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215화 (215/917)

#215

1.

불꽃 섹스가 끝나고 침대에 드러누운 시우.

아무리 영체라고 하룻밤 만에 네 발이나 발사하고 나면 휴식이 필요해진다.

참고로 타카쇼의 조언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그렇게 우울하고 축 쳐져 있던 샤론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옆에서 잠이 들었으니 말이다.

다음에 쌍둥이네 갈 때 만나서 이것저것 많이 사줘야지.

현세의 물품을 모아 선물해주면 좋아라 할 지도 모른다.

창밖으로 흘러들어오는 따스한 아침햇살.

그 축복 같은 노곤함 속에서 시우는 묘한 소리를 들었다.

촉촉하고 기분 좋은 혓바닥의 희롱에 고추가 행복해하고 있다는 것도 느릿하게 알아차렸다.

“하음…음…음….”

부스스 고개를 들어 아래를 보자 벌거벗은 시우의 물건을 나른한 얼굴로 빨고 있는 샤론이 보인다.

어제 광란의 밤을 보내고 곧장 잠들어서인지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다.

그런데도 전혀 미모에 손색이 없다는 것은 사기적인 샤론의 스펙 덕분이겠지.

“좋은 아침이야.”

“그렇네, 댓바람부터 무슨 일이래.”

“댓바람이라기에는 해가 중천인데? 하암….”

생각해보니까 어제 샤론에게 네 번 모두 질싸를 한 뒤 그대로 잠이 들었다.

뒷정리고 뭐고 귀찮아져서 뜨끈뜨끈하게 달아오른 샤론을 쿠션 삼아 그대로 반쯤 기절해 버렸다.

그런데 지금 샤론이 빳빳하게 세워놓은 물건에는 허옇게 말라붙었어야 할 정액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그 말은 곧 시우보다 일찍 일어난 샤론이 열심히 입으로 청소를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뭔가 더 꼴린다.

“…어제 깨끗하게 못 해준 거 같아서… 해주고 있었지.”

“나야 고맙긴 한데…”

“아침인데도 엄청 건강하네. 심지어 어제 네 번이나 했는데.”

샤론은 부끄러운 듯이 자지에 뺨을 기대며 말했다.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대충 짐작이 가능해진 몸짓과 말투, 그리고 표정.

아무래도 샤론은 일어나자마자 시우와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물건을 키워놓고 있었던 모양이다.

“원래는 청소만 해주려고 했는데… 이대로 끝내면 힘들지 않아?”

시우의 귀두를 막대사탕처럼 살살 핥던 샤론이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비록 기상 직후라 정신이 없지만 이런 유혹을 받고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요망하게 유혹한 샤론.

그 죄를 물어 허리를 붙잡고 응징의 뒤치기팡팡 질싸형을 내려준 시우는 개운한 사정과 함께 아침을 맞았다.

2.

함께 장난을 치며 샤워를 끝내고 커피를 곁들인 브런치.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샤론은 자몽 마멀레이드가 발라진 토스트를 베어 물고 우물우물 입을 움직였다.

전에는 만찬회를 열어도 될 정도의 음식을 배달시키던 두 사람이었지만 요새는 한 두 가지 메뉴만 시켜서 기분만 내는 편이다.

두 사람 모두 못먹어서 생긴 한이 풀리자 적당히 중도를 지키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고삐 풀린 듯이 먹어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떻게 몇 달을 그렇게 살겠는가?

“뭘 그렇게 빤히 봐?”

열심히 토스트를 씹으면서도 시우에서 한 시도 눈을 떼지 않는 샤론.

부담을 견디지 못한 시우가 물었다.

“그냥, 시우가 좋아서.”

“콜록!”

커피를 넘기다 사레에 들렸다.

뒤치기를 해줄 때면 ‘기분 좋아! 더 해줘!’라고 외치듯 움찔거리는 샤론의 엉덩이 구멍까지 본 사이건만.

깜빡이도 없이 이렇게 치고 들어올 때는 대답이 궁색해진다.

“너랑 하는 것도 너무 기분 좋고, 너랑 이렇게 마주 앉아서 아침 먹는 것도 너무 좋아. 한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좋고, 그냥 다 좋아.”

어느덧 테이블 아래로 뻗어온 샤론의 발끝이 시우의 발등을 살살 간질였다.

유혹한다기보다는 그냥 시도 때도 없이 시우와 접촉하는 것 자체가 무척 좋은 샤론이었다.

