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
1.
백작님의 꼴림쇼를 관람한 시우.
이미 그녀의 꿀물 향기와 체취를 듬뿍 들이마신지라 더 이상의 자제는 어려웠다.
기절한 백작님을 깨우는 데 필요한 각성제는 자지 단 세 방.
“시, 시우씨이이…! 시우 씨…! 그만…! 그만…! 부서져요…! 저 부서져요…!”
그녀의 애액을 윤활제 삼아 손바닥으로 빨갛게 달아오른 클리를 마구마구 비벼주며 박아주자, 백작님은 거의 10초마다 한 번씩 애액을 찍찍 뱉으며 몸을 떨어댔다.
삽입 자체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사정감은 급격하게 몰려왔다.
이미 너무 꼴리는 광경을 봐버린 것이다.
흐트러진 정신력 탓에 헐렁해진 리본의 속박에서 백작의 몸이 빠져나오고.
“또, 또 싸… 그만 싸고 싶은데… 또 싸요…! 히그으으읏…!”
절정과 함께 백작의 가느다란 다리가 시우의 허리를 단단히 감싼다.
마법 연구를 위해서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마녀가 되어서도 남아있는 암컷의 본능.
안에 싸달라는 것처럼.
절대로 밖에 싸지 말라는 것처럼 확실하게 시우의 하반신을 끌어당기는 백작의 모습에.
“크윽…!”
시우 역시 출렁이는 백작의 가슴을 꽉 움켜쥐며 응수했다.
최초 부드러움을 넘어.
손바닥 안 젖가슴이 응축되어 미묘한 단단함이 느껴지는 지점까지.
“하윽…! 하윽…! 하으으윽…!”
-꿀럭! 꿀럭! 꿀럭! 꿀럭!
열심히 싸요! 싸요! 를 외치던 백작님도 지금은 외마디 신음을 흘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쾌락에 의해 벌어진 턱이 벌벌 떨리며 백작은 있는 힘을 다해 시우의 목을 끌어내려 키스했다.
“읍…우웁… 츄웁…!”
그리고.
-쩌엉!
마력의 흡수, 분출.
그리고 연신 자지러지는 백작님의 부드러운 몸.
그 과정에서 백작님이 혀를 몇 번이나 씹어댔는지….
섹스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백작의 방 침대 위까지 이어졌다.
이후에는 서로 상황극이고 뭐고도 잊어버린 채 열심히 몸을 탐해 두 번이나 더 사정.
저녁이 지나갈 때쯤 시작한 섹스는 동틀 녘이 되어서야 끝났다.
2.
짐승 같던 섹스가 끝난 뒤.
침대에 등을 기댄 시우와 그런 시우의 어깨에 고개를 기댄 백작.
“시우 씨, 마음에 들었나요?”
방금까지 엉덩이 구멍을 활짝 벌려 보인 채 뒷치기 상태로 세 번째 질내사정을 받은 백작은 숨을 고르며 시우의 팔뚝을 쓰다듬었다.
“네?”
“제 연기가 능숙했었나요? 시우 씨 취향에 맞춰본다고…. 이것저것 노력해 봤는데.”
별안간 시작된 꽁냥꽁냥 필로우 토크에 무슨 말을 꺼내나 했는데.
뭔가 그새 뒷수습을 시작한 백작님.
“연기요?”
“그럼요, 이것도 일종의 거래이니까 성실하게 임해야죠. 거래 상대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키는 거야말로 저희 예소드 사가 이런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이랍니다.”
소프트한 SM 플레이가 하고 싶었던 시우와 마지못해 응해준 예소드 백작님.
아무래도 그런 설정으로 가고 싶은 모양이다.
거기에 뜬금없이 경영철학 같은 내용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면 다소 오버 풀 된 상태임이 분명했다.
하기야 셀 수 없이 작은 오르가즘과 커다란 해피 타임을 만끽했으니 도파민 과다 상태여도 이상할 것은 없다.
