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489화 (489/917)

#489

1.

아멜리아에게는 가슴이 있다.

아멜리아에게는 보지도 있다.

아멜리아가 아무리 고귀해 보이는 마녀라 해도 인간 여성의 육체를 가지고 있는 이상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항문이 있다?

이건 눈으로 보고도 쉽게 믿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비록 본 용도를 잃고 흔적기관처럼 변해버린 청결 후장이라지만 그 존재 자체가 아멜리아도 한 명의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버린다.

하지만 시우가 느끼는 감개는 아멜리아가 느끼는 것에 비하면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정석적인 생식기관을 보여주는 것도 물론 부끄럽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여성에게 있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을 활짝 벌려 보이다니.

심지어 이제는 그 쑥스러운 곳을 본래의 용도가 아닌, 자지를 기쁘게 해주는 구멍으로 제공하다니.

더 없이 음란하다.

딱 한 번 관계를 거쳤을 뿐 풋풋한 귀족 아가씨의 감성을 지닌 아멜리아에게는 얼굴에 불이 난 것처럼 부끄러운 행위인 것이다.

시우에게 뒤치기 자세로 당할 때도 주책없이 벌렁거리는 구멍이 어찌나 신경 쓰였던가?

어쩌면 망토 하나만 걸친 채 야외를 활보하는 것보다 부끄러울지도 모른다.

“오딜 양, 오데트 양과도 이곳으로 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거기에 행운의 마녀까지도요.”

하지만 아멜리아는 시우가 삽입하기 쉽게.

평소에는 토실토실하게 맞물린 엉덩이 살에 의해 가려진 제 뒷구멍을 더욱 활짝 벌려 보였다.

“저도 지고 싶지 않아요….”

더는 뒤처지고 싶지 않다.

시우에게 똑같은 방식의 사랑을 받고 싶다.

그런 마음은 아멜리아에게 부족한 한 걸음의 용기를 더해주었다.

평소의 시우였다면 적당히 타일렀을 것이다.

뒷구멍은 아직 이르다. 무리하지 않으셔도 괜찮다.

혹은 처음인데 밖에서 하기에는 여러 가지 무리가 따른다 등등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그러나 아멜리아가 섣불리 준비한 향수 탓에 시우의 상태는 반수치사량에 가까운 최음제를 들이킨 준마나 다름이 없었다.

흥분으로 과과과과열된 머릿속 도랑에 지난 나날의 기억이 흐른다.

배수로에 처박혀 고생하던 시우를 보고 코웃음 치던 아멜리아.

관리인이라는 차가운 호칭으로 시답잖은 트집에 개고생을 시켰던 아멜리아.

하얀 목선과 허벅지에 힐끗힐끗 시선이 끌리면서도, 훔쳐보고 있다는 것을 들키면 불호령이 떨어질까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던 아멜리아.

콧대 높고 도도하고 매일 싸가지 없음의 최대치를 경신하던 아멜리아가.

지금은 순종적인 한 마리의 암컷이 되어 제 뒷구멍을 손으로 벌린 채 어필하고 있다.

심지어 침대 위도 아닌 누가 볼지도 모르는 뒷골목에서.

갑자기 아멜리아와의 좋지 않은 추억을 떠올린 것은 새삼 그녀가 미워졌거나 뒤끝이 남아 있어서가 아니다.

연인관계에 있어 가장 짜릿하고 개 꼴리는 섹스는 화해 섹스인 법이다.

방금까지 눈앞에서 쌍심지를 치켜세우며 바락바락 소리치던 여자친구를 불빠따로 혼쭐낼 때의 정복감은 겪어보지 못하면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관리인, 청소도 제대로 못 하나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네요.’

이랬던 아멜리아가.

‘시우…. 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구멍 꼼꼼히 조여서 시우 자지 청소할게요….’

이렇게 변했어요, 같은 느낌.

발정치가 최대에 달한 시우는 본능적으로 아멜리아의 과거를 떠올림으로써 현재 상황과의 ‘갭’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로서 흥분도는 두 배, 자지는 평소보다 1.2배는 크게 발기했다.

불현듯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멜리아 님.”

이름을 불리자 어깨를 움찔 떨리는 아멜리아.

