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347화 (347/917)

#347

1.

바쁜 업무를 끝낸 루시 백작은 신나는 발걸음으로 다이닝 룸을 향했다.

오늘도 사랑하는 디아나와 함께하는 저녁 만찬.

최근 들어 어쩐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 디아나를 위해 요리사에게 특식까지 준비해두라 일렀다.

디아나가 양고기보다 좋아하는 꿩고기.

그것도 오늘 오전까지 날아다니는 것을 석궁으로 사냥한 지비에(수렵육)로 만든 요리다.

이런 수렵육은 양식육보다 육향이 강렬하고 야생적인 풍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미식으로서의 가치가 높았다.

“우리 딸, 오늘은 잘 지냈니?”

테이블 위로 차려진 미식의 향연.

맞은 편에 뭉그적거리며 나타난 디아나의 표정을 본 백작은 깜짝 놀랐다.

어두컴컴한 먹구름이 낀 것처럼 디아나의 안색이 굉장히 어두웠기 때문이다.

“딸? 괜찮니?”

“…….”

백작이 걱정스레 물어봤지만, 디아나는 힐끗 시선을 올렸다 다시 내리 깔 뿐 제대로 된 대꾸를 하지 않았다.

이에 놀란 루시가 다시금 물었다.

“디아나, 무슨 일 있었어?”

“아니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아무리 봐도 무슨 일이 있는 듯한 모양새.

하지만 백작이 걱정스레 물어도 새초롬한 목소리로 툭 던지듯 뱉어낸 디아나는 목에 냅킨을 두르고 은제 나이프를 손에 쥐었다.

“오늘은 우리 디아나가 제일 좋아하는 꿩 요리란다! 엄마는 됐으니까 우리 딸 많~이 먹으렴?”

“네, 고마워요. 엄마.”

일부러 약간 과장된 목소리로 호들갑까지 떨어봤는데 돌아온 반응이 시원찮다.

대충 칼질하는 모양새나 포크로 찍어 넣은 꿩고기를 씹는 모습이 꼭 고무 조각을 요리해 내어둔 것처럼 무미건조했다.

제2의 반항기인가?

몇 년 전 디아나에게 사춘기가 왔을 때도 이랬던 적이 있긴 했다.

그때 이후로 당연하다는 듯같이 하던 목욕도 따로 하게 되고 방도 따로 쓰게 되었었지.

루시 백작이 그때 느꼈던 혼란과 서운함을 필설 하자면 800페이지의 장편 소설로 엮어도 여백이 부족할 것이다.

마녀로서는 원숙하고 높은 경지에 오른 그녀라도 어머니로서는 첫 경험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겪었던 일인만큼 이번에는 조금 더 침착하고 차분한 대처가 가능했다.

“딸, 뭔가 힘들거나 서운한 일 있니?”

달라진 자식의 행동에 대해 무작정 왜 그러냐고 추궁하는 것은 정서발달에도 진심 어린 소통에도 좋지 못하다.

오히려 부드러운 말투와 눈빛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부터 배웠다.

싱긋싱긋 웃는 표정으로 디아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자 주홍색 눈동자가 눈치를 보는 것처럼 주춤주춤 백작을 바라본다.

“무슨 일이든지 문제가 생겼으면 엄마한테 말하렴! 엄마가 다 해결해 줄게!”

“…잘 먹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딸깍 식기를 내려놓은 디아나가 잰걸음으로 식당을 나섰기 때문이다.

“어?”

언뜻 보기에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류할 새도 없이 빠르게 사라진 디아나의 뒷모습을 백작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2.

숨기고 있던 진실은 관계를 변질시키기 마련.

엄마의 은밀한 취미를 알게 된 이상 예전과 똑같이 대할 수 없다는 사실은 짐작하던 바이다.

하지만….

“하아… 으, 으으….”

식사를 끝낸 디아나는 곧장 방과 연결된 뒷정원으로 향했다.

거대한 유리 덮개가 돔처럼 덮여 사시사철 따뜻한 온천수가 유유히 흐르는 욕장이었다.

온천수 한가운데에 잠수한 디아나는 태아처럼 몸을 웅크린 채 번뇌와 씨름했다.

오늘 어머니의 서재에서 발견한 귀축배달부 제3권.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디아나가 전혀 알지 못했던 남녀 간의 음란 행위.

1 스택.

속절없이 사내의 노리갯감이 되는 듯 묘사되던 마녀의 치태.

2 스택.

심지어 그 책의 저자가 흠잡을 곳 없는 정갈한 품행의 어머니라니 점에서.

3 스택.

하나만 알게 되어도 세상을 불신하게 될 잔혹한 진실을 3개나 연달아 알게 되었으니.

