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312화 (312/917)

#312

1.

만약 선 자세였더라면 발목까지 흘렀을 정도로 흥건한 애액.

쾌락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 여전히 움찔거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새싹.

그리고 좁디좁은 틈새로 비벼지는 뜨거운 남성기.

엘로아는 숨을 헐떡이며 홀린 듯이 그것을 바라보았다.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분홍빛의 눈동자는 엷은 열락에 감싸여 일렁인다.

-찌걱!

“웃…!”

이제 넣는다.

조금 전부터 열감을 더해가다 이제는 용암처럼 뜨거워진 구멍에.

욕정과 애달픔을 모두 긁어내 줄 물건이 삽입된다.

다리를 활짝 벌린 채 모든 준비를 끝냈던 엘로아는 퍼득 마음 한편의 걸쇠를 느꼈다.

오늘만큼은 솔직해지겠다 다짐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가책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듯하게 포장해도 이것은 금단의 행위이다.

아무리 기쁘고 행복해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있다’라는 실감이 가시질 않는 것이다.

“자, 잠깐….”

따라서 엘로아는 두 손으로 제 가랑이 사이를 가렸다.

당장에라도 삽입을 조를 것 같던 엘로아의 갑작스러운 변심에도 시우는 당황하지 않았다.

“술을 조금 더 가져다줄 수 있겠나?”

이미 알딸딸한 위스키의 기운이 올라왔지만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차라리 술 한 병을 통째로 비워서 뭐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취한다면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아질 것 같았다.

“역시… 신경 쓰이시나요?”

“…….”

저돌적으로 돌격만을 감행하던 시우의 주춤하는 기색에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몇 차례의 합리화로 아무 생각 없이 시우와 합방할 수 있었더라면 진작 유혹을 못 이겨 그의 침실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엘로아는 힐끗 시우의 눈치를 살폈다.

한창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때 갑작스러운 스탑 사인.

시우가 그것을 ‘거절’의 의미로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내심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닌지 신경 쓰인다.

하지만 시우는 어디까지나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됐을 텐데. 제가 너무 몰아붙인 건 아닌지 염려되네요.”

“그렇지 않네, 그냥 술만 조금 더….”

“죄송해요.”

거의 덮칠 듯이 상체를 기울였던 시우가 벗어난다.

반쯤 찍어 누르듯이 벌리던 허벅지에서도 손을 떼더니 뭔가 끝날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엘로아는 당황했다.

“어…어?”

마음이 없던 것이 아니다.

중간에 어영부영 끝낼 생각을 하던 것도 아니다.

그냥 좀만 더 취한 다음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뭔가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곧 시우가 ‘배려가 부족했네요. 가보겠습니다’라고 말을 한 뒤 자리를 뜰 것 같은 느낌.

엘로아가 있는 힘껏 합리화를 하며 자리를 만들었듯 시우도 용기를 낸 오늘 밤이다.

겉돌기만 하던 두 사람이 맞물리게 된 순간이다.

이렇게 끝나버리면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게 아닌데….

초조함과 당황스러움에 입술만 달싹이던 엘로아에게 시우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스승님.”

“왜, 왜 그러나?”

“요즘에도 몸이 많이 안 좋으신가요?”

갑작스러운 화제 변경.

아까의 끈적한 분위기가 사라졌다는 것은 엘로아라도 알 수 있었다.

정말 다 물 건너갔구나, 괜히 어영부영 질질 끈 탓에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렸구나…라고.

비겁의 마녀와의 일전에서 무리한 계약으로 인해 극심한 소모를 겪은 엘로아는 앞으로 반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대가를 치러야 했다.

지금 그녀의 완력은 평상시의 5분의 1 정도로 제한되었으며 항상 만성 두통에 시달렸다.

계약의 횟수와 운용할 수 있는 마력의 총량도 크게 줄어든 상태이다.

엘로아 자체가 워낙 의지력이 강해 전혀 티 내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럭저럭 괜찮네. 예전만큼 심하지는 않다네.”

이미 깨져 버린 분위기를 아까처럼 다시 주도할 자신은 없었다.

그저 진한 아쉬움과 낙담을 숨기며 속옷은 언제 다시 입어야 할지 고민할 무렵.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항상 힘든 부분은 숨기시니까요.”

