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220화 (220/917)

#220

1.

인생은 생각보다 별일 없을지도 모른다.

잘 먹고, 잘 살고, 잘 싸면 됐지.

영체가 되면서 똥을 쌀 자유를 박탈당한 시우이지만 대신 샤론 덕에 매일매일 다른 것을 시원하게 싸고 있다.

원래 샤론에게 마법 수업을 듣던 시간.

일방적으로 샤론의 원소수업을 듣던 커리큘럼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오늘 진도는 여기까지고..."

"응? 벌써?"

"벌써라니, 이게 다 시우가 너무 빨리 배워서 그런 거잖아."

원래는 샤론이 시우에게 원소계통 마법의 이론을 가르치는 시간이었다.

시우는 샤론에게 알려줄 만한 것이 없었으니 원래는 거기에서 끝나고 해산.

이후 샤론은 샤론대로, 시우는 시우대로 연구 및 자습 활동에 들어가야 했으나...

변화가 생겼다.

시우에게 질내사정을 받아야 낙인을 회복할 수 있는 샤론을 위해 수업 시간 하나가 추가된 셈이다.

"큼큼, 이제... 내가 시우한테 회복주사 맞을 시간이네."

책을 탁 덮은 샤론은 몸을 비비 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회복주사'라 함은 당연히 위계 회복 섹스다.

샤론은 '섹스하자!'라는 말이 조금 남사스럽게 생각됐는지 저런 이상한 말을 만들어냈다.

또 막상 침대 위에서 살을 비비다 보면 음란한 말을 마구마구 사용하니 여자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니, 근데 그 옷차림은 어떻게 안 되냐? 눈 둘 곳을 모르겠어."

"그러라고 입은 건데 뭘. 이뻐?"

아침부터 알몸에 시우의 와이셔츠 하나를 걸치고 어슬렁거리던 샤론은 그 상태로 수업까지 끝냈다.

알몸에 와이셔츠, 알몸에 앞치마, 알몸에 뭐뭐뭐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있지만 사실 시우는 그런 취향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아니, 없다고 생각했다.

샤론이 직접 손보인 파격적인 패션쇼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토실토실한 샤론의 엉밑살을 들어낼락 말락 가리는 셔츠의 뒷자락.

소매 안으로 쏙 들어가는 두 손.

가슴 부분을 힘차게 들어 올리는 웅장한 맘마통은 취향 개조와 저격을 동시에 달성한다.

"매일 매일 하는데도 좋아?"

"그래서 넌 싫어? 난 항상 좋지. 난 특히 너가 내 뒤에서 해줄 때 좋더라... 뭐 그렇다고..."

샤론이 침대를 짚고 엉덩이를 쓱 내밀자 셔츠 뒤쪽이 올라가며 자연스럽게 샤론의 꼬옥 다물린 슬릿이 나타난다.

그럼 번번이 '이거 좀 너무 자주 하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유혹에 져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안 할 거야?"

특히 이런 뒤치기 자세로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면 거절할 도리가 없어진다.

샤론과 첫 관계를 맺게 된 지 어언 보름.

비단 수업 시간에만 몸을 섞는 것은 아니다.

'시우야, 우리도 저거 해볼래?'

영화를 보다가,

'시우야, 나... 젖은 것 같은데...'

밤에 자기 전에,

'쭙, 쭈우웁, 시우야... 하아... 일어났어...?'

일어나서,

'시, 시우야...거, 거기도... 안 쪽도... 꼼꼼히 씻어줘....앗...하앙...으...'

혹은 함께 씻을 때.

기타 등등.

타카쇼가 여성 문제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었고 대체로 맞아떨어졌지만 대현자도 틀린 것이 있었다.

한 여자랑 계속하면 질린다고?

그건 샤론의 뜨거운 몸을 안아보지 못해서 그런 걸 것이다.

아무튼 눈만 맞으면 밥상도 엎어버리는 통에 시우의 자지에는 애액 마를 날이 없게 되었고.

그 덕택에 샤론은 3일 만에 위계 하나를 회복했다.

생각해보면 참 공교롭다.

무협지에서 절맥인 사람에게 내공을 주입해서 맥을 뚫어주는 것마냥 자지로 불완전 계승된 낙인을 개통하다니.

3일만에 처음으로 샤론이 벽을 넘었던 날.

