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418화 (418/917)

#4181.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온 오딜과 오데트는 숨바꼭질을 하듯 숨어버렸다.

장소는 타로 타운에 있는 전초기지.

“진짜 너무해! 너무해….”

항상 옆에만 있어도 헤실헤실 웃음이 나오는 조수님이지만 지금은 꼴도 보고 싶지 않다.오딜로서는 참다 참다 쌓아온 것이 터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언니…. 그래도 이야기는 다 들어보지…. 샤론 언니도 티페레트 공작님도 계시는데 너무 버릇없었던 거 아닐까?”

“너 바보야? 이건 우리가 화내야 하는 상황인 거야!”

“그래도…. 조수님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으셨다잖아…. 계승 연구도 중요한 것 같고….”

함께 씩씩거리며 따라 나왔던 오데트지만 그래도 언니보다는 빠르게 진정이 되었다.

조수님의 발언은 곱씹어보자면 그렇게 진득한 연애 감정이 섞인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샤론 언니, 엘로아 같은 강적도 이미 상대하고 있는 판국에 예소드 백작이 합류한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싶기도 하고….

“난 조수님이 미워!”

“나도 괘씸하긴 한데….”

“차라리 옛날 조수님일 때가 훨씬 좋았어 !

“...그건 그래.”

마차에서 단 세 명이서 뜨거운 밤을 보내던 시절.

아직 사랑이라고 칭하기에는 풋풋한 감정이긴 했어도 그땐 정말 즐거웠었는데 말이다.

이 전초기지에 조수님을 포획해와서 이런저런 야한 장난을 칠 때도 그랬고….

오딜에 계속되는 투정에 휩쓸려 함께 마음이 무거워진 오데트는 1층으로 내려가 술을 한 병 가져왔다.

“우리는 조수님 기쁘게 해주려고 보드게임도 어렵게 사 왔는데…. 조수님이랑 놀고 싶어서 찾아갈 때마다 과외 수업 중이라고 못 만나서 슬펐는데….”

“언니…. 그렇게 막 마시면….”

“시끄러워 오데트! 난 오늘 개가 되기로 했어!”

오딜은 벌컥벌컥 병나발을 불면서 시우를 욕하기 바빴다.

그때.

-후웅!

푸르스름한 마력광이 문틈을 비추더니 문이 열렸다.

조수님이다.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리지도 않고 무작정 뛰쳐나왔는데 이렇게 빨리 찾아온 것을 보면 시우가 쌍둥이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듯하다.물론 그거 하나로 기분이 풀릴 만큼 단순한 상황은 아니었다.

“여기 계시죠?”

도저히 면목이 없어 쭈뼛쭈뼛 들어간 시우.

방에 들어선 시우와 눈이 마주친 오데트는 오딜이 보이지 않게끔 열심히 고개를 저었다.

목에 손날을 쓱쓱 긋는 시늉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건드려봐야 아무 말도 안 통할 테니 재깍 도망치라는 신호였지만….

조수님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듯싶다.

그는 제자리에 못 박힌 채 묵묵하게 고개를 떨어뜨렸다.

“뭐야? 무슨 낯짝으로 여기까지 왔어?”

“오달 님 ”

“여기;1조수님 집도 아니잖아? 여긴 오데트와 나의 전초기지야. 조수님한테 아무 때나 들어올 수 있는 열쇠를 준 기억은 없어.”표독스러운 말투도 콧잔등을 찡그리는 오딜.시우를 향해 단숨에 이를 드러낸다.

“나, 솔직히 진짜 조수님 많이 이해해줬어! 생명의 은인이니까!”

“...오달 님… ”

“샤론 언니가 조수님을 좋아하는 건 싫지 않아! 샤론 언니랑 친해질 수 있어서 기쁘고! 공작님 사정은 샤론 언니에게 들었으니까.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새로운 사람이라니! 너무하지 않아?”

“언니이….”

오딜은 만류하는 오데트의 팔을 냉정하게 뿌리치고 쏟아붓듯이 외친다.

“조수님 같은 거 몰랐으면 훨씬 좋았어! 차라리 사랑을 알려달라는 부탁 같은 거 하지 말 걸 그랬어 !”