시우는 찬찬히 그녀의 엉덩이로 손을 뻗었다.

차가운 손이 닿자 꿈찔 움직이는 구멍.

-쩌억…!

방금까지 연신 시우가 빨아댄 덕택에 애액과 침으로 질척거리게 변한 구멍이 빠알간 속살을 드러낸다.

당장 삽입하고 싶고, 쑤셔 넣고 싶다.

그러나 이 순간을 극상으로 맛보려면 또 다른 조건이 필요했다.

“부탁이 있습니다.”

“부…부탁이요?”

-우우우웅!

그 순간 시우와 아멜리아의 몸을 휘감은 푸르스름한 빛.

막대한 마력의 파동과 함께 느껴지는 살짝의 멀미감이 가시자 아멜리아는 시우와 자신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었다.

좌표이동식이 발동한 것이다.

갑작스런 이동에 아멜리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바라보았다.

군데군데 놓여있는 테이블과 의자.

천장까지 맞닿는 책장과 그 안을 빼곡하게 채운 마법서, 그리고 사다리.

“여… 여기는…?”

이 익숙한 장소는 다름 아닌 시우의 배속지였던 트리니티 아카데미의 도서관이었다.

골목과 다를 것 없이, 여기도 누군가 들어올지도 모르는 아찔한 장소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아멜리아에게 재차 부탁하는 시우.

“예전처럼 해주실 수 있나요?”

“예… 예전이요…?”

“아멜리아 님이 부교수님이고 제가 관리인이던 시절처럼요.”

갑작스러운 시우의 주문에 아멜리아는 주저했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시우를 못살게 굴었던 기억은 아멜리아로서 몹시 후회하던 순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에 묻는다.

“왜…그런지…. 물어봐도 될까요?”

“과거의 아멜리아 님까지 정복하고 싶습니다. 최대한 그때에 가까운 모습으로요.”

시우의 말을 들은 아멜리아는 여전히 그의 진정한 목적을 이해하지 못했다.

화해 섹스와 정복감의 상관관계는 그녀에게 어려운 개념인 까닭이다.

다만 그가 요구하는 사항을 샤론이 언급했던 ‘롤 플레잉’의 일종으로 받아들였다.

시우에게 정복당한다는 것도 딱히 거부감은 없다.

그렇다면 기대에 부응하는 수밖에.

“해… 해볼게요….”

고개를 끄덕이는 아멜리아.

조금 유치하지만 어떤가?

꼴리면 그만이지.

2.

간단한 연기 지도 이후.

레디.

액션.

-또각또각

오늘도 트집을 잡기 위해 구두 굽소리를 울리며 트리니티 아카데미의 관리인 신시우를 찾아온 아멜리아 메리골드 부교수.

그녀는 시리도록 차가운 하늘색 눈동자로 시우를 바라보았다.

“신시우 관리인.”

매도가 저변에 깔린 싸늘한 목소리가 날아오는 순간 시우는 등골에 촤르륵 흐르는 한기를 느꼈다.

본능 레벨에서 기억하는 두려웠던 기억이 생각 이상으로 뚜렷하게 뇌리를 강타하는 것이다.

드래곤 피어에 필적하는 아멜리아 피어에 잠깐이지만 발기가 풀릴 뻔했다.

“이…이렇게 하면 되나요?”

“네, 아주 훌륭하십니다.”

“이거 뭔가…. 이상해요…. 민망해요….”

아멜리아는 힐끗 시우의 눈치를 보며 양털 망토의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시우는 흡족스럽게 아멜리아의 연기에 대해 평가를 내렸다.

비록 눈매가 조금 덜 사납고 목소리 역시 살짝 더 부드럽지만, 그때의 그녀를 떠올리기 충분한 연기력이다.

“계속해 주시겠어요?”

“…네.”

흥분 맥스 상태인 시우와 달리, 아멜리아는 갑작스러운 상황극이 어색한 모양이다.

그래도 야외에서 뒷구멍까지 내어주겠다고 결심했던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이내 순순히 호흡을 고르고 연기에 몰입한다.

“관리인, 청소를 이 정도로밖에 못 하나요?”

