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
1.
갑작스러운 엘로아의 유혹.
시우에게 달라붙은 그녀는 자신의 머리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게 했다.
수호자의 계약으로 시우가 페리윙클과 성교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때.
자중하려는 시우를 번번이 유혹하던 페리윙클의 방법은 단 하나였다.
정수리 부근을 코에 가까이 대어 그 향기를 맡게 했더랬지.
그러자 이제는 그만두려던 시우도 육욕에 휩싸여 다시금 페리윙클과 몸을 섞었다.
원리도 이유도 모르지만,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던 장면은 엘로아에게 하나의 공식을 도출하게 해 주었다.
시우는 머리 냄새를 맡게 되면 절제하지 못하고 달려든다는 사실을.
사실 이 상황은 시우에게도 껄끄러울 것이다.
아무리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라지만 스승님이라 부르던 엘로아와 몸을 섞게 되었으니.
적어도 엘로아가 알고 있는 시우는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다.
현시점에서 비겁의 마녀를 확실하게 끝낼 방법이 이것뿐이라고 설득한다면 그는 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 이 패륜에 대한 책임이 두 사람 모두에게 분배된다.
설득과 합의를 거쳐 일어난 일이니까.
따라서 엘로아는 독단적으로 선택했다.
아예 시우가 자제력을 잃게 하여 자신을 덮치게 하도록.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아무런 설득도 하지 않았다.
만약 오늘 일이 문제가 된 책망의 화살표가 자기 자신이 아닌 엘로아를 향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렇게 굳은 다짐을 했지만.
“웃….”
엘로아는 꿀꺽 침을 삼켰다.
혼란스러운 듯,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시우.
그의 눈동자 주변에서 이체가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승님, 정말 괜찮으신 건가요?”
엘로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불안한 듯 시우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다정하게 혹은 친애하는 눈빛으로 엘로아를 보던 시선이 아니다.
핏발이 잔뜩 선.
용광로보다도 뜨거운 욕망에 사로잡힌.
암컷을 바라보는 수컷의 눈.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페리윙클을 괴롭히다시피 몰아붙이던 시우의 모습은 엘로아의 머릿속에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었으니까.
그러나 감내할 것이다.
아무리 나쁜 행위를 당해도 그건 시우의 잘못이 아닌, 자신의 이기심이 불러낸 결과물이니까.
하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엘로아는 작은 몸을 움츠리며 그의 앞에 주춤주춤 서 있을 뿐이다.
“후우…후우….”
한편 23 위계 마녀의 체취를 아주 깊게 들이마신 시우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치 인격이 교체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강렬한 충동이 오직 엘로아를 향한다.
이토록 강한 충동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다른 것을 생각할 여력이 아득히 사라지는 와중에 이슬을 머금은 꽃잎처럼 반짝이는 엘로아의 입술이 보였다.
일단 입술부터 박고 생각하자.
“윽!”
시우는 팔을 뻗었다.
엘로아의 가느다라면서도 탄력 있는 허리가 한팔에 감싸이며 시우의 품 안으로 쏙 안겨든다.
남은 힘이 하나도 없는 엘로아로선 굉장히 거칠고 난폭한 동작이었다.
얼어붙은 것처럼 딱딱하게 굳은 엘로아.
언제나 흔들림 없이 당당하던 엘로아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결심을 굳힌 이 순간에도 ‘정말 이것이 옳은 선택일까?’라는 번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이건 엄연히 구명 행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동.
그것도 시우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엘로아가 독단으로 취한 행동이다.
하지만…
하지만 역시 낯설고 무섭다.
얼마 전 안마를 받던 도중 파자마 자락이 흐트러지며 가슴을 노출했을 때보다.
백배 천배는 심장이 더 빨리 뛰는 기분이다.
시우의 입술이 가까워지자 엘로아는 눈을 질끔 감았다.
“흡…츄웁…!”
엘로아의 허리를 껴안으면서 동시에 포개지는 입술.
말캉말캉하고 부드러운 입술과는 정반대로 거친 콧김이 엘로아의 콧잔등을 간질였다.
살면서 처음으로 겪는 첫 입맞춤에 허둥거리기도 전에, 오므라졌던 엘로아의 입술을 비집고 뱀처럼 기어들어 오는 혀.
“후웁…?!”
엘로아의 몸이 세차게 떨린다.
설마 이렇게 빨리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츄웁…웁…움….”
