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
1.
지금이야 경영에서 물러나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페리윙클이지만 한 때는 손수 호텔 운영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라도 호스트바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기에 타카쇼는 가장 먼저 호스트바의 기본적인 수익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가장 먼저 기본적으로 입장하는 순간부터 책정되는 입장료.
이 비용에 치즈와 하몽을 비롯한 간단한 안주와 와인을 베이스로 두고 샴페인 한 병이 깔린다.
“클럽에서 테이블 잡는 거랑 비슷하네.”
“네, 그렇습니다. 또 총 3단계의 입장료를 책정해 지급되는 샴페인에 차별을 두었습니다.”
“가장 싼 게 돔페리뇽 블랑, 다음이 로제 2000, 다음이 1995년 빈티지라고?”
“그렇습니다.”
“흐음…. 좋아, 계속해 봐.”
이어 마녀는 호스트 한 명을 지명해 자리에 앉는다.
지명비는 따로 발생하지 않으며 호스트는 마녀에게 이런저런 재롱을 떨며 다양한 유흥거리를 제공한다.
함께 술을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한 마디로 작업 거는 거야?”
“단순히 작업이 아닙니다. 마녀님들의 기쁨을 최우선으로 떠받들고 평상시 느끼지 못했던 간지러운 감정을 느끼게 해드리는 거죠.”
만약 마녀가 딱히 지명을 하지 않았거나 처음 온 고객이라면 약 15분가량 호스트들이 로테이션을 돈다.
“향수 가게에서 시향을 하는 것처럼, 어떤 호스트가 가장 마음에 드시는지 얼굴을 비추는 거죠.”
“그렇게 해서?”
“충분히 즐거워지신 마녀님이 동석한 호스트를 위해 고급술을 선물하는 겁니다.”
마녀가 가게에서 고급술을 주문하면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한다.
“이렇게 마녀님께 술을 선물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수입이죠.”
“대강 알던 대로네. 그리고?”
“정말 마음에 드셨다면 애프터를 잡거나 2차를 나섭니다. 이 경우 소정의 출장비를 가게 측에 지급해야 하며 팁이나 기타 선물이 발생한다면 30%를 업장이 나머지 70%는 해당 호스트가 가져가도록 정해두었습니다.”
즉, 이 호스트바의 수익구조는.
입장료+마녀가 별도로 주문한 술+출장비+팁 30%가 되는 것이다.
페리윙클은 타카쇼의 설명을 듣고 팔짱을 꼈다.
시우야 타카쇼에게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던 썰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지만 그녀로선 나름의 생각 정리가 필요한 모양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지. 먼저 시험해 볼까?”
역시나 페리윙클.
직접 뛰어보겠다는 호쾌한 선언에 타카쇼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럼, 최상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아니, 평소처럼 해 평소처럼. 어떤 느낌인지 좀 더 알아봐야겠으니까.”
“네, 그럼….”
-딱!
타카쇼가 손끝을 튕기자 뚜벅뚜벅 5명의 꽃미남이 걸어 들어 왔다.
2.
대략 한 시간 후.
첫 손님의 입장이 된 페리윙클은 제법 즐겁게 호스트들과 대화를 나누며 술잔을 나눴다.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어 페리윙클과 호스트들을 지켜보는 시우.
솔직히 조금 감탄했다.
우선 다들 얼굴이 잘생겼다.
남자는 슈트라고 양복을 잘 빼 입었으며, 절제된 동작으로 접객하는 호스트들의 능수능란함에서 훈련의 흔적이 엿보였다.
상대가 일반 여자가 아닌 마녀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경망스럽지 않고 점잖게.
마치 살롱에서 헌팅당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론 한두 명은 긴장했는지 사소한 실수를 보이긴 했지만, 기분이 좋아진 페리윙클이 깔깔 웃으며 넘길 정도는 되었다.
“좋아, 여기까지.”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마녀님. 다음에도 저 폴을 찾아주시길.”
마치 청혼하는 남자처럼 한쪽 무릎을 꿇어앉아 손등에 키스하고 퇴장하는 폴을 끝으로.
싱글벙글 페리윙클의 호스트바 맛보기가 끝났다.
폴이 퇴장하자마자 힐끗 시우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치는 페리윙클.
“어때? 내가 다른 남자들이랑 사이좋게 대화하는 모습?”
