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란에 가까웠던 섹스도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진맥진한 엘로아의 혀가 자지를 하얗게 덮은 애액과 정액의 혼합액을 말끔히 훑었다.밤부터 동이 틀 때까지 계속된 본능의 짐승 교미 착정 섹스.
엘로아는 잡아먹히는 토끼였고, 시우는 잡아먹는 늑대였다.
결국 온갖 자세와 음란한 대사를 하며 그의 씨를 다섯 번이나 받아낸 엘로아.
중간에 절정에 도달한 엘로아가 탁상을 발로 차 박살 낸 것과, 마력 충전의 쾌감으로 2번 정도 정신을 잃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그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압, 츄웁…. 헤룹….”
바니걸 의상은 못 쓸 정도로 망가져 버렸고 남아있는 건 가터벨트와 하이힐 정도다.
알몸+ 가터벨트+ 하이힐은 상상 이상의 관능을 자랑했으니 아쉬운 건 없었다.
알주머니마저도 사랑스럽다는 듯 부드럽게 입안에 머금어 청소한 엘로아가 볼멘소리를 한다.
“시우, 너무 안에 많이 쌌네….”
“그런가요?”
“자꾸만 새어 나오지 않는가? 하압, 츄읍….”
쪼그려 앉아 자지를 열심히 청소하는 엘로아의 다리 사이에는 그녀의 말대로 하얀 정액 덩어리가 뚝뚝 흘러나오고 있었다.그와 동시에 불끈 커지는 자지.
햄스터처럼 볼 한쪽에 귀두를 담아두던 엘로아는 캐비어 맛이 나는 액체를 꿀꺽 삼켰다.
“그야 스승님이 계속 싸달라고 조르셨는걸요.”
“...놀리지 말게.”
새벽녘 여명이 간밤의 흥분을 말끔히 씻어낸 탓일까.엘로아는 지금 굉장히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비단 그의 위에서 몽마처럼 기교를 부렸다.
그에게 말 못할 부끄러운 말로 생식기의 속칭을 입에 담으며 사정을 졸랐다.
시우에게 꼬박꼬박 존대하며 그의 짓궂은 놀림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줘 버렸다.
아무리 사제간의 위신을 내려놓고 연인의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더라도 쾌락이라는 마취에서 깨어나자 제 추태를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엘로아의 말투가 별안간 퉁명스러워진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왜 이렇게 까칠해지셨어요.”
“그대가 중간을 모르는 탓이네. 어찌 그런 부끄러운 일만 시켜대는지….”
술로 가벼운 입가심을 하며 청소 펠라를 끝낸 엘로아는 침대에 누워있는 시우의 품에 폭 안겼다.
말랑한 가슴의 촉감이 마치 쿠션 같다.
시우는 오늘 좀 더 요염해진 듯한 그녀의 몸을 껴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엘로아는 아양을 떨듯 자꾸자꾸만 시우의 품에 파고들면서 얼굴을 가릴 뿐이다.역시 하루아침에 쑥스러움을 털어내는 것은 무리인 모양이다.
“스승님이 약한 곳이 어디인지까지 다 말해주셨으면서.”
“시우! 하지 말게! 그만! 이제 끝 아닌가!”
간밤에 엘로아가 보여주었던 애교 공세는 필설 하기에도 낯부끄러운 것이었다.
‘엘로아는 시우만 보면 발정하는 못된 토끼에요’라던가,
‘거기가 엘로아 약점이에요…! 기억해주세요…!’라던가,
‘시우 아기씨로 임신시켜주세요…!’ 라던가.
분위기에 취해 내뱉고 만 대사들을 일일이 읊어주자 엘로아는 난동을 부리며 시우의 가슴에 쿵쿵 박치기했다.
“하지 말게…! 하지 말게에…!”
절정에 도달할 때보다 벌게진 얼굴로 귀를 틀어막는 엘로아.그런 스승님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자지가 또 서버리려 한다.
“끝나고도 그렇게 나쁜 말만 하면…. 다음부터 그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걸세. 명심하게!”
“네네, 죄송해요.”
