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509화 (509/917)

#509

1.

교회 2층에 있는 방은 세 개.

그 중 하나는 아까까지 대화를 나누던 주교의 방이고 나머지 두 방은 조금 더 허름한 빈방이다.

데네브의 제안은 실로 단순했다.

조금 전 방에선 데네브가, 조금 더 허름한 방 쪽에서는 시우가 각기 예열 작업을 마친다.

준비가 끝나면 데네브의 방에 시우가 들어가 충전을 해준다.

굳이 방의 등급을 나눴다기보다는 서로 보이지 않는 쪽에서 볼일을 보자는 것이 데네브의 계획이었다.

‘이편이 시우 군에게도 더 깔끔하겠죠?’라는 말도 덧붙여주었다.

그에 대한 시우의 감상이란.

“꿀벌도 아니고….”

약간의 겸연쩍음과 당혹스러움 뿐이다.

장모님의 말에 틀린 부분은 없다.

시우 혼자 몇 번의 위기를 홀로 넘겨야 하는 선택지는 리스크가 컸다.

데네브가 언급했던 대로 시우가 리타이어 해버리면 남은 상황을 데네브 혼자, 혹은 짐 덩이가 된 시우를 보호하며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이 편이 확실한 정답이 긴한데….

“됐다. 신경 쓰지 말자.”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냈다.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다.

데네브의 말대로 남은 시간도 별로 없을뿐더러 어중간한 차선책으로 상대하기엔 크라켄은 너무 강력한 괴수다.

그렇다면 할 일은 정해졌다.

눈 딱 감고 넣고 싸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시우는 조용히 바지를 벗었다.

그 시각 데네브는 딱딱한 침대에 망토를 깔아 포근함을 더했다.

애초에 방어력이 낮은 나이트가운이었기에 가운을 슬쩍 젖히고 팬티만 벗어도 준비는 충분했다.

이후엔 그 위로 올라가 침대에 아기처럼 몸을 옆으로 웅크린 채 손가락을 조물거렸다.

“으…으으….”

평상시 윤활제로 사용하던 향유가 없었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마력으로 주위의 수분을 뭉쳐 만들어낸 점성이 있는 물을 만들어낸다.

딱히 연금술이 전공이 아니라도 마녀라면 대부분이 할 수 있는 기초적인 술식.

그 물을 손가락에 듬뿍 묻힌 데네브는 여느 때처럼 뒷구멍으로 손을 옮겼다.

섹스는 남자 혼자 준비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첫 경험에는 원활한 삽입을 위해 여체의 흥분과 윤활 또한 필요하다.

그것을 아는 만큼 성적 흥분을 돋구어 두려는 것이다.

“읍…흐음… 흐음….”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충분한 습기를 머금고 구불구불 파고든다.

데네브의 미간이 찡그려지며 뜨거운 한숨이 흘렀다.

그러나 평소와는 달리 조금 어색하다.

당연하다.

평소랑 같은 상황이 아니니까.

제대로 방음도 안 되는 옆방에 시우가 있다.

그리고 잠시 뒤 커다란 물건을 덜렁거리면서 다가와 데네브의 엉덩이 구멍에 했던 것처럼 앞에도 삽입할 것이다.

“으…으….”

두려우면서도 허세를 부리는 시우가 딱해서, 그의 올곧은 마음에서 진정성이 느껴져서 훨씬 쉽게 ‘섹스’라는 선택지를 택했다.

이것저것 변명까지 덧붙였지만, 몸이 뜨거워지는 까닭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데네브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선명하게 깨닫게 된다.

곧 시우가 데네브의 처음을 받아간다.

침대에서 발버둥치는 데네브의 뒷구멍을 범했듯이 근육이 탄탄한 몸으로 찍어누르고, 뜨겁게 사정한다.

등 뒤로는 그의 거친 심장 박동이 느껴지고 귓가에서는 거친 호흡이 맴돌겠지.

“아앙….”

그런 상상을 하는 순간 데네브는 퍼득 고개를 저었다.

“내, 내가 무슨 생각을…!”

몸이 정신을 지배한다고 했던가?

데네브는 고개를 마구잡이로 흔들며 흐리멍덩해지려는 사고를 다잡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충전 행위에요. 사심이라니, 가당치도 않지.”

정말정말 간단하고 쉽게 끝날 것이다.

넣고, 찍 싸고, 마력 충전하고 끝.

여기에는 지난밤처럼 격한 운동과 쾌감이 개입할 틈새 따위 없었다.

고개를 붕붕 저은 데네브는 다시 자기 개발활동에 매진했다.

꽃잎을 어루만지는 사이 꼭 다물린  꽃잎은 촉촉하게 젖어가고, 달뜬 한숨이 휙휙 헝클어진 앞머리를 살랑인다.

“하… 아… 아….”

첫경험은 고통스럽다는데… 정말 아플까?

그보다 그의 앞에서 전부 보여버려야 하는데 그 부끄러움은 또 어떻게 참아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몸을 덥혀가던 데네브.

이윽고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드, 들어오세요.”

삐걱하고 낡은 나무문이 열리려 하자 새삼 솟구치는 부끄러움.

데네브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막아섰다.

“시우 군! 자, 잠깐만요! 잠깐만요!”

“네?”

“잠깐만 기다려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요.”

“다시 돌아갈까요?”