어쩐지 유난히 둥글둥글하게 구는구나 싶었다.
나름 질투 유도 작전이라도 짠 걸까?
시우는 태연하게 받아쳤다.
“아주 질투심에 심장이 지글지글 타버릴 것 같습니다.”
“이건~ 거짓말이네~”
한가롭게 콩트를 찍는 페리윙클과는 다르게 타카쇼의 얼굴은 긴장으로 바짝 굳어 있었다.
지금까지 피나는 훈련과 준비를 통해 올린 음식이 평가받는 주방장처럼 손수건으로 이마에 땀을 훔치고 있다.
조심스럽게 묻는 타카쇼.
“즐거우셨습니까?”
“응, 근데 다시 올 것 같진 않네.”
턱을 어루만지던 페리윙클은 시우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직구를 박아버렸다.
그 태연자약한 타카쇼조차 잠깐 표정 관리에 실패했을 만큼 말이다.
“자, 그럼…오, 센스는 좋네.”
“과찬이십니다.”
담배를 입에 무는 페리윙클 그 순간 타카쇼가 재빨리 달려들어 조심스럽게 불을 붙여주었다.
하얗게 질린 와중에도 저런 게 가능하다니.
과연 타카쇼가 프로이기는 하구나.
시우는 내심 감탄했다.
“하나하나 짚어보자고. 우선 이 호스트바의 의도가 뭔지는 대강 알겠어. ‘수국정원’이나 창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음… 뭐랄까? 그 중간 느낌?”
“정확하십니다.”
극진한 대접을 받되 어느 정도는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가 오간다.
“세일즈 포인트 자체는 훌륭했다고 생각해. 교육도 아주 잘된 귀염둥이들이고 실제로 그런 술자리를 원하는 마녀도 있을 테니 수요가 없지는 않을 거야. 참신하기도 하고 이 정도의 산뜻함과 가벼움이라면 평소에 남자에 관심 없는 마녀들도 호기심에 들러봄 직하겠지.
아까부터 느꼈던 건데 인테리어도 상당히 감각 있어.
게헨나스럽게 적당히 엔티크하고 현대적인 세련미가 위화감 없이 섞여서 요란하지 않고 차분해. 가게 분위기만 따진다면 근처의 술집에게도 절대 지지 않을 거야.”
“감사합니다!”
페리윙클은 테이블에 널브러진 장부들을 하나하나 넘겨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긍정적인 호평에 타카쇼의 얼굴에도 조금은 혈색이 돌게 되었다.
“자, 이거 먼저 볼까?”
그 두터운 종이 뭉치 사이에서 귀신같이 필요한 자료를 챙긴 페리윙클은 고객명부를 들어 보였다.
“개업 초기에는 그나마 사람이 좀 있었네?”
“네, 인연이 있던 마녀님을 초대하기도 했고…. 새로운 가게가 생겼다니 호기심 차 들러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임시개장 최초 일주일간 50명의 마녀가 오갔다.
가게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부족하지만 적지 않은 수였다.
“그래서 다시 찾은 건 몇 명이지?”
“… 세 분이십니다.”
“내가 맞춰볼까? 너랑 인연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초대한 마녀가 세 명이지?”
“네.”
시우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많던 고객 중에 이후에도 가게를 찾은 마녀는 죄다 트리니티 아카데미의 교수였다.
즉, 정으로 찾아주었지 가게 자체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문제라고 생각 안 해 봤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해?”
“…….”
타카쇼의 말문이 처음으로 막혔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시우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충분히 수요가 있을 법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서비스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시 찾는 재방문 고객이 없다?
뭔가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다.
“부족한 저에게! 가르침을 주십쇼!”
타카쇼는 아름다운 각도를 선보이며 도게자를 시전했다.
일전에 시우가 감탄을 금치 못했던 흠 잡을 곳 없는 도게자였다.
“이리 와서 편히 앉아. 내가 시우 친구니까 예쁘게 봐주는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타카쇼는 기이한 열기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걸어와 페리윙클 앞에 앉았다.
“가장 큰 문제점 하나.”
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우며 분석한 문제를 조목조목 짚기 시작했다.
“마녀 특유의 오만함을 은근히 긁는 구조야. 좋은 의미는 아니고.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의미로.”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일단은 고급 유흥시설을 표방하고 있는 것 맞지? 그러니까 타로 타운이 아니라 말쿠트 갤러리에 상점을 냈을 거고.”