깨끗한 테이블을 손끝으로 훑더니 먼지를 후 부는 아멜리아.

꼬투리를 잡으려 드는 표독스러운 눈길까지 점점 과거를 닮아간다.

“한심…하기 짝이 없네요.”

매도를 내뱉는 순간 차마 못 하겠다는 듯 흔들리는 아멜리아의 시선.

그러나 꾹 참고 시우가 부탁한 모습을 마저 연기한다.

“정말 죄송합니다….”

“항상 말로는 죄송하다고 말하죠. 정작 개선된 적은 있나요? 이곳의 고서들은 기본적이지만 오랜 역사를 간직한 귀중한 책이에요.”

고개를 푹 숙인 시우에게 한 걸음씩 걸어가는 아멜리아.

진짜 옛날 같다.

단순히 상상으로 비교하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갭이 거기 있었다.

“관리인의 태만한 책임감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네요.”

아멜리아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시우의 가슴을 손끝으로 콕콕 찔렀다.

실로 남자의 정복감을 부글부글 끓게 하는 언행이었다.

“시정하겠습니다.”

“시정? 어떻게요? 청소도 제대로 못 하는 관리인이 자기 행동을 책임질 수 있다고 말하는 건가요?”

차갑게만 보이던 아멜리아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표정은 도도하기 짝이 없는 과거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으나 잠시 후 대사를 생각하니 몰려오는 부끄러움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제, 제가 청소하는 법을 제대로 알려줘야겠네요.”

그리고는 책상을 짚고 아까처럼 엉덩이를 뒤로 쑥 내밀었다.

“관리인의 지, 지저분한 자지…를… 꺼내보세요.”

비교적 제정신인 아멜리아는 몰려오는 쪽팔림을 참고 필사적으로 시우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었다.

저렇게 얼굴이 붉어졌으면서도 말투와 표정은 예전과 다를 것이 없었으니.

시우는 덜렁 자지를 꺼내 보였다.

“했습니다.”

어색한 어색한 연기로 점철된 3류 AV 같은 상황.

아멜리아는 두 손가락으로 포동포동한 보짓살을 활짝 벌려보였다.

“저, 저, 저… 아멜리아 메리골드가…. 청소의 모범을 보이겠어요. 관리인의 더러운 자지도 깨…깨끗하게 만드는 모범을요.”

“정말 괜찮으신가요?”

호들갑떠는 시늉을 하는 시우를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진 아멜리아였지만 꾹 참았다.

설마 시우의 취향이라는 것이 길거리에서 뒷구멍을 헌납하는 것보다 남사스러운 짓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지금 제 말을 무시하는 건가요? 무, 무릇 마녀란…. 허튼 말을 하지 않는 법이에요. 어서 넣어요.”

“알겠습니다.”

시우는 아멜리아의 잘록한 골반을 움켜쥐었다.

-쑤우우욱!

뜨거운 귀두가 아멜리아 특유의 좁은 보지를 구불구불 파고든다.

냉랭한 찬 공기에 닿아 건조하게 말라가던 귀두가 뜨거운 체액과 고기 주름에 둘러싸이는 황홀한 감각.

“하으으윽…! 으읍…!”

밖에서 하는 섹스는 이렇듯, 첫 삽입의 쾌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이곳 역시 밤에도 사람이 드나들지 모르는 공공장소다.

아멜리아는 손을 입가로 옮겨 입을 꾹 틀어막았다.

-꾸욱! 꾸욱!

아양을 떠는 것처럼 시우의 자지를 꾹꾹 이 해주는 아멜리아의 특제 좁은 보지.

사방에서 조여오는 듯한 압박감과 박아도 박아도 느슨해지지 않은 뻑뻑함은 아멜리아의 고유 특성이다.

“관리인…. 잘 지켜보도록 하세요.”

이제 겨우 두 번째 섹스다.

평소보다 훨씬 부풀어있는 시우의 물건을 선 자세로 받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작 중간 정도의 삽입만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쓰러질 것 같다.

누군가 보일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은 아찔한 스릴로 전이되어 허리가 떨려온다.

쪽팔림과 스릴, 그리고 시우의 말대로 과거로 돌아온 듯한 향수를 느끼며.

아멜리아는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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