시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비록 첫 관계는 백작의 유혹으로 시작됐고, 이후에는 마법 연구를 목적으로 이어갔다고는 하나 안일한 마음가짐이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내심 제 발 저린 것이 하나도 없었더라면 쌍둥이를 비롯해 샤론과 엘로아에게 말하지 않는 일도 없었겠지.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하!”

시우의 말에 기가 찬다는 듯 웃는 오딜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새겨진다.

사과? 무슨 사과? 어차피 예소드 백작이랑 그 잘난 연구 계속할 거잖아!”언니 그만해…. 조수님도 생각이 있으셨겠지….’

오데트, 가만히 있어. 넌 배알도 없어?”

이번 일만 끝나면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약속해요.”

오딜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시우의 앞에 성큼 다가왔다.손가락을 뾰족하게 세워 시우의 가슴을 콕콕 찌른다.

“사과해. 무릎 꿇고 제대로 정중하게 사과해.”

사실 오달도 알고 있다

쌍둥이에겐 시우를“독점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최초에 쌍둥이는 시우를 흥미진진한 교보재로 생각해 접근했다.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고 거기에 이성적인 호감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작 시우는 비밀 엄수를 빌미로 그를 쥐고 흔드려드는 쌍둥이의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주었다.

그것도 제 목숨을 걸며 말이다.

조수님이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을 본 그 날 오딜은 맹세했다.

만약 조수님이 무사히 깨어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조수님의 편이 될 것이라고.세상이 끝나는 날이 있어도 조수님의 옆에서 있을 것이라고.

“내가 제일 화가 나는 건 뭔지 알아? 이래놓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조수님한테 너무 함부로 말했다고 병신같이 후회할 거라는 거야!”

그렇기에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그런 맹세를 했던 주제에 이런 사소한 일도 이해하지 못하고 투정을 부리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기관총처럼 시우를 책망하던 오딜의 목이 점점 잠긴다.

인형처럼 예쁘게 쌍꺼풀이 진 눈에서 방울방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조수님이 미워…. 그런데 나도 한심해 죽겠어….”

“언니…. 울지마…. 흐아아앙….”

언니가 우는 모습을 보고 옆에서 함께 울음보가 터져버린 오데트.항상 해맑게 웃고 다니는 귀여운 쌍둥이를 울리고 말았다.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자책을 느꼈다.

“오딬 나 ”

“이거 놔!”

“오딜 님, 정말 죄송해요.”

“이거 놓으라니까!”

시우는 허리를 굽혀 오딜을 끌어안았고, 오딜은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발버둥 쳤다.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차고 심지어 팔뚝을 잔뜩 할퀴며 버둥거린다.

그러나 샌드백 역할을 하고 있자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점차 힘이 빠져간다.

“싫어…. 조수님 진짜 싫어….”

“다시는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오딜 님도 오데트 님도요.”

“됐어, 연애 놀이는 다른 여자랑 많이 해…. 우린 이제 빠질 테니까….”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던 오데트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어/건니…? 나도?”

“우리는 둘이서 하나니까 너도 빠져야지!”

“아, 알았어…. 근데 나는 싫은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우에게 슬쩍 몸무게를 실어오는 오딜.이윽고 아예 폭 안겨버린다.

“조수님 진짜 양아치야. 대 제머나이 백작가의 견습마녀인 우리 둘로도 부족하다니….”

“죄송해요, 제가 생각해도 참 나쁜 짓 많이 하고 다닌 것 같아요.”

“여기 봐.”

오딜은 시우의 팔뚝을 잡더니 꽉 깨물었다.

그냥 애교 형식으로 살살 깨무는 것이 아니라 거의 피가 나기 직전까지 아주 꽈악 깨문다.

작고 고른 치열이 팔뚝에 남았다.

“아프지?”

“0|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럼 더 아파야겠어. 나도 많이 아팠으니까.”오딜은 팔을 뻗어 시우의 뺨을 쭈욱 늘였다.

게다가 꽉 꼬집었기에 찔끔 눈물이 나올 정도로는 아팠다.

“아하하… 하하하….”

아픔을 참고 반쯤 일그러진 시우의 얼굴을 보고 웃음이 터진 오딜.

