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248화 (248/917)

#248

1.

"하으....으...."

"헉....헉....."

몇 번을 쌌는지도 모르겠다.

페리윙클의 몸을 휘감던 그림자의 속박은 어느샌가 풀려 있었다.

중반부 이후부터는 기억도 희미해질 정도로 그녀의 에(르메스)널을 즐겼다.

"하으....아...하....."

시우가 물건을 퐁 뽑아내자 엉덩이를 치켜든 상태에서 몸을 바르르 경련하며 움찔거리는 페리윙클.

이미 뒷구멍으로 수십 번 오르가즘에 도달한 페리윙클이 물건이 빠지는 감각만으로도 가볍게 가버린 것이다.

너무 격렬하게 쑤신 탓에 반쯤 벌어진 뒷구멍에서는 마치 물총을 쏘는 것처럼 울컥울컥 하얀 정액이 발사되었다.

사실 이미 몇 번이나 도중에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데 저 꼴릿한 뒤태를 볼 때마다 다시 덮쳐들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제는 정말 그만둬야 할 때이다.

머리에 핏기가 내려간 시우는 페리윙클을 욕실로 옮겼다.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파김치가 되어 널따란 욕조에 잠겨 드는 페리윙클.

시우는 물 온도를 체크하고 욕조 한가득 물을 담는 한편 그녀가 미끄러져 물 안에 빠지지 않도록 옆에서 잡아 주었다.

"이거 좆된건가...."

특별히 때리거나 한 건 아닌데 워낙에 격렬하게 주무르고 손을 탄 탓에 페리윙클의 하얀 몸 위로 울긋불긋한 손자국이 남아있는 것을 보자 완전히 이성이 돌아왔다.

물론 페리윙클이 먼저 나서 시우를 도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만하라고 외치며 제발 멈춰달라고 애원하는 페리윙클을 반쯤 강간하듯이 찍어 누르며 그녀의 몸을 즐기고 탐한 것 역시 사실이다.

이거 선을 넘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함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그런데 이 와중에도 물에 동동 떠 있는 그녀의 가슴을 보니 한 번 더 마렵다.

시우는 성욕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스펀지로 그녀의 몸을 구석구석 닦아내며 생각을 정리했다.

마녀의 체취를 맡을 때 발정하는 것.

이성은 저 멀리 날아가고 여체를 탐하고 싶다는 본능만이 남아 회오리처럼 휘몰아친다.

그 상태가 되면 제어를 할 수 없다.

전두엽이 뚫리면서 생긴 후유증인지, 아니면 치료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특징을 차분히 나열해 보았다.

하나, 마녀의 체취를 맡으면 발기가 된다.

일정 이상 깊이 들이마시게 된다면 강렬한 성욕이 동반되며, 오늘 사례를 보면 알듯 선을 넘을 정도로 자제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둘, 위계에 따라 충동의 크기가 다르다.

샤론의 체취를 들이마신 적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렇게까지 충동이 강하지도 않았고 조절 능력을 상실하지도 않았다.

반면 일전 티페레트와 수련에서 발기한 모습을 들켜버렸을 때를 떠올렸다.

그 날 즉시 비겁의 마녀의 습격으로 흐지부지된 감이 있지만 시우는 그날의 민망함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때는 그렇게 많이 체취를 맡은 것도 아닌데 훨씬 강렬한 충동에 휩싸였다.

엘로아가 먼저 시우의 이상을 알아차리고 벗어나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을 벌였을지 모른다.

페리윙클에게 느낀 충동이 절반 정도임을 감안했을 때 아마 위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지 추측중이다.

셋, 쌍둥이에게도 분명 마녀의 체취가 존재할 테지만 이상하게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러니까 이성을 잃을 정도로 강렬한 욕구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희한하네...."

이제 이렇게 느긋하게 관망할 시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순 있어도 사실상 거의 정신병이나 다름없으니 어서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흐음....."

꾹 감겨있던 페리윙클의 눈이 슬며시 떠지며 군청색 눈동자가 영문을 알 수 없겠다는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욕탕에 잠겨 있는 자신의 모습과 그녀의 몸을 닦아주는 시우를 확인하더니 흐리멍덩했던 눈동자에 확 빛이 돌아온다.

"깨어나셨나요?"

시우는 스펀지를 내려놓으며 은근히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침대 위에서는 암캐처럼 박히며 앙앙거리던 페리윙클이다만... 정신이 돌아온 지금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다.

