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빚쟁이 생활을 하느라 10년 가까이 현세에서 머물러온 샤론.
그녀 역시 수확제 즉, 크리스마스가 연인 사이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전세계 커플 90%가 섹스하는 날 아닌가?
따라서 수확제를 맞이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념일을 맞이한 산타 복장이라던가 아니면 털 달린 수갑 같은 본 게임의 흥취를 추가해주는 아이템.
장미꽃잎을 동동 띄운 욕조에서 달콤한 스위트 와인과 함께하는 반신욕처럼 분위기를 로맨틱하게 만들어주는 이벤트.
이런 이벤트 준비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돈이 좀 필요하지만 채무를 변제하고 지갑에 여유가 생긴 지도 오래다.보더 타운의 밀수꾼 접선소를 기웃거리며 이런저런 준비를 하던 차였다.
“선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아세요?”“상대를 깜짝 놀라게 해주는 거에요.”
하지만 깨닫는다.
샤론은 애송이에 불과했다.
전쟁 준비가 덜 됐던 것이다.
겨우 견습마녀에 불과한 오딜과 오데트가 준비한 선물은 샤론의 안일한 안보 지침을 콕 짚어 지적하는 듯했다.
무려 크리스마스다.
식상하고 단순한 이벤트로는 시우의 심금을 울릴 수 없다는 걸 쌍둥이를 보고야 깨닫는다.
꿀꺽 침을 삼킨 샤론.
도나의 블럭에는 어떤 문구가 적혀 있을지 호기심이 치미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는 인터넷도 안 되니 ‘남자친구를 기쁘게 하는 법’ 따위를 검색할 수도 없고, 배워야 할 점은 배우고 싶었다.
“도대체 이런 건 어떻게 안 거야?”
질문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나머지 블럭을 확인하려던 샤론.
“앗! 밑장빼기!”
“기밀 유출, 기밀 유출!”
예상대로 쌍둥이는 펄쩍펄쩍 경보를 울리며 스파이 행각을 제지했다.
쌍둥이를 갈리나 시녀장으로부터 구해준 것은 고마우니 필살 초식의 정체는 공유하겠지만, 핵심심결까지 공유할 수는 없다는 것.재빠르게 두 팔을 뻗으며 젠가와 샤론 사이에 끼어든 것이다.
“아무리 샤론 언니라도 보여줄 수 없어요!”
“저희도 다 확인하지 않았다구요!”
“쳇.’’
쌍둥이가 준비한 커플용 젠가는 평범한 젠가에 벌칙이 적힌 투명한 스티커를 붙이는 물건이다.
샤론을 앞에 두고 스티커를 붙이는 동안조차 최대한 눈을 흐릿하게 뜨고 벌칙 내용을 보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물론 이유는 조수님과 게임을 즐기게 되었을 때를 대비한 스포일러 방지.아무래도 내용물을 알고 있는 선물은 다소 신선함이 떨어지니 말이다.
“나도 궁금한데.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보여주면 안 돼?”
“당연히 안되죠! 언니가 발설해 버리면 조수님의 기대감도 낮아지게 되잖아요!”
“맞아요, 저희는 엄연히 라이벌이라구요!”
“하긴 그렇지….”
완고한 자세로 젠가를 수호하는 쌍둥이.
샤론은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
그래도 함께한 세월이 몇 개월이다.
쌍둥이를 살살 유도하는 방법 정도는 숙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정말 대단하다! 이런 선물이라면 시우도 틀림없이 기뻐할 거야.”
칭찬으로 쌍둥이에게 비행기를 태워준 뒤 부탁할 것.
놀랍게도 전략은 이게 끝이다.
그 뒤로는 살짝 저자세로 부탁하기만 하면 오케이.
“그쵸?”
“사랑의 경쟁은 몸으로만 하는 게 아니에요. 머리를 써야 한다구요! 후후!”
“대단해 대단해. 나였으면 상상도 못 했어.”
예상대로 샤론의 칭찬을 받은 쌍둥이는 금세 콧대가 높아져 우쭐거렸다.
“그래도 한 번쯤 살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어떤 항목이 있는지 너희도 내용을 모른다는 건 돌발적인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잖아.”
“그건 저희끼리 확인해도 되는데요?”
“맞아요, 굳이 샤론 언니한테 누설할 필요는 없어요.”
아무리 쌍둥이라도 그저 단순하지만은 않다.
샤론이 속내를 드러내자 곧장 살짝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그렇긴 한데 그래도 객관적인 제삼자가 평가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샤론 언니가 어떻게 객관적인 삼자에요.”
“맞아요, 저희랑 조수님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인데.”
“나서서 방해하려는 건 아닌걸? 더군다나 나는 현세 문화에 대해서 꽤 잘 알거든. 이건 현세 물품이고 시우도 현세 출신이니까 내가 봐주면 도움이 될 거야. 게다가 방금 내가 구해줬잖아.”
