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7
1.
르뤼에는 상상 이상으로 저돌적이었으며 막무가내였다.
그나마 쌍둥이는 ‘성적인 것은 뭔가 부끄러운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 시우에게 이것저것 시키기 위해 ‘약점을 잡는다’라는 계획이라도 세웠다.
하지만 르뤼에는 최소한의 계획도 세우지 않고 무작정 머리부터 들이밀고 있다.
그간 지켜본 그녀의 성정을 생각했을 때 예상치 못한 행동이라는 점이야말로 예상대로다.
“괜찮다! 왜 이리 거부하느냐! 감히 짐의 성은이 못마땅한 것이냐!”
“아니…! 최소한 이유라도 제대로 말해주세요!”
문자 그대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르뤼에와 필사적으로 그녀를 말리려 드는 시우.
완고히 버티는 시우의 모습에 르뤼에의 눈썹이 꿈틀꿈틀 올라간다.
“후우…. 알겠노라. 내 친히 진실을 일러주마. 그때도 거부한다면 유배를 보낼 것이니라.”
“…….”
르뤼에는 큰 아량을 보인다는 듯이, 그러나 여전히 바지춤을 놓지 않은 채, 설명을 시작했다.
“노획품 속에서 포르노를 발견했도다. 조금 전까지 그것을 관람하고 있었느니라.”
“일단 거기까지는 들었습니다.”
“여러 편을 쭉쭉 이어서 보고 있자니 여자들이 하나같이 남자의 성기를 입에 넣고 쭉쭉 빠는 것이 아니겠느냐?”
“…….”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그대를 찾았는데 잠이 들어 있었노라.”
“그래서 깨우지도 않고 바로 하신 건가요…?”
르뤼에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점 부끄러움 없다는 태도에 도리어 기가 찬다.
“그대에게도 나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니라, 이렇게 커진 것을 보니 기분 좋지 않았더냐? 그대는 기분이 좋고 짐은 호기심을 충족하고. 조개 줍고 진주 캐는 상책이니라.”
“호기심이라는 게…. 무슨 호기심인가요?”
“여자들이 정액을 맛있다는 듯이 먹는 것을 보았느니라. 짐 역시 무슨 맛인지 궁금해졌도다. 성게 소도 맛있고, 복어의 이리도 맛있다면 남성의 정액 또한 희귀한 진미이지 않겠느냐? 그러니 어서 고추를 내놓아라.”
많이 경험을 했지만 자지가 특식 나오는 호스쯤으로 취급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맛없어요. 진짜 맛없습니다.”
“짐은 궁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주워섬긴 말은 믿지 않노라.”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맛없다니까요?”
“짐이 판단할 일이다.”
르뤼에는 슬슬 짜증이 나는 모양이었다.
최소한의 설득이라도 시도하려던 기색이 사라지고 입술이 못마땅하게 비틀린 것을 보면.
“감히! 짐이 이렇게까지 사정을 설명했는데도 거부하려 드는 게냐!”
“폐하, 폐하의 은덕에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처음이신 거죠?”
“그렇도다, 아쿨라에서 달리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반쯤 확신을 품고 묻자 즉답, 거기에 지극히 상식적인 진언을 올린다.
“이런 행위는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겁니다.”
“그 정도는 알고 있노라.”
허나 르뤼에는 무슨 당연한 말을 하느냐는 듯 피식 코웃음 쳤다.
“허나 짐은 국가와 결혼했다. 평범한 사랑은 나누지 못하는 몸이다. 애달픈 사랑 따위 욕심낸 적도 없느니라.”
“송구하옵니다만…. 제겐 이미 연인들이 있습니다.”
그 순간 르뤼에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다른 모든 것을 예지해도 그것만큼은 떠올리지 못했다는 듯이 심통 맞은 목소리가 깜짝 놀란 반응 뒤를 잇는다.
“상관없도다. 훗날 진정한 왕위를 되찾고 나면 보상금을 보내주도록 하겠노라.”
궤변이라기에는 너무 정설처럼 말하고 있다.
아니다, 르뤼에에게만큼은 이게 정설일 것이다.
허술하지만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르뤼에. 딱 평소대로이지 않은가?
“아무튼 그리 알고 있거라.”