“아뇨, 아뇨…. 잠시만.”

왜 이제 와서 부끄러워하는 걸까?

그전에는 그를 벗겨 놓고 나물 무치듯 자지도 조물조물하고, 그의 앞에서 헐벗은 모습을 보여도 딱히 부끄럽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심장이 미칠 듯이 뛴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2.

바지를 벗은 채 덩그러니 놓여있던 시우.

요즘 들어 어째 점점 이상한 섹스를 하게 되는 것 같아서 한숨이 나온다.

사실 남자인 이상, 그런 야릇한 플레이가 좋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따금 이렇게 자의와 상관없이 하게 되는 기기묘묘 섹스는 사양하고 싶다.

“들어와요, 시우군.”

잠시 뒤.

몰래 방을 찾아온 연인을 맞이하는 것처럼 살짝 홍조를 띄우고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을 한 채 문을 연 데네브.

그녀는 온몸을 망토로 칭칭 감고 있었다.

“…속살을 함부로 보일 순 없잖아요.”

‘저는 하의 실종 패션으로 줄곧 기다리고 있었는데요….’라는 볼멘소리는 저절로 삼켜졌다.

아무렇지 않게 시우를 대했던 지난밤과는 달리 상상 이상으로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문을 닫고 들어서는 동안 데네브가 힐끗힐끗 시우의 물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방 안에서 은은히 감도는 달콤한 체취는 남자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음, 그럼…. 준비됐나요?”

모처럼 마음을 다잡아주신 건 고맙지만, 문제가 있었다.

“아뇨, 실은 조금 더 시간을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데네브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 결과 종종 주물러주는 노력에도 사정 직전까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물건이 차게 식어버렸다.

“네?”

“그…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기운이 빠져서요.”

“기운이… 빠져?”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커다란 눈망울을 끔뻑이는 데네브.

도저히 상세한 원리를 설명하기 곤혹스러운 순진한 표정에 시우는 되려 할 말이 없어졌다.

하지만 이건 그녀와도 관련이 있는 문제였다.

“그것도 그건데, 데네브 님도 들어 두셔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말해 보세요.”

기다리는 동안 사정감이 가라앉았는데도 돌아가지 않았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삽입한 뒤 어느 정도는 적응까지 시간을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굳이 움직이지 않더라도요.”

“뭐라고요?”

수상쩍은 말에 좁아지려는 데네브의 눈동자를 보고 시우는 황급하게 부연해 설명했다.

“제 경험상… 처음할 때는 대게 아파하더라고요. 충전을 위해서는 가장 깊은 곳까지 넣어야 하는데 삽입 즉시 그렇게 해버리면, 데네브 님이 굉장히 고통스러우실 수도 있습니다.”

“시우 군, 처음 경험하는 여자를 많이 상대해봤나 보네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역질문과 함께 급속도로 차가워지는 작은 장모님의 눈.

조졌다.

그러고 보니 뭔가 해선 안 될 말이 끼어있던 것 같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고추까지 같이 시무룩해질 것 같은 당혹스러운 상황.

나름 데네브를 생각한 말이었는데 설마 여기서 그런 점이 걸릴 줄이야.

“우선은 알겠어요.”

“다시 돌아가서 재가열하고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됐어요, 그냥 여기 있어요.”

그렇게 되돌아가려는 시우와 그런 시우의 옷자락을 슬며시 잡아당기는 데네브.

입술을 안쪽으로 살짝 다물었던 데네브가 나지막이 말했다.

조금 전까지 찬바람이 쌩쌩 불던 목소리가 아니라 어딘가 모성 가득한 목소리였다.

“요컨대, 삽입하고 전에 했던 것처럼 제 몸이 적응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이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내키지 않으시다면….”

“무서웠을 텐데도 용케 끝까지 잘 싸웠잖아요.”

데네브는 침대에 앉아 슬쩍 시선을 떨구며 뾰족이 내민 입술을 달짝였다.

“…그러니까 조금 정도는, 움직여도 돼요.”

“…….”

쌍둥이의 자지를 화나게 하는 천재 유전자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제대로 알 것 같다.

옆방에서 딸딸이를 칠 때까지만 해도 최대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었는데.

훅 들어오는 데네브의 애교 아닌 애교에 침이 꿀꺽 넘어갔다.

“누워있을 테니까. 들추고 넣어요. 시우 군 알겠죠?”

데네브는 무릎을 안고 옆으로 눕는 자세로 웅크리더니 두르고 있던 망토로 아래를 가렸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시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레 망토를 들췄다.

동시에 벨벳처럼 매끄럽고, 살이 꽉 찬 대게처럼 탐스러운 데네브의 허벅지, 그리고 푹신푹신해 보이는 엉덩이가 드러났다.

얼핏 보이는 그림자 아래에는 어떠한 천 쪼가리도 없다.

안 그래도 꼬옥 다물렸는데 다리를 오므린 자세 탓에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고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보짓살.

죽었던 자지도 살려내는 음란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고.

시우는 조심스럽게 자지를 조준했다.

살짝 젖어있는 도톰한 꽃잎 사이로 뜨거운 귀두가 닿자 움찔 떨리는 데네브.

“넣어도 될까요?”

“…그런 거 일일이 물어보지 마요.”

벌겋게 변한 얼굴을 한 그녀는 외면하듯 고개를 돌리며 삽입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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