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480화 (480/917)

#4801.

쌍둥이가 하룻밤을 꼬박 지새우며 논의하던 주된 위기는 다음과 같았다.

대마녀 아멜리아 부교수님이 시우 조수님을 뺏어가려 한다.

그렇기에 행여 아멜리아의 입에서 이제 헤어지세요, 시우는 제가 책임져요 따위의 말이 나온다면 계급장 떼고 다 뒤집어엎으려던 쌍둥이는 정중한 아멜리아의 사과에 머쓱해졌다.

그녀는 아주 솔직하게, 견습마녀에게 고개까지 숙여가며 시우를 위기에 빠뜨린 점에 대해 사과했으니 말이다.

또한 독점할 욕심이 없다는 것까지 확실히 표명했다.

너무 쉽게 술술 일이 풀려서 이상하게 김이 빠질 정도였다.

“사실 조수님이 위기에 처했던 건 저희 때문이었던 때가 더 많으니까요.”

“저희가 용서할 일일까 싶어요. 부교수님 덕에 조수님도 회복하신 거잖아요.”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쌍둥이의 경우 다가온 위협에 시우가 휘말린 것이고, 아멜리아는 거의 직접 시우에게 피해를 끼친 것이긴 했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사람을 앞에두고 거기까지 들먹일 정도로 모질지는 못한 쌍둥이다.

애초에 조수님이 그런 아멜리아의 행동을 용서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기도 하고….

다른 것보다 쌍둥이를 가장 긴장하게 만들던 조수님 쟁탈전이 벌어지지 않은 것만으로 상당히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다.

부드럽게 흘러가는 상황에 안도한 것은 쌍둥이만이 아니었다.

오딜과 오데트의 포용력에 아멜리아 역시 내심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두 번째, 시우와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 명확히 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쉽게 말해 그와 몸을 섞었다는 것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

샤론에 이어 두 번째 자백이긴하나 좀 전보다 무거운 과제였다.

오딜과 오데트는 견습마녀에 불과하기에 아직 성교가 불가하다.

쌍둥이에게는 샤론처럼 큰 가슴을 활용할 여지도 없으니 육체적 관계라고 해봐야 입과 손을 활용한 유사 성행위가 전부.

그런 그녀들에게 보란 듯이 성교의 전적을 자랑하는 것은 자칫 역린을 거스를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덮고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딜 양, 오데트 양.”

“네, 부교수님.”

입에 익은 호칭인 것은 알겠지만 이제 아멜리아는 부교수가 아니다.따라서 정정한다.

“부교수님 호칭은 됐어요. 이제는 아닌걸요.”

“그럼….”

“아멜리아면 충분해요.”

“네, 아멜리아 님.”

아까의 거센 저항이 어디 갔는지 순한 양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쌍둥이.그 모습을 보자 더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더라도 이건 ‘부탁’을 위해도 필요한 고해성사다.

“오해 말고 들어 주었으면 해요.”질질 끌지 않고 깔끔하게 말한다.

“저는 오늘, 시우와…. 동침했어요.”

샤론에게 이 말을 했을 때는 발끈한 샤론에 의해 소소한 말다툼을 벌이게 되었다.

과연 쌍둥이의 반응은 어찌 될 것인지 반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살피던 아멜리아는 놀랐다.

“아, 그건 저희도요.”“근데 저희가 더 먼저 했어요.”

“맞아요.”

쌍둥이의 반응이 놀랄 만큼 샤론과 똑같았던 것이다.

실제 오딜 오데트가 느끼는 심리도 샤론과 비슷했다.

아멜리아가 시우를 독점하기 위해 찾아온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수님과 동침했다는 사실이 아무렇지 않을 리 없다.귀여운 질투와 더불어 승부욕이 솟는 것이다.

“그렇군요…. 네?”

살짝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려던 아멜리아는 쌍둥이의 대답이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쌍둥이는 견습마녀다.

절대 샤론과 똑같은 대답이 나와서는 안 된다.

시우에게도 쌍둥이에게도 큰일 날 일이다.

“그렇..군요’’

아멜리아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쌍둥이의 발언이 착각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이 섰다.

그녀들은 견습마녀다.

남자를 잘 안던 샤론과는 다르게 ‘동침’이 무엇인지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공산이 컸다.

알몸으로 나누는 유사 성행위를 동침이라고 이해하고 있음직하다.

굳이 그 착각을 바로잡으며 시우와의 관계에 우위를 내세우고 싶지도 않았다.무엇보다 섣부르게 바람을 넣었다가 쌍둥이가 돌발 행동을 하는 것도 위험한 변수다.