"너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새초롬한 눈동자와 목소리가 동시에 시우를 향한다.

"엉덩이가 아직도 징징거리잖아."

원성과 함께 입술을 꾹 깨무는 페리윙클.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뭐든 해도 좋겠다고 마녀명을 건 것은 페리윙클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발정 난 개처럼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버렸으니 감정이 상하는 것도 예상하던 바이다.

이럴 땐...

"죄송합니다."

그냥 머리 박는 게 최고다.

시우는 그녀의 처분을 기다리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잠깐의 정적 이후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까까지는 그렇게 멈추라고 해도 말을 안 듣던 주제에, 이제 와서 이러는 것도 신기하네. 무슨 이중인격이야?"

"제가 절제를 못 했던 것 같습니다."

"됐어, 고개 들고 인상 펴."

와, 이걸 용서해준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양 말하는 페리윙클의 반응에 시우는 진심으로 놀랐다.

슬며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자 언제 흐트러졌냐는 듯이 차분하고 우아해 보이는 페리윙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런 뒤끝이 남지 않은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표정 역시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이게 마녀의 품격이라는 걸까.

"네가 그렇게 뻣뻣하게 굴면 마녀명을 걸겠다고 약속했던 내가 뭐가 되니? 물론, 넌 마녀명 없다고 사기를 쳤지만.... 생각해보니까 그건 좀 화나네."

"죄송합니다, 저도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던건지..."

"됐어, 너도 들어와."

"넵."

페리윙클의 허락을 받은 시우는 네 사람이 동시에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욕조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 겨를에 아직도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시우의 자지를 본 페리윙클이 깜짝 놀란다.

"맙소사, 아직도 그 지경이야?"

"음... 제가 좀 왕성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영체가 되고 나서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섹스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정액량도 무슨 기획물 야동처럼 늘었고 아무리 싸도 수도꼭지마냥 정력이 샘솟는 걸 보면 말이다.

페리윙클과 살짝 떨어져 앉자 그녀가 손짓했다.

"옆으로 와."

"마녀님 그건 조금 곤란한 것 같습니다."

옆으로 바짝 붙게 되면 또다시 체취를 맡게 될 것 아닌가?

이미 한번 핀잔을 들어놓고 또 이성을 잃게 된다면 그야말로 면목이 없다.

"제가 그, 마녀님의 향기를 맡으면 어떻게 될지를 몰라서..."

"볼 장 다 봤으니 내외하자 이거야? 군말 말고 와."

시우가 옆에 붙기에 무섭게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페리윙클.

물에 잠기지도 않았는데 땀으로 촉촉한 머리가락이 시우의 가슴에 달라붙는다.

시우는 입으로만 숨 쉬며 조용히 그녀의 몸을 받쳐 주었다.

그러자 몸을 돌려 시우에게 찰싹 달라붙는 페리윙클은 손끝으로 그의 가슴을 살살 쓸며 말했다.

두 다리로는 아예 시우의 왼 다리를 뱀처럼 휘감고 있다.

"이렇게 만족한 적 네가 처음이야."

"영광입니다. 제가 너무 막대한 것 같아 염려했었는데."

"솔직히 막대하긴 했지. 내가 그만하라고 백번은 말했던 거 기억은 하니?"

"그건.... 기억합니다. 저도 멈춰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하지만 멈추지 않았지. 이 눈물 자국 봐봐, 이렇게 간절하게 애원했는데도... 꽉 눌러놓고, 묶어놓고..."

페리윙클의 눈동자에 핑그르르 도는 끈끈한 물기의 정체.

그건 색욕이었다.

시우에게 굴복당한 것은 분명 굴욕적인 일이었지만 또한 회상하는 것만으로 몸을 저릿저릿하게 만들 황홀한 일이었다.

"아무튼..."

페리윙클은 숨을 크게 들이쉬어 그것을 떨쳐냈다.

"참 신기한 아이야."

처음 만날 땐 동정처럼 굴더니 막상 침대에서는 정복자였고, 또 섹스가 끝나자마자 얌전한 범생이처럼 돌아온다.

마법으로 퉁치는 것이 아니라 욕조까지 옮겨 손수 몸을 씻어주는 것을 보면 자상한 사람일 텐데, 또 그만하라고 애원하는 페리윙클을 억지로 눌러 넣었을 때를 보면 다른 사람 같으니...

이 정도로 재미난 인물이라면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우."

"네, 마녀님."

