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
1.
갑자기 지워져 버린 살생부.
그 이변을 발견한 아멜리아는 즉각 상아탑을 찾았다.
이 살생부는 시우의 완전한 회복을 대가로 받은 것이다.
즉, 케테르 공작이 묘한 변덕을 부려 내용이 사라져버린 것이라면 아멜리아는 그 변덕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이변은 없었다.
케테르가 허락하지 않은 이상 누구도 들이지 않는 상아탑은 아멜리아에게도 예외 없이 굳건히 닫혀 있었다.
별 다른 수확 없이 불안한 마음으로 귀가.
시우와 이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었는데….
매대에 쪽지 한 장만 남겨두고 제머나이 백작가로 떠난 시우는 하룻밤이 꼬박 지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여느 때 같았다면 그저 시무룩하고 말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살생부에 생긴 이상 현상으로 초조해진 아멜리아에게 행동력을 부여했다.
결국 시우를 찾기 위해 알비레오 백작을 찾은 것이다.
“시우 군이요?”
“네, 제머나이 저택에 들른다고 쪽지를 남겨두었는데. 밤이 지나도록 오지 않아서요.”
아침 식사를 끝내고 느긋한 모닝 티를 즐기고 있던 알비레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시우가 쌍둥이를 만나러 온 것이라면 응당 알비레오에게도 인사를 하러 왔을 것이다.
어젯밤 잠을 자지 않고 연구실에서 연구 중이었으니 말이다.
“어제는 찾아오지 않았는데…. 중간에 다른 길로 샌 건 아닐까요?”
알비레오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답했다.
그의 주변에 여자가 한둘이 아니니, 조금 괘씸한 추측을 해보자면 쌍둥이를 만나러 왔다 중간에 샤론을 만나 다른 곳으로 갔을 수도 있겠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길이 엇갈렸을 수도 있으니 돌아가 보시는 건 어떨까요?”
“알겠어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다른 곳이었다면 몰라도, 여기는 게헨나다.
시우의 신상에 갑자기 이상이 생겼을 리는 없지만 아멜리아는 왜인지 자꾸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알비레오 백작이 무언가를 숨기는 기색은 없었기에 소피아에게 그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할 예정으로 물러섰다.
사람 찾기라면 누구보다 능한 소피아이니 말이다.
“핫…!”
돌아서는 아멜리아의 뒤에 들려오는 요상야릇한 알비레오의 탄식.
아멜리아는 뒤를 돌아보았다.
“못하신 말씀이라도 있나요?”
알비레오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 모습을 본 아멜리아는 더욱 의아해질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발갛다.
고상한 드레스로 가려진 무릎이 찰싹 달라붙었고 상체를 약간 수그러진 상태.
거기에 꿈틀꿈틀거리는 눈썹은 표정을 숨기고 있는 모습 그 자체다.
“아, 아뇨. 사레에 들려서….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레에 들린 것치고는 기침을 듣지 못했지만 본인이 저렇게 말하는데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다.
“…네, 그럼 이만.”
2.
아멜리아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빤히 지켜보던 알비레오는 즉시 종종걸음으로 근처 빈방에 들어섰다.
그녀가 이상한 신음을 낸 것은 예외 없이 데네브 때문이었다.
아침부터 아주 활발하기도 하다.
“데네브으… 진짜아….”
데네브와의 감각 연동으로 벌어지는 이 촌극은 슬슬 단순한 해프닝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래도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충분히 버텨 볼 만했다.
감각이 공명하긴 해도 그 체도는 오리지널에 비해 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네브가 열심히 자기 개발을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반복되는 자극에 연동 자체가 강화된 탓일까?
데네브로부터 강제배송되는 쾌감은 실제 그녀가 느끼는 쾌감과 별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일전의 쾌감이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정도였다면 요즘 들어서는 더 끈적하게 몸에 감기면서 뜨거운, 흡사 타르 같은 쾌락이 느껴진다.
데네브가 오르가즘을 느낄 때면 알비레오마저 신음을 꾹 삼켜야 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으…으….”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래도 오늘은 데네브의 해피타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이제 슬슬 진실을 말해야 할까 고민하는 알비레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말해둘 걸….”
괜히 겸연쩍은 화제를 피하고 싶다는 발상이 인과응보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숨을 푹푹 쉬며 마저 식은 홍차를 마저 마시러 가던 알비레오는 등골이 싸해지는 것을 느꼈다.
-꾹꾹
알비레오의 다리 사이.
이제껏 데네브가 한 번도 터치하지 않았던 처녀지.
더 정확히는 여성의 소중한 부위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쾌감.
사실 자위를 하든 성교를 하든 지극히 정상적인 구멍이었으나.
얄궂게도 뒷구멍의 쾌감에만 경험이 있는 알비레오에게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선택지였다.
“어? 데, 데네브? 거기 아니야, 거기 아니야!”
묵직한 감각이 배 안으로 점점 밀고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뻔히 들리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알비레오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이물감에 몸서리쳤다.