눈을 부릅뜨고 경악하는 엘로아의 반응에 아랑곳않고 시우는 거듭 혀를 놀리며 엘로아의 구강점막 내부를 진득하게 범했다.
촥촥 소리를 내며 감기는 타액이 섞이는 소리.
엘로아의 것보다 훨씬 두껍고 탄력 있는 혓바닥이 그녀의 입안을 마치 제 것인 양 돌아다닌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게 외설적인 행위는 아니다.
혀는 특별하게 성감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생식기나 가슴처럼 속옷으로 꽁꽁 숨겨두고 감추는 부위도 아니다.
서로 대화하거나 식사를 하는 등등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노출되는 부위이다.
그러나 입안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혀의 주인이 시우라는 것이, 또 엘로아의 혀를 감싸듯 핥아내는 사람도 시우라는 것이.
왜 이렇게도 음란하게 느껴지는 걸까?
엘로아는 마치 홀린 듯이 천천히 시우의 키스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극한으로 단련된 몸의 말단까지 제 의지로 다룰 줄 아는 엘로아지만 키스에 한해서는 어디서 배우거나 접해본 적도 없고, 무엇보다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무척 서툴렀다.
두 팔도 어디를 향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양옆으로 뻣뻣하게 뻗은 채.
고작해야 혀를 슬쩍슬쩍 움직여서 시우의 움직임에 화답해주거나 이따금 그의 입술을 핥을 뿐.
“츄웁…흐음…읍…츄루룹…”
점막과 점막이 부딪치는 소리.
서로의 타액이 끈적하게 섞이며 녹아드는 감각.
이것이 진득하게 반복될수록 엘로아는 아랫배에서 타닥타닥 타오르는 미열을 느꼈다.
예전이라면 마냥 당황했을 이 감각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엘로아가 본의 아니게 페리윙클과 시우의 성교를 엿보게 되었을 때 그녀를 찬물에 들어가게 했던 성욕.
네이팜탄의 불꽃처럼 엘로아에게 옮겨붙어 꺼지지 않았던 욕정의 불길이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아무리 상황이 이렇게 되었더라도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되는데…
계속하고 싶다.
하루 종일, 온종일 그와 입술을 겹치고 혀를 꼬고 싶다는 충동이 일렁이다.
그렇게 빨려들듯이 시우와 키스하며 온갖 자극에 익숙해져 가던 엘로아는…
“흑…!”
또다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여태 엘로아의 허리를 감싸던 시우의 팔이 자연스럽게 내려가 엘로아의 엉덩이를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깜짝 놀란 엘로아는 그만 시우의 입술을 깨물어 버리고 말았다.
거부감 때문은 아니었다.
사제지간에 금단의 벽을 넘는다는 도덕적 가책이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대의명분하에 희석된 지금, 이제 와서 시우와의 관계를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그 뿐 아니라 이러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주무를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시우라는 점에서 작은 위안을 찾던 중이다.
다만 그의 손길이 너무나도 억세고, 또 예기치 못한 타이밍었기에 실수를 저지른 것.
“미, 미안하네.”
어쩔 줄 몰라하는 엘로아.
“괜찮습니다.”
시우의 목소리는 거칠기는 했지만 이성이 남아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느껴지는 것은 단 하나다.
빨리 엘로아를 품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만이 격렬하게 느껴졌다.
모두 자초한 일이니 책망할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엘로아가 오싹함을 느낀 것은 그런 욕망에 일말의 거부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도리어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해야겠네. 더 이상 키스는…”
이 이상의 키스는 위험하다.
자꾸만 이성과 본능의 경계가 흐릿하게 뭉개지려 한다는 것을 엘로아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지금은 그와 진심어린 남녀관계를 나누려는 것이 아니다.
그와 몸을 섞는 것은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것.
거기에 엘로아 본인이 빠져버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작은 자책을 느끼며 근처 벽으로 시우의 손목을 끌었다.
너무나 달콤하고 뜨거운 키스 끝에 통증마저 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은 만신창이나 다름없다.
아무런 지지대도 없이 처음 해보는 행위를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따라서 벽 쪽으로 붙어 빗물 터널의 벽면을 지지대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하겠네.”
엘로아는 다짐한 듯 입술을 굳게 물고는 시우에게 등을 돌렸다.
흥분감과 기대감, 그리고 정복욕으로 일렁이는 가운데 시우는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찍어누르고 싶은데, 아주 간신히 남아있는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인내 중이다.
“…후우…후우…”
엘로아는 한참을 주춤주춤하다 트레이닝복 허리에 엄지를 걸었다.
