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474화 (474/917)

1.

그저 당황스러웠다.

예소드 백작과 함께 질내사정 시 벌어지는 작용에 대해 알아가던 차였다.

그걸 이용해 예소드 백작이 디아나에게 낙인을 물려주고도 죽지 않을 수 있게 연구를 도울 예정이었으며, 시우는 그것이 자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또 다른 신시우가 마법을 갈구하며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에아 사달멜리크 같은 경우는 명백히 시우에게 적의를 띤 존재였기 때문에 낙인을 아예 강탈했으며, 그 밖의 마녀에겐 판형을 본뜨듯 복사와 마력충전만을 돕고 아인에 새로이 해석한 구조물을 쌓았다.

하지만 시우와 의지와 상관없이 당연하다는 듯 일어나던 현상이 오늘만큼은 잠잠하다.

-쮸욱… 퐁!

“흐으윽…!”

그렇지 않은데도 좁았는데 연속 절정으로 더욱 내부가 좁아진 아멜리아의 보지.

그 안에서 시우는 물건을 빼냈다.

요도에 남아있는 정액도 여기에 놓고 가라는 듯이 뿌리부터 귀두까지 짜내는 강력한 조임.

물건이 완전히 빠져나가자 아멜리아는 허탈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처음보다 아주 살짝 벌어진 균열을 통해 주르륵 액체처럼 변한 정액이 흘러나와 아멜리아의 발바닥에 떨어진다.

그걸 보면 질내사정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거품 섞인 애액이 흰빛을 띤다고는 하나 이렇게 많은 양이 물처럼 흐르지도 않을뿐더러 이 비릿한 냄새는 분명 정액이다.

바로 최근 수확제날 스승님과 샤론과 몸을 섞을 때도 여지없이 발휘되었던 그 현상이 어째서 일어나지 않는가.

그때와 지금의 차이가 있다면 아멜리아를 구하느라 팔을 잃어버렸고, 그걸 코하브 백작의 의수로 대체했다는 것뿐인데….

“...시우?”

그 사이 몸을 추스른 아멜리아는 의아한 눈빛으로 시우를 돌아보았다.

이건 좀 확실히 검사를 해봐야겠다.

코하브 백작의 의수에서 감각 연동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이상하고, 어쩌면 요 근래 몸을 너무 막 굴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오늘이 첫경험.

구태여 불안을 전가하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지금 이 현상의 가장 유력한 원인이 아멜리아가 시우를 다치게 했던 일이라면 말이다.

“제가 뭐실수했어요…?”

방금까지 그렇게 뜨거운 사랑을 나눴을진대….

아멜리아는 시우가 말이 없어지자마자 몸을 일으켜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아니요, 잠깐… 너무 기분 좋아서 멍해져 있었어요.”

“정말요…?”

“네.”

미심쩍어하던 아멜리아지만 기분이 좋아 머리가 멍해졌다는 말에 쉽게 공감했던 것인지 이내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그리고 배시시 웃음 지으며 시우에게 안겼다.

“...기뻐요…. 시우가 좋아해 주어서.”

사실 아주 거짓말도 아니었다.

아멜리아와의 섹스는 정기가 쏙 빨려나가는 듯했으니까.

요정인 줄 알고 섹스를 했는데 사실은 서큐버스였습니다 같은 느낌이었다.

끈적이는 몸을 비벼도 전혀 불쾌하지 않은 친근한 스킨십.

아멜리아와 시우는 한참이나 서로를 끌어안은 채 낯간지러운 사랑의 말을 속삭였다.

2.

침대를 깨끗이 하고 대충이나마 2층의 욕실로 내려가 함께 몸을 씻었다.

파과의 통증은 크지 않았지만 지나친 절정으로 인한 근육의 피로도는 영체조차 감당하지 못했던 모양이다.아멜리아가 절정에 몸부림치며 경련을 일으켰던 근육은 평상시 사용하지 않는 부분이었으니 말이다.

함께 샤워하던 중 아멜리아의 다리에 쥐가 나버리는 바람에 시우가 그녀를 둘러업고 침대로 돌아왔다.

이후엔 일말의 불안감도 기분 좋게 녹이는 아침 햇살 아래 침대에 누워 꽁냥거리는 시간.

한껏 분비된 도파민이 기분 좋게 잦아들며 찾아오는 나른한 행복감에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댄 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아멜리아 님, 가슴은 괜찮으세요?”

“가슴이요?”

“제가 분위기를 너무 타서…. 조금 아프게 꼬집었던 것 같은데.”

« 99

시우의 말대로 아멜리아의 봉긋한 가슴은 살짝 멍이 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제 가슴을 내려본 아멜리아가 휙 이불을 올려서 알몸을 가린다.

여통이 남아 있다기보다는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시우는 변태에요.”

코끝까지 이불을 올린 아멜리아가 수줍어하며 말한다.

원래 사람이란 분위기를 타고 흥분을 하며 온갖 오바스러운 일을 하기 마련이다.

시우와의 첫날밤.

그의 앞에서 교태와 아양을 부려댔던 일 정도는 아무렇지 않으리라 장담했는데….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에게 봉사하고자 했던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겼다기보다는, 아멜리아가 흥분한 채 주워섬겼던 아양의 수위가 문제였다.

마음껏 괴롭혀달라느니, 성적인 의미로 노예가 되겠다느니, 심지어 젖꼭지를 꼬집혀지는 게 기분 좋다는 고해성사를 해야 했을 뿐 아니라, 보짓물이라는생전 처음 들어보는 창의적인 음어까지 입에 올려야 했으니….

