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225화 (225/917)

#225

1.

"공작님?"

얼굴을 찡그린 채 잠이 든 엘로아.

몇 번 정도 그녀의 어깨를 흔들어보았지만 일어날 기미가 없다.

티페레트에게 수면은 일반적인 마녀와 달리 계약의 대가로 요구되는 필수 항목이다.

어깨를 흔드는 정도로는 깨울 수 없는 것이다.

"아이고, 참..."

시우는 말을 잇지 못하고 엘로아를 바라보았다.

딱하다.

단순히 사정을 전해 듣고 알고 있는 것과 괴로워하는 당사자의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피부로 체감되는 것이 달랐다.

자책하고, 후회하고, 괴로워하고...

족히 100년이라는 기간동안 그렇게 혼자 몸부림쳐왔다는 것이 아닌가.

물에 탄 위스키보다 씁쓸한 상념을 남긴 채 시우는 조심스럽게 몸을 낮췄다.

"이대로 놔둘 순 없고..."

엘로아를 침실로 옮기기 위함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실컷 대접을 받은 주제에 먹던 식탁에서 엎드려 자는 것을 방치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고.

"공작님,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시우는 엘로아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슬쩍 들어 올렸다.

잠깐 이래도 되나 싶긴 하다만 본인만 떳떳하면 그만이다.

딱히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엄청 가볍네..."

영체가 된 시우의 몸은 기본적으로 힘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로아의 몸이 번쩍 들리는 것은 그녀가 생각 이상으로 가벼웠기 때문이다.

하긴 쌍둥이보다 약간 키가 큰 수준이니 애초에 무거운 게 이상한 거지.

이대로 겨드랑이에 손을 낀 채 들고 갈 순 없었으므로 자연스럽게 무릎 아래 팔을 넣어 공주님 안기를 취했다.

"흐음...음...."

아래를 보자 눈을 찡그린 채 파르르 떨고 있는 엘로아의 얼굴이 보인다.

악몽이라도 꾸는 듯 이마에는 비지땀이 맺혀있다.

지금까지 그녀와 많이 대련을 해왔지만 이렇게 가까이 붙는 것은 처음이다.

시우는 대련 내내 그녀의 옷자락도 건들지 못한 적이 많았으니 말이다.

곤히 잠든 엘로아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옮기던 중 당혹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워낙에 가까이 붙어있기 때문인지 마녀 특유의 체취가 코끝을 간질이기 시작한 것이다.

살풋한 벚꽃 향, 산들거리는 봄 내음처럼 달콤한 체취는 단순히 코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슴 깊이 가라앉는 것처럼 진하게 느껴졌다.

"아니, 시발 에반데...."

그 즉시 시우의 아랫도리가 반응하기 시작한다.

무슨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풀발기됐다.

시우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뒤뚱뒤뚱 엘로아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조금 거칠게 내려놓았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잠깐 비척인 엘로아.

"크...쿠우...."

그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부채처럼 펼쳐지며 향긋한 향기를 물씬 풍긴다.

가느다란 호흡이 새어 나오는 엷은 입술.

바람에 날린 벚꽃이 쉬어가는 것처럼 촘촘하고 길게 뻗은 미려한 속눈썹.

살짝 옷이 흐트러지며 드러난 가느다란 목덜미와 쇄골까지.

충혈된 안구에 비치는 엘로아의 자태는 너무나도 가녀렸으며 마치 수컷을 유혹하기 위해 가꿔진 듯했다.

본능에서 기인한 번식욕, 혹은 남녀관계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성욕 따위가 아니다.

잠이 든 까닭에 무방비한 티페레트의 모습이 잡아 먹어달라는 필사적인 손짓으로마저 느껴졌다.

차라리 폭력이라는 표현이 걸맞은 충동.

엘로아의 가슴으로 손을 뻗으려던 시우는 거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흐려지는 이성을 간신히 붙잡았다.

"후우...."

엘로아는 아무것도 모른 채 뻗어 있었고 시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다.

"미쳤나 진짜?"

이런 현상이 이미 몇 번 있었다.

예빈 때도 그랬고, 샤론 때도, 페리윙클 때도 그랬다.

마녀가 일정거리 이상으로 가까이 달라붙어 진득한 체취를 풍길 때면 여지없이 하반신이 반응함과 동시에 성욕이 들끓었다.

보름달을 본 늑대 인간이 발정기라도 온 것처럼 말이다.

아니 근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괴로워하는 엘로아를 보며 딱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을 한 지 3초 만에 고추를 빨딱 세우는 것은 인간이 아닌 금수의 소행이다.

시우는 비틀비틀 싱크대로 달려가 세수를 했다.

"푸후.... 왜 이러는데."

찬물을 좀 끼얹자 정신이 돌아오는 느낌이다.

부풀었던 양물도 조금은 줄어들었고 말이다.

"돌겠네...."

그래도 자괴감은 찐하게 남는다.

