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
1.
아티펙트의 힘은 위대했다.
샤론은 시우의 말에 조금도 저항하지 못했다.
평소 부끄러워하며 잘 해주지 않는 플레이에도 성심성의껏 응했다.
예를 들어 평소 자위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요구.
긴 다리를 최대한 벌려 그녀의 부드러운 속살을 활짝 벌려 보이는 플레이.
연구실 테이블 위에 알몸의 샤론을 쪼그려 앉혀 놓고 엉덩이를 받쳐 든 채 아래에서 위로 찔러대는 플레이 등등.
물론 얼굴에 불이 날 정도로 부끄러워하던 샤론이지만 이미 제 손으로 무덤을 판 바, 꼼짝없이 민망한 요구를 들어주어야만 했다.
“하암….”
원래 밤새 연구할 생각이었는데 요망한 샤론의 유혹에 넘어가 버렸다.
결국 날이 밝을 때까지 뒹굴던 소파에서 잠이 든 샤론.
시우는 아직까지 샤론의 머리 위에 있는 머리띠를 벗겨 주었다.
새삼 생각보다 좋은 아이템을 주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요물일세….”
사실 샤론이 마음만 먹는다면 시우를 가볍게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압도까지는 무리더라도 최소한 마음껏 깔아뭉갤 수 없게 저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머리띠를 착용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우의 힘에 조금도 저항할 수 없을뿐더러 아무리 수치스러운 명령이라도 순종적으로 따르게 되는 것이다.
거기서 오는 심리적 정복감은 가히 비교할 것이 못 되었다.
“쿠우….”
한편 간밤의 격한 플레이로 새근새근 잠이 든 샤론.
누워있는데도 모포를 들어 올리는 경이로운 맘마통을 가볍게 주물러주었다.
설원처럼 하얀 가슴이 손을 튕겨내며 탄력을 자랑한다.
이 말랑하고 부드러운 촉감은 다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것이다.
“흐음….”
손이 차가웠는지 눈썹을 찡그리며 콧바람을 내뱉는 샤론.
장난기가 발동했다.
손끝으로 첨단 연분홍빛으로 빛나는 조그마한 버찌 크기의 젖꼭지를 살살 돌려보았다.
“오….”
처음에는 젤리처럼 부드럽게 이지러지던 유두가 차츰 단단해지며 빳빳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더불어 샤론의 입이 살짝 벌어지며 신음 섞인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제 온종일 물고 깨문 덕에 주위에 남아있는 잇자국이 새삼 선정적이다.
여담이지만 강제로 노출된 샤론의 자위 습관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가슴을 스스로 빨 수 있다니.
진짜 샤론 맘마통은 전설이다.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거의 눈물을 흘릴 지경이 되었던 샤론을 떠올리며 가슴을 쪼물거리자니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
슬슬 예소드 저택에 찾아가 디아나의 수업 여부를 점검해야 하긴 하지만….
빠듯하게 시간이 될 것도 같았다.
잠든 샤론을 덮치려는 사이.
“시우 군!”
갑자기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온 알비레오 백작.
불행히도 소파의 배치는 연구실 문과 딱 마주 보는 위치였다.
“꺄악!”
알비레오는 알몸으로 서 있는 시우와, 함께 서 있는 시우의 아들을 보고 눈을 가리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2.
불행인지 다행인지 샤론은 잠에서 깨지 않았다.
그리하여 샤론을 모포에 돌돌 말아 놓고 연구실 앞에서 백작과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죄송합니다. 어쩐 일이신가요?”
“보더 타운에서 일이 생겼다고 들었어요.”
알비레오는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보았다.
살짝 경멸이 섞인 것도 같다.
그 낯빛을 설명하자면 이슬람 사원 앞에서 삼겹살 파티를 벌이는 몰지각한 사람을 보는 느낌이랄까.
마녀에게 있어 마법이란 신앙의 영역이고 연구실은 따지자면 경건한 예배당이다.