디아나가 저녁 식사에 전혀 집중하지 못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의 묘사와 거의 흡사한 어머니의 외양은 더욱이 디아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무심코 엄마의 가슴을 보다가 퍼득 소설 속에서 가슴을 간지럽힘 당하던 마녀의 모습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보글보글보글부글부글

디아나가 잠수한 수면 위로 방울방울 올라오는 물거품.

그럴 리 없겠지만 설마 어머니의 자전적 소설 아닐까?

소설 속 마녀의 묘사와 어머니의 외향이 지나치게 겹치는 것도 미심쩍고 무엇보다 어쩐지 묘사가 너무 자세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뭔가 커다란 죄를 짓는 것 같아서 전전긍긍하는 한편.

그렇다고 또 모른 채하고 평소처럼 할 수도 없어 더욱 발만 동동 구르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온통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디아나는 자기 몸을 껴안듯 물 안에서 몸을 웅크리며 한 글자도 까먹을 수 없는 선정적인 글귀들을 떠올렸다.

이상했다.

그런 잡스러운 내용 따위는 금방 잊어버릴 줄 알았는데….

도리어 화상자국인 것처럼 머릿속에 화끈화끈 떠오른다.

“푸하…!”

숨이 가빠진 디아나는 물 위로 올라와 숨을 헐떡였다.

엄마에 대한 실망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뭔가 저속하게 느껴지고 굉장히 대단히 큰 충격이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하지만….

어떻게 되었을까?

묶여서 깃털로 간지럽힘을 당했던 마녀는 여성기에서 끈끈한 애액을 흘렸다고 묘사되어 있다.

왜인지는 모른다.

정확히 애액이라는 것이 어떤 경위로, 무엇을 위해, 왜 나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 남성기를 삽입한 뒤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더군다나….

디아나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자기 다리 사이를 훑었다.

물에 젖자 음모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젖은 잿빛의 거웃 아래에는 좁디좁은 틈이 있다.

평상시에도 위생과 청결을 위해 씻어주는 장소지만 정작 여기에 왜 구멍이 뚫려 있을까에 대한 발상은 떠올린 적이 없는데….

“이 안으로 정말 들어간다고요?”

손가락 하나를 넣는 것도 무서울 정도로 좁은 틈새다.

당연하지만 일단은 ‘불결한 곳’이라는 인상이 깊어 구태여 넣어본 적도 없다.

묘사 상 혈액이 몰려 팽창한 남성기의 크기는 대략 17cm.

디아나의 한 뼘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길다.

게다가 굵기는 엄지와 검지로 링을 만들었을 때 간신히 움켜쥘 수 있다고 하는데….

죽어버리는 게 아닐까?

넣은 뒤에는 무엇을 하는 걸까?

“으으….”

디아나는 목욕을 마친 강아지처럼 고개를 휘휘 저으며 물방울을 털어냈다.

이런 상상을 계속하는 건 불건전하다, 옳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도.

쌍둥이가 그 남자 마녀에게 키스했던 장면을 봤을 때처럼 머릿속에서 씻겨지지 않는다.

이렇게 머리까지 푹 온천수에 담갔음에도 말이다.

결국 디아나는 결심했다.

딱 그 뒤까지만 이어서 보기로.

3.

초목도 잠든 야심한 시각.

예소드 가의 저택도 밤의 고요에 잠겨 있었다.

이젠 겨울이라는 듯 복도의 창문이 꽁꽁 닫혀 있음에도 망토가 없으면 으슬으슬한 한기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디아나는 슬리퍼가 끌리는 소리가 들지 않게 발끝을 들고 살금살금 복도를 걸었다.

늦은 밤까지 커다란 솥에서 잼을 졸이는 하녀들도 잠들었을 야심한 밤.

드문드문 늘어선 촛대 위의 촛불만으로 어둠을 쫓기엔 예소드 저택의 복도는 너무 넓었다.

“후우….”

엷은 입김 사이를 지나 계단을 거쳐 어머니의 서고로 향하는 디아나.

사실은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 작정이었다.

백작이 확실히 외출하고 서고가 완전히 비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하지만 당최 잠이 들 수 없었던 디아나는 몰려오는 귀찮음도 이겨낸 채 야심 찬 탐험을 시작했다.

루시 예소드는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지닌 마녀였고 서고와 어머니의 침실은 거리가 꽤 있다는 사실이 이 일탈에 용기를 보태 주었다.

다행히도 촛불을 관리해주는 메이드와 마주하는 일도 없이 서고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마 오늘은 서고에 따로 들르지 않았는지 오늘 나올 때 모습 그대로이다.

디아나는 조각상을 조작해 비밀의 방을 열고 기름 등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후우….”