"나와 함께 다닐 생각은 없니?"

따라서 스카우트 제의를 해보았다.

"나랑 함께다면 어디서 아쉬운 소리 안 하며 살 수 있어. 어떤 위기라도 사전에 감지하고 피할 수도 있고, 애초에 그럴 일 자체가 생기지 않아. 내 자성마법은 모든 운명을 유리한 쪽으로 뒤바꾸는 거거든."

슬며시 몸을 올려 그의 위로 올라탄다.

시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아까까지 시우가 마음껏 범하던 뒷구멍으로 이미 빵빵하게 발기한 그의 물건을 삼켰다.

"흐으읏....! 이렇게 매일 하게 해줄게. 너가 하고 싶을때는 언제 어디서나 범해도 괜찮아. 오늘 했던 것처럼 싫다는 걸 억지로 힘으로 제압해서 하는 것도... 난 솔직히 마음에 들었어."

그렇게 휘저었는데도 전혀 느슨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뒷구멍이 꽉꽉 시우의 물건을 조인다.

페리윙클은 잔잔한 수면 위로 파동을 일으키며 살살 허리를 흔들었다.

벌어지는 입과 새어 나오는 뜨거운 한숨.

"하아... 하아.... 밤만 되면 네 장난감이 되어줄게... 네 욕망을 언제든지 받아줄게. 난 다른 사람이랑 바람피우는 것도 얼마든지 문제없어. 내가 친하게 지내는 마녀랑도 하게 해줄게."

"윽....!"

"나보다는 아니지만 예쁜 애들도 엄청 많아. 다들 네 짐승 같은 모습을 보면 환장할걸?"

페리윙클은 아예 시우의 어깨를 눌러 그가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오늘 내가 못살게 굴었던 건 잊어줘. 그건 널 도발해서 격렬하게 당하고 싶었기 때문이니까....뭐, 좀 과한 감은 있지만... 내가 그렇게 나쁜 마녀는 아니라고?"

물론 페리윙클은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예전의 시우였더라면 언감생심 꿈도 못꾸고 바라만 봐야 하는 외모, 몸매, 재력, 능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 그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택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죄송합니다, 페리윙클 님."

정중하게 거절했다.

아예 그녀를 따라가 버린다면 샤론이 무척 슬퍼할 것이다.

시우를 도망치게 하려고 목숨을 걸고 익사한 마녀와 맡겼던 그녀를, 순간의 욕심만으로 팽하는 것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래? 안될 건 알았지만... 그래도 조금 아쉽네."

페리윙클은 입맛을 다시며 퐁 물건을 빼냈다.

끙차 소리를 내며 욕조를 짚고 일어서니 물이 뚝뚝 흐르는 나신으로 욕조 밖으로 나선다.

시우도 욕실 벽에 걸린 가운을 들춰 매고 다른 가운은 페리윙클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따라와."

좀 전 함께 술잔을 나눴던 바에 도착한 페리윙클은 시우에게 담배를 권했다.

"잠시만 기다려 봐."

함께 담배를 마주 피는 와중에 페리윙클은 무엇인가를 꺼내 들었다.

작은 상자였다.

"약속대로 선물, 날 즐겁게 해줬으니 줄게."

그 상자 안에는 두 장의 네잎클로버가 담겨 있었다.

하나는 평범한 연두색, 하나는 분홍색이다.

"이건....뭔가요?"

"이건 내 자성마법이 담겨있는 네잎클로버야.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이걸 얻으려고 얼마나 빌빌 기는 줄 아니?"

페리윙클은 담배를 든 손으로 쓱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웃었다.

"단 한 번, 네가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줄 거란다."

"두 장이나 되는데요?"

"분홍색 건 서비스. 조금 특별한 선물을 담은 거라서, 시험 삼아 만들어봤어. 효과는 일주일 정도밖에 안 갈 거지만 즐겁게 해준 답례야."

시우는 가만히 상자 안에 담긴 네잎클로버를 내려보다가 다시 페리윙클을 보았다.

"감사합니다."

"그렇지?"

그녀는 싱긋 웃더니 시우의 팔목을 잡아끌었다.

이미 못써 먹게 된 침실 대신 새로운 침대가 있는 또 다른 침실이 두 번째 라운드의 무대였다.

"자, 그럼 너도 마저 약속 지켜."

그렇게 페리윙클과 시우는 떠올랐던 해가 다시 한번 저물 때까지 질펀한 섹스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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