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211화 (211/917)

#211

1.

데네브와 쌍둥이가 떠나자 안 그래도 둘이 살기 넓은 집이 두 배는 넓어 보였다.

“뭔가 허전하네.”

“그러게, 생각해보면 이런 곳에서 몇 달이나 혼자서 살았었단 말이지.”

“나도 썩 좋은 곳에서 살았던 건 아니지만 되게 심심했겠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챙겨 먹는 샤론과 시우.

오늘은 주방이 아니라 거실 테이블에 앉아 TV를 보면서 먹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쇼핑몰에서 일어났던 참사에 대한 뉴스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인터넷만 켜보아도 검색어 순위 1위부터 20위까지 해당 사고에 관련된 키워드가 나열되어있다.

그 끔찍한 사고의 한가운데 있던 시우로선 ‘아무리 마녀라 한들 이 정도 규모의 사고를 정말 덮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덮어졌다.

정확히는 덮어진 것이 아니라 위조되고 조작되었다.

괴상한 물고기가 나타나 사람들을 물어뜯었던 것이 유독 가스 누출과 폭발로 인한 붕괴사고로 대체 되었다.

생존자들의 인터뷰 항목을 보아도 짜놓은 듯이 비슷한 말을 했고, 사고 현장 CCTV 확보라는 내용으로 송출된 영상 역시 평화롭게 쇼핑하던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는 광경이었다.

뉴스에서는 시공사의 부실공사와 안전불감증으로 인핸 부실관리를 지탄했다.

해당 전시관의 시설이사와 회장, 시공사의 대표 등의 관계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속보를 끝으로 시우는 TV를 껐다.

“.........”

“시우야....”

입을 꾹 다문 시우를 보고 샤론을 살포시 손을 잡았다.

“너는 최선을 다했어. 너 덕분에 무사히 빠져나온 생존자가 많다는 것도 백작님이 전해주셨잖아.”

“그렇긴 한데. 입맛이 쓰긴 쓰네. 밥 먹으면서 볼 내용은 아닌 것 같다.”

그 덕에 조금 일찍 끝난 식사.

빈 그릇을 정리해 부엌으로 가져간 샤론이 말했다.

“시우야, 어차피 집에만 있어도 우울해질 것 같은데. 같이 바람 쐬러 갈래?”

“바람? 어디로?”

“인천항으로.”

“인천 좋지. 조개구이나 먹을까?”

마침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싶긴 했다.

쌍둥이의 활력 버프 패시브 효과가 빠져서인지 뭔가 좀 늘어지는 것 같기도 했고.

그 우울함을 괜히 샤론에게까지 전염시킬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조개구이도 좋은데. 거기에 게헨나 밀수꾼 접선소가 있거든.”

“어? 그런 게 있었어?”

“응, 항상 있는 건 아니고 석 달마다 보름가량 승하선을 하는 시기가 있는데 요즘이 한창일걸? 볼거리도 은근많아. 꼭 필요할 때 말고는 가지 않아서 몇 번 못 가봤지만.”

“우리가 가서 구경할 게 있어?”

추가적인 설명을 듣자 하니 굳이 인천항 말고도 세계 곳곳에 이런 선착장이 존재한다고 한다.

밀수꾼들이 현세의 물품을 게헨나로 들여가는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응, 예를 들어 대부분의 마법 작물은 라티푼디움에서 재배되는데 추방자들이 게헨나에 직접 들어가서 살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밀수꾼들이 대신 가지고 나와서 파는 거지. 마도구나 마력수 같은 것도 그렇고.”

“정기시장 같은 거네.”

“응! 대충 그런 거야.”

보더타운의 접선소도 물류의 운송, 보관 겸 판매를 겸했으니 현세의 접선소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그때는 보더타운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와 디스토피아적인 판타지 감성이 넘쳐나서 은근히 흥분했던 기억이 있는데.

현세의 접선소는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긴 하다.

“마침 나도 너 덕분에 낙인 회복의 실마리는 잡았으니까. 본격적으로 ‘제물’과 연구를 준비하려고.”

“좋아, 그럼 지금 바로 나가자.”

시우의 말에 샤론은 잠깐 멈칫했다.

그리고는 발끝으로 바닥을 톡톡 치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뭔가 말을 하려다가 멈춘 눈치인데.

“그래! 빨리 준비하자!”

별다른 말 없이 넘어갔기에 시우도 짐을 챙겼다.

2.

곧장 택시를 타고 도착한 인천 월미도.