르뤼에는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이 촌극 속에서도 전혀 가라앉지 않고 위용을 드러내는 자지를, 조금 전까지 떠벌떠벌 거리던 입술이 보드랍게 품는다.
우선 대화할 시간이라도 좀 벌자.
여태껏 르뤼에가 상상 이상으로 잘 대해주기도 했거니와 너무 매력적인 제안이라 당장에라도 순응해버리고 싶다.
사실 뭐 펠라치오 정도라면 크게 문제가 될까 싶기도 하고….
나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르뤼에의 어깨를 잡아 멈춰 세웠다.
“폐하.”
“아아아! 성가시다! 자꾸 왜 그러느냐!”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사옵니다.”
“짐도 알고 있다!”
“포르노에서는 모든 과정이 생략된 채 섹스만 하지만 원래 그 전에 친밀도를 쌓아가고 키스도 하고….”
“키스는 이미 했느니라.”
“…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듯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칭얼거리는 르뤼에.
“키스를요?”
“그러하다. 궁금해서 그대가 자고 있을 때 해봤느니라.”
그러고보니 어쩐지 인중을 포함한 입가가 좀 축축하다 했다.
하지만 시우가 다시 한 번 번쩍 정신이 든 이유는 달리 있다.
“어… 얼마나 하셨나요?”
지금 르뤼에의 헤어스타일은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린 편안한 장발.
똑바로 누워있던 시우에게 키스를 하려면 그 머리카락을 얼굴에 드리우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지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허벅지를 간질이는 것처럼 말이다.
“10분? 15분? 좀처럼 혀를 내밀지 않아서 고생했도다.”
“아….”
비로소 이 꼴사나운 촌극 속에 자지가 아플 정도로 팽창한 이유가 밝혀졌다.
체취, 그것도 잠이 든 상태에서 무방비로 맡아버린 23 위계 대마녀의 체취.
시우에게는 농축 최음제나 다름없는 그것을 흠뻑 마셔버리고 만 것이다.
종이에 베인 상처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피가 나는 것을 보는 순간 따끔따끔 쓰라려 오는 그런 순간처럼.
불쑥 미칠 듯한 갈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붉고 뜨거운 성욕이오 이성을 초월한 탐욕이다.
“호오? 설마 키스부터 다시하고 싶다는 것이냐? 로맨틱 가이로다.”
장난스럽게 한쪽 입꼬리를 치켜들며 대담한 웃음을 짓는 르뤼에.
큰일이다.
갑자기 르뤼에가 엄청 섹시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뽀얀 피부와 둥근 어깨, 곧은 쇄골이 모이는 지점에서 은근한 부피감을 과시하는 가슴.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시우를 놀려대는 저 입술에 자지를 마구마구 물리고 싶다는, 헐렁헐렁한 가운을 잠옷 대용으로 걸친 르뤼에의 옷을 찢고 가녀린 속살을 탐하고 싶다는 흉포한 충동이 들불처럼 번진다.
“해주겠노라. 입술을 바쳐라.”
이대로는 위험하다.
엉금엉금 시우의 몸을 타고 올라와 입술을 뾰족하게 모으는 르뤼에.
“폐하.”
“또 무어냐? 하여간 남자가 되어서 패기가 부족하도다.”
“그게 아니라….”
일단 거리를 두고 제지하기 위해 선택한 것.
“뭔가 불공평한 것 같습니다.”
“무엇이 말이냐.”
“저만 이 꼴이 아니 옵니까?”
그녀의 노빠꾸 풀악셀이 성립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성적 의식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가정한다.
“폐하도 벗으시지요.”
그렇다면 알몸을 보이는 건 어떨까?
외간 남자 앞에서 올 누드가 되는 것.
그건 아무리 남녀 관계에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르뤼에라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부끄러운 행위’이다.
이걸 구실로 삼아 르뤼에를 멈춰 세우는 게 회심의 책략.
“호오?”
예상대로 르뤼에는 멈칫했다.
하지만 그 입가에 맺힌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는 순간 덜컥 말실수를 깨달았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거지?
르뤼에가 알몸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워 멈출 리가 없다.
멈춘다고 해도 ‘폐하도 벗으시지요’ 같은 제안은 평소 나올 리 없는 비상식적인 발상이다.
