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
1.
잠자리에 드는 시늉을 했던 디아나는 여느 때처럼 귀축배달부를 읽기 위해 어머니의 비밀 서고로 향했다.
성(性)에 새로이 눈을 뜨는 패턴은 대부분 비슷했다.
어머니의 교육과 더불어 철저히 금남 생활을 보내왔던 디아나.
처음 책을 보았을 땐 징그러움과 불결함을 느꼈지만 그 불쾌함에도 불구하고 괜스레 시선이 끌렸다.
이후 몇 번이나 비밀 서고를 오가다 보니 어느새 디아나는 남녀의 사랑과 그 사이에서 기인하는 행위에 호기심을 지니게 되었다.
어느 정도냐면 손으로 생식기를 문지르는 수음 행위를 시도해 봤을 만큼이다.
비록 수치심과 묘한 간지러움만을 느껴 금세 그만두었지만.
시간은 11시.
디아나가 아는 한, 그리고 경험상 어머니의 서고가 항상 비어있는 시간이니 문제 될 건 없었다.
적어도 계획은 그랬다는 의미다.
어머니가 새로 집필하는 소설에는 딱히 추가분이 없었다.
귀축배달부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별수 없이 다른 관능 서적을 보며 시간을 보내던 디아나는 심장이 멎을 만큼 놀랐다.
자정을 알리는 괘종이 울리기 약 10분 전.
별안간 어머니가 개인 서고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비밀의 방은 말 그대로 비밀의 방.
별개의 탈출구는 물론 창문 따위도 없다.
만약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꼼짝없이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벌써 어떤 변명을 해야 할지 빽빽한 시뮬레이션을 돌리던 디아나는 일단 안도할 수 있었다.
“…….”
벽 너머로 들리는 소리를 짐작해 볼 때.
어머니는 개인 서고만 부산스럽게 돌아다닐 뿐 비밀 서고에 들어오려는 기색이 없었다.
이거 잘만하면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세계의 완성이겠거니 싶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손톱을 물어뜯던 디아나는 머지않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오랜만이네요.”
시우가 방에 들어선 것이다.
디아나는 자신이 엿듣고 있는 장면이 어머니와 신시우의 밀회 장면임을 직감했다.
그 순간 어지러움을 느꼈다.
디아나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최악으로 흘러가는 그림이었다.
상황이 꼬여도 이렇게 더럽게 꼬일 수가!
지금이라도 나선다면 엄마에게 할 말이 그나마 생긴다.
이런 방이 있는 줄 모르고 신기해서 들어와 봤다고 하면 어찌저찌 변명할 구실이라도 있다.
물론 비밀의 방은 둘째치고 왜 어머니의 개인 서고에 숨어들어왔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부터 장대한 거짓말이 필요할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기 계속 있으면 아마 어머니와 시우는 사랑을 나누게 될 것이다.
디아나가 숱하게 읽어왔던 관능 소설처럼.
만약 사랑을 나눈 어머니가 비밀의 방으로 들어온다면 그때는….
정말 수습 불가다.
하지만….
어쩌면 어머니가 비밀의 방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디아나는 알 수 있게 된다.
지면으로만 읽는 섹스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들리는 생생한 소리로.
남녀의 정사 장면을, 그것도 어머니가 가정교사 신시우와 하는 것을 몰래 훔쳐 듣는다는 죄악감과 호기심.
그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디아나의 마음은 결국 일탈 쪽으로 흘러갔다.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엿듣기를 한 시간.
“……?”
진짜 그냥 수업만 했다.
흔히 연인 간에 오가는 달콤한 대화는커녕 사적인 대화조차 나누지 않는다.
워낙 작은 목소리가 오가는지라 대화 내용은 드문드문 밖에 들리지 않았으나 적어도 뜨거운 밀회 관계에 취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뭐지?
지금까지 착각하고 있었던 것인가?
둘은 정말로 수업을 위해 만나는 것이고 순전히 착각하던 것뿐일까?
그렇다면 둘이 낚시를 가서 사랑을 나눴다는 내용은 뭐지?
극심한 혼란도 잠시.
거의 날이 밝기 직전까지 아무 일이 없자 디아나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상상대로 대사건이 없자 긴장이 풀린 것도 있었고, 아직 반 영체라 수면이 필수적인 견습마녀에게는 너무 버거운 기다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디아나의 잠을 깨운 것은.
끙끙 앓는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2.
앓는 듯한 신음에 머리에 번뜩 정신을 차리고.
디아나 예소드는 제 귓가를 파고드는 소리를 믿을 수 없었다.