아까 같이 샤워할 때도 꽁냥꽁냥거리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이고 시우에게 장난을 걸었다.

좁은 샤워부스에서 착 달라붙어 서로를 간질이며 몸을 씻겨주는 그 느낌이란…

샤론의 가슴을 씻겨주던 시우의 자지가 다시 커져 버리는 바람에 거기서도 한 번 더 할 뻔한 해프닝도 있었고 말이다.

“넌 싫어?”

“나야 뭐, 좋지.”

시우에게 잔뜩 정신이 팔려 있는 탓일까?

계속하고 싶다.

시간이 나기만 하면 계속계속계속 지쳐 쓰러지거나 기절할 때까지 하고 싶다.

섹스가 샤론의 낙인을 회복시킬 유일한 수단이 아니래도 지금처럼 똑같이 하고 싶었을 것이다.

샤론의 ‘좋아좋아’ 연타에 머쓱해진 시우.

저러는 걸 볼 때마다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입장인가 싶어 몸둘 바를 모르게 된다.

“처음에는 꽤 많이 아팠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분 좋기만 한 게 신기해.”

“음… 우리 대화 주제를 조금 바꿔볼까?”

샤론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가는 하루 중 절반 이상을 섹스로 보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에 시우는 적당히 주제를 돌렸다.

“왜? 난 이런 주제도 좋은데. 너는 어떤 자세로 할 때가 제일 좋아?”

하지만 샤론은 도리어 발등을 간질이던 맨발을 슬금슬금 위로 올리더니 이제는 시우의 사타구니 위를 꾹꾹 눌러댔다.

고작 발이긴 해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내숭을 떠는 샤론의 태도와 자지를 슬슬 문지르는 발이 합세하자 다시 딱딱해진다.

신혼 1년은 눈만 마주쳐도 불이 붙는다는데.

이런 게 약간 그런 걸까 싶다.

“자꾸 그러면 혼난다.”

“진짜? 진짜? 혼내주려고?”

“야…”

샤론이 전부터 느꼈던 사실.

시우는 조금만 야한 장난을 걸거나 농담을 해도 쩔쩔맸다.

그게 재밌어서 몇 번이고 시우 옆에서 알짱이던 샤론이 이제와서 엄포를 놓아봤지만 씨알이라도 먹힐 리가 없다.

“혼낼 거야? 혼낼 거야?”

그릇을 정리할 겸 일어나 시우의 어깨를 콕콕 찌르며 잔망스레 웃는 샤론.

시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

힘들다.

저렇게 까불거리다가도 막상 홀딱 벗겨 침대 위에 던져두면 얼굴을 빨갛게 붉히고 수줍어하겠지.

그 상태로 배 안쪽의 약점을 콕콕 눌러주면 장난기는 사라지고 야릇한 신음을 내며 헐떡일 텐데…

…따위의 생각이 일어나니 진짜 고역이다.

성욕이 마르지 않는 샘이 되는 것 같다.

“응? 어떻게 혼낼 건데?”

아니, 생각해보니 참을 필요가 있나?

왜 참아야 하지?

시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기세에 놀라 찔끔한 샤론이지만 여전히 보조개가 쏙 들어간 채 웃고 있다.

“벗어.”

하지만 그 웃음은 이어진 시우의 말에 말끔히 사라졌다.

갑자기 박력 있게 샤론을 냉장고 쪽으로 밀치는 시우.

“어…어?”

“지금 벗어. 원하는 대로 박아줄 테니까.”

지금까지 샤론이 시우를 살살 약 올린 적은 많았지만 시우가 맞불을 놓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숙맥처럼 얼굴을 벌겋게 하고 떄리는 시늉이나 했지.

지금처럼 벽치기를 하고 역으로 밀어붙였던 적은 한 번도 없다는 말이다.

“어어..어어….”

그 탓에 이런 느낌일 줄은 몰랐다.

싫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적당히 거친 느낌과 키 차이로 자연스럽게 발생한 눈높이 차이, 그리고 낮은 목소리가 기분 좋게 귓가를 울린다.

심장이 쿵쿵 떨리고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았다.

“여, 여기서?”

한편 처음으로 반격을 시도했던 시우는 예상을 초월하는 샤론의 반응에 괜히 머쓱해졌다.

‘하하하 그게 뭐야! 하나도 안 어울려!’ 같은 반응을 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전혀 다르다.

일진 앞에선 찐따처럼 주눅이 든 샤론은 우물쭈물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띵동 띵동!