“갑자기 왜 그러는가?”

생뚱맞은 질문에 고개를 갸웃하는 엘로아.

“스승님께서 너무 신경 쓰이신다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을 것 같아서요.”

“그게 무슨 말인가?”

“스승님이 느끼시는 감정은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의료행위라면… 조금 더 부담 없이 받아들이실 수 있지 않을까요?”

의료행위?

엘로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

시우는 사정할 때 순수한 마력을 듬뿍 쏟아낸다.

그 어떤 마력수로도 대체할 수 없는 깨끗한 마력을 말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엘로아의 ‘대가’를 해결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아예 없는 것보다는 도움이 될 터.

시우는 제자와의 일탈에 가책을 느끼는 엘로아를 위해 핑곗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즉, 아직 기회는 사라지지 않았다.

“…….”

“스승님?”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묻는 시우의 말에 엘로아는 꼭 다물었던 허벅지에 힘을 풀었다.

차갑게 식어 내려가던 몸의 열기가 가능성을 채굴함과 동시에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 저… 그… 사실… 많이 힘들다네…. 아무래도, 워낙에 무리하기도 하였고, 음… 또, 워낙에 급박한 상황이었던지라 부상도 심했었으니….”

길어지는 엘로아의 말.

“사실 마력 자체가 그다지… 대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 그렇다고 전혀 쓸모없다는 것은 아니고… 그래도 회복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지는 않을 걸세… 그러니까, 그대가 마력을 전해 준다면….”

“준다면요…?”

“…좋겠네….”

엘로아는 차마 내뱉지 못했던 말을 겨우겨우 꺼냈다.

단어만 다르지 자지를 박아달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말.

가슴께에서 공연히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이 그녀의 민망함을 방증한다.

시우는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그러면 주사를 놔드리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2.

“꼭… 이런 자세로 해야 하는가…?”

“네, 이것저것 해봤는데 가장 효과가 좋더군요.”

본격적으로 의료행위를 시행하기에 앞서.

시우는 엘로아에게 한가지 자세를 주문했다.

먼저 침대 위에 편하게 눕고 뒤통수에는 베개를 받친다.

오금 부위에 양손을 넣고 다리를 당겨 최대한 위로 올라오게끔 만든다.

그렇게 다리를 활짝 벌리고 교접을 기다리는 자세를 취한다.

“…내가 보기엔… 필요 이상으로 남사스러운 것 같네만….”

일단은 시키는 대로 순순히 그의 주문을 따랐던 엘로아지만 막상 자세가 완성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민망함이 밀려왔다.

그냥 알몸으로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축축하게 젖은 생식기와 항문이 정면에 훤히 보일 정도로 강조되는 음탕한 자세인 것이다.

게다가 그런 엘로아의 몸을 흥분한 듯 훑어보는 시우의 표정과 반응까지 보인다.

엘로아는 침대 위에 올려두고 침대 밖에 선 시우.

마침 허리 높이에 딱 맞게 고정된 엘로아는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며 부끄러움을 감추려 했다.

“남사스럽지 않아요. 스승님 몸은 정말 예쁘거든요.”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시우의 칭찬에 뾰로통한 목소리로 수줍음을 감추는 엘로아의 은밀한 곳에 시우의 손길이 닿았다.

“힉…!”

워낙에 듬뿍 젖었던 지라 추가적인 애무가 필요할까 싶었지만 시우는 부족했다.

좀 더 속속들이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따라서 포동포동한 엘로아의 보짓살을 양 엄지로 잡고 활짝 벌린다.

꽃잎이 만개하는 것처럼 벌어지는 엘로아의 보지와 야들야들 해 보이는 속살.

그 사이에서 주르륵 애액이 흐르려는 것을 느낀 엘로아는 질겁하며 가리려 했다.

“그런 곳… 버, 벌리지 말게…!”

“스승님, 절 믿으시나요?”

그것을 제지하는 침착한 시우의 목소리.

엘로아는 거의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이 세상 누구 보다 믿네.”

“스승님이 경험이 많으신 건 알지만 이 분야는 제가 더 능숙합니다. 우선은 절 믿고 따라주세요.”

“아, 알겠네….”

확실히 엘로아에 비해 시우는 침대 위의 행위에 능숙하다.

