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
1.
시우와 샤론은 날이 밝도록 몸을 섞었다.
깜깜했던 달밤은 여명에 걷히고, 건물 틈새로 스며든 햇볕이 아침을 알린다.
사정만 다섯 번.
뒤로 갈수록 사정이 점점 길어졌으니 거의 반나절 가까이 샤론과 침대에서 뒹굴거렸다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아무리 시우라도 정력제의 도움도 없이 그 정도로 물건을 세워댈 자신은 없었지만...
비결은 샤론의 애프터 서비스에 있었다.
“쮸웁...움...헤움....”
침대 위에 대자로 뻗어 기진맥진한 시우의 물건.
샤론은 그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서 정액과 애액으로 질척질척해진 자지를 꼼꼼하게 입으로 청소했다.
입 안에 짜고 비릿한 체액이 퍼지는 것도 마다않고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귀두를 꼼꼼히 훑더니 장대 부분까지 쭉쭉 타고 내려온다.
물건을 입으로 애무하며 올려다보는 샤론의 눈빛은 분명 피곤해 보였지만 어쩐지 생기가 넘친다.
정기를 다 빨린 기분이다.
“하암...움...움....”
이후 위의 청소가 끝나면 자지를 손에 쥔 채 알주머니에 흘러넘친 혼합액도 오직 입과 입술만을 이용해 깨끗하게 청소한다.
급격한 체력 소진 뒤에 노곤해진 몸을 다시 성욕으로 불러일으키는 마법의 펠라치오.
“또 커졌어....”
사실 이번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3번째도, 4번째도.
사정이 끝나 ‘이제 더는 못하겠다!’라고 생각하면 샤론이 다리 사이로 꾸물꾸물 기어가서 마법처럼 시우의 자지를 되살려냈다.
‘내가 다시 입으로 세워줄까?’ 같은 여우 같은 말을 하면서 말이다.
정말이지 샤론은 걸어 다니는 정력제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안 돼. 오딜이랑 오데트도 곧 일어날 것 같고.”
“그래? 조금 아쉬운데....”
“아까 마지막이라고 했잖아.”
사실 샤론도 피곤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오늘 첫 경험에서 총 10번이 넘는 절정을 느꼈으니 일반적인 여자였더라면 반쯤 실신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시우와 하나가 되는 심리적인 안정감.
절정마다 몸을 비틀며 기뻐하게 되는 쾌감.
손 쓸 수도 없이 방치하고 있던 낙인이 되살아나는 성취감은 피로를 앞섰다.
계속계속 그와 살을 섞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도 다시 커졌는데... 아쉽지 않아?”
“안 된다니까.”
“에휴... 응. 정리하자.”
샤론은 마지막으로 쪽하고 시우의 귀두에 입을 맞추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찌나 격렬한 정사였는지 두 사람의 몸은 이미 땀투성이다.
시우의 등에는 절정을 느끼는 샤론이 난동을 부리며 남긴 손톱자국이 가득했고, 샤론의 가랑이는 몇 번이고 정액을 넣은 채로 휘저은 탓에 밀크셰이크처럼 변해버린 정액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침대 위는 말할 것도 없다.
땀, 정액, 애액으로 폭격을 받아 엉망진창이 된 침대 시트.
이불은 어느샌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져 있고 베개 하나는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으으, 완전 부은 것 같아.”
샤론은 연이은 쾌락과 마찰로 퉁퉁 부푼 자신의 꽃잎을 쓱쓱 어루만지며 말했다.
시우가 장난스럽게,
“어디 봐봐.”
라고 말하자.
“뭘 또 보려고 해! 아까 실컷 봤으면서...”
라며 쑥쓰러워 한다.
확실히 ‘분위기를 탄다’라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아까는 서로 부끄러움도 없이 짐승처럼 몸을 탐했는데...
섹스가 끝나고 공기가 가라앉아 달짝지근한 여운만 남기자 사소한 것으로도 부끄러워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복을 했으면 확인을 하고 싶은 것이 남자의 욕망 아니겠는가?
그래서 떼 써보았다.
“보고 싶은데.”
“....정말 보고 싶어?”
“궁금해. 아깐 자세만 바꾸면서 계속하느라 제대로 못 봤잖아.”
“어휴, 어쩔 수가 없네.”
샤론은 입을 삐쭉 내밀더니 주춤주춤 침대 위에 섰다.
그리고 다리를 어정쩡하게 벌린 상태로 보지 검사를 받는 것처럼 가랑이만 앞으로 쓱 내밀었다.
“자, 여기....”
이 무슨 형용할 수 없는 꼴림!
몇 번이고 질내사정 당한 보지를 검사하듯 보여주는 것도 꼴리는데 마침 시우는 앉아있다.
완전히 발기해 표피를 까뒤집고 솟은 새싹과 아이컨텍이 가능한 절묘한 앵글이라는 의미다.
심지어 샤론이 슬쩍 주변 살을 잡아당기고 있었기에 적나라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휘핑크림처럼 흘러나오는 정액을 뒤집어쓴 샤론의 보지는 퉁퉁 불어있었다.
두툼한 대음순은 그다지 커다란 변화가 없지만 소음순은 마치 애액과 정액에 불어버린 것처럼 꽉 다물린 음순 밖으로 삐쭉 튀어나오고 있다.
사진을 찍어서라도 소장하고 싶은 걸작이었다.
특히 이 광경을 만들어낸 사람이 시우 자신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와.....”
“자, 이제 끝! 너 말대로 정리하자.”