이 애매한 대치 상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고민하던 사이 초인종이 울렸다.

“어, 어…! 손님 왔나 보다. 나는 차 준비할게!”

“야야, 어디가?”

샤론은 핀치에 몰려있다 공소리를 들은 복서처럼 후다닥 시우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차를 준비한다더니 엉뚱하게도 화장실로 사라지는 샤론.

그런데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딱히 배달이나 택배를 시킨 물건도 기억에 없고 말이다.

시우는 문을 열었다.

“약조대로 왔네. 미리 기별을 주지 못해 미안하군.”

분홍머리의 공작님.

엘로아 티페레트가 현세의 옷차림을 하고 서 있었다.

3.

시우는 엘로아를 볼 때마다 티페레트 공작이라는 대외적 호칭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조목조목 뜯어 보아도 공작이라기보다는 공주님, 마녀라기보다 마법소녀라는 칭호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던 까닭이다.

그런데 하얀 예복 같은 드레스가 아닌 현세의 옷차림을 차려입은 모습을 보니 또 그런 이미지마저 조금 옅어졌다.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공주님, 바람막이를 입은 마법소녀도 뭔가 어색하니까.

마치 화려한 핑크빛으로 염색한 아이돌이 파파라치를 피해 집에 찾아온 것 같다.

“약소하지만 집들이 선물을 준비해왔네.”

“감사합니다.”

“별것 아니라 미안하군.”

“아닙니다. 잘 먹을게요.”

바른 자세로 앉은 시우 앞에 쓱 내밀어지는 것은 과일 바구니였다.

막 특별한 과일이 잔뜩 들어있는 그런 사치품이 아니라 병문안 갈 때 맘 편히 들고 갈 수 있을 법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무려 ‘공작’의 집들이 선물이라기엔 소소한 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뭐 콩가루 얻어먹으려고 수련을 부탁했던 것도 아니고 별다른 생각은 안 든다.

티페레트는 곧장 본론을 꺼냈다.

“조금 이야기가 늦었지만 백작의 도움으로 이 집의 바로 아랫층에서 기거하게 되었네. 한동안 그대의 주변을 감시하며 동시에 가르침을 줄 예정이야. 저번에 일러두었던 대로 아직은 확실한 것이 없으니까.”

“이 아랫집이요?”

“아직은 이사하지 않았지만 조만간일세. 괜찮나?”

“저야 상관은 없습니다. 오히려 부탁드리고 싶네요.”

단순히 전투력으로 측정하자면 마녀 사이에서도 한 손의 꼽을 정도로 강력한 티페레트.

그런 그녀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게다가 바로 아랫집에서 머물러준다?

티페레트가 염려하는 대로 시우의 몸에 에아가 수작을 부려놓은 것이라면 훨씬 더 강력한 대처가 가능해질 것이다.

켕기는 거 하나 없는 시우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바쁜 일정이 없다면 바로 수련을 시작하려 하네만... 이동하겠나?”

“네, 지금 준비하겠습니다. 챙길 게 있을까요?”

“움직이기 편한 복장이면 족하네.”

“지금 바로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샤론은 시우가 가르침을 받는 동안 방안에서 마법을 연구하겠다고 전했다.

애초에 티페레트는 언령을 위시로한 자성마법을 사용하기에 정통적인 원소계통 마녀인 샤론과는 그다지 접점이 없다.

그렇다고 샤론이 대뜸 연도 없던 무투술을 배울 이유도 없고 말이다.

“이 정도면 좋을까요?”

“일단은 나쁘지 않군.”

널찍한 공터로 인도를 부탁받았기에 시우는 언제나 담배를 피우는 오피스텔 옥상으로 향했다.

티페레트는 주변을 쓱쓱 훑어보더니 작게 이면결계를 펼쳤다.

“수련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엘로아는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봄바람의 찰랑이는 벚꽃처럼 밝게 빛나는 머리를 끈으로 묶고 바람막이를 벗어던졌다.

활동하기 편해 보이는 스포츠 브라만을 갖춰 입은 그녀의 하얀 살결이 드러났다.

12개의 문자가 적힌 그녀의 예장 ‘계약검’이 손에 쥐어진다.

“우선 수준을 보도록 하지.”

준비 운동도 없이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뭐 이러려고 온 게 아니던가?

오히려 티페레트 정도의 강자라면 자신의 솜씨를 어떻게 볼지 호기심이 생겨난다.

“좋습니다.”

시우의 온몸을 검은 갑옷으로 감쌌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