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4
1.
이런 몰골을 그에게 보이는 것이 부끄럽긴 하지만 이대로 감내할 자신은 도저히 없었다.
혼자 빼내려고 해도 도저히 빠지지 않을뿐더러 마법도 봉쇄, 남은 방법이라면 배터리가 다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일 텐데 그때까지 이 진동을 버틴다면 다 닳아서 없어질 것 같았다.
“흐브브브브…. 흐브브브브브….”
르뤼에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힘겹게 힘겹게 한 발짝을 떼었다.
갓태어난 사슴처럼 비틀거리는 걸음새는 당장에라도 다리에 힘이 풀려버릴 것 같은 쾌락 탓이오, 이상하게 떨려오는 신음은 초강력 로터의 진동 탓이다.
머리가 뿌옇게 변한다.
혹시 일어난다면 저절로 빠지지 않을까 부질없는 희망을 품었으나 이미 르뤼에 홀에 안착해버린 로터는 꼼짝도 않은 체 동료의 복수를 이행하고 있었다.
-웅! 우우웅! 우우웅! 웅웅!
타이밍을 가늠할 수 없는 간헐적인 진동에 신음을 꾹 참는 르뤼에는 겨우겨우 객실로 들어섰다.
“신시우…! 시우우우…!”
2.
르뤼에에게 쫓겨나 객실로 돌아왔던 시우.
조금 전 그녀의 오해를 듣고 조금 겸연쩍어하던 차다.
쉽게 말하자면 르뤼에는 이미 시우를 연인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 아닌가?
단순히 짝사랑 혹은 착각의 문제라면 ‘르뤼에는 조금 엉뚱한 구석이 있으니까’라고 웃어넘길 텐데, 실상은 그리 속 편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쪽도 어느 정도는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르뤼에의 기습적인 체취 공격에 발정이 나버렸고 그녀를 거칠게 덮쳤다.
사과하는 과정에서 진실을 고했으나 전혀 신용 받지 못했다.
따라서 그녀의 착각, 그러니까 신시우가 르뤼에를 열렬히 사랑하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 해명함으로써 오해에 추를 얹었다.
그 뒤로는 르뤼에가 전혀 신경 쓰는 기색도 없고, 잠자리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없었기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넘겨짚어거늘….
오늘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추후 르뤼에가 진정한 상태에서 반드시 해명했어야 하는 문제였다.
안일하게 대응한 결과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던가?
그 부분에 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르뤼에에게 다시 제대로 설명해야겠다.
지금은 한창 부끄러워하는 중일 테니 잠시 혼자 갈무리할 시간을 주고….
“음….”
침실에 혼자나마 버둥거리고 있을 르뤼에를 떠올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야릇했던 복장이 선연하게 재생되었다.
“힘들구먼.”
그런 란제리는 또 어디서 찾아온 걸까?
탱글탱글한 가슴을 야릇하게 감싸던 브래지어와 그 안으로 은은하게 비쳐 보이던 연분홍의 받침대.
거기에 하필 그런 광경을 본 장소가 그녀와 첫날밤을 보냈던 침대 위였기 때문인지 욕망이 마구마구 치솟는다.
아주 잠깐이지만 ‘어차피 르뤼에가 못 참고 유혹한 건데 그냥 가서 질펀하게 뒹굴고 올까?’라는 욕심마저 솟았다.
그녀의 모습을 떠올린 뒤부터 발기가 가라앉질 않는 것이다.
“미쳤네, 정신 차리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주 못할 나쁜 짓은 아니어도, 솔직히 그러기엔 너무 마음에 걸리는 일이 많다.
그래도 즉시 떠나려 한다는 오해는 풀었으니 최소한 먼저 연락이라도 한 뒤에….
-벌컥!
“신시우…! 시우우우…!”
갑자기 객실 문이 벌컥 열리며 르뤼에가 입장했다.
적어도 하루 정도는 피해 다닐 것이라 여겼던 입장에선 갑작스러운 방문이었다.
