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555화 (555/917)

#555

1.

객실 내 환기 시스템을 가동하고, 침구류를 정리해 세탁실로 옮겨 놓는 사이 르뤼에는 옷을 챙겨 입으러 떠났다.

마녀의 체취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특성상 저번과 같은 불상사를 방지하려는 조치였다.

“미치겠다, 미치겠어.”

시우는 아까부터 가라앉지 않는 물건을 툭툭 치며 빨래를 드럼 세탁기에 넣었다.

코 앞에서 르뤼에의 흐드러진 자태를 보고 자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는지는 말할 것도 없으리라.

아직도 그녀의 부드러운 점막이 꿈틀거리던 감각이 손끝에 남아있는 것 같다.

하지만 눈 딱감고 덮치기엔 켕기는 것도 있고, 르뤼에에게 실수했던 것도 있으며, 아직 나눠야 할 대화도 있다.

심란한 마음으로 합류 장소인 침소로 돌아가자 멀끔한 잠옷 차림의 르뤼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르뤼에는 시우보다 훨씬 심란해 보였으니까.

맨정신으로 대화의 포문을 열기엔 피차 괴로우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찬장에서 꺼내 온 독한 위스키를 반 컵씩 들이켰다.

한 마디의 대화도 오가지 않았음에도 손발이 척척 맞았다.

“후우….”

고개를 숙인 채 술기운이 돌길 기다리던 르뤼에는 짧은 한숨과 함께 먼저 입을 열었다.

“우선 그대의 노고를 위로하노라.”

놀랍게도 굉장히 늠름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음색이었다.

불과 30분 전에 울며불며 침대로 달려왔던 마녀와 동일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짐의 체내를 관통한 흉측한 이기를 큰 피해 없이 적출해 내었으니 그 공이 매우 크다 할 수 있겠다.”

“…….”

뭔가 엄청난 수술을 진행한 것처럼 말하는 르뤼에.

괜히 토 달지 않고 얌전히 있었다.

르뤼에는 손가락을 척 세우고 눈을 감은 채 능청스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대가 어찌 생각하는지 알고 있도다. 그런 물건이, 그런 곳에 들어가 있으면 자연히 그 경위가 궁금해질 터. 망측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은 지당하다.”

“…….”

“허나! 저것은 짐이 자력으로 삽입한 것이 아니다! 우연히, 아주 우연히 어쩌다 보니까 쏙 들어가 버린 것이니라. 어찌나 공교로운 우연이었는지 진실을 전하는 짐조차 쉽사리 믿을 수 없구나.”

“…….”

“자, 지금부터 설명하겠도다!”

르뤼에는 이후 매우 공들여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시우가 아무리 둔한 편이라도 곧장 간파할 허술한 트릭이였다.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팬티 한쪽이 슬며시 벗겨지는 와중에 실수로 성인용품 상자를 발로 차버린 결과 때마침 로터가 튀어나오게 된 순간 그것을 밟고 미끄러지던 타이밍에 공중으로 치솟은 로터가 우연찮게 삽입되었다’는 말을 어찌 믿으란 말인가?

딴지를 걸 곳이 너무 많아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는 시우를 보며 자신감이 상승한 것인지 좀 더 뻔뻔해진 르뤼에.

“참으로 당혹스러운 순간이었다. 낙인에 바짝 붙은 진동과 자극은 마법조차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리더구나. 이번 사고로 짐은 스승께서 시련을 남기고 떠난 이유를 완벽히 이해했느니라.”

오, 뭔가 교훈까지 말하고 있다.

“아무튼, 참으로 고생 많았도다. 그러니 오늘 밤에 있던 일은 모조리 잊도록 하거라. 알겠느냐? 어떤 의심도 품지 말도록 하거라. 이것도 알겠느냐?”

“일단은…. 알겠습니다.”

“일단은…? 말꼬리가 이상하니라.”

“완벽하게 알겠습니다.”

르뤼에는 손바닥으로 팔락팔락 부채질하며 다리를 꼬았다.

“그보다 못다 한 이야기를 마저 하는 게 어떻겠느냐?”

“네, 저도 마침 그러려고 왔습니다.”

르뤼에의 해명 아닌 해명도 끝났으니 이제는 시우의 차례였다.

조금 조심스럽긴 했다.

시우로선 상황과 르뤼에의 착각에 맞춰 변명했던 것이지만, 르뤼에 입장에서는 사랑을 빙자해 취향대로 간음한 것이 될 수 있으니.

“그러니까…. 그대가 그렇게 격렬하게 덮쳐왔던 것은 짐에게 푹 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짐의 체취를 흠뻑 마셨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진실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속이려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죄송합니다.”

르뤼에는 시우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어떤 반응으로 나올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녀의 안색을 살핀다.

“흐음….”

역시 제대로 믿지 못하는 모양.

르뤼에에게서 복사해간 자성 마법의 일부를 보여주며 그것을 증명하려 했다.

마력 충전은 이미 경험했으니 자성마법 복제를 보여준다면 조금 더 발언에 신빙성이 붙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믿기 어렵도다. 짐의 아름다움에 허우적거리던 것이 아니라니.”

“아닙니다, 폐하께서는 남자라면 마땅히 욕심을 품을 정도로 아름다우십니다. 그러니 그 부분은 거짓이 아닙니다. 다만 너무 격렬하게 덮쳤던 점에 대해서 변명을….”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말인 것 같도다.”

여전히 불신의 빛을 내비치던 르뤼에는 시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은 그리도 멀쩡하느냐?”

“…네?”

