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363화 (363/917)

#363

1.

“크윽!”

예상은 했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술술 풀리지는 않았다.

실험은 세 가지.

차폐식의 점검.

외부 충격으로 더욱 강렬한 왜곡장을 방출할 때 표본 확보.

차폐용 리본을 풀어 창을 5%가량 노출했을 때의 왜곡장 제어.

첫 번째는 쉽게 성공했지만 두 번째부터는 벽에 가로막혔다.

소리굽쇠를 두드리는 정도의 충격만 주어도 붉은가지가 리본 안에서 미친 듯이 날뛰었기 때문이다.

창날 부분을 조금만 노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반응성이 낮다는 마력중수의 표면이 웅웅거리면서 무수한 물방울을 튀어낸다.

결국 잠깐의 실험 이후 마력중수에 푹 담그는 것을 반복해야 했다.

“이게 참 마음처럼 안 되네요.”

“그래요?”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백작이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말릴 새도 없이 시우의 등 뒤를 껴안듯이 끌어안고는 일전 시우가 낚시 요령을 가르쳐 주었을 때처럼 뒤에서 함께 붉은가지를 쥐었다.

“차갑긴 차갑네요.”

시우가 놀란 눈으로 바라봐도 여유로운 웃음을 흘릴 뿐이다.

“자, 제가 도와드릴 테니 다시 해볼까요?”

등 뒤로 느껴지는 푹신한 느낌.

마력중수와 완벽하게 대비되는 따뜻한 백작의 체온.

동시에 백작이 뽑아낸 역장이 시우의 몸을 감싸는 것을 느껴졌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꺼내 보세요.”

“알겠습니다.”

마력중수 밖으로 꺼내지는 붉은가지.

방금 난동의 여운이 남아있는 것처럼 웅웅 진동했지만 백작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왜곡장의 제어를 끝냈다.

“거칠게 다루니까 그래요. 살살 어루만지는 것처럼….”

“이렇게 말인가요?”

“옳지… 잘한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섬세하게 다뤄줘야 해요.”

백작은 어디까지나 시우를 거드는 것이었다.

왜곡장이 뾰족뾰족하게 정신없이 튀는 선이라면 백작이 다듬어야 할 부분을 알려준다.

그 즉시 시우가 연산을 거쳐 그 부분을 눌러준다.

안대를 벗어 마력의 흐름을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시우조차도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트러블이 생기는지 알기 힘든데.

루시 백작은 순전히 직감만으로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다.

과연 역장 마법에 정통한 22 위계의 마녀가 어느 정도의 경지인지 엿볼 수 있었다.

“이런 느낌인가요?”

“옳지 그렇게요. 벌써 능숙해 보이는걸요?”

“…….”

“자, 다시 처음부터 하는 느낌으로… 천천히….”

“…….”

빠져든다.

백작의 지도와 함께 시작된 집중.

살을 에는 듯한 냉수도 뒤에서 시우를 끌어안는 백작의 포근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백작의 목소리를 내비게이터 삼아 시우의 집중력은 극한까지 올라간다.

춤추듯 날뛰는 붉은 파동을 억누르고 머리에 뇌가 뜨겁게 달아오를 때까지 연산에 연산을 반복.

숨마저 멈춘 채 오직 하나의 목적만을 생각했다.

2.

백작은 힐끗 시우의 눈치를 살폈다.

“…….”

대략 5분 전부터 무아지경에 빠진 그의 모습.

조언을 해줘도 대답하는 빈도가 줄어들더니 이제는 아예 역장을 통제하는 데에 모든 능력을 쏟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

그저 그런 천재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다.

그는 아주 작은 도움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또다시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마법을 연구한 기간을 고려하면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의 성장 속도였다.

만약 그가 여자로 태어나서 제대로 된 견습마녀의 길을 밟고 낙인을 물려받았다면 도대체 어떤 속도로 성장했을까?

긴 삶을 살면서 단 한 차례도 재능이 부족하다고 여긴 적이 없었는데 이 남자는 자신의 재능을 제외한 모든 재능을 빛바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어쩌면 소문만 무성한 케테르 공작의 재능이.