그런 예배당에서 질펀한 섹스를 벌였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알비레오가 이리 반응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
“걱정돼서 현세에서 복귀하자마자 찾아왔는데…. 별일 없어 보이네요.”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알비레오는 쌍둥이의 어머니.
알고는 있었다고 해도 딸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뒹구는 장면에 더해 사위의 박격포를 목격한 꼴이니….
시우도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시우 군에게 빌려주기로 했던 작업실이니 마땅히 할 말은 없어요. 그러나 앞으로는 장소를 가려주세요.”
“네, 그럴 생각입니다…. 죄송합니다.”
어째 항상 알비레오 장모님에게는 혼날 일만 생기는 건 기분 탓일까.
본의는 아니라고 해도 풀발 불빠따를 보여드리게 된 점에서 더더욱 할 말이 없었다.
“사고라지만 몸을 보게 된 점은 미안해요.”
“아닙니다. 제 부주의 탓이죠.”
알비레오는 아까의 경악을 덜어내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사과했다.
그리고 턱을 매만지더니 갑작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시우 군.”
“네.”
“하나 질문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 순간 힐끗 아랫도리를 향하는 알비레오의 시선을 보고 시우는 후회했다.
이 질문은 허락해서는 안 됐다… 라고.
야단맞는 처지에 어차피 대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말이다.
“그게…. 저희 쌍둥이한테 안전한가요? 그, 크기가 너무, 음….”
“…….”
풀발기한 시우의 물건의 그림자는 쌍둥이의 얼굴 반쪽을 가릴 정도로 거대하다.
알비레오가 그 위용을 확인하고 염려하는 것은 지당했다.
그러니까 ‘그릇이 손상될까 봐’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괜찮은 걸까?’라고.
실제로 영체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영체는 회복력 및 내구성 면에서 인간의 신체를 크게 웃돌았지만 말이다.
“…….”
“아니에요, 상스러운 질문이었네요. 이건 잊어주세요. 앞으로는 이런 일 없게 하고요.”
“네.”
그렇게 백작의 야단을 맞고 남사스러운 질문을 끝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3.
한 가지 예상외의 일이 있었다.
디아나가 오늘 수업을 정상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평소 그녀의 게으른 성품은 둘째치고서라도 꽤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텐데.
하루 만에 시녀에게 수업을 진행해도 좋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는 놀랐다.
곧장 디아나의 방으로 직행.
노크를 하자 문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문이 열릴 낌새가 없다.
“디아나 아가씨. 접니다.”
“들어오세요.”
문은 열지 않았지만 바로 앞에 서 있던 듯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로 앞에 어색하게 디아나가 서 있었다.
항상 보던 얼굴인데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나른해 보이던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입술을 둥글게 모아 살짝 내밀고 있다.
“어, 어, 어서 와요.”
말을 더듬는가 하며 옷에 낙엽이 들어간 것처럼 불편해 보인다.
쭈뼛쭈뼛거린다고 해야 하나.
게다가 이게 웬걸.
원래는 자다 일어난 얼굴로 머리도 대충 질끈 묶고 나오던 디아나가 단정하게 머리를 땋고 있다.
딱히 밖에 나가는 날도 아닌데 말이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그럼, 들어갈까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위치보드까지 보여주었지만, 디아나는 문지기처럼 앞을 틀어막고 시선을 이리저리 피할 뿐이었다.
요컨대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하던 시우는 재빨리 그 이유를 캐치했다.
우리의 귀족 영애 디아나 아가씨는 자존심이 강하다.
그런 디아나가 속수무책으로 인간에게 잡혀가고 시우가 구해준 뒤에는 엉엉 우는 모습을 보였다.
그다음 날 즉시 시우의 얼굴을 보게 되었으니 멋쩍고 쑥스러운 것.
시우는 자화자찬했다.
예전의 모쏠아다 신시우가 아니다.