“진지하게 듣게!”
겨울잠에서 억지로 깨어난 것처럼 성난 엘로아.
잠재우는 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냥 뽀뽀해주면 된다.
가볍게 입술을 가까이하자 엘로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짐짓 화난 시늉을 한다.
이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그대라도 당해주고만 있을 생각은 없네.”“고작 입맞춤으로 내 화를 가라앉힐 생각이라면…. 으….”
가까이 들이민 입술을 보고 내적 갈등에 시달리는 스승님.
뾰족거리는 입술을 보아하니 금방이라도 쪽쪽 뽀뽀해올 성 싶었다.
결국 엘로아는 키스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시우와 입술을 부딪치는 엘로아
아릿한 알코올의 5향이 남은 혀를 끈적하게 섞고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1층에 있는 욕실까지 엘로아를 품에 안은 채 거듭 키스하며 내려갔다.
작은 실내공간에 걸맞게 두 사람이 서면 거의 꼭느 찰 정도로 비좁은, 샤워부스 두 개 정도를 이어 놓은 크기다.
“하아… 하아….”
쏟아지는 온수로 간밤의 땀과 부산물을 씻어 내면서도 키스를 이어가던 시우와 엘로아.엘로아는 제 배를 콕콕 찌르는 시우의 물건을 보고 새초롬하게 말했다.
“밤새 그렇게 해놓고는…. 또 이러나?”
하지만 거기에 대해 시우도 할 말이 있다.
“스승님도 흥분하셨잖아요.”
“아닐세, 사실과 다르네.”
“정말요?”
“시우! 그대는 날 정말 발정기 토끼라고 생각하나 보군.”
“그런데 여기는 왜 이렇게 변하셨어요?”
“아…!”
시우는 엘로아의 아랫배를 자지로 콕콕 찌르며 유두를 꼬집었다.
마치 만져달라는 듯이 빳빳하게 서 있는 젖꼭지.
엘로아가 성적 흥분을 느낄 때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왜 이럴까요?”
“...O O으… 흐…|”
I ““ -入. .
장난을 치듯 엘로아의 젖꼭지를 손끝으로 빙그르르 돌렸다.
그녀의 다리가 흠칫흠칫 떨리며 괜스레 자지를 배로 눌러오는 것이 느껴진다.
“또 거짓말을 하셨네요?”“한 번 더 기회를 드릴 테니까. 이번에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어제 했던 것처럼.”
“…네….”
꼭 섹스뿐만이 아니라 남은 시간에 같이 아침도 먹고, 산책도 할 예정이었는데.엘로아가 이렇게 요망하게 나온다면 그녀의 잘못이다.
“에, 엘로아는…. 시우랑 키스하면서… 흥분해버려서….”
“그다음은요?”
“저… 젖꼭지를 뾰족하게…. 세…세우고 말았어요….”
우물쭈물 발끝을 모으며 다시 순한 양이 되어 고백하는 엘로아.
임신 마렵다.
마녀가 임신을 못 한다는 사실이 이렇게 통한스러웠던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러니까… 시우에게 벌… 받을게요….”
그 이후 엘로아는 두 번의 마력을 추가적립 받았다.
2.
다리가 후들거릴 때까지 욕실 안에서 거사를 치른 두 사람.
야속하게도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시우는 보더타운의 출입국 관리소까지 좌표이동을 이용해 엘로아를 데려다주었다.
시우에겐 귀여운 모습만 잔뜩 보여주는 엘로아지만 명색이 공작이다.
VIP를 위한 개인 대합실을 제공받은 덕에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오손도손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정갈한 의복과 함께 가방을 챙겨 맨 채 앉아 있는 엘로아.
오늘 아침까지 행복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뺨은 아쉬움으로 부풀어 있다.
그녀는 이미 수아 지부장으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았다.
듣자하니 중국, 남미 등 애초에 위치포인트의 입김이 닿지 않았던 지역부터 굉장히 술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조력을 미뤘던 것은 어디까지나 시우와 수확제를 함께 보내고 싶었기 때문.