홀로 30 위계의 경지를 개척한 그녀의 능력이 시우와 같지 않을지… 라는 터무니없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한편.

“…….”

욕장 안에는 붉은가지가 작게 웅웅거리는 소리와 마력수가 찰랑이는 소리.

그리고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시우 씨?”

루시 백작은 조용히 시우를 불러보았다.

중간부터는 완전히 빠져들어서 주위의 소리도 들리지 않을 지경이 된 모양이다.

확인 삼아 한 번 더 불러보았지만.

“…….”

여전히 대답이 없다.

완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시우의 널따란 등판에 안겨 창을 만지작거리던 백작은 입술을 쓱 핥았다.

목이 탔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나온 행위였다.

조금 전부터 느꼈지만, 이 등짝 너무 듬직하다.

게다가 얼마나 뜨거운지 영하의 냉각수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제가 조금 더 도와줄게요.”

백작은 시우를 조금 더 끌어안았다.

아랫배에 느껴지는 남자의 엉덩이.

여성의 것과는 완연히 다르다.

게다가 이 엉덩이는 무려 딱딱하다!

안까지 근육으로 꽉꽉 찬 수율 좋은 근육질인 것이다.

“흠흠….”

백작은 괜스레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이제 저는 손을 뗄 거에요. 시우 씨 혼자 해보시겠어요?”

당연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백작은 나란히 움켜쥐던 붉은가지를 놓고 은근슬쩍 그의 허리와 복근에 손을 얹었다.

단단하다.

게다가 무슨 오돌토돌한 빨래판처럼 잘 갈라져 있다.

“어쩜 정말….”

앞에서도 보이는 이 튼튼한 광배근, 남성미가 흐르는 상완이두와 전완근, 턱을 기대기 딱 좋은 후면 삼각근.

마지막으로 배 아래서 여실히 느껴지는 대둔근까지….

백작은 더듬더듬 시우의 등판에 뺨을 착 붙인 채 그의 육체미를 탐구하기 바빴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되는 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그렇게 고목에 붙은 매미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던 백작 속에 영 불건전한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몸을 만져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푹 빠져있다면….

처음으로 느꼈던 그의 단단한 물건.

그걸 만져도 눈치채지 못하지 않을까?

백작은 꼴깍꼴깍 넘어가는 침을 느끼며 고뇌했다.

웬일이니, 웬일이니.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남자의 몸을 더듬다니.

명백한 추행이었다.

게다가 단순히 상반신의 근육이라면 몰라도 그 묵직한 코브라를 쓰다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후 백작은 그럴듯한 변명을 생각해냈다.

“시우 씨.”

“…….”

“바지가 살짝 내려간 것 같은데…. 올려 줄게요.”

무거운 마력수를 머금은 바지가 무거워지며 슬쩍 내려가 있는 것이 보였다.

그걸 올려 준다는 것을 빌미로 살짝, 아주 살짝만 터치해보는 것이다.

허리춤의 바지를 올려 주고 벨트를 다시 조여주면서.

백작의 손이 물아래로 기어들어 가 시우의 건장한 남성의 상징을 은근슬쩍 어루만진다.

“아….”

전에 느꼈던 그 거대함은 착각이 아니었다.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이토록 장대한 존재감.

백작은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은 것을 느끼며 아쉽게 손을 뗐다.

“하아….”

내심 반응이 있기를 바랬기 때문이려나.

어디를 더듬던 신경도 쓰지 못하고 왜곡장 통제에 열중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백작은 긴 탄식을 내뱉었다.

3.

심란한 심정을 풀고자 대욕장으로 향하던 디아나가 발견한 것은.

아마도 ‘과외’를 위해 나란히 장소를 옮기는 신시우와 어머니였다.

꽤 거리가 있기에 둘이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모습만 보였지만 즐거운 듯한 미소를 지은 채 살짝 앞서가는 엄마.

그리고 살짝 떨어져 따라가는 신시우.

“…이제 신경 안 쓸래요.”