요컨대 이것은 체취를 맡게 된 이후 부풀어 오른 욕망이 그럴듯한 포장지에 싸여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다.
“정정하겠노라. 은근슬쩍 짐의 나신을 엿보길 원하다니. 아주 패기 넘치는 사내로구나.”
“잠…!”
잠시만요 라고 할 새도 없었다.
“못할 것이 무엇 있겠느냐. 짐은 아름다운 옥체에 자부심을 느끼노라.”
튼튼한 복근 위에 올라타 있던 르뤼에가 훌러덩 가운을 벗고, 맞춘 수면용 브래지어까지 휙 벗어 던진 것이다.
팬티를 제외하고 알몸이 되는 데에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창문도 없는 암실, 복도로부터 흘러드는 희미한 조명 고작인 공간 속에서 르뤼에 여왕님의 옥체가 드러난다.
옷을 벗느라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르뤼에의 매끈한 겨드랑이와 그 겨를에 푸딩처럼 흔들리는 젖가슴.
물결의 파동을 분석하자면 터질 듯한 탄력보다는 말랑복숭아 같은 부드러움을 지닌 가슴이 분명하다.
가슴의 크기에 비하면 앙증맞은 젖꼭지를 제법 면적이 넓은 희끗한 분홍색 유륜이 왕관처럼 둘러싸고 있다.
비단 가슴에서만 여성미와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순산형 골반 탓에 더욱 대비되는 가느다란 허리와 벨뱃처럼 잡티 하나 없는 살결은 실로 매혹적이다.
철딱서니 없는 언행만 일삼는 르뤼에가 이런 섹스 최적화 몸매를 지니고 있을 줄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그 충격이 배가 되었다.
“호오? 만지고 싶으냐?”
홀리기라도 한 듯이 그녀의 가슴으로 손이 뻗었다는 걸 깨달은 시점은, 르뤼에의 가느다랗고 살짝 차가운 손이 손목을 움켜쥐었을 때였다.
“사내라면 실로 자연한 반응이로다. 바다 요정만큼이나 순수하고 미려한 나신을 보게 되었으니 본능에 잡혀먹힐 수 밖에.”
겁없는 미소를 짓던 르뤼에는 시우의 손을 끌어 되려 제 가슴을 손으로 만지게 해주었다.
“자, 어떻느냐?”
고작 그 정도에 접촉에 아플 정도로 껄떡이는 물건.
사슬의 묶인 짐승이 몸부림치는 듯한 지독한 육화를 느낀다.
“후후후, 그대의 표정이 볼만하도다.”
아마 굉장히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을 텐데 르뤼에는 그것이 무척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가슴의 감촉을 논하자면 예상대로 대단히 부드럽다.
이렇게 말캉한 가슴이 어떻게 저렇게 예쁜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지가 의문일 정도다.
지금 이 기분이라면 평생 손에 쥐고 살아야 한다고 해도 살 수 있을 정도로 매혹적인 감촉.
태생이 체온이 낮은 것인지 아니면 마법적 특성 때문인지 그녀의 손처럼 서늘하게 느껴지는 피부는 손바닥에 달라붙는 듯한 일체감을 선사해 주었다.
멈출 수가 없다.
손을 연신 쪼물락거리게 된다.
“이제 만족하였느냐?”
르뤼에는 그렇게 말하고는 시우의 손을 떼어냈다.
그 여운이 아직도 손바닥에 감도는 듯하다.
“짐의 몸을 주물럭거렸으니 이젠 그대의 몸을 주물러도 불만이 없을 터. 잠자코 거기서 지켜보도록 하거라.”
그렇게 말한 르뤼에는 능숙하게 안장을 거꾸로 타는 기수처럼 시우의 가슴 쪽에 걸터앉듯 엉덩이를 둔 채 고개를 숙였다.
쉽게 말해 69자세였다.
두 사람의 신장 차이 때문에 보기 좋은 거리에 놓인 것은 르뤼에의 엉덩이.
착 달라붙는 면팬티로는 선연하게 패인 도끼자국이 눈을 자극한다.
“하암…!”
말릴 새도 없이 르뤼에는 자지를 한껏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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