-쮸걱 쮸걱 쮸걱
“시우 씨…! 저…! 저어…! 쌀 것 같아요…! 하아아앙…!”
“벌써요? 몇 번이나 싸셨나요?”
“다섯…! 다섯 번…! 아니, 하으으으…! 여섯 번이요…!”
“아주 잘하셨습니다. 한 번 더 힘내볼까요?”
“시우 씨이…! 싫어…! 시러허어…! 이제 그만… 그만 싸고 싶어요…! 힘들… 힘들어요…! 히으윽…! 히으윽…!”
바로 옆방.
어머니의 개인서고에서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건물 밖의 천둥소리에도 절대 뒤지지 않는.
이 건물이 어머니의 공방이 아니었더라면 지나가던 하인들이 전부 들었을 법한 커다란 소리가.
잠깐 졸았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휘둥그레진 눈으로 비밀의 문에 귀를 대던 디아나.
“꺄아아아악…! 하아앙…! 하아아앙…!”
-푸슛! 푸슛! 푸슛!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단말마에 어깨가 움찔 떨렸다.
디아나는 더 이상 세상 물정 모르던 인큐베이터 속 화초가 아니다.
저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진작에 알아차렸다.
그러나 남녀 간의 행위에서 나오는 것이라기에 엄마의 신음은 차라리 비명 쪽에 가까웠다.
울고불고 애원하는 목소리와 끈끈한 알로에 수딩젤을 손바닥에 듬뿍 짜낸 뒤 손뼉을 치는 것 같은 소리.
도대체 어떤 행위를 하면 저런 소리가 난다는 말인가?
“하아…. 하아…. 시우… 시우 씨….”
더군다나 어머니의 비명.
마치 짐승 같은 단순히 괴로움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 섞여 있는 달콤한 쾌락과 아양을 부리는 목소리는 결코 일방적인 강압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부정맥이 온 것처럼 이상하게 쿵쾅거리는 심장.
내연 관계라는 것을 알았어도, 내심 둘이 정사를 나눈다는 것은 알았어도.
그 내용물이 이토록 적나라하고 천박하며 노골적일 줄은 몰랐다.
“이제… 이제 넣어… 주세요….”
가끔 딸바보 티를 낼 때를 제외하고는 정숙했던 어머니의 모습은 없다.
항상 고아하고 우아한 말씨로 귀족의 귀감이었던 어머니의 모습도 없다.
디아나가 읽어왔던 관능 소설 속 여주인공보다 더 음란한 암컷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다.
“자리를 좀 옮길까요? 근처에 침대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시우 씨이… 여기, 여기서 해줘요…. 저 더 못 참겠어요. 하아앙…!”
“그럼, 이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아, 알몸으로 밖에 나갈 수는 없어요…! 게다가 이, 이 상태로는…흐읏… 흐읏…”
“괜찮을 겁니다. 어차피 주변에 사람도 없는걸요.”
“그, 그렇지만 핫..! 하앗! 하앙…! 걸을 때마다… 배가 너무 깊이…!”
어머니와 시우의 목소리가 멀어지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개인 서고 위층 어머니의 침실 중 하나로 향하겠지.
“하아…하아….”
지나친 긴장과 경악 때문이었을까?
디아나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훔쳐냈다.
이 서늘한 날씨에 속옷이 전부 축축해졌을 정도로 땀이 많이 났다.
조심스레 비밀의 방문을 열자….
개인 서고가 비밀의 방보다 훨씬 넓은데도 후끈후끈한 열기가 전해져왔다.
“아….”
더불어 달콤한 육향과 살내음 그리고 생전 처음 맡아보는 찐득찐득한 냄새가 퍼진다.
그 냄새의 근원은 물벼락을 맞은 것처럼 흥건하게 젖어있는 소파 시트.
원래 근사했던 적색 주단이 검게 물들었다.
그 위에는 아무렇게나 벗겨진 드레스와 하이힐이 허물처럼 나뒹굴고 있었다.
밖에서 비가 온다 한들 창문이 닫혀있는 방 안까지 빗물이 들이닥쳤을 리는 없다.
즉, 이건 모두 엄마의….
디아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뇌에 정전이 온 것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신시우와 엄마는 역시 뜨거운 관계였다.
디아나의 예상보다 훨씬, 훨씬, 훨씬 더.
위층 어머니의 침실에서 아직 시들지 않은 불꽃을 불태우겠지.
“이렇게…. 천박한 행위였다니….”
아직도 남아있는 미열에 어지러움을 느끼면서도 디아나의 시선이 위를 향한다.
꿀꺽 침을 삼켰다.
