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3
1.
23 위계의 체취.
그 효과는 위대했다.
보통 한두 번이면 가라앉는 성욕을 두 번이나 질내사정 및 마력복사를 시행했는데도 팔팔 했으니 말이다.
“헤으…. 으으으….”
그 결과 총 5번 다양한 자세로 르뤼에의 안에 질퍽한 정액을 싸게 되었다.
침대 위의 주짓수만큼은 한 번도 패배해 본 적 없는 시우인 만큼 르뤼에는 족히 10번은 넘게 기절하고 결국 자그마한 아가방에 정액을 만땅으로 채우게 되었다.
물론 자궁경부는 워낙에 비좁기에 아무리 바짝 붙이고 사정한다 한들 자궁내에 그만한 정액이 전부 들어갈 리는 없지만….
“흣… 힛… 읏….’
정신을 잃고도 움찔거리는 르뤼에의 보짓살에선 하얗게 거품진 정액이 쉴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그래도 아멜리아와 스승님과 할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마 체취를 맡고 너무 오랫동안 참은 나머지 그 반동이 온 것은 아닌가 생각 중이다.
드디어 가라앉은 발기.
침대 위에서 떡실신한 르뤼에를 보자 그제야 돌아온 이성이 호소한다.
“좆됐다.”
시우도 팔짱을 낀 채 담담한 목소리로 현 상황의 분석을 끝냈다.
보다시피 좆됐기 때문이다.
르뤼에는 관계 도중 몇 번이나 거부했다.
섹스까지 해보려는 것은 아니었던 것인지, 아니면 너무 힘든 나머지 중간에 마음이 바뀐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행위를 중단할 것을 부탁했으며 엉금엉금 기어 도망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의사표현을 무시한 채 르뤼에를 찍어 눌렀고 종국에는 거의 의식이 남지 않은 그녀를 상대로 8시간 내내 보지를 탈탈 털어버렸다.
자존심 강한 르뤼에가 깨어난다면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자칫하면 여태 쌓아온 친밀도가 와르르 무너졌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목 뒤로 삐질삐질 땀이 흘렀다.
“후우….”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게 대하긴 했다.
첫 경험부터 난폭하게 겪은 그녀의 성기는 벌겋게 부어 있었고, 팔다리가 울긋불긋한 손자국으로 가득하다.
저항하려는 르뤼에를 제압하다 생긴 멍이었다.
그녀의 분노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리고 반성의 자세를 보이기 위해 뒷정리를 시작했다.
피로가 쌓였는지 거의 1시간 가까이 곯아떨어진 르뤼에.
대충 청결 마법으로 침대를 청소한 뒤 수건에 따뜻한 물을 묻혀 그녀의 몸을 정성껏 닦았다.
가장 처치 곤란이었던 것은 끝없이 하얀 정액이 새어나오는 그녀의 속살이었는데 별수 없이 손가락으로 벅벅 긁어낸 뒤 수건을 이용해 닦아주었다.
사실 그 행위 자체가 어려웠다기보다는 방금까지 자지가 들락날락 거리던 속살의 감촉을 느끼다 보니 문득 솟아오르는 욕망을 참는 것이 어려웠다 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르뤼에는 내부의 주름이 손끝에 긁힐 때마다 야릇한 한숨을 내쉬며 몸을 비비 꼬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번뇌에 지지 않고 옷장에서 속옷까지 꺼내와 곤히 입혀준 뒤 르뤼에가 일어나길 기다렸다.
“으음…. 으므… 핫…!”
그녀는 기상나팔 소리를 들은 이등병처럼 허리를 벌떡 세워 일어났다.
“기침하셨사옵니까. 폐하.”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르뤼에는 입을 살짝 벌린 채 깜짝 놀란 표정과 멍한 눈으로 시우를 바라보았다.
아직 사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그녀 앞에서 최소한 공손히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애초에 깨어나자마자 사과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것이다.
“어제는 제가….”
그녀에게 용서받기 위한 변명은 총 3가지.
우선 마녀의 체취를 맡으면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을 느낀다는 점.
그리고 르뤼에가 먼저 체취를 맡게 하며 습격해왔다는 점.
마지막으로 텅 비어있던 그녀의 낙인을 마력으로 빵빵하게 채워주었다는 점 정도가 되겠다.
-으득!
그러나 변명을 시작하기도 전에 침대에서 빠드드드득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무엇인지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다.
슬쩍 고개를 들자 얼굴이 벌겋게 변한 르뤼에가 이를 갈고 있었으니까.
어찌나 화났는지 평소 결이 좋은 머리카락이 성난 고양이처럼 곤두서있었다.
“주, 죽여주시옵소서…!”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느니라! 이 갯지렁이보다 못한 고얀 놈! 너 같은 놈이 무슨 내무대신이냐! 너는 노예다! 노예! 앞으로 영원토록 평생 대대손손 노예형을 선사할 것이니라!”
진짜 화났다.
피부가 저릿저릿해지는 분노의 기색이 새롭게 충전된 흉포한 마력의 떨림과 함께 전달되었다.
하긴 누구라도 첫 경험에 그런 취급을 받는다면 분노할 만하다.
더군다나 프라이드가 높은 르뤼에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꺼져라! 아침도 먹지 마라! 점심도 안 줄 것이니라! 저녁도 당연하다! 썩 꺼져라아아아!!!!”
르뤼에의 르뤼에후를 들으며 내쫓겨난 시우.
절대로 접근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양 커다란 방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2.
시우를 쫓아낸 이후 르뤼에는 연신 콧김을 씩씩댔다.
