지 치솟아 있는 게 보인다.

자연스럽게 어깨를 감싸며 찰싹 달라붙어 앉았다.

“기분이 어때요?”

굉장히 나쁜 생각인 거 아는데, 그 도로시가 쩔쩔매는 진귀한 모습을 보니 조금 더 괴롭히고 싶어진다.

왜 도로시가 그토록 시우를 놀려댔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이죽거리려던 의도를 눈치챈 것인지 도로시는 최대한 감정을 가라앉히고 평소대로 말했다.

순순히 놀아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방이다.

그녀의 옆에 털썩 앉은 시우.

날카롭게 변한 눈꼬리가 샐쭉하게 시우를 쏘아본다.

“아주~ 최고야. 30분 뒤에 복수의 달콤함을 만끽할 테니까. 인고의 가지에 매달린 열매는 달….”

“뭐 어때요? 어차피 깨끗하잖아요.”

“…힉!”

말하던 도중 옆구리에 팔이 둘러지자 화들짝 놀라며 하던 말을 멈추고 시우를 올려보는 도로시.

아까 주사기를 들어 올렸을 때도 보였던 ‘너 미쳤어?’하는 표정이다.

“자, 그럼 약속은 약속이니. 제가 시키는 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너 진~짜 비열한 놈이었구나?”

“중간에 그만두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포기 선언하셔도 괜찮아요.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흥, 이딴 걸 부끄러워라 할 것 같아?”

“암요, 침대 위에 엎드려 주세요.”

할말이 많은지 입술을 이리저리 깨물다가 이내 꾹 다물어버리는 도로시.

그녀는 만삭 임산부처럼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침대 위로 기어갔다.

시우에게 측면을 보인 상태로 아주 천천히 엎드린다.

행동의 심리학으로 분석해 볼 때 현재 그녀의 가장 큰 약점인 엉덩이 구멍을 감추려 하는 듯 보였다.

눈썹을 잔뜩 찌푸린 고뇌하는 옆 얼굴.

네 발로 기는 자세임에도 거의 침대에 닿을 것처럼 드리운 가슴은 색스러운 요물덩어리 자체다.

그녀가 자세를 취하자마자 엉덩이 뒤로 갔다.

“무, 무슨 짓을 하려고?”

“별건 안 할 거에요.”

“단언하건대 엉덩이 구멍 만지거나 하기만 해 봐. 그땐 나도 절~대 가만 안 있을 테니까.”

가뜩이나 치트를 쓴 상태다.

여기서 물리적으로 힘을 가해 도로시를 몰아붙일 정도로 양심이 없진 않았다.

“그런 조건이라면 받아들이죠.”

그렇게 내려다본 뒤치기 자세의 절경은 정말이지 최고였다.

키가 10cm는 차이 나는 시우보다 훨씬 넓은 골반과 그에 걸맞게 커다란 엉덩이.

당장에라도 허리를 잡고 보지 팡팡을 해주고 싶다.

하지만 시우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힘껏 안쪽으로 오므라진 뒷구멍과 움찔움찔 떨리는 보짓살이었다.

혀로 애무해 줄 때도 큰 변화가 없던 뒷구멍에 힘껏 힘이 들어가 있다.

“상체는 낮춰주세요. 엉덩이는 그대로 두고요.”

“뭐? 그랬다간….”

도로시의 앙칼진 시선이 어깨를 넘어 쏟아진다.

하지만 시우와 시선을 마주치자마자 슬며시 아래로 빗겨나가는 눈동자.

얼굴이 벌겋게 보이는 건 절대로 착각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요?”

당연하지만 그런 자세를 취하게 되면 엉덩이에 자연스럽게 힘이 풀린다.

즉, 분수쇼를 막기 위한 노력이 배가 된다.

“…27분 남았어.”

도로시는 차마 그 말을 제 입에 담을 수 없던 모양이다.

고분고분하게 상체를 낮춰 엉덩이만 치켜세운 자세를 취했으니.

통제할 수 없던 말괄량이를 길들인 쾌감이 이러할까.

아무튼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기에 시우는 손을 뻗었다.

처음부터 곧장 성감대를 자극하는 멋 없는 짓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건 위험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이 있다.

만약 도로시가 제 입으로 항복하기 전에 민망한 짓을 저지르게 된다면 그녀로선 잃을 게 없어진다.

그렇게 30분이 지나면 복수의 딜도에 의해 청년막을 개통 당할 뿐.

지금은 천천히 그녀를 몰아가 항복 선언을 받아내는 것이 순번이다.