근처의 아무 조개구이집을 들어가 배부르게 먹고 걷는 길이다.

벌써부터 저 멀리 컨테이너를 옮기는 크레인과 인천항의 내항이 보였다.

이젠 제법 가을느낌이 나는 산들바람에는 짭쪼롬한 바닷내음이 섞여나는 것 같기도 하다.

“현세에 선착장은 어디 어디에 있어?”

“조금 규모가 큰 무역항구에는 거의 다 있다고 보면 돼. 당장 인천이랑 부산에도 있고, 요코하마, 제벨 알리, 포트클랑, 로스앤젤레스... 내가 아는 건 이 정도?”

“의외로 중국엔 없네.”

“중국공산당이 마녀의 존재를 썩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아. 그래서 그 넓은 땅덩이에 위치포인트도 몇 없어. 마녀에 대한 협조가 거의 없거든.”

마녀와 각국 상위층 간의 긴밀한 협약이 있다 해서 모든 국가와 친밀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돼? 마녀들이 호문쿨루스를 잡아주는 거잖아.”

“글쎄? 중국이 워낙 국토도 넓고 사람도 많아서 그런가? 호문쿨루스로 인해 발생하는 자잘한 사고 같은 경우는 그냥 넘어가자는 쪽으로 결정한 것 같아. 너도 알겠지만 마녀가 정의의 수호자인 건 아니잖아. 보호를 대가로 이것저것 요구하는 게 많거든.”

샤론의 마녀와 국제정세 강의는 꽤 흥미로웠다.

“같은 이유로 마땅한 보상을 주지 못하는 제3세계 국가들이나 개도국에는 마녀의 입김이 거의 닿지 않아.”

“중국은 복구할 저력이라도 있다 쳐도. 그쪽은 어떻게 되는 건데?”

“악순환인 거지. 소란을 싫어하는 마녀라면 아예 오지로 숨어들지 캄보디아, 방글라데시처럼 사회 인프라가 열악한 곳으로는 잘 가지 않거든.

마녀가 몇 없으니 호문쿨루스가 자연적으로 발생시키는 여러 가지 재앙이 더 자주 생기고, 그만큼 인프라는 더 열악해지고 그럼 또 마녀가 모여들지 않고...

그래서 몇몇 국가들은 아예 거액의 돈과 조건을 내걸고 마녀를 자기 나라로 초빙하기도 해.

스카우트라고 해야 하나? 그럴 여력조차 안 되는 나라는 아예 기한을 잡고 용병처럼 고용하기도 하고 물론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비싸지.”

현대인으로서 살아왔다면 전혀 몰랐을 사실들을 알음알음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마녀가 비록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현세에 깊게 녹아 들어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듣다 보면 어차피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는 스카우트 받아 본 적 없어?”

“그걸 하려면 가끔 기어들어 오는 공적도 쫓아내야 하는데. 17 위계로는 조금 버거운 감이 있어서 패스했어. 위험부담이 너무 크잖아.”

하긴 비록 전투 계열이 아니라지만 19 위계 예빈조차 몸을 사려야 하는 상황이니.

샤론은 더욱 조심을 해야 했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공적들은 도대체 뭐하고 사는 거야? 게헨나에서도 배척받고, 추방자들 사이에서도 배척받고, 위치포인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아무것도 이용 못 하잖아. 그 정도로 고립되면 말라비틀어져 죽지 않을까?”

공적의 비율은 전체 마녀에 비하면 극히 소수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마녀의 영향력이 세계 구석구석 뻗어 나가 있는 상황에서 공적은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전해 듣기로는 아직도 많은 공적이 세계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분쟁을 일으킨다는 모양인데.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마녀는 딱히 정의로운 게 아니야. 호문쿨루스를 잡는 것도 돈을 주니까 하는 거고 돈을 버는 것도 다 마법 연구에 필요하니까 버는 거지.

지금까지 살아남은 공적은 대체로 굉장히 위험해.

대부분이 대마녀이거나, 대마녀의 끝자락에 걸쳐 있으니까.

솔직히 티페레트 공작 정도를 제외하면 먼저 싸우려 드는 마녀는 별로 없어. 애초에 돈이 넉넉한 마녀들은 호문쿨루스 사냥도 거들떠 안 보니까 당연한 일이지.”

그러니까 돈이 필요해 잡몹을 잡는 느낌으로 소소한 용돈 벌이를 하는 마녀라도 목숨을 건 보스 레이드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말 같았다.

리턴이 큰 만큼 리스크도 매우매우 클 테니 말이다.