“그렇습니다.”
페리윙클은 멋들어지게 담배를 빨고는 나머지 절반을 시우의 입에 물려주었다.
그리고 상체를 앞에 기울여 상세한 설명을 이어나간다.
“자, 내가 처음 호스트바에 놀러 온 마녀 A야. 몸도 찌뿌둥하고 마법 연구는 재미없어서 몸이 비비 꼬이는데 독특한 술집이 생겼대. 그런데 그 술집이 무려 잘생긴 남정네들의 극진한 접대를 받으며 마실 수 있는 고급 술집이래.”
타카쇼는 수첩과 펜을 꺼내 메모를 하며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그런데 웬걸?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12명이 요란스럽게 반겨주네? 그 순간 생각하는 거지. ‘이게 고급 술집이라고…?’.
그래서 싱숭생숭한 기분으로 자리를 안내받자마자 입장료를 안내해주네? 대충 후불로하지 왜 미리 말해주는 걸까?
그런데 입장료의 종류가 3개나 있어. 나는 여기에 대접받기 위해 왔는데, 가게는 초장부터 내 급을 나누려고 하고 있네? 감히? 여가시간까지 쪼개서 친히 왕림해준 이 몸을?”
“아….”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가격을 보자. 3파운드, 5파운드, 8파운드….
아까 묻어뒀던 화가 다시 솟구치네?
겨우 이딴 푼돈 때문에 나한테 입장료의 가격 구성이 어찌 되고, 그에 따른 술은 어떻게 바뀌고를 구구절절 설명한 다음에 깜냥에 맞게 주문하세요~ 라고 말한다고?”
타카쇼는 페리윙클의 말에 점점 입을 벌렸다.
물론 3단계로 구분된 입장료에는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다.
기본비용을 세분해 가능한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함이었다.
그걸 위해 가장 저렴한 입장료인 3파운드(약 한화 252만원) 구성은 마진을 거의 남기지도 않았다.
솔직히 마녀의 입장에서 저렇게 생각하리라고는 시우조차 예상 못 했다.
“게다가 그렇게 내오는 술은 하이엔드급도 아닌 엔트리 급의 애매한 것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도대체 왜 샴페인이 돔페리뇽이야? 더 좋은 것도 얼마든지 있잖아.”
신랄한 페리윙클의 비판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을 찔린 타카쇼가 땀을 뻘뻘 흘리며 답했다.
“이, 이제 그건 호스트바의 상징이기도 하고… 그 이상으로 가면 아무래도 비용이 너무 비싸지니… 더 비싼 주류는 선물 겸 이벤트용으로….”
“그게 잘못된 두 번째.”
페리윙클은 두 번째 손가락을 폈다.
“이 가게는 부자의 마음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기껏 말쿠트 갤러리에 가게까지 차리면서 애매한 급의 마녀를 받으려는 이유는 뭐야?”
“애매한 급의 마녀라니요. 저는 그런 생각….”
“가능한 많은 고객의 유치? 좋지, 아주 좋은 아이디어야. 네가 운영하는 업장이 호텔처럼 크고, 층마다 퀄리티가 달라질 정도로 수용인원이 여유롭다면 상책이지. 하지만 아니잖아?”
페리윙클의 무호흡 딜링은 옆에서 지켜보는 시우에게도 데미지가 올 정도였다.
“가게의 규모를 생각하면 네가 잡아야 할 고객은 와서 자리나 차지하고 입장료만 깔짝대는 마녀가 아니야. 큰손 즉, VVIP지. 어중이떠중이들이 10명 앉아있는 것보다 확실한 한 명을 잡는 편이 나아.”
“그런 건가요?”
“부자는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게 아니야. 돈을 좀 펑펑 쓰더라도 누구보다 특별한 존재임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거지. 어때? 도움을 좀 더 줄까?”
나 좀 멋있지? 라는 눈빛으로 시우를 은근히 바라보는 페리윙클과 내심 감탄하는 시우.
이렇게 빨리 문제점을 찾을 줄은 그녀를 초대한 시우조차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근사한 샴페인 한잔 하면서 시작하고 싶은 걸?”
“즉각 대령하겠습니다!”
페리윙클의 골목 호스트바 컨설팅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EP.322 #71_게헨나의 호스트바(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