뇌가 맛이 가면서 이상해졌느니 뭐니해도 결국 그런 생각과 충동을 품은 것은 자신이니 말이다.

게다가 공작이 정신이 남아있었다면 어쩔 뻔했는가?

새삼 아찔했다는 생각이 들자 오한까지 솟는다.

조만간 예빈을 찾아가 보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그래도 일단 밥을 얻어먹은 입장에서 휑 돌아갈 수는 없지.

식탁 위를 정리하고 설거지까지 꼼꼼하게 끝낸 시우는 샤론이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돌아갔다.

2.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샤론이 뛰어나오지 않는다.

꽤나 드문 일이었다.

시우가 외출한 뒤에는 언제나 현관까지 뛰어나와 반겨주던 샤론인데...

시우는 슬쩍 샤론의 방문을 열었다.

-사각사각

어둑한 책상을 밝히는 테이블.

샤론은 턱을 괸 채 볼펜으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옆에서 힐끗 보이기로는 아마도 마법 연구를 진행 중인 것 같다.

괜히 방해하지 말고 돌아갈까? 라고 생각하던 찰나 샤론 쪽에서 먼저 시우의 귀가를 알아차렸다.

"....왔어?"

근데 반응이 영 심심하다.

도도도 달려와 폭 안기는 것도 아니고.

들뜬 목소리로 활짝 웃는 것도 아니다.

새초롬하게 입술을 삐쭉 내민 체하던 일을 할 테니 가보라는 식으로 행동한다.

"나 연구 중이라 바쁘거든. 나가줄래?"

아마도 오늘 있었던 일을 무척 신경 쓰는 기색이었다.

시우가 은근히 샤론을 놀려대고 웃었으니 삐진 모습을 보여주는 거겠지.

진심으로 화났다기보다는 모종의 시위라고 할 수 있겠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입술도, 퉁퉁 부은 뺨, 사실 겉보기에 샤론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샤론은 마녀 중에서도 얼음 동상 같은 차가움과 도도함이 강하게 느껴지는 인상이었으니 말이다.

그 갭이 샤론을 더 귀여워 보이게 하긴 하지만.

"뭐가 그렇게 화나셨어."

"화난 거 아니거든?"

"화났구먼."

"안 났다고!"

"말도 없이 모셔와서 미안해. 사실 퍼득 생각한 거라 네 사정까지 고려를 못 했어."

시우는 말없이 다가가 의자 뒤에서 샤론의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손바닥에서 브라 끝이 느껴지는 걸 보니 당분간 집안에서 샤론의 반나체 패션쇼를 볼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됐어, 이런 거로 내가 화가 풀릴 것 같아?"

"아깐 화 안 났다면서."

"말꼬리 잡아...?"

"미안미안."

냉정한 척하던 샤론은 어디로 가버렸고, 투덜투덜 입을 삐쭉이는 샤론이 대신 등장했다.

"내가 그렇게 난감해하는데도 웃기나 하고! 놀리기나 하고!"

"아니, 너무 귀여워서 그랬어."

"너한테나 귀엽지! 난 심각했거든? 공작님이 날 어떻게 생각하셨겠어! 그때 팬티라도 입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리고!"

쌓여있는 것이 많았는지 투다다다 속을 풀어낸다.

"그렇게 둘이 갔으면 좀 늦어지겠다고 문자라도 주지! 난 계속 너 연락 기다렸단 말이야..."

"그건...."

"잠깐 저녁만 먹는다면서, 술도 마시고 온 것 같은데 그러면 연락 한번 해줘도 되잖아!"

"그 바로 윗집이라 문제없을 줄 알았는데..."

"그럼 내가 직접 가리? 조금 전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샤론은 흥! 하는 콧소리를 내며 섭섭하고 서운한 티를 단단히 냈다.

아무래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 어떤 식으로 사후대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침이 미흡했던 것 같다.

"나 당분간 너랑 안 친하게 지낼 거야. 너 말대로 화난 거 맞으니까."

"샤론."

그래도 어쩐지 본능적으로 화를 풀어 줄 방법을 알 것 같다.

"....뭐야 갑자기."

시우는 어깨를 주무르다가 샤론을 뒤에서 가볍게 안았다.

자석에 달라붙은 철가루처럼 뾰족뾰족했던 샤론의 말투가 단숨에 누그러진다.

"미안하다니까. 화 풀어. 내가 잘못했어."

"너가 날 너무 쉽게 보나 보다. 나 이 정도로는 안 풀리거든?"

"그런 것치고는 목소리가 잠잠한데."

"....지금 샤론 법정에서 재판 중이야. 더 합리적인 양형 사유를 제시해 봐. 정상참작 해 줄테니까."

그렇게 툴툴거리면서 날뛰다가도 안아주는 것만으로 이렇게 사르르 화가 풀렸다는 듯이 구는데.

어떻게 미워하냐고.

시우는 슬쩍 샤론을 놓아주었다.