“흐윽…!”

시우의 손끝이 아주 가볍게 할퀴듯 엉덩이를 쓰다듬는다.

간지럽히듯 살짝만 스쳤을 뿐인데 신음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오싹오싹 소름이 돋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천천히 붓으로 자극하듯 그녀의 엉덩이 전체를 주무르던 시우의 손이 자연스레 허벅지 안쪽을 파고든다.

꾸욱꾸욱 누르는 대로 흠칫흠칫 떨리는 도로시의 엉덩이.

그러면서 그녀가 했던 것처럼 정신공격을 시전한다.

“엄청 반응이 좋아지셨네요.”

“주둥이 안 다물래?”

“지금까지 봤던 모습 중에 제일 귀여우셔요.”

“너도 상~당히 악취미구나? 흐읏…!”

허벅지 안쪽에서 더욱 나아가 도톰한 보지 쿠션 주위를 꾹꾹이해주자 눈에 띄게 파들거리는 도로시의 허리.

근데 이제 어떻게 하지? 라고 고민하려던 찰나.

시우는 제 눈을 의심했다.

톡.

시트 위로 떨어진 액체 한 방울.

벌써? 싶어서 위를 보았지만 도로시의 엉덩이 구멍은 여전히 물기 없이 꽉 다 물려있다.

대신 그 바로 아래 가느다란 틈새에 가지런히 모인 선홍빛 육립이 눈에 띠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아까 침을 발라가며 클리를 애무했을 때보다도 훨씬 말이다.

그렇다면 이 물방울의 정체는 애액.

“응...?”

이건 완벽히 예상 밖이었다.

시우는 어디까지나 도로시가 위신을 지키기 위해 자진하여 항복하는 것만을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본격적인 애무에 들어가기도 전에 애액이라니?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방금까지만 해도 사디스트 여왕님 같던 도로시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에서 느끼는 건 이상하다.

즉, 자세가 바뀌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원래부터 안에 있던 애액이 타이밍 맞춰 흘러나온 것으로 생각하는 게 더 합당하다.

그게 정말일까?

시우는 조심스럽게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파들파들 떨리고 있는 두 장의 꽃잎 사이, 비좁은 틈새에 꽂아넣는다.

“흐으븜…!”

이물질이 삽입되자마자 사방에서 침입자를 조여오는 뜨거운 질내 점막.

흘러나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흥건하게 고인 애액.

즉각 침대에 고개를 처박고 시트를 입으로 무는 도로시의 신음까지.

그건 조금 전까지 완고한 성벽을 자랑하던 도로시의 반응과는 완벽하게 상이한 반응이었다.

확인차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굽힌다.

어찌나 꽉꽉 조여대는지 손마디가 뻐근해지는 걸 느끼며 그녀의 질 천장.

스팟 부분을 긁어대자.

“하으으븝…!”

훨씬 격렬해지는 도로시의 반응.

도로시가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댐 입구가 풀어졌다가 확 좁아지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에이 설마.”

얼떨떨해하면서도 들으라는 식으로 코웃음을 쳤다.

당사자의 반응만큼 확실한 건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변태라지만 이런 상황이라서 느끼시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그리고 교차검증을 겸해 손가락을 빼내고 이제껏 거의 반응이 없던 클리토리스로 자극점을 옮겼다.

아까도 안쪽을 애무한 적은 없으니 도로시가 태생부터 안쪽만 예민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희끅!”

시우의 손끝이 가볍게 클리를 터치하는 순간 들려온 요상한 딸꾹질 소리.

지금까지 도로시가 냈던 어떤 목소리보다 높은 성조의 음색이 시트 밑에 파묻힌 채 먹먹히 울린다.

그냥 톡 건드렸을 뿐인데도 발발 떨리는 클리토리스.

벌렁이며 갓 생성된 애액을 펌프질하는 보짓살의 움직임.

-툭 투둑

첨단에 맺힌 애액이 가을철 밤송이 떨어지듯 후두둑 떨어진다.

몇 방울은 그녀의 음모 쪽으로 굴러가 거미줄에 매달린 이슬처럼 맺혀있었다.

“도로시 님?”

“…….”

시우가 어떤 말을 하건 따박따박 대꾸하던 도로시.

그녀는 겁에 질린 칠면조처럼 침대 머리를 박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것은 시우의 코앞에서 질척하게 젖어가는 보짓살과….

잿빛의 머리칼 사이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귀 끝.

시우는 직감했다.

시발 이건 히트다.

이 전쟁은 이미 이겼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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