“지금은 짐에게 아무것도 하질 않고 있지 않더냐.”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대를 침실에 옮기고 깨어나기 전. 혹시나 하는 심정에 코 밑에 짐의 머리를 여러 차례 가져다 대었도다.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까 수술 당시 참지 못하고 짐을 덮쳤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도다. 하지만 지극히 멀쩡하지 않으냐?”

이상할 정도로 르뤼에에게 욕정하는 몸과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이 순간조차 가라앉지 않는 발기.

그제야 전후 사정이 이해된다.

르뤼에는 태연자약하게 말을 이었다.

“즉, 그대는 머리카락에 성욕을 느끼는 페티시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로다. 허나 짐은 그대의 취향을 존중한다.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도다.”

르뤼에는 얼마나 위험한 짓을 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아무튼, 음…?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것이냐?”

“…….”

경험상 한 번 체취를 맡아 점화된 성욕은 관계를 맺기 전까지는 절대로 해소되지 않는다.

위계가 높을수록 그 영향은 강해지고 관계를 많이 맺음에 따라 체취의 영향이 줄어든다.

그러나 르뤼에와 섹스를 나눈 것은 고작 1회.

샤론이나 스승님처럼 적응력이 생기기엔 너무도 적은 횟수다.

그녀의 자백을 듣는 순간, 이 충동이 조절 불가능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까?

불현듯, 다시금 몸을 감싸는 강렬한 성욕.

“음? 왜 그러느냐?”

정신을 차려보니 르뤼에의 앞에 서 있었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 알겠다는 듯 잔망스러운 미소를 띄워 보이는 르뤼에.

“호오? 짐의 머리카락 냄새를 맡았다는 말을 들으니 새삼 흥분되는 것이냐? 구제할 도리 없는 변태로다.”

아닌 게 아니라.

이제는 정말 참기 힘들 것 같다.

그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르뤼에는 은근히 신나보였다.

“뭐, 그대와 어울려주지 못할 것도 없도다. 허나 지난 세월 짐의 마음고생을 고려하면 순순히 들어주기엔 마땅치 않도다.”

팔짱을 낀 채 잘난 체하는 르뤼에를 공주님 안기 자세로 가볍게 들어 올렸다.

“음?!”

눈을 감고 의기양양해하다가 갑자기 몸이 떠오르자 휘둥그렇게 눈을 뜨는 르뤼에.

짐짓 화난 듯이 눈썹을 치켜세워 보인다.

“지난번처럼 막무가내로 할 생각 따위는 하지 말거라. 짐의 옥체는 그토록 가벼이 다뤄도 좋은 것이 아니니. 자! 어서 애원하도록 하거라! 간청하도록 하거라!”

시작은 오해와 착각에서 기인한 촌극이었으나, 르뤼에는 여전히 주도권에 대해 미련이 남아있는 듯했다.

시우는 르뤼에를 침대에 조심스레 앉혔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잔뜩 상기된 르뤼에의 빨간 볼, 그 위에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설욕의 기대감으로 부푼다.

르뤼에는 다리를 꼬며 실내용 슬리퍼를 벗었다.

“짐의 앞에 무릎 꿇고 발등에 입을 맞추도록 하거라!”

시키는 대로 하자 르뤼에는 빵긋 웃으며 행복해했다.

“자, 이제 입으로도 말하거라. 제발 한 번만 안게 해달라고.”

“제발 한 번만 품게 해주세요.”

“정성이 부족하다!”

“폐하의 옥체를 안고 싶습니다!”

“더 크게! 더 간절하게!”

“폐하와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내일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사옵니다!”

르뤼에는 그제야 만족했다는 듯 턱을 치켜세웠다.

“윤허한다. 그러나 명심하거라. 오늘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첫 경험에는 경험도 경화도 없어 시종일관 휘둘렸던 르뤼에.

그러나 신시우가 무릎을 꿇고 저렇게 간절히 부탁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있을 침대 위의 투쟁에서도 확실히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 성 싶었다.

“지난번처럼 꼴사나운 모습을 보게 될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테니 그리 알거라.”

2.

15분 뒤.

-찔꺽! 찔걱! 찔걱!

“옥! 오옷…! 호옥…! 졌다! 짐이 졌다! 흐앙! 흐앙…! 그만! 이제 그만 움직이거라!”

부드러운 키스 이후 포개진 입술.

키스까지는 어찌저찌 부드럽게 할 수 있었지만,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긴장한 그녀의 모습을 보니 이성을 잃었다.

곧장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아까부터 발기했던 물건을 쑤셔 넣었다.

변변한 애무는 필요 없었다.

키스와 더불어 초강력 로터가 예열을 끝내 놓은 르뤼에의 보지는 아주 먹기 좋게 달아 올라있었으니 말이다.

“하으응…! 거, 거긴…! 민감…! 하으응…! 하다 하지 않았더냐…!”

-쮸걱!

“히으으으응…!!”

그녀의 저항을 묵살코자 푹 깊게 찌른 물건을 빙그르르 돌려주니 곧장 자지러지는 르뤼에.

손가락으로도 느꼈던 특유의 리드리컬한 보지 움직임과 함께 자지 전체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황홀한 쾌감이 몸을 덮는다.

“하윽…! 하윽…!”

약 10분간 잠시도 쉬지 않은 풀 피스톤.

르뤼에는 가볍게 두 번의 절정을 느낀 채 축 늘어져 버렸다.

“후우, 후우….”

잠옷용 원피스 아래로 손을 밀어 넣어 가슴을 주물거리던 시우의 눈에, 르뤼에가 손수 준비했던 성인 용품 세트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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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뤼에 누켈라비 입니다

갓밥님께서 작업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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