조금만 더 리스크를 감수하면 디아나가 지면으로만 보았던, 소리로만 들었던 행위를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르게 말하면 신시우의 알몸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창 호기심과 관심을 키워나가던 디아나에게 호감가는 남성의 알몸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결코 가볍게 걷어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실천으로 옮기는 순간 엄마의 정사 장면을 몰래 엿보는, 패륜이 된다.
“으…으으….”
하지만 엄마가 먼저 멋대로 뺏어간 것 아닌가?
원래 신시우를 먼저 알았던 것은 디아나였고, 그가 저택에 머물게 된 계기도 디아나의 가정교사로 왔기 때문이다.
이 이상의 배려가 필요할까?
“엄마 탓이에요, 엄마가 나쁜 거예요.”
어설픈 합리화를 끝낸 디아나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심호흡으로 가다듬고 조심스레 위층으로 발을 떼었다.
3.
“하아… 하아… 하아….”
알몸으로 그것도 삽입한 상태로 계단을 올라 백작의 침실로 도착했다.
예소드 백작을 침대 위로 던져놓았을 무렵, 그녀는 제 발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다리에 힘이 풀려 있었다.
사실 절반쯤은 의도한 바였다.
또 저번처럼 호다다가 도망가버리면 안 되니 자력으로 걸을 힘을 뺏을 수밖에.
일전 확인했던 대로 백작의 G스팟은 물총 방아쇠였다.
한 손으로는 백작의 품위에 맞는 동글동글한 진주알을 마구 문지르며 약한 곳을 자극해주니 물 한 컵 분량의 애액을 일곱 번에 걸쳐 쏟아내었다.
쌀쌀한 복도의 공기 속에서 뜨거운 백작의 보지에 즐기며 보지 반신욕을 즐기는 동안 백작은 두 번이나 더 가 버렸고 말이다.
“…….”
엉덩이만 쭉 하늘로 올린 채로 힘없이 쓰러진 예소드 백작.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왈칵왈칵 애액을 싸대며 경련하는 보짓살이나, 앞뒤로 꿈찔거리는 빵빵하게 부푼 클리나, 동시에 움찔거리는 뒷구멍까지.
백작부인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고귀한 육신과 전혀 그렇지 못한 자세와 추태.
그 둘의 부조화가 강렬하게 음심을 자극했다.
첫 만남 때 백작을 떠올리고 그 갭을 생각하니 더욱 강렬한 정복욕이 몸을 불살랐다.
“백작님.”
“…….”
대답이 없다.
풍만한 엉덩이 너머로 슬쩍 보자 백작은 눈을 감은 채 숨을 색색거리고 있다.
손가락 끝으로 클리토리스를 슬쩍 꼬집어 보았다.
속옷 위로도 보일 정도로 탱탱해져 있는데 워낙 애액이 흥건한지라 잘 잡히지 않는다.
-푸슛! 푸슛!
“응긋… 응…하아앗…! 하아…하아…! 시, 시우 씨…!”
그와 동시에 백작은 열렬한 분수 쇼로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바르르 떨리는 허리와 얻어맞은 듯한 신음과 함께 눈을 번쩍 뜬 것이다.
“백작께선 툭하면 기절해 버리시네요. 애액도 오줌처럼 듬뿍 잘 싸시고요.”
“거기… 지금… 만지면…. 안되… 는데….”
숨넘어갈 듯 꿈틀거리면서도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백작이 할 수 있는 것은 시우의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신선한 연어처럼 허리를 퍼덕이는 것뿐이다.
“설마 이름 높으신 예소드 백작께서 이런 음탕한 본성을 숨기고 계실 줄이야.”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이런 부분이 예소드 백작의 귀여운 면모였다.
그런 꼴을 보여 놓고도 이런 작은 모멸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다.
게다가 시우는 은근히 그녀가 이런 모욕을 즐긴다는 것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언뜻 고상하게만 보였던 미망인 백작님은 대단히 높은 위계의 마조히스트였던 것이다.
“아닌가요?”
“으크흐흣…! 으읏.. 아앗…!”
“아니에요?”
“마, 맞아요…! 저는… 음탕한 여자예요…! 시우 씨도…! 계속 유혹하려고 했어요…!”
클리토리스를 꼬집꼬집하며 묻자 구태여 답하라 필요도 없는 것까지 성실하게 답해주는 백작.
시우는 그녀의 둥그런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잘 대답해 주셨으니까. 저도 백작님을 만족시켜야겠네요.”
“끄윽…!”
피와 살, 그리고 해면체로 이루어진 붉은가지가 또 한 번 날카롭게 백작의 정원 속에 꽂혀 들었다.
EP.382 #82_미망의 밤(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