'시....시우야시우야시우야!!!! 나! 됐어! 됐다구!!!!'

샤론은 기쁨의 눈물을 펑펑 쏟으며 시우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금방 20 위계까지 치고 올라가나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세상일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 뒤로는 회복 난이도가 올라갔는지 좀처럼 진전이 없다.

똑같이 사정을 하고 막대하고 순수한 마력을 퍼부어주는데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샤론은 원래 포기를 모르는 성격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진작에 빚을 갚는 것부터 포기했었겠지.

그녀는 갑작스러운 정체에도 굴하지 않고 회복한 18번째의 획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낙인을 회복했다 해서 즉각 그 안의 마법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낙인 한 획에도 수십 년, 혹은 백 년 넘게 축적된 마법적 지식이 저장되어있고 그것을 소화하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니 말이다.

아무튼 오늘도 실컷 샤론의 토실토실한 엉덩이에 가랑이를 부딪치며 하얀 아기씨를 주입해준 시우는 정성스러운 샤론의 청소 펠라를 받고 옥상으로 향했다.

2.

수업이 끝나면 시작되는 시우의 두 번째 일과는 티페레트 공작에게 가르침 받는 격투술이다.

누가 먼저 약속을 꺼낸 것은 아니지만 티페레트는 항상 오후 4시가 되면 옥상에서 시우를 기다렸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준비하게나."

"오늘 수업도 잘 부탁드립니다."

한마디 인사가 끝나자마자 제자리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푸는 시우.

관절 구석구석을 돌리고, 제자리에서 가볍게 쉐도우 복싱 같은 것을 하며 몸을 적당히 달군다.

엘로아는 이면결계를 작게 펼쳐 놓은 채로 그가 몸을 푸는 것을 기다렸다.

엘로아가 예상했던 대로 시우는 무재가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운동을 잘하는 일반인 수준일 것이다.

사실 그가 '취미의 일환' 정도로 무술을 생각한다면 엘로아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슬렁슬렁 수업하며 그의 재능이 있건 말건 신경조차 쓰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는 살아남기 위한, 극한의 상황에서 더 많은 수를 선택하기 위한 송곳니를 갈고 닦는 중이다.

어정쩡한 재능으로 만들어진 칼날은 위기의 순간 적이 아닌 주인의 심장을 향한다는 것을 엘로아는 익히 알고 있었다.

따라서 '차라리 다른 길을 알아볼 생각은 없나?'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몇 번이나 참았다.

기탄없이 말하자면 티페레트는 시우가 금방 포기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우가 수업이라 부르는 이 시간은 그가 날아다니고, 얻어맞아 쓰러지는 시간의 총합이었으니 말이다.

제아무리 튼튼한 영체라고 해도 이 정도로 두들겨 맞는다면 삭신이 쑤신다.

거기에 며칠째 옷자락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다 보면 회의감에 잠길 법도 한데.

"웃차!"

여느 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목을 돌리고 있는 시우에게서는 그런 기색이 전혀 없다.

하루만 지나면 다시 열의를 만땅으로 채워와서 옥상에 서는 것이다.

끈기와 집념 하나만큼은 박수를 보내줄 수 있었다.

"준비됐습니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시우는 척하고 익숙하게 가드를 올렸다.

엘로아는 한숨을 쉬었다.

제 발로 포기하지 않겠다면 적당히 현실을 알려주는 것도 가르침을 내리는 자의 도리겠지.

"시우 군."

"넵!"

군기가 바짝 들어간 목소리로 답하는 시우.

사실 엘로아도 이런 말을 입에 담기 껄끄러웠다.

그저 대충 시간만 보내는 사람이었다면 몰라도 그처럼 포기를 모르고 열성적으로 달려드는 사람에게는 특히 말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겠네. 너무 언짢아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체술은 그대의 길이 아닌 듯하네."

"네?"

"그대도 느끼고 있지 않은가? 2주가 지나도 한 합을 받아내기는커녕 피하지조차 못하고 있지. 가벼이 말하는 게 아닐세. 난 그대가 내는 힘의 절반의 절반도 내지 않고 있어."

그렇다.

시우는 숱한 대련 중 엘로아의 일수를 단 한 번도 대처하지 못했다.

그녀의 조언 중 제대로 실천하는 것은 없다시피 했다.

"아... 그 정도인가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우는 눈에 보일 정도로 침울해했다.