디아나의 마음 정도는 간파할 수 있는 것이다.
“저 아직 할 말 안 끝났어요.”
지나쳐가려는 시우의 팔을 턱하고 잡는 디아나의 손.
조금 놀랐다.
평소 디아나가 먼저 신체접촉을 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항상 무슨 바이러스라도 되는 양 거리를 유지해왔었는데….
“시, 시, 시우 씨. 고마워요. 구해줘서….”
디아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우물우물 말을 이었다.
데크레센도 발성이라 구해줘서는 거의 들리지도 않았지만 디아나 나름의 감사표시였다.
거기에 이제껏 당신이라고만 불러왔던 디아나가 이름을 불러준다라.
저번 구출 이벤트는 디아나가 시우를 인정하게 된 계기가 된 모양이다.
뭔가 흐뭇하다.
이런 게 다 좋은 일 하면 돌아온다는 부모님 말씀의 산 증거 아니겠는가?
“감사한 마음은 받았습니다. 들어갈까요?”
“아니요.”
잡고 있던 팔을 그대로 잡아당긴 디아나는 시우를 문밖으로 내보냈다.
어? 어? 하면서 내쫓기자마자 문이 쾅 닫혔다.
“오늘은 쉴래요. 안녕히 가세요.”
생각도 못 한 축객령에 시우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뭐 잘못했나?”
4.
디아나는 문을 닫자마자 도망치듯이 침대로 다이빙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초속 20cm를 초과하지 않는 그녀에겐 경이로울 정도의 속력이었다.
아침부터 왠지 손질하고 싶어져 30분이나 빗고 땋은 머리.
기껏 골라 입은 디아나가 가진 옷 중에 가장 예쁜 드레스가 마구마구 흐트러진다.
“…! 으으…!”
디아나는 널따란 침대에서 베개가 떨어질 때까지 소리 없이 버둥거리다가 잠잠해졌다.
하지만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뛰는 심장은 전혀 잠잠해질 기색이 없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상한 점을 꼽자면 한 없이 있을 정도로 이상하다.
이상한 점 하나.
왜 오늘 수업하겠다고 말했는가?
평소 어머니의 태도를 생각하면 디아나가 일주일을 드러누워도 아무런 잔소리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성가신 놀이 교육에 대한 면제권이 주어진다는 사실.
하지만 디아나는 굳이 아침부터 시녀를 불러 수업을 정상 진행할 것을 알렸다.
이상한 점 둘.
늦은 저녁부터 잠이 들었던 만큼 새벽같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디아나가 한 것은 30분의 짧은 목욕, 아침 식사 그리고 꾸미기였다.
디아나도 예쁜 장식품이나 드레스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통 ‘예쁜’이라는 형용사는 부지런함과 불편함을 요구하기 마련이므로 적당히 품위를 손상하지 않을 만큼만 꾸며오던 디아나.
하지만 오늘은 거의 1시간 아니, 2시간은 족히 머리 모양을 바꾸고 손질하고 드레스 아래 코르셋을 받쳐 입고 굽이 있는 구두를 신었다.
그리고 이게 가장 이상한 점이다.
아침에 시우를 보았을 때 느꼈던 엄청 수상한 감각.
이상할 정도로 빨리 뛰는 심장과 가빠지는 호흡.
그리고 제대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운 머리와 턱턱 막히는 말문.
사실 이 증상은 그가 찾아와 노크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 말기에 달했다.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평소와 똑같은데.
곱상하게 잘생기긴 했지만 또 조목조목 뜯어보면 남성미도 묻어나오는 얼굴도, 양복 핏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등빨도, 부드럽고 자상한 목소리도 평소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데.
어째서인지 그를 대하기가 너무 버거웠다.
어머니처럼 그의 이름을 부른다는 행위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감사 인사와 동시에 내쫓아 버린다는 얼빠진 짓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디아나는 자신의 멍청함을 한탄하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EP.374 #81_백작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