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
1.
산딸기처럼 빨갛게 변한 백작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날 것 같다.
특히 자지가.
사실 상황은 아직 꼬여 명쾌하게 풀어졌다고 하기 힘들다.
디아나의 고민을 어머니인 예소드 백작에게 전달하지도 못했고.
그 전에 전달할지 말지의 여부도 고민 중이다.
그런데 눈앞에 예소드 백작이 있다.
고아하고 품위 넘치던 루시 예소드 백작.
어째서인지 배덕감을 자극하는 분위기와 능숙했던 유혹 솜씨.
하지만 옷을 벗겨 침대 위에 올려놓으면 아무런 저항도 못 하던 갭은 이미 남자를 흥분시키기 충분하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우아한 백작님이 실은 이런 과격한 플레이를 원하는 변태였다?
어떻게 참으라는 말인가.
게다가 오늘의 꼴림 포인트 하나 추가.
원래 오늘 밤은 수업 대신 섹스를 통해 마력 복사 능력을 확인할 셈이었다.
22 위계의 예소드 백작이라면 이 현상의 원인에 대해 보다 확실하게 규명해 줄 수 있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말하자면 마법 연구를 명목으로 야릇한 밀회가 한 번 더 약속된 셈.
그러나 백작은 입을 꾹 다물고 그런 것 따위 모른다는 듯 역장에 대한 수업을 이어나갔다.
눈앞에 뻔히 보이는 부끄러운 상황을 어떻게든 모른 척하려는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다.
“수업은… 여기까지 할게요.”
“네, 백작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기특하게 도망치지 않고 수업을 끝낸 백작은 슬쩍 시우의 눈치를 살폈다.
말할까 말까 엄청 망설이는 듯하기에 먼저 물꼬를 터주었다.
“왜 그러시나요?”
“시우 씨, 시우 씨가 그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그런 여자가 아니랍니다.”
“그런 여자요?”
일부러 너스레를 떨자 입술을 삐죽 모으는 백작님.
원망스럽다는 듯이 시우를 책망한다.
“시우 씨…. 짓궂어요.”
“백작님도 절 실컷 놀리시지 않았습니까.”
“그건 어제 다 갚았던 것 아닌가요? 그리고 저건…. 그냥 생각나는대로나 적은 거에요. 결단코 제 취향이 들어가 있지는 않아요!”
백작의 거센 항변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그렇다기에는… 엉덩이 때려주는 것도 좋아하시고, 부끄러운 것도 좋아하셨던 것 같은데요.”
“시우 씨! 그만! 자꾸 놀리지 말아요…! 저 책들은 또 어떻게 찾아내신건지….”
더 놀리다가는 백작님이 쥐구멍으로 숨어버릴 것 같았기에 시우도 동조해주었다.
“너무 부끄러워하실 것 없어요. 저도 흥미가 생겼는데요.”
“…유도신문 해도 안 넘어 갈 거예요.”
백작은 새초롬하게 고개를 돌리며 시우를 외면했다.
“백작님, 그나저나 저희 오늘 연구하기로 하지 않았었나요?”
“…오늘은 제가 바빠서….”
“붉은가지 연구를 도와주신 건 제가 디아나 양의 가정교사를 맡았기 때문이잖아요?”
“그게 갑자기 왜요?”
“저도 백작님의 연구를 돕는 대가로 받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화들짝 놀란 듯이 시우를 바라보는 백작.
시우는 그런 백작의 귓가에 속삭였다.
“절대 못 해요! 진짜 그런 건 제 취향 아니라니까요!”
당장 펄쩍 뛰는 백작님.
“제 취향이어서요. 협조해 주신다면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시우가 넌지시 동아줄을 던져주자 한참을 고민하던 백작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2.
소파에 앉은 시우.
그의 무릎에 가로로 엎드려 엉덩이는 하늘을 향한 채 누워있는 백작.
쉽게 말해 잘못한 어린아이가 부모님에게 엉덩이를 맞을 때 취하는 자세였다.
무엇을 숨기랴.
시우가 하려는 것은 백작님의 궁디 팡팡이다.