괜히 신경이 쓰인 엘로아가 황급히 말을 잇는다.

원래는 이대로 떨쳐내 버릴 생각이었는데 씁쓸한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을 보자 '그러니 시간 낭비 말고 그만두시게'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 볼까 하네. 마력을 활용한 신체 강화부터 해보지."

스스로 입 밖으로 꺼내고도 낭패였다.

두 사람은 지금껏 마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영체의 힘만으로 겨뤄왔다.

자신의 손발이 어디로 뻗을지, 어떤 자세를 취할 때 무게중심이 어디로 향할지 등등.

사지 구석구석의 움직임을 눈감고도 형상화할 수 있는 것이 체술의 기본이다.

다른 모든 기술을 쌓아 올리기 전에 대지를 단단히 다지는 기초 토목공사인 것이다.

기초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그 위에 무엇을 쌓아도 허사이다.

그런 신념을 가진 엘로아가 엉겁결에 다음 커리큘럼으로 뛰어넘겨 버리다니.

순간 울적해 하는 시우의 모습에서 실망하고 속상해하던 라피의 모습을 떠올려버린 탓일까.

"그것도 좋겠습니다. 마력의 활용이라면 그나마 자신이 있거든요."

시우는 엘로아의 속도 모르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엘로아는 꿈틀이려는 눈썹을 최대한 조절하며 시우의 옆에 붙어섰다.

"신체 강화를 사용해 본 적은 있는가?"

"항상 갑옷을 강화하는 식으로 해왔습니다."

"보통 그렇긴 하지."

보통 마녀는 마력을 통한 신체 강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어차피 엘로아 같은 특수한 마녀가 아니라면 영체의 강화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방어는 낙인의 자율방어에 맡기고 여분의 마력을 마법에 투자해 공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영체를 직접 강화하는 것은 리턴보다 훨씬 커다란 리스크가 따르니 말이다.

"마력으로 영체를 강화하는 것은 얼핏 어리석게 보이지. 하지만 마녀라 한들 가장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것은 본인의 수족 즉, 영체라네. 익숙해지고 단련되면 그 어떤 강화마법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엘로아는 기본적인 상식을 늘어놓았고 시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먼저 그대의 마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보여줄 수 있겠는가?"

"어느 정도로 하면 될까요?"

"최대한, 그대가 가능한 만큼 끌어올려 보게나."

"네, 알겠습니다."

시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슈와아아악!

부서지는 듯한 금빛이 산란한다.

평상시 유독 시선을 잡아끌던 그의 금색 눈동자가 빛나며 주위의 마력을 모조리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뭣?"

낙인 안에 '자기화된 마력'을 이용해 주위의 마력을 끌어들이는 것은 마녀의 기본 소행이다.

따라서 그것만이라면 엘로아가 놀랄 일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인력이 다르다.

통상적으로 커다란 마력을 지니고 있을수록 더욱 강한 인력으로 대기 중의 중립마력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시우는 거의 없다시피 한 마력으로 그 어떤 존재보다 강한 인력을 발산 중이었다.

잠깐 방심하면 엘로아의 자기화된 마력마저 끌어갈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엘로아의 충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투웅 하는 마력의 파동과 함께 그렇게 모인 마력이 곱절로 부풀었기 때문이다.

곱절로 부푼 마력이 다시 곱절로, 그렇게 부푼 마력이 또다시 곱절로.

몇번이고 거듭 증폭을 개시한다.

기존 마법 법칙의 상식을 완전히 깨부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그의 주변에는 찬연한 금빛의 마력 반사광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될까요?"

"........."

그렇게 모인 마력의 양은 이미 엘로아의 마력 총량마저 까마득히 넘겼다.

마력을 저장할 곳이 넘쳐나는 대형 호문쿨루스에 버금가는 압도적인 마력의 폭풍은 반사광을 넘어 스파크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더 모아야 하나요?"

경악해야 할 구석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첫째, 상식을 어긋난 마력의 양.

둘째, 그렇게 모은 마력이 다른 무엇도 아닌 거듭 증폭을 통해 이뤄낸 것이라는 것.

셋째, 그럼에도 노이즈나 불순물 없이 너무나 순수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아직 얼마든지 더 할 수 있다는 듯 되묻는 순수한 시우의 표정.

엘로아가 미처 알지 못했던 찬란한 재능의 편린을.

지금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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