“흐음…. 잠시 작전 타임!”
쌍둥이는 샤론을 등진 채 자기들끼리 속닥속닥 귓속말을 시전했다.
순진무구한 쌍둥이를 속여 먹는 것 같긴 하지만 나쁜 의도는 아니다.
그냥 살짝만 참고하고자 할 뿐.
샤1이 55;합리화하드》안 쌍둥이는 짧은 회의를 끝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
“네! 샤론 언니랑 저희랑 친선 경기를 하는 거예요.”
“응? 대체 왜?”
말 그대로 대체 왜? 였다.
상상 이상의 제안에 당황하는 샤론.
이에 오딜이 조리있게 의도를 설명한다.
“언니 말대로 컨텐츠를 점검받는 차원에서 직접 해보는 게 제일이잖아요.”
“저희끼리 해도 딱히 감흥이 없을 것 같구요.”
먼저 말을 꺼내 쌍둥이를 끌어낸 사람이 샤론인 만큼 너무 고집만 부릴 수는 없다.
그리하여 샤론과 쌍둥이는 마주 앉은 채 기묘한 모의 게임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오딜.
어렵지 않게 밑에서 두 번째 중앙의 블럭을 빼냈다.
“뭐 나왔어?”
“음…. 상대방의 옷 하나를 지목해서 벗긴다 요. 자, 샤론 언니. 팬티 벗어주세요.”
“뭐?”
샤론은 눈이 땡그래진채 당돌한 부탁을 하는 오딜을 보았다.
“왜요? 검증해 보려면 당연히 실전에 가깝게 해야죠.”
오딜은 천연덕스레 어깨를 으쓱한다.
“아무리 그래도 굳이 팬티를…?”
다짜고짜 팬티라니.
지금 샤론에게는 원피스도 있고 수면 양말도 있다.
적당한 스크림이 목적이라면 팬티를 콕 찍어 벗겨낼 필요는 없는 것이다.
“헤헤, 어려우시다면 여기까지만 해도 좋아요.”
얼떨떨해하는 샤론 앞에 오데트 또한 언니의 의견에 동조했다.
웃음 속 섬뜩하게 빛나는 두 쌍의 눈동자를 본 샤론은 순식간에 쌍둥이의 의도를 파악했다.
오 자매는 그저 순진하게 샤론의 스파이 행각에 속아 넘어갔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샤론의 생각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샤론의 제안에 모르는 척 속아 넘어간 이유는 ‘빚’을 남기지 않기 위함이다.
샤론이 조금 전 갈리나 시녀장에게 잡힐 뻔한 쌍둥이를 자비롭게 구해주었고, 그것은 훗날 어떤 형태로 갚아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샤론의 속셈에 놀아나는 척 어울려주다가 게임의 패배 혹은 포기를 빌미로 쫓아내는 것이 베스트.젠가의 비밀을 최대한 수호하면서도 빚을 청산하는 실로 정치적인 기만책이었다.
“오호, 그렇게 나오시겠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자. 만약 내가 먼저 블럭을 쓰러뜨리거나 포기하면 순순히 물러날게. 대신 너희가 지면 모든 항목을 공개해.”
처음엔 가벼운 호기심 겸 참고 조사용이었지만 쌍둥이가 저렇게 나온다면 샤론도 물러설 수 없다.
쌍둥이 역시 샤론과 정면으로 맞붙을 각오를 한 상태.
논점을 이탈한 경쟁에 가속이 붙는 것이다.
““좋아요!””샤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펑퍼짐한 치마를 들치고 속옷 고무줄에 손가락을 걸어 가볍게 풀어낸다.
치맛자락이 탈의실 커튼 역할을 해주었기에 비소가 노출되는 일은 없었지만 샤론의 탄력 넘치는 하얀 허벅지로 스르륵 내려오는 하얀 천 조각은 나름 선정적이었다.
“0| 정도로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내 차례네.”
노팬티가 된 샤론은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블럭을 뽑았다.
그리고는 무언가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확인한 벌칙은 ‘옷 위로 상대방 젖꼭지 맞추기’와 ‘상대방의 옷 하나를 지목해 벗기기’.
따라서 당연히 뽑는 쪽이 공격권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애초에 ‘대결’을 위해 만들어진 벌칙이 아니라 연인 간의 뜨거운 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게임이다.뽑는 사람이 부끄러워지는 자폭스위치 역시 존재하는 것이다.
“고양이 흉내 내면서 엉덩이 10대 맞기…?”
“꽝을 뽑은 것 같네요.”
샤론의 민트빛 눈동자가 정처 없이 흔들린다.