눈물을 그렁그렁 단 채로 한참이나 자지러지게 웃던 오딜은 오데트의 손목을 잡아끌고 시우에게 몸을 기댔다.품 가득 귀여운 쌍둥이가 안긴다.

“조수님이라면 그런 사정을 보고 모른 체 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해. 조수님이 그런 사람이었으면 우리를 구해주지도 않았겠지.”

“오달 님… ”

“내 조$님은 쓸데없이 정 많고, 제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여자관계도 똑 부러지게 정리 못 하는 흐물흐물한 사람이니까.”

“저도 처음에는 조금 화가 났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거잖아요. 앞으로는 조심하고, 혹시 비슷한 일이라도 생기면 꼭 저희에게도 말해주세요.”

이렇게 관대하게 용서받을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던 와중에 오딜이 불쑥 얼굴을 드리밀며 입을 열었다.아름다운 자색의 눈동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시선을 마주해온다.

“대신 오늘은 오데트랑 나한테 확실하게 사과해 줘.”

“마침 잘됐네요. 여기는 저희밖에 없으니까요.”

어차피 이후 약속은 없고 설령 있더라도 취소해야 하는 상홍K

뺨을 맞아도 열 배는 더 맞아야 했을 상황에서 오딜과 오데트의 제안이 얼마나 너그러운 것인지는 시우도 알고 있다.

“정말 그걸로 될까요?”

미안한 마음이 남았기에 물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그럼 조수님이 우리한테 위로금이라도 주려고?”

“적은 돈으로는 안될 걸요?”

“그건 그렇지만….”

“돈 없음 몸으로 때워야지.”

장난을 치듯 넘어가 주는 굉장히 관대한 처사였다.

오딜이 먼저 입술을 내민다.

목을 잡고 늘어지며 키스해달라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

언니에게 키스를 양보한 오데트도 다음은 자신의 차례라는 듯이 빤히 시우를 바라보고 있다.

“완전 정성껏 안 해주면 다시 화낼 거다?”

미안한 마음뿐이다.

최소한의 속죄를 위해서라면 쌍둥이와 함께 있는 순간이라도 정성껏 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시우의 입술에 얼기설기 얽혀오는 오딜의 입술.

유달리 작고 뾰족한 혀끝이 매끄럽게 입안으로 기어들어 왔다.

달콤한 포도향이 섞인 술 냄새와 끈적한 타액.

“흐 ■三으... 흐... ”= / "T" (= = .아예 시우와 하나가 되고 싶다는 듯 힘껏 껴안은 오딜은 몇 번이고 진하게 입술을 부딪쳐왔다.

시우의 손이 어깨에 닿자, 만져달라는 듯 도담한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슬쩍 거칠어진 숨을 쉬는 오딜.자연스럽게 단추를 툭툭 풀 때마다 작은 새처럼 귀여운 어깨가 톡톡 떨린다.

“조수님은… 옷 벗길 때 표정이 제일 야해.”

“조수님 저도 벗겨주세요 키스도!”

언니가 화가 누그러진 듯하자 냉큼 끼어드는 오데트.시우는 하나하나 쌍둥이의 옷을 벗겼다.

어깨에 두른 케이프, 고운 실크 셔츠와 살색의 브라렛.

치마와 드로어즈까지 벗겨내고 태어날 적 그대로의 모습이 된 쌍둥이.

서로 꽤 많이 알몸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쑥스러운지 쌍둥이는 슬쩍 몸을 가리며 수줍어한다.

“이제 조수님도 벗어.”

“저희가 벗겨 드릴게요!”

벌써부터 울끈불끈한 아랫도리를 휘두르려던 찰나.

찬바람이 불었다.

테라스 쪽 창문은 단단히 닫혀 있었기에 바람들 구석이 없었는데 말이다.

“이게 무슨 개짓거리죠?”

스산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벌컥 열린 테라스 뒤.

달빛을 받은 돛처럼 펄럭이는 커튼 뒤에 모습을 드러낸 한 여인.

제머나이 백작가의 두 기둥 중 하나이자 쌍둥이의 스승님.

자색 마력 반사광이 방을 번쩍일 정도로 뿜어내고 있는….

데네브 제머나이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