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
1.
“하아… 읏… 하아… 하아….”
절정에 도달한 데네브가 그나마 말을 할 여력을 찾기까지는 1분이 소요되었다.
그 동안 시우는 움찔움찔 경련하는 그녀의 부드러운 속살을 느끼며 마찬가지로 숨을 헐떡였다.
사실 사정 이후에 얼마든지 물건을 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력 충전 이후 관능적으로 물결치는 데네브의 속살은 도저히 빼고 싶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치킨의 첫 입이 가장 맛있는 이유.
야근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소파에 처음 몸을 던지는 순간이 가장 안락한 이유.
그것은 모든 감각은 반복되면 무뎌지기 때문이다.
감각의 선명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질펀한 피스톤 이후하는 사정과는 또 다른 쾌감은 시우를 붙잡고 있었다.
관능으로 촉촉이 젖은, 환락으로 흐리멍덩해진 데네브의 눈동자에 이성이 깃들었다.
“…시우 군, 이제… 가슴… 놔줘요….”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말하는 데네브.
시우는 그제야 한 손이 데네브의 가슴을 꽉 움켜쥐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물건을 빼냈다.
-쮸우욱
“흣….”
작은 장모님의 보지는 에프터 서비스까지 확실한 편이었다.
좁은 입구가 요도에 남은 정액을 드르륵 훑어내면서도, 하늘거리는 음순이 자지 옆면에 달라붙어 세척 서비스까지 해주었으니.
조금 벌겋게 변한 틈새로 주르륵 하얀 정액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한번 사정하긴 했지만, 무한대에 가까운 시우의 정력이다.
애액과 정액, 그리고 아주 약간의 혈흔을 묻힌 채 껄떡이는 자지는 ‘아직 부족하다’라고 성토하는 듯했다.
데네브는 다리를 웅크리며 마법으로 모든 오탁을 깨끗이 만들었다.
시우도 옆에서 주섬주섬 바지와 속옷을 입었다.
흡사 술김에 몸을 섞은 남사친 여사친의 모습이나 실상은 조금 더 임모럴하다.
둘의 관계는 누가뭐래도 장모와 사위니 말이다.
“…….”
이후에 찾아오는 것은 폭풍 같은 어색함.
데네브는 속옷을 고쳐 입고 이 더위 속에 망토까지 걸친 채 침대에서 연신 머리를 쓸어내렸고, 시우는 목이 타는 나머지 맛없는 와인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데네브 님.”
“왜요?”
목적은 달성했다.
하지만 위기가 전부 지나간 것은 아니다.
이대로 뻘쭘하게 밤까지 기다릴 순 없으니 시우가 먼저 대화를 시도했다.
“마력은 잘 충전됐나요?”
“네! 잘 됐고 말고요!”
그런데 소심하게 몸을 움츠리고 있던 데네브는 시우가 걸자마자 버럭 화를 냈다.
억울하다는 듯, 다소 서럽다는 듯 원망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마력 충전은 완벽해요! 신기할 만큼이요! 하지만, 시우 군! 이 정도일 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언급을 줬어야죠!”
다시 짚어보자면 데네브는 민망하고 부끄러우면 화를 낸다.
전까지는 아리까리한 수준이었는데 여러 데이터가 모이다 보니 대강 견적이 나왔다.
즉, 작은 장모님은 지금 굉장히 민망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아니, 말씀드렸잖아요.”
“이렇게 기분 좋… 아니,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죠!”
머리털을 뽑을 기세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투덜거리는 데네브.
하지만 그건 시우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장 성을 내던 데네브도 이 공연한 화풀이가 제 위신을 깎아 먹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잠잠해졌다.
그를 혼내면 혼낼수록 ‘기분이 엄청 좋았어요!’라고 성토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쓰윽 시우를 위아래로 훑어본 데네브는 건수를 발견했다.
“…그리고, 가슴.”
“아, 그건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가 하기로 한 건 충전까지였잖아요. 그리고 조금 움직이는 것 까지도요. 그런 버릇없는 손버릇은 어디서 배운 거에요?”
그렇다.
그는 질내사정하는 과정에서 허락도 없이 데네브의 왼쪽 가슴을 꽉 움켜쥔 것이다.
이 점에서는 시우도 할 말이 없었다.
“제 가슴이 무슨 손잡이도 아니고! 엄연히 여성에게 소중한 부위라구요! 아시겠어요?!”
“그 점은…. 드릴 말씀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그 당시에 막 싫었던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아무리 경황이 없다 해도 시우에게 엄중하게 경고했겠지.
오히려 단단한 그의 손이 가슴을 움켜쥐는 순간 아랫배가 꾸욱 하고 떨려오는 것을 느꼈었다.
그것을 인정하기에는 데네브의 도의적 잣대, 여자이기 이전에 마녀로서의 위신이 방해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걸로 방법이 생겼네요.”
“지금 말 돌리는 거에요? 제가 그런 수작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에요. 그리고 또…!”
데네브가 잔소리 연사를 시전하려던 때.
타이밍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커다란 종소리가 울렸다.
저 멀리 날치떼가 퍼덕이는 소리와 함께 날이 순식간에 저물기 시작한다.
“데네브 님,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아요. 아무튼, 여기서 나가고 봐요. 그 실수에 대해서는 분명히 해둬야겠으니까.”
데네브와 시우는 두 번째 밤을 맞이했다.
2.
마력 충전 이후 계획은 미리 세워두었다.
자질구레한 꼼수 없이 오직 데네브의 전력투구.
어차피 잔재주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어젯밤의 일전으로 알아냈다.
해답은 저 거대한 덩치로도, 무지막지한 회복력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한 방을 먹여주는 것.
즉, 시우가 날치떼를 막아서는 동안 데네브가 대규모 술식을 완성하는 것이다.