“그리고 공적은 공적대로 돈벌이 수단이 있어. 남미의 대규모 마약 카르텔을 운영한다던가 마약 플랜트라던가, 공장화된 정제시설 같은 거.

왜 화학의 시초는 연금술이라는 말도 있잖아? 물론 평범하게 사업체 운영하면서 돈이 겁나게 많은 공적도 있고.”

“아니, 그렇게 현세에서 그렇게 깽판 치면 케테르 공작이 나선다고 하지 않았어?”

시우의 말에 샤론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케테르 공작은 음.... 완벽한 중립이라고 해야 하나? 아마 내가 열심히 인신매매 조직을 만든다고 해도 마녀의 정체만 발설되지 않았고 마법이 악용된 게 아니라면 그냥 내버려 둘걸?”

“도대체 왜?”

“나도 모르지. 다만 역사적으로 공작이 직접 관여해 마녀를 쓱싹한 일은 그 마녀가 ‘마법’으로 현세를 어지럽혀 마녀의 존재가 노출될 뻔했을 때뿐이니까.

아마 멕시코에서 카르텔을 운영하는 공적이 전략원잠을 어찌어찌 구매해서 멕시코시티에 핵을 발사하는 정도는 되어야 움직이지 않을까 싶네. 공적들도 그걸 아니까 슬금슬금 눈치 보면서 선 넘지 않고 할 일 하는 거고.”

어떤 역사서에도 쓰여있지 않은 비화도 샤론을 통해 정리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공적들이 토벌당하지 않고 현세를 살아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하나, 공적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어지간한 마녀는 공적과 굳이 싸우려 들지 않는다는 것.

둘, 이미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

셋, 케테르 공작이 그들의 행위가 선을 넘지 않으면 묵인한다는 점.

정도려나?

아무튼 슬렁슬렁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슬슬 주위에 건물이 없다.

넓고 커다란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도 일반 승용차보다는 커다란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들이 다수였다.

톨게이트 같은 곳을 거쳐 부두 안으로 들어서자 살면서 본 것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을 것 같은 컨테이너가 야드에 쌓여있는 것이 보인다.

기괴하게 생긴 야드 트렉터가 무거워 보이는 컨테이너를 번쩍번쩍 들어 옮기는가 하면, 광활한 평지에는 수십 개나 되는 넓은 창고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었다.

특히 가장 압권인 것은 수십 미터는 족히 되는 컨테이너 크레인이었는데 높다란 선박에 쌓인 화물들을 인형 뽑기처럼 들어 내려놓고 있었다.

뭔가 일반인으로서 여기 있어도 되나 싶다.

“이쪽이야.”

샤론은 신기해하는 시우의 옷을 쭉쭉 잡아끌더니 대형 창고가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사실 항구 깊숙이 들어선 순간 괜히 작업복 입은 사람들이 붙잡고 ‘어쩐 일로 오셨어요?’라고 물어볼까 봐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 오르골의 효과는 확실한가 보다.

그 누구도 샤론과 시우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좁디좁은 컨테이너의 벽 사이를 파고들며 슬슬 안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어느덧 거짓말처럼 사람이 없어졌다.

어느샌가 기계장비들이 움직이는 커다란 소리도 트랙터의 우렁찬 엔진음도 들려오지 않는다.

갑자기 눈앞에 덩그러니 나타난 창고 한 채만이 우뚝 솟아있었다.

이런 말 조금 우습지만 마녀에게 홀리기라도 한 기분이다.

“어째 대놓고 있다 싶었는데. 다 방법이 있던 거구나?”

“온갖 물류가 다 모이는 곳이니까 어쨌든 항구는 같이 써야 하는데 그렇다고 접선소를 남들 다 보이는 곳에 지을 수는 없잖아.

내가 알기로는 지맥과 수맥, 그리고 컨테이너를 이용해 진법(陳法)을 펼쳤다고 알고 있어.

정확한 타이밍 정확한 순서로 코너를 돌아야만 여기에 올 수 있는 거지.”

“신기하네.”

“그치?”

그래서인지 달리 창고 입구를 지키는 사람도 없었다.

시우와 샤론은 나란히 창고 옆 쪽문을 열고 밀수꾼의 접선소(ver.현세)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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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프리미티브 님이 제공해주신 팬아트 흑화한 아멜리아 입니다

와 이건 이것대로 분위기가 있네요

특히 배꼽이 부각되는 파렴치한 의상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너무 예쁜 팬아트 감사합니다!!!

갤러리에 고이고이 모셔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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