이 이상 미루는 일은 엘로아 자신에게 용납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우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금방 왕복할 수 있다해도 스승님이 먼 곳으로 떠나게 되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 일이다.
그래서 그만 말하지 않으려 했던 쓸데없는 말까지 내뱉고 말았다.
“조금만 더 있다가 가시면 안 되나요?”
살짝 놀란 듯 눈을 떴던 엘로아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시우의 손을 잡아준다.
“안 된다는 걸 그대도 알고 있지 않은가?”
“저도, 붉은가지 제어를 조금 더 능숙하게 할 수 있다면 돕겠습니다. 사람들을 위한 일이잖아요.”
“걱정 말게. 그대의 도움이 없어도 위험한 일은 없을 테니.”
시우가 지금껏 상대했던 마녀 중 가장 강한 마녀는 욕망의 마녀 비앙카였다.
하지만 스승님과 비앙카가 맞붙었을 때, 스승님이 패배하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엘로아는 강하다.
지난 100년간 무리 없이 공적사냥을 해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게다가 시우가 몇 번이고 마력 충전을 해주었고 말이다.
“영영 헤어질 것 같이 구는구나. 중요한 소란만 잠재우면 금방 돌아올 것이야. 길어도 한 달 이내겠지”
“그래도…. 아쉬운 걸요.”
“오딜 양, 오데트 양, 샤론 양과사이좋게 지내고 있게나.”
잠깐 이별을 지연시켜주었던 ‘문’의 점검도 끝났다.
저 멀리서 출입국 관리소장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엘로아는 시우의 귀에 바짝 입술을 대고 말했다.
“돌아오면 꼭 나머지 몫도 해줄게요.”
욕실에서 두 번째 성교가 끝난 뒤 마지막에 입으로 해주다가 시간관계상 생략된 펠라치오.그 이후를 기약하며 엘로아는 현세로 떠났다.
3.
“수아 선생. 오랜만이네.”
위치포인트 광화문 지부.
본디 티페레트 공작이 방문할 때면 항상 마중을 나오던 수아 아가사 선생이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문제로 골머리를 싸던 중인 수아에게는 그럴 여력이 없었고, 결국 산더미처럼 보고서가 쌓인 지부장실에서 엘로아를 맞이하게 되었다.
“티페레트 공작님.”
“바빠 보이는군.”
“주어진 과업을 행할 뿐이옵니다. 미처 마중나가지 못한 점….”
“괜찮네, 나야말로 더 일찍 오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지.”
수아는 깜짝 놀랐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을까 걱정되던 엘로아였다.
그런 그녀가 은은한 미소를 머금으며 인사를 건네온 것이다.
그렇게 편안한 미소는 엘로아가 천진난만한 견습마녀였던 시절 이후로 처음 보는 듯했다.
“귀주께선... 분위기가 바뀌셨사와요.”
“많은 일이 있었지.”
엘로아는 뚜방뚜방 걸어와 앉은 자세인 수아를 가볍게 끌어안아 반가움을 표했다.
조심스레 엘로아의 등을 토닥여주는 수아.
가장 오래 알고 지낸 벗이자 전우인 엘로아의 긍정적인 변화는 수아를 기쁘게 만들었다.
감격스러운 상봉도 잠시 엘로아의 분위기가 갈무리 된다.행복한 추억을 만든 것은 만든 것이고, 과업은 과업.지금은 후자를 수행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을 때였다.
“현재 상황에 대해 보고받고 싶네. 그간 변화 점이 있었는가?”
그러나 그마저도 다르다.
예전에는 너무나도 날카롭게 벼린 탓에 바람조차 베어내지만 금방 깨져버릴 것 같던 아슬아슬한 눈빛이, 지금은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가 느껴졌다.
“수아 선생?”
“실례하옵니다. 먼저 콜롬비아부터 폭력적인 세력 확장을 시작한 클레흐 아스모데, 진조의 마녀에 대한 자료와 ‘새벽의 저주 사건’의 상관관계에 대해 자료를 정리해두었사옵니다.”
어느 때보다 든든하게 느껴지는 엘로아의 모습을 보며 수아는 간략한 브리핑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