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467화 (467/917)

1.

“어….”

사고가 헛돈다.

이 표현이 꼭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설령 약간의 기대감과 약간의 우려, 꽤 큰 비중의 혼란스러움을 지닌 채 아멜리아의 의도를 예측하려 들었다 한들 눈앞의 광경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게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침대 위에 있는 것은 거의 헐벗은 것과 다름이 없는 네글리제 차림의 아멜리아.

도담한 가슴을 감싸는 나시티 원피스처럼 보이지만, 실제 용도는 신체를 가리는 것보다는 과시하는 쪽에 가깝다.

두 손끝으로도 리본을 가볍게 당기기만 해도 선물포장처럼 손쉽게 벗겨지겠지.

심지어 포장지를 벗기기도 전에 내용물이 상등품임을 증명하듯 검은 능라(緩羅) 뒤로는 하얗게 반짝이는 아멜리아의 살결이 보였다.

이어 청자처럼 가느다란 허리와 군살 하나 없는 매끈한 배에는 옴폭 길게 파인 배꼽이 눈길을 잡아끄는 와중 뽀얗고 흠 하나 없는 허벅지.

암사슴보다도 가녀린 목선에 걸쳐 요염하게 빛을 반사하는 화사한 금발.

두 무릎을 꼭 붙이고 얌전하게 내려놓은 두 손에선 포획된 요정처럼 순종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멜리아가 굉장히 까칠하던 시절에도 외모만큼은 도저히 흠잡을 수 없던 시우다.

남자라면 음심이 치솟지 않을 수 없다.

언뜻 성적인 것과는 무관한 성녀(聖女)처럼 보이던 아멜리아가 저토록 관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시우는 처음 알았다.

일순 할 말을 잃은 시우의 머리가 뒤늦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멜리아의 처음 요구대로 문을 닫긴 했는데 뭘 어찌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가까이 와줄 수 있나요?”

침을 꿀꺽 삼키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섰다

여전히 자人;를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허리를 곧추세운 아멜리아는 자꾸만 움츠러들고 싶어하는 어깨를 쭉 펴고 소피아의 조언대로 옷차림을 내보였다.

그 순간 아멜리아의 하늘색 눈동자가 곁눈질하듯 시우를 향하고, 무겁게 떨어진 입술이 가녀리게 떨리는 목소리를 연주했다.이 역시, 소피아의 주문이었다.

“어떤가요?”

“너무…. 아름다우시네요.”

면전에서 입에 담기에도 낯뜨거운 말이다.

그러나 지금 심정을 표현하기에는 이 진부한 표현이 안타까울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긴장으로 굳어있던 아멜리아가 조금이라도 안심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내 굳은 결심을 끝낸 것인지 말을 잇는 아멜리아.

“시우의 밤시중을…. 들고 싶어요….”

밤시중.

소피아에게 낚인 아멜리아가 초대면에 시우에게 요구했던 것이자 두 사람의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 발단이다.

그 말을 듣자 비로소 현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

놀랍게도 아멜리아는 지금 시우와 관계를 맺기 위해 화장을 하고, 옷까지 야릇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침대 위에서 대기하는 것이다.

저 말을 듣고 ‘지금은 새벽 5시인데요’라고 딴죽을 걸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그렇다고 넘어갈 수 없는 것이 있다.

“아멜리아 님, 저는…. 애인이 많습니다.”

가뜩이나 대인관계 능력이 좋지 않은 아멜리아이고 특히 남녀관계라면 특히나 어설픈 아멜리아다.

그런 그녀가 각오를 다졌다.

아멜리아에 대한 원망이 한줌도 남지 않은 지금 이렇게까지 노력해 준 모습과 마음만 느껴도 충분할 정도로 고마웠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확실히 밝혀야 할 것 같았다.

이미 시우의 곁에는 많은 연인이 있다는 것을.

이제껏 시우가 아멜리아에게 쉽사리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했다.

“모자란 저를 사랑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고 아멜리아 님만을 바라봐 드릴 수도 없어요.”

“알아요, 괜찮아요.”

하지만 아멜리아는 조금의 당황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소피아는 시우가 싫은 일을 요구하면 거부하라고 조언해주었어요.”

소피 아의 우정 어 린 조언을 들었을 때.

아멜리아는 그녀의 말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거부감이나 지나친 수치심이 느껴지는 행위를 요구한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다시 한 번 후회를 느꼈을 따름이다.

아멜리아는 시우를 강단 앞에 세우고 쌍둥이가 보는 앞에서 수음행위를 지시했다.거부할 수 없는 처지임을 알면서도 강제로 손으로 사정시켰던 적도 있다.

서툴었다는 말로도,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말로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치하고도 저열한 복수심이자, 그가 곤경에 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못된 마음의 발로였다.

시우는 이미 마음에 두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고, 용서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멜리아는 자신의 과오를 대충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 시우에게 다른 연인이 있다는 사실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시우의 눈을 반듯이 올려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명령해주세요…. 어떤 부끄러운 일이라도 시켜주세요. 거부하지 않을게요.”

시우를 있는 힘껏 사랑하려면, 적어도 부끄럽고 수치심을 느낀다 하여 도망쳐선 안 된다.그것이 시우를 떳떳하게 사랑하기 위해 아멜리아가 정해놓은 최소한의 속죄였다.

시우에게 연인이 있더라도.

설령 보답 받지 못할 일이 있더라도 순결을 마음을 바친다.

비단 속죄를 위한 자기만족이 아닌 그를 향한 사랑에서 기인한 것.그것이 아멜리아의 다짐이자 소망이었다.

“제 모든걸…. 시우에게 바칠게요.”