하지만 시우가 깜짝 놀란 것은 재회 시기가 앞당겨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르뤼에의 상태 때문이었다.
“뭐, 뭔가요?”
“흐윽… 흐으우우우….”
그도 그럴 것이 팬티는 어디에 던져 버렸는지 고작 브래지어 하나만 걸친 르뤼에가 엉망이 된 얼굴로 비척비척 들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브래지어 마저도 어깨끈 한쪽이 팔꿈치까지 흘러내려 뽀얀 젖가슴을 덜렁 내놓고 있었다.
상상 이상의 색기에 주춤한 직후 르뤼에가 훌쩍이며 말했다.
“도, 도와주거라…!”
꼭 열심히 모아두었던 도토리가 산불에 타버린 다람쥐처럼 서러워 보인다.
“무슨 일인데요?”
“지, 짐이 곤란한…! 우웃…! 일이 생겨버렸다…! 그, 그대가 도와주어야겠다…!”
그녀가 탁상 스탠드의 조명 안으로 들어온 순간 시우는 더욱 자세히 용태를 살필 수 있었다.
찰싹 맞붙은 채 후들후들 떨리는 허벅지와 그 안쪽을 타고 흐르는 투명한 액체.
선 자세로도 갈라진 자국이 확실히 보이는 존재감 넘치는 보두덩이.
전극을 붙인 것처럼 움찔움찔 수축하는 복근과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까지.
외부의 침입, 화재, 주화입마 등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해 두던 시우였지만 막상 그녀의 헐벗은 꼴을 보자 머리가 멍하니 굳고 말았다.
-웅! 우웅! 웅!
입을 벌리고 우뚝 멈춰버린 시우의 귓가에 묵직한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히으으응…!”
엉덩이를 찰싹 얻어맞은 것처럼 갑자기 앞으로 한차례 허리를 튕긴 르뤼에의 몸이 천천히 기운다.
우선 그녀를 받아든 채 침대에 눕혔다.
뭐가 됐건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건 확인했기 때문이다.
침착하자.
도대체 무슨 영문이지?
조금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저번에 침대에서 마구잡이로 당할 때와 같은 표정이 된 르뤼에.
그녀의 배 안에서 들리는 진동소리.
조금 전 그녀가 집어던졌던 성인용품 세트 가방과 정체불명의 스위치.
“이게… 안 빠진다…! 빨리 그대가 좀 빼주거라…!”
르뤼에의 다급한 부탁이 추리에 종지부를 찍었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게냐! 짐이 죽을 때까지 보고 있을 셈이냐!”
“네? 네네, 알겠습니다….”
이마저도 르뤼에의 작전, 혹은 유혹의 연장인가 싶었는데 다급함의 정도를 봤을 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시우는 르뤼에의 채근에 얼떨결에 그녀의 다리 사이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
다시 한 번 숨이 턱 막힌다.
일전에도 그녀와 몸을 섞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밝은 조명 아래서 맨정신으로, 적나라하게 감상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원체 오동토동 살이 올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르뤼에의 조갯살, 근데 이제 100% 르퓌에 즙을 드레싱한.
조금 촌스러운 표현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이것보다 정확한 표현을 시우는 감히 찾을 수 없었다.
당장 후루룹 찹찹하고 싶을 만큼 성스럽게 빛나는 진주 알과 안으로 갈수록 점차 짙어지는 살몬 핑크의 환상적인 그라데이션.
그 속살이 벌름거릴 때마다 울컥울컥 진한 르뤼에 즙이 무한리필 되는 중이었다.
오늘 아무래도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모양이다.
입안이 바짝바짝 바르면서 차마 눈을 뗄 수가 없다.
“무얼… 보고마하안…! 있는 게냐…! 어떻게 좀 해보거라! 하으으으….”
르뤼에는 기계의 도움 없이는 낼 수 없는 비브라토 발성으로 시우를 재촉했다.
