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쿠트 갤러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몇 장의 지면을 할애해도 부족하다.
그나마 비슷한 시대상 풍경으로 비유하자면 19세기 말, 전 유럽이 극도의 번영과 발전을 이루었던 벨 에포크 시대.
런던의 수정궁을 연상시키는 유리 돔과 사방을 환하게 밝히는 주홍빛 촛대의 향연을 보고 있자면 겪어보지도 않았던 그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된다.
“옛날 생각난다 그치?”
“그러게, 우리 이렇게 쇼핑 자주 했는데.”
“응응. 맞아 맞아.”
여기가 제자리라는 듯 팔짱을 낀 샤론.
원래는 손을 잡는 정도로 만족하던 샤론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밀착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팔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쿠션감은 덤이다.
원래 평일 정오경 말쿠트 갤러리는 사람이 북적이는 편이다만, 마녀들 역시 간밤에 달린 숙취로 고생 중인 것인지 아니면 더 근사한 곳으로 놀러 간 것인지 생각보다 인파가 적었다.
그건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사생팬을 연상시키던 전보다는 덜하다고는 해도, 시우를 향한 마녀들의 관심은 뜨거웠으니 말이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이상하다.
“왜?”
“아니, 뭔가 이상해서.”
“뭐가?”
“보통 한두 명 정도는 말을 걸 때가 됐거든. 그니까 마녀들이.”
대답하자마자 옆구리에 찌릿한 통증이 찾아왔다.말할 것도 없이 샤론이 응징한 것이었다.
“악! 왜?”
“나랑 있는데 다른 여자 생각이나 하고…. 지금 길가다 번호 안 따인다고 투덜거리는 거야?”
“그게 아니라 이상하잖아.”
분명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선도 느껴진다.
그&S을1낀 샤론이 마치 과시하듯(혹은 견제하듯) 더더욱 팔짱을 끼는 것도 느꼈는데 단 한 명도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니.
“소문도 예전이랑 달라진 거지.”
“응?”
“거물급 공적 욕망의 마녀를 너가 멋지게 무찔렀잖아. 한 마디로 예전에는 새로운 품종의 귀여운 강아지였는데 실은 그 강아지가 여차하면 물어뜯는 맹수인 걸 다들 알게 된 거지.”
“비유가 좀 거시기 한데.”
떨떠름한 시우의 표정에도 샤론은 제 비유가 마음에 들었는지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사람을 강아지에 빗대는 것은 그렇다 쳐도 이유 자체는 꽤 확실히 알려주었다.
우선 엄청 많은 수의 마녀를 호스트바 알바 뛰면서 접견했었고, 또 시우가 게헨나로 돌아온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으니 철 지난 카스테라 집이나 인형 뽑기 가게처럼 관심도 시들해졌겠지.
하지만 대부분 지독한 마이페이스인 마녀들이 이쪽 눈치를 살피게 된 이유는 샤론이 잘 설명해 준 것 같다.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온다는 말이 맞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시우 말에 순종하고 고분고분하게 굴잖아. 안 그러면 침대에서 혼쭐나니까.”
샤론은 팔을 꼭 끌어안으며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평소보다 말이 많은 것도 어조 자체도 하이톤인 걸 봐서는 퍽이나 들떠 있는 모양이다.
“너 오늘기분 많이 좋구나?”
“응, 완전완전. 아, 저기다. 빨리 가자.”
오늘의 1차 데이트 목표지 ‘에스프리 양장점’이었다.
반 층짜리 계단을 올라가야 들어설 수 있는 입구.
한국에서 비슷한 유형의 가게를 고르라면 바버샵이나 영국풍 양복점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게헨나의 돈 많은 마녀가 쌓이고 쌓였다지만 모든 옷을 맞춤복으로 입는 것은 아니다.
예쁘게만 만들어 놓는다면 이런 기성품 역시 많은 인기를 끈다.
말쿠트 갤러리의 4분의 1가량을 장식하는 것도 드레스를 걸친 마네킹이 전시된 진열장이었으니 말이다.
“들어가자.”
“워매....”
물론 기성품이라고 해서 저렴하다는 이야기는 안 했다.
게헨나의 가격표라는 건 꽤 재밌다.
마녀는 기본적으로 프라이드가 높고 누군가에 의해 평가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따라서 마녀를 대상으로 하는 가게는 표찰 위에 숫자를 써내려가는 식으로 값을 표기하지 않는다.