이로써 그 탓에 화가 난 것이 네 번째다.
게다가 이번 네 번째는 쉽사리 용서할 수 없는 중대문제였다.
감히 여왕의 명령을 거스르고 무리한 행위를 강요했으니 역모죄요.
기절할 때까지 그 짓거리를 한 것도 모자라 기절한 르뤼에를 보고도 장난감 취급하듯 그짓거리를 강행했으니 또 한 번 역모죄요.
누구에게도 보여줘선 안 될 여왕의 치부를 알고 말았으니 또또 한 번 역모죄다.
여태껏 그에 대해 관대한 처우를 내려왔던 르뤼에지만 역모죄 트리플 악셀은 용서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으…으…! 으…!”
르뤼에는 여전히 움찔거리는 아랫배를 손으로 지그시 눌렀다.
아랫배뿐만이 아니다.
연신 그의 물건에 의해 긁어졌던 속살 전체가 심작박동에 맞춰 간헐적으로 징징 울려댄다.
원체 여성의 오르가즘은 여운이 길게 남는다.
그것을 수십 번에 가깝게 경험한 르뤼에의 몸에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잿불 같은 성감이 남아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르뤼에의 자존심을 수시로 긁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괘씸한 놈! 짐이 좋게 봐주었거늘!”
친히 고추까지 입으로 애무해주며 노고를 위로하려 들었건만 거기서 만족하지 못하고 덮쳐오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용서할 수 없다.
물론 르뤼에가 시우의 객실에 숨어들어 했던 행위가 반쯤은 흥미 본위였으며, 그의 의사를 무시한 이뤄졌다는 점은 깨끗이 기억을 지워낸 뒤였다.
“엄벌을 내려주도록 하겠노라!”
어떤 처벌이 적당할까?
누켈라비 왕조 역사상 가장 끔찍한 사건이다.
마땅한 판례가 있을 리 만무했다.
르뤼에는 후들후들 떨리는 골반에 더욱 부아가 치미는 것을 느끼며 조심스레 의자에 앉았다.
그의 처우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기 위해서였다.
“역시 사형이 적당하도다.”
일국의 군주를 간음한 사건이라면 당연히 사형이 적당한 처벌일 것이다.
판결과 즉각 처형을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던 르뤼에는 조용히 다시 앉았다.
“…아무리 그래도 사형은 과하노라.”
다시 생각해보니 죄질이 나쁘다 한들 그를 죽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이유는 총 네 가지.
첫 번째.
먼저 그는 르뤼에가 모르는 다양한 현세의 지식을 지니고 있다.
그가 종종 식사 자리에서 풀어놓는 현세 문명 이야기는 더없이 훌륭한 반찬거리였다.
수 백 미터가 넘어가는 백화점이라던가, 군용도 아닌데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도 얼굴을 보며 통신할 수 있는 우수한 휴대용 단말기가 보급 되었다던가 말이다.
하는 신기한 이야기를 더 못 듣게 되는 건 아쉽다.
두 번째.
솔직히 감각 자체를 논하자면 아주 싫었던 것은 아니다.
이 몸이 이렇게 아찔한 쾌락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 쾌락이 중첩되면 괴로울 정도로 황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사코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지만 긴 밤 내내 자율방어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르뤼에 역시 암묵적으로 동조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 번째.
“어진 군주라면 붕우의 잘못도 관대히 용서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니라.”
신시우는 비록 신하이지만 누가 뭐래도 그녀의 두 번째 친구다.
심지어 함께 한 시간만 생각하면 첫 번째 친구보다 훨씬 길었다.
마지막으로….
르위에는 슬쩍 눈을 내려 제 마력이 가득한 낙인을 내려보았다.
시련을 끝낸 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바 그녀의 남은 마력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그에게 당하던 중 어쩐 이유에서인지 마력이 끝까지 차올랐다.
그것도 자기화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순수하고 정순한 마력으로 말이다.
이 작용에 대해서도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활용하기에 따라 신시우의 무궁무진한 포텐셜이 보였다.
허나 그렇다고 아무런 처벌도 없이 넘어갈 수는 없다.
이는 위신의 문제였다.
일단 그에게 단호히 선언했듯이 밥을 굶길 것이다.
영체인 이상 굶어 죽지는 않겠지만 먹거리 외에는 그다지 낙이 없는 잠수함에서 배식을 제한한다는 것은 무시무시한 형벌이다.
“좋다, 결정했다.”
르뤼에는 시우에게 판결문을 읊어주기 위해 위풍당당 걸어가려 했으나, 아무래도 아직도 미열이 남아있는 나머지 비척이는 걸음새로 걷게 되었다.
-삐걱!
멀리 갈 것도 없었다.
이 함내는 르위에의 신체와도 같은바, 그녀가 아쿨라에 탑승해 있다면 시우의 위치를 알아차리는 것 따위는 식은 죽 먹기다.
그는 방에서 쫓겨나자마자 침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대기 중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런 변명도 없이 머리부터 박는 신시우.
준엄한 목소리가 뒤통수에 꽂힌다.
“고개를 들라.”
위를 보자 성큼 다가온 르뤼에가 손바닥을 한껏 치켜들고 있었다.
-짝! 짝! 짝! 짝! 짝!
따끔하게 휘둘러지는 따귀가 찰진소리와 함께 볼에 감긴다.
막으려면 막을 수 있고, 피하려면 피할 수 있었지만, 얌전히 다섯 대를 맞았다.
“그대의 변명을 듣겠노라.”
우선 분을 삭이는 약식 처벌 이후 고해성사 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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