“이, 이게 뭐야! 이런 항목은 최악이야! 시우가 뽑았으면 정말 이런 걸 시킬 생각이었어?”
“안될 거 있나요?”
“재밌을 것 같은데요.”
“군말말고 빨리 엎드리세요, 언니.”
샤론의 지적은 실로 합당했다.
그러나 검수를 위한 모의게임이라는 것은 이미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
남은 것은 ‘누가 더 수치심을 느껴 줄행랑치는가’인 치킨 레이스가 된 상황에서 샤론의 반박이 수용될 리 만무했다.
“이익...”
샤론은 이를 악물었다.
굴욕을 무릅쓰고 엉덩이를 내밀자 쌍둥이나 나란히 다가온다.
“어머~ 샤론 언니 엉덩이 엄청 크네요. 골반도 그렇고….”
“치마가 얇아서 그런지 모양도 다 보여요.”
“시끄러워! 빨리하기나 해!”
_찰싹! 찰싹! 찰싹!
쌍둥이의 손이 북 두들기듯 샤론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두드렸다.
오데트의 말대로 치마가 얇아서인지 꽤 아프게 감기는 손바닥.
하지만 그것보다는 견습마녀 뻘 오딜 오데트에게 궁디팡팡이나 당해야 하는 자괴감이 괴롭다.
심지어….
“샤론 언니! 고양이 흉내!”
“냐오오옹…! 미야오옹…!”
손을 말아 쥐고 애처로운 고양이 소리를 내면서 맞아야 하는 심정은….굴욕적이다 못해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노팬티 고양이 흉내 궁디 팡팡이라는 벌칙을 수행한 샤론은 벌겋게 얼굴이 익은 채 다시 자리에 앉았다.
7할을 수치심, 3할은 오기와 복수심으로 배합된 절묘한 분홍빛이었다.
이런 고배를 마신 이상, 적어도 절반은 쌍둥이에게 돌려줄 심산이다.
“이제 제 차례네요.”
오데트가 안정적으로 블럭을 빼내고.
세 사람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블럭에 시선을 모았다.
홀덤에서 마지막 한 장을 뒤집듯, 그 순간 희비가 교차한다.
“꺄아아! 살았다!”
“오데트! 나이스 플레이!”
오데트가 뽑은 블럭은 ‘상대방 옷 홀딱 벗기기’.
이번에도 상대방0?;는急저유 붙쳐이상 샤론은 꼼짝없이 알몸이 될 처지에 놓였다.
“이게 뭐야! 너희 꼼수 쓰고 있지!”
“그럴 리가요!”
“말했잖아요, 저희도 제대로 안 보고 붙였다구요.”
야속한 하늘의 농간에 샤론의 억장도 와르르 무너진다.
단순히 동성 간 알몸을 보이는 것은 그다지 부끄럽지 않다.
그게 부끄러웠다면 대욕장에 발을 들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쌍둥이는 옷을 전부 갖춰 입은 채로 홀로 벌칙을 수행하며 알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상상 이상의 부끄러움을 동반한다.
“뭐~ 포기하겠다면 말리지는 않아요.”
“샤론 언니 마음 저희도 이해하니까요.”
쌍둥이는 의기양양하게 나뭇조각을 흔들며 씨익 웃어 보였다.
그 말대로다.
여기서 도망친다면 샤론의 명예도 더는 실추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도박판에서 작업 당한 호구는 ‘한탕만 크게 하면 돼!’라는 심정으로 대출까지 하기 마련.
샤론의 마음 또한 그러했다.
고작 옷 벗는 것 정도야 못할 것 뭐 있겠는가?
“너희 각오해.”
“저희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닌데요?”
샤론은 이를 악물고 훌러덩 원피스형 잠옷을 벗었다.
허전한 가랑이를 허벅지를 딱 맞붙이는 것으로 사수하며 등 뒤로 손을 넘겨 브라 후크까지 풀어낸다.
출렁출렁.
“...언니 뭔가 짜증나.”
“…나도 그래.”잠시를 가만있지 못하고 그녀의 몸동작마다 부드럽게 흔들리며 위용을 과시하는 젖가슴.그걸 보고 괜히 기분이 나빠진 쌍둥이.
샤론은 얼굴을 붉힌 채 한 손은 다리 사이에, 한 손을 끌어안듯 가슴을 가리고 눈물을 그렁이며 씩씩거렸다.
“내 차례야!”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블럭을 뽑아낸 뒤 휙 뒤집는다.[다리 활짝 벌려서 보여주기]
“아 진짜! 뭐냐고!”
샤론이 내팽개친 젠가 블럭이 애처롭게 소파 위에서 굴렀다.
그 모습에 자지러지는 쌍둥이.
이러니저러니 해도 꽤 죽이 잘 맞는 세 사람이었다.
갓지은밥 님이 그려주신 파자마 입은 오데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