디아나도 그렇고 루시 예소드도 그렇고.
이 모녀는 은근 닮은 점이 많았다.
“아무튼! 시우 씨 조금 혼나야 할 부분이 있어요.”
“네, 말씀해주세요.”
“그… 여성의 성기는 민감하답니다. 특히나 외음부의 그… 돌기는 그렇게 함부로 다루면 못 써요. 하물며 손끝으로 튕기고 손바닥으로 마구 비빈다면 당연히 통증을 느끼게 되는 거에요. 아시겠나요?”
“음, 클리토리스 말씀이시죠?”
능글맞게 놀리자 곧장 뾰족한 외침이 돌아왔다.
“시우 씨!”
귀엽다.
어떻게든 수습해보려는 백작님의 필사적인 훈계.
하기야 그런 꼴을 보였으니 창피할 만도 할 것이다.
우리의 루시 예소드 마망 백작에게는 사람 애간장을 살살 녹이는 재주가 있는 게 분명하다.
“힉…!”
문득 장난기가 돋아 이불 아래로 손을 쏙 넣었다.
손바닥을 음모 위에 올려놓은 채 백작의 가라앉지 않은 클리토리스를 살살 문지른다.
“그럼….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시우 씨…. 지금 하라는 게… 아닌데…. 하읏….”
“이렇게 부드럽게 빙글빙글 돌리라는 말씀 아니셨나요?”
아까의 모습이 어디 갔는지 얼굴을 붉히며 시우의 어깨를 깨무는 백작.
순식간에 다시 단단해지는 돌기와 꼭 다 물린 허벅지가 사랑스럽다.
“난 몰라요…. 하아….”
그렇게 즐기고도 아직 불길이 남아있다니.
여자의 몸은 알면 알수록 신기하다.
마음만 먹으면 더 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오늘 아침은 스승님과 대련 약속이 있다.
시우가 손을 빼자 백작은 그제야 딱딱하게 굳은 몸을 풀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시우 씨. 내 말 하나도 진지하게 안 듣죠?”
“그럴 리가요.”
“아니요, 분명히 놀리고 있는 거예요.”
여기서 백작을 놀리려면 얼마든 더 놀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이것도 이쯤 하자.
요망함과는 또 다른 귀여운 모습을 계속 보다가는 또 절제를 잊고 덮쳐버릴 것 같다.
“그래서, 연구는 어떻게 됐나요?”
“아….”
“설마 까먹으셨다는 건 아니죠?”
백작은 잠깐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다가 순순히 답했다.
“사실 마력 파장이나 작용을 분석하는 건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하지만 순서와 과정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마법 얘기가 나오자 백작의 관심도 그쪽으로 기운 모양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마녀는 마녀이다.
“참 신기하네요. 어떻게 시우 씨 몸에서 나오는 마력은 이렇게 깨끗한 거죠? 게다가….
자율방어를 무시하고 낙인에 들어온다는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아요. 물론 정확한 데이터를 추출해서 다방면의 검토를 거쳐야 할 테지만….”
그렇게 말하던 백작이 힐끗 시우를 흘겨본다.
“조금 더 샘플이 필요할 지도요….”
“협조하겠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장난을 치고 있자니 흥분으로 잊고 있던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예소드 백작이 떠나길 원치 않는 디아나.
본의 아니게 디아나의 부탁대로 백작을 유혹해 버렸으니 중간에서 조금은 거들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오지랖을 부리는 수준이 아니라 서로 본심을 알 수 있도록 살짝만 조율을 해주는 거지.
“그나저나, 백작님은…. 계승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시나요?”
“계승이요?”
다소 별안간의 주제였는지 고개를 갸웃한 백작.
오르가즘 이후 들떠있던 낯빛이 다소 어두워진다.
“휴우…. 걱정이 태산이죠. 디아나를 홀로 남겨두는 것도 걱정이 많이 되고.”
“낙인을 계승하시는 것 자체는…. 두렵지 않나요?”
“사적인 감정 위에 두어야 하는 대의가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어머나?”