대신 각기 다른 색상의 꽃잎을 장식처럼 흩뿌린다는 귀찮은 방식으로 값을 나타내는데, 마네킹 아래엔 딱 봐도 적지 않은 꽃잎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추방당하기 전엔 항상 여기서 옷들을 샀거든.
문을 열자 생각보다 훨씬 좁아 보이는 가게 구조가 보였다.
모든 옷을 옷걸이가 아닌 마네킹에 전시하는 비효율적인 상품배치 탓이다.
입구부터 중앙까지 빽빽하게 들어선 옷가지들은 하나같이 한화 수백 이상을 호가한다.샤론의 체면을 생각해 슬쩍 돌려 물었다.
“...이거 괜찮은 거 맞아?”
“물론이지, 나름 품위 유지비도 받는다니까?”
본인이 그렇다는데 뭐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돈 한 푼 한 푼에 울고 웃던 샤론이 호쾌한 플렉스를 감행할 줄이야.격세지감을 느껴야 할 부분은 시우의 처지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접객을 위해 쪼르르 달려드는 종업원의 안내를 사양한 둘은 기웃거리며 옷을 살폈다.
“시우가 골라 준 옷으로 입고 싶어.”
“그래? 아무거나 고르면 돼?”
“아이참…. 아무거나 말고 예쁜 거.”
예쁜 옷이라고 해도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샤론은 돌핀팬츠에 나시티만 입을 때도 예뻤다.또 시우가 여자 옷에 빠삭할 리도 없다.
여자랑 옷을 사러 온 경험은 엘로아에 이어 고작 두 번째였으니 말이다.
은은한 물빛이 돋보이는 원피스 드레스.
코트 차림과 썩 어울릴 것 같아 추천해 보았다.
“그러면… 이건 어때?”
“좋아! 입어 볼게.”
샤론도 나름대로 진열대를 살피고 있었지만 시우가 옷을 고르자마자 즉각 답한다.
“보지도 않고?”
“너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입는 거거든.”
어쩜 저리 이쁘게 말하는지.
가식이나 겉치레가 아니라 꾸밈 하나 없는 진심이라는 점에서 더욱 감동을 느끼게 한다.
“따라와봐.”
샤론은 시우의 팔을 잡아끌고 천으로 둘린 탈의실로 들어갔다.
“이거 같이 들어가도 되는 거 맞아?”“뭐 어때? 보는 사람도 없는데.”
샤론은 망설이지 않고 훌렁훌렁 원래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시우에게 건네주었다.
체온이 남아 미지근한 옷을 받아들자 속옷 차림의 샤론이 있다.
몇 번을 안아도 늘 새로운 샤론의 육감적인 몸매.
가슴의 크기도 크기지만 완벽에 가까운 물방울 모양은 브래지어 안에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문득 시우와 눈이 마주친 샤론이 잔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밧금 가스 봐지 ”
“그렇게 다 2여주는데 눈이 가죠.”샤론은 배시시 웃으며 속옷 차림으로 안겨왔다.
몰래 과자를 훔쳐 먹는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보더니 속닥속닥 귓속말한다.
“우리…. 여기서 조금만 할까?”
“뭐? 여기서?”
일전에도 타로 타운의 구석진 골목에서 야외 섹스를 한 적이 있긴 하다.
야외에서 살을 섞는다는 스릴 넘치는 감각과 그로 기인한 쾌감은 시우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지만….아무리 그래도 탈의실 섹스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한창 뜨거울 커플이나 할 발상인 것이다.
“어차피 점원도 1층에서 대기 중이고…. 내가 소리만 참으면 될 것 같은데…. 뒤처리는 내가 마법으로 하고. 어때?”
설마 샤론이 그때 맛 들리기라도 한 걸까?
시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가게와 탈의실 사이를 가르는 것은 커튼 한 쪽뿐.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잠입작전을 방불케 하는 은밀한 성교를 해야 할 것이다.
“언제 이렇게 야해졌어.”
“시우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시우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자 오케이 사인으로 받아들인 샤론.
조심스레 바지 버클을 풀고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애무도 없이 바로 삽입하기엔 뻑뻑하므로 침으로 윤활제 역할을 대신하려는 것이다.