차라리 여기서는 성숙한 마녀답게 그녀들을 위한 조언을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정작 아멜리아 역시 꽃을 꺾인 지 몇 시간 지났을 뿐이다.

일신의 사정으로 관계를 맺을 수 없던 견습마녀 앞에서 뿌듯함을 지니는 것이 얼마나 유치한 것인지는 알고 있다.

그러나 방금까지 샤론에게 무참하게 당하기만 했던 아멜리아에게 가슴 한편에 으쓱 차오르는 자신감은 무시할 수 없는 진통제였다.

‘흠흠….”한 차례 목청을 가다듬은 아멜리아가 말했다.

“오딜 양, 오데트 양.”

“네.”

“네, 아멜리아 님.”

“오딜 양과 오데트 양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성숙해지면 진정한 동침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거에요. 그러니 견습 마녀일 때는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아요.”

아멜리아 입장에서는 쌍둥이의 무지를 상정한 발언임과 동시에 소박한 충고였다.그리고 조금 더 본심을 말하자면 쌍둥이 몰래 하는 유치한 자랑이었다.

그러나 이미 알 것 다 아는 쌍둥이에게는 전혀 다르게 들렸다.

쓱 치켜 올라간 아멜리아의 눈썹 하며 ‘너희에겐 아직 일러라고 말하듯 우쭐한 목소리는 은근한 비아냥으로 느껴진 것이다.즉, 선제공격이자도발이다.

그 오해와 착각이 어디서 기인하는지는 알고 있다.

샤론 언니도 그런 식으로 어리석은 착각을 했었다.

오딜과 오데트의 재빠른 눈빛 교환.

이쪽을 세상 순진한 견습마녀일 뿐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거든 바로 잡아주면 그만이다.

더군다나 저번과는 달리 이미 큰 스승님께도 조수님과의 관계를 허가받은바, 거칠 것이 없었다.

“아무튼..,제가 달리 찾아온 이유는 부탁하고 싶은….”

“걱정 해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희도 조수님이랑 할 건 다 하거든요.”

또 다른 본론을 꺼내기에 앞서 다소 예의 없게 말허리를 자르며 끼어든 오딜.

아멜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쌍둥이가 장난기가 많고 행동이 가볍다고는 해도 이런 식으로 그녀의 말을 자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정중하기는 하나 말에 가시가 돋은 분위기에서 아멜리아는 기시감을 느꼈다.샤론과 다투게 됐을 때 느꼈던 서늘한 감각이다.

아름다운 두 쌍의 보랏빛 시선이 아멜리아를 똑바로 향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아멜리아는 지금 이 응접실에서 2차 대전이 펼쳐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가요?”

하지만 샤론 때처럼 조급한 마음은 없다.

둘을 앞서고 있다는 묘한 자신감이 아멜리아를 받쳐주고 있었다.

그 단단한 기둥이 흔들리기까지는 3초도 걸리지 않았지만.

“네, 조수님께는 언제나 잔뜩 예쁨 받고 있어요.”

“아마, 아멜리아 님은 상상도 못하실 방법으로 ‘동침’하는 거죠.”

“...네?”

아멜리아는 끔뻑끔뻑 커다랗게 뜬 눈을 깜빡였다.

“오히려 아멜리아 님이 저희보다 한참 늦으신 건데….”

“진정한 동침은 저희가 더 빠를 걸요?”

“조수님의 처음을 가져간 것도 저희니까요. 참고로 조수님의 첫 키스도 저와 했었죠.”

“저도 그때 언니랑 같이 했어요.”

오딜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첫 키스는 조금 분하면서도 그럴만하다 싶다.그런데 처음을 가져간다?

“오딜 양...? 그게 무슨 말이죠?”

“조수님의 동정은 저희가 받아갔다는 의미에요.”

어느새 쌍둥이의 입가에는 시건방진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이것만큼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쌍둥이의 강점.

바로 키스, 애무, 삽입까지 신시우 조수님의 첫 경험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했다는 점이다.

그 막강한 샤론 언니 역시 이 위업 앞에서는 분한 듯 물러설 수밖에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듯 허공을 되짚던 아멜리아가 정신을 차렸다.

또렷한 초점을 되찾은 눈동자가 은근한 노기의 빛을 띤다.

단순히 뒤쳐졌기 때문이 아닌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로 우위를 점하려드는 쌍둥이의 모습 때문이었다.

“거짓말.”

“진짠데.”

“거짓말이에요.”

“거짓말아니거든요?”

끝까지 기만하려드는 쌍둥이에 모습에 아멜리아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견습마녀가 무슨 수로 동정을 받아 간다는 거죠? 분한 마음을 알겠지만 그런 어설픈 거짓말로 제게 질투심을 유발할 작정이었다면 오산이에요.”