백작을 유혹해 달라는 디아나의 부탁과는 별개로 어차피 사정을 통한 마력 충전은 원인을 규명하고자 하던 바였다.
그리고 기왕 백작의 패티쉬를 알게 되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생각이었다.
“시우 씨는 해만 저물면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백작은 볼멘소리를 하며 책망을 던졌지만 시뻘게진 귀를 보면 이 상황에 몹시 민망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동시에 살짝 떨리는 목소리를 보아하니 벌써부터 스위치가 들어간 모양.
“백작님이야말로 옷을 벗으셨을 때보다 흥분하신 것 같은걸요?”
“흥분? 누가요? 제가요?”
“네, 귀도 빨개지셨고…. 목소리만 들어도 대충 알 수 있어요.”
“…시우 씨, 더 놀리면 저 그만할 거에요.”
“죄송합니다. 우선 괜찮을까요?”
“꺄악!”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리본을 꺼내었다.
그녀의 두 손목과 발을 묶어 소파 다리에 고정하자 백작은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꿈틀거려보는 백작이지만 마법을 활용하지 않는 이상 이 주박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할 테지.
“이, 이렇게까지?”
“할 거면 본격적으로 해야죠.”
“…알겠어요.”
진짜 이런 게 하고 싶었었나 보네.
먼저 제안했지만 내심 놀랐다.
사실 이런 자세와 앞으로 펼쳐질 플레이는 다 큰 어른이 하기에는 강렬한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행위였다.
초등학생처럼 무릎에 엎드린 채 엉덩이를 팡팡 맞는 행위와 그 자세를 다 큰 어른이 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백작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저항을 보였다.
이렇게 투덜거리는 것도 백작으로서 보이고 싶은 최소한의 권위 탓이겠지.
풀어준다면 아쉬운 한숨을 쉴 것이 자명했다.
“걷겠습니다.”
백작의 드레스 끝을 잡고 허리 위까지 훌렁 올렸다.
하늘로 둥글게 솟은 부드러운 엉덩이와 그 사이를 파고 들어간 천 조각의 음란한 조화.
엉덩이골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팬티도 허벅지까지 내린다.
“…….”
백작의 호흡이 거칠어지며 부드러운 피부 위로 살짝 소름이 돋은 것이 보였다.
확실히 누워있는 상태의 엉덩이와 뒤치기 자세의 엉덩이는 완연히 다르다.
아쉽게도 힙업된 볼기살이 좀 더 통통하게 올라와 항문을 제대로 가리고 있다.
대신 꼭 다 물린 포동포동한 백작님의 보짓살이 허벅지 사이에서 슬쩍 엿보인다.
엉덩이를 완전히 깐 이후 그녀는 한사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정면만을 바라보고 있다.
시우도 루시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촉즉발의 흥분 상태에서 시우의 손이 휘둘러진다.
-찰싹!
“흡…!”
“와….”
부드러움을 자랑하듯 푸딩처럼 흔들리는 하얀 엉덩이.
보지 서스펜션보다 훨씬 안정적인 쿠션감이 묵직하게 손바닥에 감긴다.
일전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세운 채 팡팡 때렸을 때보다 훨씬 손맛이 좋았다.
“어떠세요?”
“아… 아파요…. 그리고 부끄러워요…. 꺄악!”
-찰싹!
이번에는 반대편에 휘둘러진 손바닥.
고작 두 방이었다.
그리고 시우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입을 꼭 다물고 있던 백작님의 조갯살이 꿈찔꿈찔 움직이더니 투명한 꿀물 한 줄기를 흘렸기 때문이다.
-찰싹! 찰싹!
“흥… 흐읍…!”
연달아 엉덩이를 두드리자 흔들리는 백작의 몸.
한 대를 때릴 때마다 그녀의 찰싹 달라붙은 꽃잎의 틈새가 점점 젖어가는 것이 보인다.
-착! 착! 착! 착! 착!
시각적 자극을 불문하고 이 상황 자체가 미친듯한 꼴림을 자랑했다.
그 예소드 백작이 벌 받듯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를 허용해주고, 그 와중에 아무런 성적인 자극 없이 젖어가고 있다니.