앞만 보고 있는 샤론의 귀가 따끈따끈하게 달아올라 있는 것이 보인다.

"이거면 되나?"

"핫....!"

살짝 몸을 낮추고 샤론의 머리카락을 들어 올린 뒤 목덜미에 가볍게 키스했다.

깜짝 놀란 샤론의 솜털이 뾰족하게 입술을 찌르는 것이 느껴진다.

간지러움인지 기분 좋음인지 모를 애매한 감각에 오싹 소름이 돋은 것이다.

"그걸로는 모르겠는데? 애매하네..."

"더 해줘?"

"더 해달라는 게 아니라...하읏...."

시우는 샤론의 원피스 어깨끈을 슬며시 잡아당겼다.

둥근 어깨선을 타고 원피스의 끈이 양옆으로 미끄러지며 샤론의 목덜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유려한 곡선을 타고 내려오는 것처럼 천천히 키스를 퍼부어주자 입을 벌리고 숨을 쉬는 듯한 소리가 색색 들려오기 시작했다.

"샤론 재판장님,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몰라... 이 똥멍청아..."

자연스럽게 의자를 잡아끌었다.

샤론의 하얀 목을 살살 깨물자 흠칫흠칫 떨리기 시작한다.

뒤로 뻗은 손이 시우의 허벅지 옆을 꽉 잡았다.

하지만 떨쳐내려는 기색은 없었다.

흐물흐물 뼈가 녹은 것처럼 시우에게 은근히 몸을 기댈 뿐.

"에이 멍청이라뇨."

"진짜아... 너 완전 능글맞아지기만 했어."

"내가 언제? 너가 야한 거지."

샤론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시우에게 몸을 맡겼다.

어깨끈이 내려간 원피스가 발치에 툭 떨어지고 섹시한 란제리만 걸친 샤론의 볼륨 넘치는 몸이 시우의 품에 들어왔다.

등 언저리를 스쳐 지나가는 손길에 브래지어 훅이 툭 벗겨졌다.

요즘 따라 더욱 음란한 빛깔을 더해가는 유방의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고무줄처럼 튕겨 나온다.

"앞으로는 늦을 때 꼭 이야기할게. 그리고 놀리지도 않을게. 됐지?"

"되긴 뭐가 돼.... 나 하나도 화 안 풀렸거든...? 하읏..."

시우는 이빨로 샤론의 목을 살짝 깨물었다.

아프진 않지만 잇자국이 남을 정도로 말이다.

요새 샤론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섹스가 끝나면 샤론의 온몸이 이빨자국 투성이가 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시우는 브라 컵 밑으로 손을 넣어 손끝으로 샤론의 유두를 콕콕 찌르며 빙글빙글 돌렸다.

"이러면 좀 화가 풀려?"

"하...항...읏... 하나도... 안 풀려..."

"그래? 그런데 점점 딱딱해지는데?"

"우....우우...."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한 젖꼭지에 대해 언급하자 샤론은 푹 익은 얼굴을 숙인 채 우물쭈물거린다.

"거짓말이나 하고."

"거짓말 아니거든...!"

어느새 넘어가 버린 주도권.

그도 그럴게 시우도 이제 어리바리하던 동정이 아니었다.

게다가 샤론이 미묘하게 지배당하는 포지션을, 은근히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최근 두 사람 사이에 야릇한 분위기가 흘렀을 때 주도권을 잡는 것은 시우 쪽이었다.

"거짓말 아닌 거 맞아?"

"아...하...항...."

-찔걱찔걱

조금의 쳐짐도 없이 탱글거리는 샤론의 엉덩이로 손을 밀어 넣는다.

팬티의 고무줄이 손목에 걸리는 것을 느끼며 샤론의 보짓구멍을 살살 손으로 문지르자 벌써부터 흥건해져 있는 샤론의 쫀득한 속살이 느껴졌다.

능구렁이처럼 넘어가는 시우의 놀림에 샤론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 아니.. 거짓말... 거짓말했어..."

"이거 안 되겠네. 좀 혼내줘야겠다. 이리 와."

"아...앗!"

침대로 샤론을 잡아끄는 시우.

샤론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풀썩 침대 위로 엎어졌다.

어느새 관능에 젖은 그녀의 눈은 묘한 기대감을 품은 눈빛으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좀처럼 진정이 안 된다.

요즘 따라 성욕은 과해지고 욕망은 커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가슴을 부둥켜안고 흥분해 있는 샤론을 보자 이것도 저것도 뒷전이 된다.

"내가... 내가 화내고 있었는데....이게 뭐야..."

"화 풀어준다잖아, 싫어?"

"...싫은 건 아닌데... 난, 몰라."

얼렁뚱땅 넘어가는 자신의 태도, 그리고 그런 태도가 나온 원인을 재자각한 샤론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저녁도 든든하게 얻어먹었겠다.

지금부턴 달콤한 디저트를 맛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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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novel 님이 제공해주신 꼬마 샤론입니다!!

완전 커엽게 잘나온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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