엘로아의 빈약한 상식으로는 그를 저지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미기도 했다.

“색깔이 참 곱습니다.”

“…….”

엘로아의 보지를 더 노골적으로 벌리며 고개를 가까이하는 시우.

수치심에 숨이 턱 막힐 것 같았다.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은밀한 비처를 벌린 채 보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이대로 잡고 계셔줄 수 있나요?”

왜 그래야 하는지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 이상으로 들려올 대답이 부끄러웠던 엘로아.

다리는 그대로 고정한 채 허벅지 옆으로 손을 뻗어 보짓살을 활짝 벌렸다.

마치 제 음부를 과시하는 듯한 천박한 자세에서 머리가 아찔해진다.

“절대 놓지 말아 주세요. 약속해주세요.”

“하읏…읏… 알겠네…. 약속…하겠네.”

여전히 팽창해 있는 귀여운 클리를 쓱쓱 쓰다듬자 안쪽 점막이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모든 것이 숨이 막힐 정도로 관능적이다.

그 자애롭고 청아한 스승님이 ‘질내사정 요망’이라고 말하는 듯한 요망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더 이상 참기 힘들 정도의 성욕을 느낀 시우는 더 지체할 것 없이 물건을 꽂아 넣었다.

“하으으윽…!”

단 한 번의 침입밖에 허락하지 않았던 엘로아의 비소가 벌어진다.

엘로아가 손으로 벌리고 있음에도 진입이 힘들 정도의 빡빡함.

귀두를 터질 듯이 압박하는 마의 장벽이 오돌토돌 자지를 자극한다.

-쓰으으윽!

“하…하앙, 아아 …흐으으…”

이렇게 풀어놨음에도 이렇게 조인다.

손가락으로 클리를 쓰담쓰담해주면 더 좁아진다.

먼저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귀두만 깔짝거리는 선에서 움직였다.

고작 담갔다 뺐을 뿐인데도 귀두가 눈에 보일 만큼 축축해졌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천박하게 울리는 물소리.

삽입의 깊이가 깊지 않은 탓에 홍수가 난 엘로아의 보지에서는 연신 애액이 거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흐읏… 흐읏… 시우….”

단단한 강직도를 지닌 자지가 엘로아의 몸을 파고들었다.

제자 앞에서 음탕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수치심.

스승으로서 마땅히 보여야 할 품위를 박탈당한다는 배덕감.

그 두 가지가 기묘하게도 엘로아의 가슴을 뛰게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넣겠습니다.”

“하읍…!”

억지로 비틀어 여는 느낌으로 시우는 허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복숭아잼을 티스푼으로 뒤적이듯 쯔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단숨에 엘로아의 깊은 곳까지 자지가 파고든다.

질내 장벽 특유의 굴곡과 달라붙는 점막의 감촉 그리고 조임까지.

명기의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엘로아의 보지는 넣자마자 사정해버릴 것 같은 황홀한 감각을 선사했다.

“아…아…읏…!”

엘로아는 눈을 하얗게 치켜뜬 채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접합부를 바라보았다.

하마터면 열심히 벌리고 있던 보지두덩이를 놓쳐버릴 뻔했다.

그만큼 삽입의 쾌감은 몽롱했다.

첫 성교, 첫 삽입 때 느꼈던 통증 따위는 없다.

오직 쾌감.

스승의 직위이고 나발이고 전부 내팽개치고 싶은 압도적인 쾌락만이 엘로아를 지배한다.

-쯔걱 쯔걱 쯔걱 쯔걱

“아…아…하앙.. 하앗…!”

달리 풀어줄 필요도 없다는 듯이 무차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시우의 자지에 엘로아는 숨넘어갈 듯 헐떡이기 시작했다.

한번 왕복할 때마다 눈앞에서 불꽃놀이가 터지는 것 같다.

간지러워 견딜 수 없었던 질 내부를 철저하게 후벼주는 단단한 고기의 창이 미칠 듯이 기분 좋다.

“헥…헤윽… 학…하아앙…!”

긴장으로 굳었던 엘로아의 표정이 헝클어지고, 연분홍빛 혓바닥이 보일 정도로 입이 벌어질 때까지는 고작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EP.315 #70_사랑보다 먼 제자보다는 가까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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