불쑥 떠오른 불만과 반항처럼 내뱉은 말과는 달리 디아나의 시선은 두 사람을 쫓고 있었다.

하지만 둘이서 무슨 짓을 할지, 어떤 시간을 보낼지에 대해서 자세히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냥 풀장에서 둥둥 떠다니면서 한가롭게 노닥거려야겠다.

라고 다짐했던 디아나는 불길한 직감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저 방향은….”

맞은 편 회랑에서 통하는 곳은 식당, 그리고 어머니의 전용 욕장.

원래 어머니는 점심을 먹지 않으니 굳이 식당에 갈 리 없고 아주 간단한 소거법에 따라 두 사람의 행선지는 개인 욕장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으….”

무시하자.

무시하자.

애써 발걸음을 옮기려던 디아나는 얼마 가지 못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정말 어제 봤던 책 내용이 사실일까?

한 번 정도는 직접 확인해도 되지 않을까?

이제껏 텍스트로만 읽어왔던 남녀 간의 애정행각이 어떤 경위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했다.

불쾌함과 거부감을 앞서는 본능에 새겨진 호기심인 것이다.

“아, 몰라요….”

디아나는 걸음을 서둘러 백작의 개인 욕장으로 향했다.

비밀 서고에 몰래 들어갈 때보다 쿵쾅쿵쾅 뛰는 심장.

첩보원이 된 심정으로 한 발짝 늦게 욕장 입구를 가리는 붉은 주단을 젖히고 들어섰다.

“후우…후우….”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흐른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엿보기를 들키는 것.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지만 개인 욕장은 매우 작다.

앞에 있는 이 문만 넘어서면 사실상 가려지는 곳이 없다 해도 좋았다.

따라서 디아나는 숨을 죽인 채 조용히 욕장 내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까부터 도란도란 들려오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제가 도와드릴 테니 다시 해볼까요?”

욕조 안을 울리는 달콤한 음색.

다른 사람은 몰라도 디아나는 알 수 있다.

그것은 디아나가 항상 들어왔던 어머니의 자상한 목소리와는 어딘가 달랐다.

어쩐지 감탄하는 것처럼 숨이 많이 섞여 있고 꿈에 젖은 것처럼 몽환적이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꺼내 보세요.”

꺼내? 뭘?

침을 꿀꺽 삼키고 귀를 기울이는 디아나.

“거칠게 다루니까 그래요. 살살 어루만지는 것처럼….”

“이렇게 말인가요?”

“옳지… 잘한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섬세하게 다뤄줘야 해요.”

디아나는 감전된 것 같은 저릿함을 느꼈다.

이제야 확실해졌다.

소설 속에서 본 것처럼 노골적이진 않지만, 굉장히 야릇한 대사.

지금 어머니와 신시우는 저 안에서 음탕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섬세하게 살살 어루만진다.

무엇을?

디아나는 이제껏 조기 학습했던 내용과 두 사람의 대화를 조합했다.

무엇인가를 꺼낸 뒤 살살 어루만지고 섬세하게 다룬다.

엄마의 가슴?

혹은 신시우의 그것?

“이런 느낌인가요?”

“옳지 그렇게요. 벌써 능숙해 보이는걸요?”

“…….”

“자, 다시 처음부터 하는 느낌으로… 천천히….”

“…….”

쾌락에 잠긴 한숨이 섞인 것처럼 조금씩 작아지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디아나는 마지막 용기를 냈다.

아주 조금 장막을 들추고 그 안을 엿본 것이다.

그러자 보였다.

옷을 벗은 채 욕조 안에 들어가 있는 시우.

그리고 그런 그를 뒤에서 껴안은 어머니의 모습이.

어머니는 옷을 벗고 있지 않았지만 저 자세와 손의 위치를 가늠하자면….

아마도 발기한 남성기를 뒤에서 손으로 애무해주는 자세.

디아나는 더 이상의 자극을 버티지 못하고 숨을 꾹 억누른 채 욕장을 나섰다.

EP.366 #79_시궁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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