그 발언은 시우의 자제력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아멜리아의 갸름한 턱밑에 손을 받친 시우가 입술을 포갰다.

부드럽고 얇은 입술.

평소와는 달리 립글로즈로 반짝이는 아멜리아의 입술은 뜨거웠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이제껏 시우는 키스 중에 의도적으로 호흡을 멈춰왔다.

아멜리아의 체취를 마셨다간 어떤 사달이 날지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코로 들이?숨에는 달콤의 과실의 향과 더불어 흐릿한 살 내음, 추출 작업 중 자연스럽게 묻어난 온갖 향기가 그윽하다.

“쥬읍… 흐음…. 츄륩….”

먹이를 조르는 아기 새처럼 고개를 치켜든 상태에서는 자연스럽게 시우의 타액이 흘러갔다.

그러나 아멜리아는 그녀의 말대로 거부하는 기색 하나 없이 그것을 온전히 삼키며 시우의 혀를 조심스럽게 간질였다.

아멜리아는 키스가 능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선이 다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건 혀가 얽히고 얽히는 것으로 끝났던 이전과 달리 입안으로 들어온 혀를 헌신적으로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고작 키스만으로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이 몰려왔기에 시우의 숨은 자연스럽게 거칠어졌다.

“부하… 하아… 하아….”

입술이 잠시 떨어졌다

아멜리0?는 키스 L;내 숨을 참고 있던 것인지 벌겋게 익은 얼굴로 위를 올려 보았다.

몽환적인 꿈을 풀린 것처럼 흐리멍덩해진 눈빛.

릎을 꿇5 있는瓦멜리아와 침1해1&져 서 있는 시우의 위치가 때마침 알맞은 높이였기 때문에 표정과구도에 자연스럽게 한 장면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시우, 실례…할게요….”

당연하지만 아멜리아는 남성을 기쁘게 하는 법을 모른다.

하지만 그를 위해 체면도 자존심도 내려놓고 밤시중을 들기로 한 지금, 아멜리아는 그 간의 지식을 총동원하고 있었다.

언젠가 마차를 엿봤을 때 쌍둥이에게 구강성교를 받던 시우의 모습.

아멜리아는 그 모습을 떠올리며 시우에게 해주려는 것이다.

이후 그야말로 시우의 노예라도 된 것처럼 러그 위에 무릎을 꿇었다.

아멜리아는 긴장되는 듯 마른 침을 삼키며 벨트를 풀었다.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바지와 팬티.

그와 동시에 무서운 기세로 화가 나 있는 시우의 물건이 아멜리아의 얼굴 위로 음영을 드리운다.

커다랗다.

아멜리아 역시 그의 물건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크기인지는 알고 있다.

심지어 문지르며 사정을 유도한 적도 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성에 관해 별다른 사심 없이 학술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와, 그와 사랑을 나누기 직전에 보는 것은 감상이 다르다.

“이렇게… 큰게….”

아멜리아의 뜨거운 입김이 닫자 위아래로 껄떡이는 자지.결심한 듯 입술을 살짝 깨문 아멜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우는 당황했다.

설마하니 아멜리아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설 줄 몰랐기에 갖는 당혹감이 가장 컸다.

남자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도, 남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는 것도.

고지식한 아멜리아에게는 거부감이 드는 행위일 것이다.

더욱이나 이것이 첫 경험이라면 말이다.

“아멜리아 님,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류하는 시우에게 고개를 붕붕 저어 보인 아멜리아.

“꼭 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꼭이요”

고집마저 느껴지는 아멜리아의 눈빛에 단념한 것은 시우였다.사실 단념이라기보다 기대감과 흥분이 앞선 것이 컸다.

예전이라면 이 상황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 아멜리아 부교수가 시우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펠라치오를 해준다니.과거로 돌아가 자신에게 말해준다 한들 개소리로 치부할 허황한 말이었다.

“...할게요.”

최소한의 허락을 구한 아멜리아는 마지막 각오를 다진 듯 결연한 말투로 말했다.

이내 무릎에 가지런히 손을 올려놓고 묵직하게 늘어진 시우의 자지를 향해 혀를 뻗는다.

길게 뻗어진 그녀의 혀가 갈라진 귀두의 첨단에 송골송골 맺혀있는 물방울을 혀끝으로 핥는 모습은 관능 그 자체.

사실 미간을 모은 채 뻣뻣하게 낯선 사탕을 핥듯이 귀두 곳곳을 핥아주는 아멜리아의 혀.

촉촉하고 부드러운 열기와 간혹 내뱉는 입김이 맞닿을 때마다 다리가 저릿거리는 쾌감이 내달린다.

손도 쓰지 않은 채 귀두를 조심스레 핥아가는 아멜리아의 모습은 묘한 정복감을 추가로 충족시켜주었다.

자신의 편의를 완전히 포기한 채 시우의 즐거움만을 신경을 쓰겠다는 선언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하압….”

한동안 시우의 귀두를 반질반질한 침으로 장식하던 아멜리아의 입이 벌어지더니 귀두를 한껏 물었다.

동시에 느껴지는 끈적한 입과 말캉한 혀, 그리고 귀두의 테두리를 섬세하게 감싸주는 입술.

안을 가득 채우는 들어온 자지에 어찌할 줄 몰라하는 혀가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울컥울컥 쿠퍼액이 그녀의 입안으로 흘러들어 갔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인상하나 찌푸리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 마신다.

-쮸웁… 쮸우웁… 쮸읍….

보드라운 입술로 귀두를 감싼 아멜리아는 고개를 앞뒤로 천천히 움직이며 쾌락을 위해 봉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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