예전 오딜과 오데트를 벌벌 떨게 만들었던 날카로운 말투와 부릅뜬 눈.

허나 사랑의 전사가 되길 택한 쌍둥이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멜리아에게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은 둘째치고, 두 사람은 한 터럭의 거짓도 늘어놓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머어머, 아멜리아 님이야말로 조금 성숙해지실 필요가 있어 보여요.”

“레이디의 성숙함을 어떻게 나이로 논하겠어요. 얼마나 많은 사랑과 기쁨을 받았는지가 중요한 거죠.”

스승님들을 흉내를 낸 어른스러운 말투로 말하며 손부채를 펄럭펄럭 해 보이는 오딜과 오데트.묘하게 열 받는 제스쳐를 취하며 쌍둥이는 주거니 받거니 음담패설을 시작했다.

“오데트, 우리가 조수님이랑 몇 번이나 했었지?”

“열 번? 은 충분히 넘지 않나?”

“그치, 게다가 할 때마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했으니까….”

“맞아, 우리 조수님도 참…. 적당히를 모르신다니까?”

아멜리아는 당혹스러웠다.

쌍둥이의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허풍이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갑자기 훅 풍기는 관능과 농염한 눈빛은 급조해 낸 연기로 풍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둘의 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최 안도할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더욱 물이 오른 듯한 쌍둥이.

마치 저들만 알고 있는 비밀에 신을 내는 악동의 모습이다.

“아하, 모르시는구나?”

“제가 뭘 모른다는 거죠?”

“분명 견습마녀는 할 수 없을 텐데? 라고 생각하고 계신 거죠?”

“표정에 다 쓰여 있어요.”

그 말대로다.

혹시 아멜리아가 모르는 새 새로운 마법이 새로 생겨난 걸까?

아니,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런 하이 리스크한 행동을 시우가 쌍둥이에게 허가할 일도 없고….

“말씀드릴까요?”

“아니면 조금 더 생각해 보실래요?”

어느새 아멜리아의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른 쌍둥이가 히죽히죽 웃으며 물었다.

“...기다려 봐요.”

아무리 아멜리아가 궁리해봐도 답이 나올 리 만무했다.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좌우로 찰싹 달라붙는 쌍둥이.

“사실은요….”

속닥속닥속닥

55?라1러운 진실을 털어놓듯 아멜리아의 양옆에서 서라운드로 속삭인다.

“그런…! 말도…! 어떻게…!”

아멜리아의 반응은 경악을 넘어 기절초풍.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뒤라니!

아무리 마녀의 영체가 청결하다지만 그곳까지 사용하다니!있을 수 없는 불경한 일이다!

아멜리아라면 백년을 줘도 발상조차 못했을 경악스러운 방법이었다.

당장 엎드려 그의 물건을 받아낼 때, 불결한 구멍이 얼핏얼핏 보인다는 생각만으로 부끄러워 죽을 뻔하지 않았던가?

“어때요? 이제는 아시겠어요?”

“저희는 충~분히 성숙한 어른이라구요.”

“게다가 조수님이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정신을 못 차려요.”

여러가지 의미로 천지가 개벽 되는 충격을 받은 아멜리아에게는 이미 쌍둥이의 말을 들은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과연 ‘그런 구멍에 삽입한 것도 동정을 가져간 것으로 쳐야 하는가?’에 대한 궁리를 할 여력도 없었다.

아멜리아는 넋이 나간 채로 벌떡 일어났다.그리고 비틀비틀 걷는다.

“아멜리아 님?”“어디 가세요?”

-퍽! 쾅! 쿵!

핀볼의 공이라도 된 양 여기저기 가구와 벽에 쿵쿵 부딪치며 밖으로 걸어나가는 아멜리아와 그 모습을 바라보던 쌍둥이.

이윽고 응접실에는 오딜과 오데트만이 남게 되었다.

“...우리가 이긴 건가?”

“그런 것 같은데?”

잠깐의 침묵 이후.

$£은 &치 약5에 성공한 해적 선장처럼 테이블에 발을 올린 채 멋지게 선언했다.

오데트 역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콧김을 붕붕 뿜는다.

“좋았어! 오데트! 우리의 승리야!”

“좋았어 언니! 축배를 들자!”

“아멜리아 부교수님 정도는 가뿐하다고!”

“덤벼덤벼덤벼! 다 덤벼!”

뒤늦게 남녀의 사랑에 걸음마를 시작한 아멜리아.

오늘 쌍둥이가 교편을 잡은 성교육 진도는 미숙한 아멜리아에겐 너무 ‘빨랐다더라.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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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픽스 중이라 1시 안에 공지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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