“빨리 좀 빼보라는 말이다, 히우우우….”
간드러지는 콧소리와 달콤함에 빠진 목소리는 지난밤의 뜨거운 추억을 되살려내고 있었다.
“아네, 네…. 빼야죠.”
시우의 마법이라면 아주 쉽게 빼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잠수함 내부에 외부인의 마법 출력을 제한하는 함정이 걸려있다 해도 말이다.
하지만, 한 번 정도는 만져 봐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것을 마법으로 쏙 빼내고 끝내는 건 너무 아쉽다는, 그런 충동이 들었다.
“바로 하겠습니다.”
“웅웅….”
시우의 베개를 꽉 끌어안은 채 산부인과 의자에 앉은 것처럼 다리를 벌려 보이는 르뤼에.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다리를 활짝 벌렸음에도 거의 틈새가 보이지 않는 입구 안에서는 브브브하는 진동소리가 후끈한 열기와 함께 뻗어나 오고 있었다.
-찌걱…
“후웹!”
손가락을 슬며시 집어넣자 베개를 끌어안은 채 괴상한 비명을 내는 르뤼에.
하지만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두 번째 마디까지 쏙 들어간 손가락을 질벽 전체가 밀착하며 꾸물꾸물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임은 둘째치고 마치 출렁이는 파도처럼 리드미컬한 움직임과 문어 빨판 같은 흡입력.
로터가 어떤 경위로 자력으로 빼낼 수 없는 깊이까지 들어갔으며, 여전히 빼내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쾌감을 느끼며 움찔거리는 촉촉한 보지 속살이 시우의 손가락을 빨아들이듯 로터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비좁은 곳에 자지를 넣고 마구마구 움직였었다니 실로 인체의 신비다.
-찔걱!
“햐긋…! 아하앙…!”
진동의 근원지로 천천히 손가락을 뻗자 얼마 가지 않아 딱딱한 플라스틱이 닿았다.
안에 밀착되었던 로터의 방향이 틀어지며 자극이 가해진 것인지 르뤼에는 허리가 뒤로 젖혀졌다.
가뜩이나 민감해져 있는 내부에 손가락을 삽입하는 건 절정의 결정타나 다름이 없던 것이다.
-푸슛! 푸슛!
“히이이우욱!!!”
손가락이 삽입된 상태에서 난동을 부리면 자칫 안이 상할 수 있기에 시우는 재빨리 르뤼에의 골반을 잡아 눌렀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시우의 손가락을 아플 정도로 깨물던 르뤼에의 허리가 공중에서 벌벌 떨리더니 힘없이 툭 떨어진다.
“히윽…! 흐으응…! 흐으으…!”
힘없이 너부러진 그녀를 보니 그대로 안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애써 정신을 바짝 차렸다.
보아하니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빼내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마음을 먹는다면 쉽게 빼내지 못하는 척 조금 더 르뤼에 탐구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힘들어 보이니 그만두기로 했다.
손 끝에서 그림자를 뽑아내 아주 가느다란 실을 만들었다.
내부에 상처를 주지 않을 만큼 부드럽되 충분한 견인력을 지닌 실로 로터를 묶어 빼냈다.
-퐁!
“꺄흥!”
코르크 마개를 따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마침내 르뤼에 밖으로 빠져나온 로터.
-부아아아아아아앙!
밖으로 나오자마자 장수말벌의 날갯짓처럼 흉포한 소리를 내며 표호하는 로터의 모습에 왜 저렇게 힘겨워 보였는지 단박에 이해가 갔다.
일단 너무 시끄러웠기에 체온으로 뜨뜻미지근해진 에그 바이브레이터를 뽀갰다.
“폐하 끝났습니다.”
“…….”
힘없이 축 늘어진 채 다리를 오므리지도 못하고 개구리처럼 뻗어있는 르뤼에.
가파르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베개의 움직임만이 그녀가 깨어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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