태연히 답하던 백작은 뭔가 알아차렸는지 씨익 웃음을 지었다.
“이제 보니 제가 사라지게 될 게 벌써 무서운가 보네요? 어머~ 우리 시우 씨 정도 많으셔라.”
그런 이유로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백작의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다.
영생을 살 수 있음에도 마법을 물려주고 사실상 ‘자살’을 택하는 것은 시우의 감성으로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 전개였다.
하물며 살을 섞은 예소드 백작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럴 지도요.”
“아….”
시우를 놀리려던 백작은 생각보다 진지한 시우의 말투에 입을 꼭 다물었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사과하는 백작님.
손을 뻗어 깍지를 끼더니 손등 위를 살살 쓰다듬으며 위로한다.
“미안해요, 제가 무신경했어요.”
“아닙니다. 그렇게 깊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건 그것대로 심통이 나는걸요?”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단지 평소 섹스하고 나면 느끼는 상쾌함 대신에 조금 울적함을 느낄 뿐이었다.
어머니가 죽기를 원치 않는 딸이나.
홀로 남겨질 딸을 걱정할 어머니나.
또 머지않아 예소드 백작이 사라질 것처럼 샤론도, 쌍둥이도, 스승님도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머나먼 미래의 일로만 여기며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불안함이 구체성을 띤 것만 같았다.
3.
백작과 인사를 나누고 컴컴했던 하늘의 모서리가 파랗게 변해가는 새벽쯤 제머나이 저택으로 귀가했다.
새벽 5시 반이면 스승님이 깨어계실 시간.
하지만 아무리 앞에서 노크해도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다.
“스승님?”
종종 침대에서 눈을 비비고 일어난 엘로아에게 물수건도 가져다주고 했던 만큼 시우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하지만 시우를 반겨주는 것은 적막뿐.
침대 위의 이불은 흐트러져 있지도 않았고 엘로아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외출하셨나?”
새벽 감성에 오늘 예소드 백작과의 대화에서 느꼈던 왠지 모를 씁쓸함이 더해진 탓에 스승님과 대화라도 나누고 싶었는데 별수 없다.
시우는 객실로 돌아와 담배를 물고 테이블에 털썩 앉았다.
“할 일 없을 때는 마법 공부가 최고지.”
너무 깊게 생각하진 말자.
아직 마녀가 되기 전에도 ‘늙어서 죽으면 어쩌지~’싶은 고민은 안 했으니까.
한참 뒤의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개인과외를 좀 빼먹더라도 쌍둥이도 좀 만나고, 샤론도 좀 만나고, 스승님과도 오랜만에 술자리나 같이하자.
당장 옆에 있는 순간 잘 대해주는 수밖에 없지 않는가?
그리 생각하며 창문을 열어 담배 연기를 빼내려던 시우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어?”
창문 안쪽에 기대듯이 놓여있는 것은 수정구.
통신국이 따로 없는 게헨나에서 화상통화를 가능케 해주는 원격 수정구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여타 수정구보다 훨씬 더 색이 진하다는 것.
“…누가 놓고 간 건가?”
그때 별안간.
-웅! 우웅! 웅!
휴대폰 진동처럼 웅웅거리며 점멸하기 시작한 수정구의 모습.
시우는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대신 신호를 받았다.
진동 패턴을 보아하니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는 알람은 아니다.
부재중 남기는 음성메시지처럼 상대방이 녹화한 영상이 확인 대기 중인 상태였다.
“안녕?”
주변이 너무 어두워서 물체가 잘 식별되지 않는 가운데.
한 여자의 인사가 들려온다.
이때까지만 해도 ‘남자 마녀’에 깊은 관심을 두는 마녀의 신종 추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 너무 어두워서 잘 안 보이나? 기다려 봐.”
-탈깍!
무대장치처럼 수직으로 내리쬔 하이라이트에서 피투성이로 변한 타카쇼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어떡하지? 네 친구가 널 보고 싶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