“쮸웁... 쪼옥... 쪼옥…!”
샤론이 옷 밖으로 꺼내는 순간부터 커다랗게 변한 자지 끝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펠라치오를 시작하는 샤론.
사탕처럼 혀로 귀두를 능숙하게 굴리는 모습과 사타구니에 맞닿는 뜨거운 콧김에 시우의 물건은 순식간에 풀차지 상태가 되었다.
“이제 된 것 같지?”
“으... ”O .
어차피 여기서 오래오래 맘 놓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모든 행위는 속전속결.
샤론은 주춤주춤 팬티를 벗더니 벽면을 짚고 시우에게 엉덩이를 쑥 내밀었다.
흠잡을 곳 없는 순산형 골반과 시원하게 쭉쭉 뻗은 다리.
모델처럼 훌륭한 비율을 자랑하는 샤론의 벽 짚고 후배위 대기 포즈는 위험할 정도의 욕망을 들끓게 한다.
숨소리가 너무 크게 새어나가지 않게끔 조절을 하며 샤론의 어여쁜 꽃잎에 자지를 비비고 있다니.
“흐으… ”
O -A、 .
축축하다.
이미 바깥까지 젖어 있었다.
딱히 애무해준 것도 아니고, 키스를 나눈 것도 아니니 샤론이 이렇게 변해버린 이유는 단순했다.입으로 해주며 젖은 것이다.
조금 전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던 샤론이 얼굴을 발그레 붉힌 체 수줍게 말한다.
“시우가 이렇게 만들었다고 했잖아….”
“그럼 내가 책임져야겠네.”
샤론의 엉덩이를 손끝으로 살짝 쓰다듬고 비좁은 틈에 천천히 물건을 밀어 넣었다.
뜨겁게 휘감기는 점막의 감촉.
이 정도면 굳이 펠라까지 필요했을 듯싶을 정도로 아니 매끈매끈거렸다.
입을 틀어막고 신음을 삼키던 샤론이 또 작게 속삭인다.
“시, 시우야… 근데 너무 깊게 넣지는 마…? 나 소리 못 참을 것 같아…. 그리고, 쌀 때도 밖에… 알지?”
“하긴 여기서 마력 증폭되면 난리 나겠다.”
“그니까….”
샤론과 패턴은 항상 일정한 편이다.
주변을 알짱거리다가 각이 나온다 싶으면 냉큼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 샤론.
하지만 연상 여자친구 느낌이 물씬 나는 샤론도 본 게임에 들어가게 되면 이렇게 얌전해져 버린다.자기 몸을 온전히 이쪽에게 맡기는 것이다.
곧 탈의실은 부드럽게 살갗이 비벼지는 소리와 끈끈한 점액이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뜨거운 숨소리로 가득 채워져 갔다.
2.
-따랑! 따랑!
명랑하게 흐르는 도어벨 소리를 등 뒤로 나란히 밖에 나선 시우와 샤론.
오늘 쇼핑 목표였던 옷가지들이 시우의 손에 들려 있었고, 예쁜 드레스로 갈아입은 샤론은 얼굴을 붉히며 서 있었다.
“뭔가…. 나쁜 짓 한 느낌….”
“그러게….”
“나 얼굴 엄청나게 빨겠던 것 같은데…. 계산할 때 점원이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괜찮은데? 안 들켰을걸? 뒷정리도 잘했고.”
샤론은 분위기를 상당히 잘 타는 편이다.
대담한 탈의실 섹스를 제안했던 샤론이지만 막상 행위가 끝나고 나니 후회가 되는 모양이다.
결국 울상이 된 샤론.
이럴 때 달래주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샤론.”
이렇게 얼굴 근처에 손을 뻗으면….
“뭐야, 왜?”
“너무 걱정하지 마.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즐겨야지.”
샤론은 애교부리는 고양이처럼 다가와 손바닥에 제 뺨을 비비곤 하는 것이다.
순식간에 풀리는 긴장과 걱정.
단;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빠르게 표정이 변하는 샤론이었다.
“밥 먹으러 가자.”
“에휴, 그래. 내가 먼저 하자고 해놓고 이게 뭔 짓이야.”
이후 시우와 샤론은 근처 예약해두었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쇼핑도 하고, 함께 식사도 하고.
아주 지루한 연극도 관람하며 저녁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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