레깅스정도는 아니지만 예쁜 라인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재질이다.
“으..웃….!”
그에게 대놓고 알몸을 보이다니.
그것도 앞으로 성교를 위해 벗다니.
어질어질할 정도의 혼란을 느끼면서도 엘로아는 마침내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내렸다.
워낙 쫀쫀한 옷감인지라 바지도, 줄무늬가 그려진 팬티도 그녀의 무릎께에 걸려 멈춘다.
먼지투성이였던 포장지가 벗겨지며 엘로아의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고스란히 시우의 시야에 들어왔다.
“와….”
뒤에서 들려오는 시우의 감탄사인지, 뭔지 모를 한숨에 엘로아는 더더욱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시우로서는 경탄을 감출 수 없었다.
남자인 이상 이런 상황에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치마가 올라가며 엉밑살 정도는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쌩 엉덩이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때도 느꼈다시피 말도 안 되게 예쁜 모양을 자랑하고 있었다.
엘로아 자체가 키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인지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다.
시우가 손바닥을 쫙 펼치면 거의 확실히 움켜쥘 수 있을 정도랄까.
그러나 그 이상으로 농축된 매력이 있다.
우선 단련된 신체 특유의 탄력과 건강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더군다나 운동 직후의 열기로 인한 땀방울이 피부를 촉촉하게 빛나게 하고 있어 먹음직스러움이 더해졌다.
마녀의 땀에서는 흔히 나는 퀴퀴한 냄새 따위가 나지 않는다.
대신 머리를 아득하게 하는 향수 같은 체취가 또다시 머리를 마비시킨다.
“우….우우….”
뒤에서 느껴지는 따끔따끔한 시선에 엘로아가 알 수 없는 신음을 흘린다.
이 자세라면 그에게 모든 것이 보여진다는 걸 경험상 알 수 있다.
시우의 1인칭 시점으로 페리윙클의 뒤치기 자세를 본 적이 있으니까.
탱탱하게 맞붙은 엉덩이 아래로는 잔털 한 올 없는 앙다물린 음순이 보일 것이다.
행여 그가 엉덩이를 조금만 벌린다면 수줍게 움찔거리는 항문도 보이게 될 것이다.
아무리 정의를 위한 일이라 자위한들 첫 경험을 앞둔 처녀의 마음은 낯설고, 두렵고, 수치스러운 것이었다.
그런 엘로아의 감정은 육체적 반응으로도 나타났다.
술을 마신 것처럼 달아오르는 몸은 엘로아의 탱글탱글한 엉덩이까지 벌겋게 물들였다.
그 색감과 모양새가 꼭 달콤한 과육을 숨긴 복숭아 같다.
분홍빛 머리 사이에서도 숨겨지지 않을 만큼 새빨갛게 변한 귀도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이미 흥분치가 최대치에 달한 시우에게 그녀는 더는 친애하는 티페레트 스승님이 아니었다.
시우 앞에서 엉덩이를 까놓고 박아달라 애원하는 순진한 소녀에 지나지 않았다.
“넣겠습니다.”
엘로아는 대답 대신 살짝 고개를 들어 어느새 바지 밖으로 나와 있는 시우의 물건을 보았다.
실물로 보니 생각보다도 어마어마한 크기.
핏줄이 불거진 빳빳한 물건의 위용을 보고 깜짝 놀라 다시 앞을 향한다.
“…부탁하겠네.”
경악을 숨기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는 떨리는 심정으로 엘로아의 한쪽 엉덩이를 잡고, 입구에 귀두를 비볐다.
땀이 식어가는 과정에서 살짝 차가워진 엉덩이와 다르게, 일자로 반듯이 다물려 있는 엘로아의 보지에서는 은은한 열감이 느껴진다.
“힉! 힉… 읍…!”
엘로아는 시우의 귀두가 음순에 비벼지고.
콩닥콩닥 맥박이 느껴지는 음핵을 단단한 고기의 창이 스칠 때마다 엘로아는 숨을 집어삼켰다.
사실 아직은 윤활이 많이 부족하다.
엘로아와 시우는 고작 키스를 조금 이어나갔을 뿐이다.
특히 첫 경험이라면 조금 더 충분한 애무로 공을 들이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시우는 그렇게까지 인내심이 남아있지 않았다.
어찌나 꼭 맞붙어있는지 핑크빛 속살이 잘 보이지도 않는 보지 사이를 비집어 연 시우.
손가락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법한 보지 입구에 천천히 귀두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