여동생의 호기심이 마침내 여기까지 발전한 걸까?
호기심을 느끼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참된 마녀의 자세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 대가까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은 사양이다.
더는 참을 수 없다.
오늘은 말한다.
진짜 오늘은 모든 진실을 데네브에게 말할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찾아온 것은 쾌감이 아니었다.
“읏…!”
완벽한 쾌감이라고 말하기 뭐한, 오히려 고통에 가까운 삽입감에 알비레오는 잠시 주저앉았다.
어느덧 이 정도까지 연동이 진행된 것이다.
“어라…?”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이 자극과 쾌감이 얻어지는 방식은 손가락이라기엔 너무 굵다는 것을.
오히려 굵은 물건을 밀어 넣을 때와 비슷하다는 것을.
“서, 설마….”
알비레오의 머리에서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제머나이 저택으로 향한 시우는 밤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데네브는 오늘 아침 식사에 불참했다.
그렇다면 도출되는 유력한 추측.
만약 데네브가 밤새 시우와 데네브가 함께 있던 것이라면?
조금 더 자세히, 사위와의 뜨거운 검증을 잊지 못한 데네브가 끝끝내 다른 처녀까지 그에게 내어주게 된 것이라면?
즉시 낙인을 통해 데네브의 위치를 확인한 알비레오는 한가지 추가적인 증거를 얻었다.
쓸데없이 고성능인 쾌감 연동은 정상작동 중, 따라서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데네브의 위치가 감지되지 않는다.
이 경우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번째로는 데네브가 의도적으로 위치를 숨긴 경우.
옛날 데네브는 알비레오와 크게 다투고 이런 식으로 제 위치를 숨긴 채 가출한 적이 있다.
두 번째로는
데네브가 현세로 나간 경우.
추가로 두번째 가능성은 희박하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국에 알비레오에게 말도 없이 혼자 현세에 갔을 리는 없으니 말이다.
“…….”
알비레오는 할 말을 잊어버렸다.
작은 장모와 사위의 밀회라니….
데네브에겐 실망감을, 시우에게는 살의를 느끼게 하는 망측한 행위이다.
잠깐 쉬는 듯하더니 다시금 삽입에 깊이를 더하는 감각에 알비레오는 어지러워지는 머리와 울렁이는 배를 부여잡고 제자리에서 끙끙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약 5분 정도가 지났을까?
“후우…. 후우….”
갓 태어난 새끼사슴처럼 간신히 테이블과 소파를 짚으며 걸어가던 알비레오는.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던 강렬한 쾌락을 느꼈다.
이제껏 알비레오가 받았던 쾌감과는 비교할 수 없다.
다시 말하듯 연동으로 받는 쾌감은 원본과 비교하면 굉장히 탁해진다.
알비레오는 데네브 때문에 쾌감을 느끼면서도, 몇 주간 가지도 못하는.
쉽게 말해 방치 플레이에 당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것을 자위로 풀었다간 데네브도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 알비레오의 고상한
성격은 자기 위로 행위 자체를 인정하지 못한다.
그렇게 가득 찬 화약고처럼 차곡차곡 쌓여가던 성욕이 커다란 쾌감 앞에 일제히 격발한 것이다.
-푸슛! 푸슛! 푸슛!
“하아앙!!!! 아아앙… 아아앙…!”
팬티가 순식간에 젖는다.
제멋대로 움찔거리는 질내는 흥건한 애액을 거의 쥐어짜 내듯이 분출하게 하고 있다.
속옷의 흡수량을 아득히 넘어선 애액은 딱 달라붙은 알비레오의 무릎까지 흐르고, 후들거리던 다리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하아… 하아….”
여태껏 마법 연구에만 몰두하던 알비레오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오르가즘.
그것은 눈앞이 번쩍거리는 것처럼 황홀했고,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강렬했다.
하지만 알비레오는 빠르게 이성을 되찾았다.
“데네브…. 너 정말 어쩌려고 그러니….”
알비레오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여동생에게 들리지 않을 원망을 보냈다.
그렇게 책임감 없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기어이 시우에게 몸을 바치다니.
귀염둥이들 얼굴은 도대체 어떻게 보려고 그런 만행을 저지른 것일까?
아니다.
이건 전적으로 신시우의 잘못이다.
“신시우…. 이 망할 놈의 사위. 방향을 잡아주지는 못할망정 얼씨구나 동조해? 하아….”
그렇게 주위에 여자를 후리고 다닌 것도 모자라 작은 장모의 앞뒤까지 개통하다니.
데네브는 살아온 세월만 길지 남녀 관계에 대해서는 쌍둥이와 크게 다를 것도 없는 것이다.
그런 순진한 데네브를 가지고 놀다니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두고 보자 진짜….”
이번에 돌아오게 된다면 진짜 눈물 콧물을 쏟을 때까지 단단히 혼을 내주겠다고 다짐하는 알비레오였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