음란하기 짝이 없다.
“시… 시우 씨…. 잠시만…. 잠시만요…. 너무 아파요…. 그리고 그만할래요…. 너무…. 아무래도 이건 너무….”
아직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백작은 애잔한 목소리로 헐떡였다.
바르르 떨리는 몸의 진동이 심상치 않다.
그녀가 가기 전에 보이는 모습이다.
와.
이 분은 ‘진짜’다.
엉덩이를 까고 벌겋게 피부가 달아오를 때까지 맞는 것만으로 가버리는 진짜 변태인 것이다.
음란하기 짝이 없는 그녀의 반응은 브레이크를 박살 내기 충분했다.
“백작님, 고작 엉덩이 몇 대 맞으셨다고 갈 것 같으세요?”
“누, 누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정말 변태시네요.”
“아, 아니라니까요?”
-찰싹!
“아…흣…! 마, 말하는 중인데…! 시우 씨!”
백작의 헐떡임과 동시에 좌우로 꿈틀거리는 허리.
새빨간 손자국이 새겨지기 시작한 엉덩이를 보며 시우는 거듭 엉덩이 팡팡을 시전했다.
그 어떤 남자가 백작을 이렇게 허벅다리 위에 올려놓고 체벌을 내릴 수 있을까?
이게 출세?
-부웅!
흥분을 더해 들어 올린 손바닥이.
-찰싹!
최고의 찰짐과 함께 부드러운 엉덩잇살을 파고들었다.
“으…으…으읍…. 하아아앙…! 하앗…! 흐읏…! 읏…!”
그리고 동시에 흰자를 보이며 치켜떠지는 백작의 눈과 가련한 곡선을 그리는 등선.
백작 엉덩이를 비롯한 몸이 푸딩처럼 먹음직스럽게 떨리며 시우의 허벅지가 축축해졌다.
“하아… 하아….”
슬쩍 예소드 백작을 보자 경악한 눈빛으로 시우를 올려보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 이걸로 가버렸다고?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리고 그 표정은 한 박자 늦게 찾아온 당혹감과 민망함에 잔뜩 흐트러진다.
“시, 시우 씨… 오해에요…. 진짜, 그냥 너무 아파서….”
“백작님.”
침착하게 가라앉은 시우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자 백작은 움찔 어깨를 떨었다.
“갈 때는 뭐라고 말하기로 약속했죠?”
“아, 안 쌌다니까요…! 히윽…!”
시우는 중지 하나를 백작의 꼭 다 물린 보짓살 사이에 쑤셔 넣었다.
문자 그대로 쑤셔 넣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다소 과격한 삽입이었다.
“하우…. 으으….”
러브젤 한 통은 통째로 짜낸 것처럼 끈끈하게 젖어든 속살.
막 가벼운 오르가즘에 도달했던 백작의 보짓살은 더없이 뜨겁게 손가락에 얽혀들었다.
“안의 감촉이 방금 막 갔을 때랑 똑같은데요?”
엉덩이보다 붉어진 얼굴.
백작은 정곡이 찔린 부끄러움을 손가락을 잘라낼 듯 움찔움찔 조이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건 진짜….
남자로서 멈출 수가 없다.
아주 거칠게 따먹어달라고 보는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과 다름없는 반응이다.
그나저나 백작님 타락이 너무 빠른 거 아닌가?
“백작님이 말도 없이 싸버린 탓에 바지가 엉망이 됐네요.”
약간의 가학심이 겸비된 흥분된 목소리.
일종의 분기점인 셈이다.
아마 시우가 원하는 것이 뭔지, 또 만약 여기서 수긍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소드 백작의 상상력은 충분히 앞을 그려냈을 것이다.
거기에 따른 그녀의 선택은….
“죄송…해요….”
오케이 사인이었다.
“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제 취향인 건 절대 아니에요! 그냥… 시, 시우씨 바지를 더럽힌 건 사실이고… 시우 씨가 관심이 있다니까 저도 해보는 거에요.”
“…….”
“…아시겠어요?”
조금 사족이 붙었지만 말이다.
EP.391 #84_최후의 만찬(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