그때의 기억을 조금만 되돌려 봐도 얼굴이 화롯불에 그을린 것처럼 화끈거리는 것이다.

“화났어요?”

“아니요.”

그렇기에 이렇게 보란 듯이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투정을 부리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은 아멜리아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스스로도 시우의 앞에서 이런 철없는 모습을 보이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언제나 무뚝뚝한 가면을 쓴 채 최소한의 감정표현만으로 살아왔던 그녀에게 아주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행동들이었으니까.

아멜리아는 곰곰이 그 원인을 곱씹었다.

그리고 이내 답을 찾는다.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은 그와의 단단한 유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고난과 힘든 일이 생겨도 단단히 이 관계를 지켜줄 것 같은 유대감이.

조금의 투정 정도라면 시우가 받아줄 거라는 믿음과 신뢰가.

이불보다 포근하게 양어깨를 감싸고 있다.

“화나신 것 같은데요.”

이 가슴 띠는 감정을, 당장에라도 기쁨의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은 마음을 시우도 느끼고 있을까?답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확인하고 싶다.

진귀한 물건을 얻고 자신만의 보물 상자에 넣어두었던 견습마녀 시절 아멜리아가, 자꾸만 상자를 열어 힐끔힐끔 그것을 구경했을 때처럼 말이다.

입꼬리가 자꾸만 멋대로 올라가려는 것을 꾹 누른다.

아마 실패한 것 같은데….

이불이 얼굴을 잘 가려주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기며 아멜리아는 어리광을 부렸다.

“네, 사실 화가 많이 났어요. 사과해주세요.”

시답잖은 장난과 연기.

딱히 목적이 있어서가 아닌 하릴없이 시간을 녹여 보내는 포근한 흐름.

그런 사소한 것마저 너무나 기뻐서 눈이 솔직하게 웃게 된다.

“어떻게 사과할까요?”

하지만 시우의 표정이 걱정스럽게, 그리고 심각하게 바뀌는 순간 아멜리아는 되레 놀랐다.

연기가 너무 완벽했던 것일까?

그리고 이내 그의 입가에서 숨길 수 없는 웃음기를 발견한다.

놀림당하고 있다.

그21 깨달2 아멜리아는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몸을 휙 돌렸다.

“...못됐어요, 시우.”

“죄송해요.”

어차피 같은 옷 한 벌 걸치지 않고 이불을 덮고 있는 두 사람이다.

시우는 훽 몸을 돌린 아멜리아에게 바짝 붙어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피부와 피부가 맞닿는 감각.

“아멜리아 님이 너무 귀여워서 그랬습니다. 밤시중도 아주 능숙하셨고요.”

그 말은 조금 기뻤다.

솔직; 말;잘;〔『갈 자신은 없었는데.

시우가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아주 조금 응어리 져 있던 마음까지 풀어져 버렸다.

조금 더 솔직해져 볼까?

잠깐 고민하던 아멜리아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앞으로도 할게요.”

“뭘요?”

능글거리는 웃음을 짓던 시우는 아멜리아의 이어진 말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시우의… 씨받이요….”

끽해야 밤시중 정도의 단어를 내뱉으리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그녀는 아주 관능적이고 야릇한 목소리로 ‘씨받이’라는 표현을 가감 없이 사용한 것이다.

보통은 농사를 위해 종자를 얻는 농장에서나 사용할 법한 말이지만, 아멜리아의 비유가 실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기점으로 장난을 치던 두 사람이 약속이라도 나눈 것처럼 일순 조용해진다.

시우는 새삼 맞닿은 살갗의 감촉을 느꼈다.

실로 매끈하다.

샤워 이후 살짝 차가워졌던 살결이 이불 안에서 다시 적당한 온기를 되찾은 아멜리아의 살결.

뒤에서 바짝 끌어안은 덕에 여실히 느껴지는 아멜리아의 엉덩이에 다시 욕망이 샘솟는 것이다.

아멜리아 역시 차츰차츰 커지는 시우의 물건을 느낀 것인지 언제 투정을 부렸냐는 듯 잠잠해졌다.

“아….”

두툼한 손이 다시 아멜리아의 가슴을 움켜쥐고 아멜리아가 나지막한 탄식을 내뱉었을 무렵.

몸을 다시 돌려 시우와 마주 본 아멜리아가 그의 손을 제지했다.

“Oh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생각해보니 잠깐 전까지만 해도 아멜리아는 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했다.무작정 두 번 연속으로 하는 것은 무리일 지도 모른다.

그 점에 대해서 사과하자 아멜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싫은 게 아니라…. 시간이 너무 가버리니까요.”

그와 살을 섞는 동안 거진 세 시간이 훌쩍 지났다.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

아멜리아는 나름대로 생각해 둔 것이 있다.

“오늘 작업을 정리하고 제머나이 저택에 들렀으면 좋겠어요.”

“제머나이 저택이요?”

“오늘은 의미 깊은 날인걸요. 다른 사람들도 시우와 함께 있고 싶을 거에요.”

사실 한해의 마지막이니 수확제니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아왔던 아멜리아다.

여느 때처럼 마법 연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독점욕과는 반대로 이렇게 특별한 날에 그를 혼자 독점하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그렇기에 시우의 다른 연인이 있는 제머나이 저택에 가서 그가 다른 연인과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아멜리아 역시 직접 그들을 만나보고 싶었고 말이다.

“아멜리아 님.”“준비할게요.”

말이 길어지기 전 자리에서 일어난 아멜리아는 옷을 챙겨 입었다.

공방으로 향해 향료의 추출을 일단락한 두 사람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제머나이 저택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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