-쿠오오오오오오오!!!!!
저 멀리 밤바다를 가르며 나타난 크라켄은 표호와 동시에 날치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맹렬히 기어왔다.
문어다운 생김새답게 영특했다.
어제의 수모와 고통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초장부터 온몸이 울긋불긋한 것이 커다란 고통으르 준 주제에 요리조리 공격을 피해 다니던 얄미운 먹잇감에게 단단히 화가 난 것으로 보였다.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건물이 무너지고 성벽이 무너진다.
그런 소란 속에서도 데네브는 의연히 눈을 감고 노래를 완성하고 있었다.
그녀가 홀로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중 가장 파괴력이 높은 마법은 저주 계열이다.
일찍이 유일신을 내세우는 종교가 자리 잡기 전, 인류는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토착신을 섬겼다.
그러나 오만과 권력으로 빚어진 유일신교는 그들의 정의를 벗어난 잡신을 용납지 않았다.
수 백 수천 년간 자리잡았던 온갖 옛 신을 이단으로 규정하여 탄압하고 조각상과 벽화를 불태웠다.
데네브의 노랫자락은 현세에 전승조차 남겨지지 못한 신화를 재현이자, 그들의 비분과 개탄을 그러모은 저주의 마법, ‘잊힌 신들의 행진곡’.
“Trhith Attiriade Sorf Sajaek……”
-꿀럭! 꿀럭!
이 세상의 언어로 들리지 않는 데네브의 음색은 여전히 아름다운 미성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아리아는 어느 때보다 무겁고 진중했으며 또한 외로웠다.
빗물에 씻겨나간 목탄화처럼 거뭇하게 헝클어진 형체가 데네브의 발밑에 군세를 이룬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흐릿하게나마 그 모습이 보였다.
거대한 뿔의 사슴, 수염이 여덟 가닥인 잉어, 머리가 둘인 남자, 하얀 비늘의 뱀, 외눈의 여자, 끝없이 타오르는 불새….
한 때는 많은 이들에게 섬김 받았던 옛 신의 자취.
위기를 감지한 것인지 크라켄의 접근 속도가 빨라진다.
크라켄의 접근 방향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거리를 둔 것임에도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끝없이 쏟아지는 날치를 쳐내며 전전긍긍하는 시우.
“쿠오오오오오!!!!”
길게 휘둘러지는 사냥용 촉수가 공기를 찢으며 떨어진다.
체감상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일격.
“데네브 님!”
이제 더는 시간이 없다.
마법을 중단하고 회피하려면 지금뿐.
보다 못한 시우가 데네브를 안고 도망치려는 그때.
“ElAT!!!!”
데네브의 마지막 소절과 함께 망령의 군세가 일제히 해방되었다.
쏘아지는 옛신의 모습은 승천하는 연기를 닮았다.
크라켄의 다리에 비하면 허무하게 흩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러나.
-바스스스슥
시우가 전력을 다해도 베어낼 수 없던 촉수가 검은 형체를 흐트러뜨리자마자, 마치 오래된 밧줄처럼 삭아 끊어진다.
썩은 흙과 같은 기나긴 망각에 파묻힌 이매망량에겐 기억도 자아도 없다.
그들의 비탄을 나누기 위해.
그들의 괴로움을 전하기 위해.
본능에 따라 맞닿은 생명체를 무저갱으로 끌고 갈 뿐.
끝부분에서 시작됐던 부식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문어의 다리를 타고 이동한다.
마력을 흩어내는 비늘도 저주 앞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쿠오! 쿠오오! 쿠오오오!!!”
부식은 삽시간에 번져나갔고 크라켄은 불판에 올려놓은 문어처럼 꿈틀거리며 난동을 부렸다.
-쿵! 쿵! 쿵!
몸부림에 의해 삽시간에 허물어지는 항구 도시의 정경.
여파에 휘말려 살충제를 맞은 날벌레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날치떼.
-쿠오오오오오!!!!
데네브는 보유한 마력 전부를 쏘아냈으며 현시점에서 둘 수 있는 최고의 한 수였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다리 절반이 날아가고, 나머지 절반은 너덜너덜하고, 동체는 녹아내릴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도.
크라켄은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저게 살아?”
분명 마법은 적중했다.
그럼에도 데네브와 시우는 크라켄이 지닌 가공할만한 재생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했다.
마법의 효력이 잦아들자마자 즉시 재생하는 괴수.
심지어 머리부분은 재생이 진행이 눈으로 보일 만큼 빠르다.
“데네브 님, 잠시만 혼자 버텨주실 수 있나요?”
지금이 기회다.
더 힘을 회복하기 전에 돌진한다면 어쩌면 저 거대한 괴수를 베어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우는 냉정히 판단을 내리며 데네브에게 물었다.
아무리 기회라도 데네브에게 여력이 없다면 그녀의 옆을 지켜야 하니 말이다.
“…네, 이 잡어를 상대할 힘은 남겨두었어요. 어서 가세요.”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는 데네브.
그러나 시우와 데네브의 계획은 크라켄의 한 수에 의해 시작도 전에 수포로 돌아갔다.
-푸우우!!!!
몸을 괴상하게 움츠리고 있던 크라켄이 두둥실 떠오른 것이다.
이제껏 어기적어기적 기어오던 모습과는 다르다.
퍼덕이는 날치처럼, 일전에 보았던 피라냐처럼.
흡사 수중에 있는 듯 그 거대한 동체를 띄운 크라켄은 다리를 오므렸다 펴며 순식간에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어쩌할 새도 없는 신속한 도주였다.
시우와 데네브는 닭 쫓던 개가 지붕만 쳐다보는 심정으로 멍하니 그 뒷모습을 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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