완벽한 잠입 성공.

문까지 닫자 완벽한 밀실이 되었다.

그래도 두 번째라 그런지 아니면 낮게 가라앉은 공기가 침착함에 도움을 준 것인지 한결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저기 선반에는 세 다스는 족히 넘을 깃펜과 만년필이 진열되어 있다.

평상시 엄마가 업무에 사용하는 잉크병도 잘못 쓴 글자를 지울 수 있는 하얀 잉크도 눈에 밟혔다.

말하자면 여기는 어머니의 집필실인 셈이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디아나는 책을 잘 비출 수 있도록 가스등의 위치를 조절한 뒤 의자에 앉았다.

“후우….”

디아나는 심호흡으로 쿵쾅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귀축배달부를 폈다.

떨리는 손끝으로 차분하게 책장을 넘기다 보니 오늘 봤던 곳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니까, 배달부가 막 남성기를 꺼내고 삽입한 시점까지 말이다.

“……!”

사실 디아나의 풍부한 상상력으로도, 백작의 정밀한 묘사와 표현으로도 그 장면을 정확하게 그려내지 못했다.

텍스트라는 매체의 한계 탓이다.

아무리 정밀하게 묘사한들 사진 한 장, 영상 잠깐보다도 훨씬 전달력이 떨어질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디아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질척질척하게 녹아들었다는 마녀의 비부.

그 좁은 점막의 틈새를 억지로 벌리며 파고든 발기한 남성기.

배달부는 마녀를 속박하듯 찍어 누르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묘사를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의 몸짓에는 자비가 없었다.

잡아 누르듯 혹은 강제로 범하듯 마녀의 하얀 허벅지를 한계까지 벌렸다.

뒤집힌 나비처럼 속살을 드러낸 질구에 단단한 살덩이를 끼워 넣고 누른다.

마녀의 안은 굶주린 입처럼 뜨거웠고 젖어있었지만 좁고 부드러웠다.

그는 우악스레 마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저항을 무시한 채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디아나의 얼굴이 단숨에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은은한 기름 등 조명이 그녀의 뺨을 그을린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어, 어, 어쩜 이리… 징그러운걸….”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눈을 찡그리고 심지어 한 손으로는 눈가를 가리면서도 디아나의 자홍빛 눈동자는 쉴 새 없이 글을 읽어가고 있었다.

캔버스처럼 하얀 마녀의 몸.

그 싱그러운 여체 위로 독살스러운 이빨 자국이 남는다.

피가 나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추궁당한 가녀린 피부 위로 쾌감과 고통 그 사이에서 피어난 환희의 땀방울이 싱그럽게 반짝였다.

‘아기를, 당신의 아기를 낳게 해줘요….’

마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가 목덜미를 깨물어도, 소중하고 민감한 가슴 첨단의 연약한 과육(果肉)을 비틀고 쥐어짜도 조금의 반항도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박히기만 하면 멍청한 말을 내뱉으시네요. 마녀는 임신 따위 할 수 없지 않습니까?’

뱃속 가장 깊은 곳 둥그런 입구를 눌리면 머리를 몽롱하게 만드는 농후한 쾌락에 잠식된다.

마녀는 그사이 날카롭게 들려오는 배달부의 비아냥에 애처로이 눈물을 흘렸다.

암컷의 눈물이자 기쁨의 눈물이었다.

‘알아요. 하지만 원해요. 당신의 아기씨를 제게. 제 가장 깊은 곳에 품기를 원해요.’

‘그렇게 원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다리를 더 벌려주시겠어요?’

‘벌리겠어요.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이 원할 때마다. 당신이 원할 때까지.’

겹친 두 사람의 몸놀림이 각기 거세지고.

마녀는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뇌광과 같은 전율을 느꼈다.

저도 모르게 들썩이는 엉덩이와 벌렁이는 고깃구멍이 뜨거운 물건을 아플 정도로 감싸 쥐고 발가락은 춤을 추듯 말렸다.

‘하아아아!’

마녀의 허리가 아치교처럼 들렸다.

남자는 그런 마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목을 찍어 누르고 여성의 가장 소중한 곳에 물건을 붙여 사정했다.

하얗고 끈적한 정액이 마녀의 몸 안을 더럽히자 마녀는 기쁜 듯 웃음을 지었다.

“…….”

처음보는 기묘한 맛의 토속 음식을 먹은 것처럼.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디아나.

하지만 그 와중에 그녀의 얼굴은 소설 속 마녀의 것처럼 붉게 물들어있다.

견습마녀 디아나 예소드는 마침내 아기 만드는 방법에 대해 깨달았다.

EP.350 #76_마녀의 관능소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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