마지막 눈요기까지 끝낸 뒤 주섬주섬 이불을 정리하고 각자 옷을 챙겨 입었다.
마법이라는 편리한 방법이 있어서 그렇지 만약 이걸 일일이 정리해야 했으면 골치 좀 아팠으리라.
화장실에서 가볍게 몸까지 씻고 뒷정리를 끝내자 어느덧 완연한 아침이 되어 있었다.
2.
모닝 커피타임.
머신에서 내린 커피 두 잔을 사이에 두고 시우와 샤론은 오늘 있던 일에 대해 정리했다.
뭐 원래 남녀 간의 가장 중대사란 ‘섹스, 결혼, 임신’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지만 샤론과 시우의 경우 조금 더 복잡했다.
“그래서, 낙인은 어느 정도나 회복한 거야?”
“아직 정확하게 회복된 건 아니야. 중요한 건 죽어있던 마력이 네가 넣어 준 마력에 반응했다는 거지.”
시우가 불완전계승 받았던 샤론의 위계를 회복할 수 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냥 마력 페이백만 좀 되는 A+급 아티펙트인 줄 알았는데 실은 불완전한 낙인까지 회복할 수 있는 매직스틱이었다니.
“원래 불완전 낙인은 거의 수복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어. 워낙에 사례도 드물어서 한 세기에 5명이 나올까 말까고... 그만큼 따로 연구도 진행이 안 됐거든. 그래서 나도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 어려운 걸 시우의 자지가 해냈다는 말이다.
기특한 녀석.
시우는 괜스레 고추를 쓰다듬었다.
솔직히 설명을 들어도 좀 얼떨떨하다.
딱히 시우가 대단한 능력을 발휘한 것도 아니고 서로 좋다고 배꼽을 맞추던 상황에서 우연찮게 발견한 부가 효과기에 더욱 그랬다.
“나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마법 연구에 들어가려고. 전부 네가 길을 뚫어준 덕분이야. 지금까지 접근도 못했던 낙인에 회로가 생겨났으니까 자력으로 정보를 끌어오는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내가 뭘 했다고.”
“너가 얼마나 대단한 걸 줬는지 몰라서 그래. 나 지금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걸?”
“그래?”
샤론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대답할 필요가 있겠냐는 듯한 반응이었다.
다만 눈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시우를 바라보았다.
눈을 마주치고만 있어도 모든 걸 다 가진 기분이라는 양 흔들흔들 식탁 아래로 다리를 흔들며 시우의 다리를 툭툭 건드린다.
“........”
시우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삼 실감이 나질 않는다.
아직 게헨나에 잡혀가기 전에는 말을 걸 엄두도 못 냈을 만큼 숨이 턱 막히게 아름다운 샤론.
그런 그녀와 동거를 하고, 섹스까지 했다니.
저 단아한 얼굴을 쾌락으로 덧칠하고, 질벽 주름 하나하나를 정액으로 도포했다니.
“시우 얼굴 빨개졌네.”
“뭐라는 거야.”
샤론은 키득거리면서 비스킷 하나를 입에 쏙 넣었다.
-띵동!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하룻밤 만에 온갖 사고 뒤처리를 떠맡느라 초췌하게 변해버린 데네브였다.
윤기 넘치던 백발이 푸석푸석하게 느껴질 정도로 변해있다.
귀족예절의 표본이라 불릴 만했던 몸가짐도 지금은 어딘가 허술했다.
집 안에서 자욱하게 풍기는 커피 냄새를 맡았는지 곧장 커피 한 잔을 요구한다.
“하아... 커피 조금 남은 것 있나요?”
“네, 한 잔 드릴까요?”
“부탁할게요.”
그녀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쌍둥이가 잘 자는 것을 확인하고 거실 소파에 털썩 앉았다.
하얀 백발이 싸라기눈처럼 검은 시트 위로 흩어졌다.
“괜찮으세요? 많이 힘들어 보이시는데...”
커피를 들고 왔던 시우가 걱정스레 물었다.
“네, 조금 지치네요... 마력 소모가 극심했어요. 수천 명 단위의 인간에게 집단 최면을 걸고 치유했거든요. 곧장 호텔로 돌아가서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쌍둥이들 얼굴도 볼 겸 왔어요. 시우 씨에게도 할 말이 있고...”
진이 쏙 빠져나간 데네브는 감사 인사와 함께 커피를 건네 들고 홀짝였다.
빚쟁이 본능이 발동한 샤론을 무릎을 착 모은 채 시우의 등 뒤에 숨듯이 기립했다.
“후우... 한결 낫네요.”
“부족하시면 더 드릴게요.”
“아니에요, 더 느긋이 있을 수 있던 것도 아니니까요.”
데네브의 자색 눈동자가 다시 총기를 띄었다.
“생존자들을 치료하면서 시우 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예?”
“혼자서 괴물을 때려잡으며 생존자를 찾아다녔던 사람이 있다고요. 아마도 시우 군이었겠죠.”
“아....”
“시우 군이 노력해 준 덕분에 수백 명이 넘는 사람이 살아남았다는 말이에요. 다곤의 피리를 조속하게 부숴버린 것도 훌륭한 조치였어요. 이걸 알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시우는 괜히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몇 명 구하지도 못한 줄 알았는데.
헛된 발버둥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로 인해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문제는 이 이야기를 저만 들은 것이 아니에요. 시우 군의 존재는 적어도 위치포인트 내부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어요. 검은 갑옷을 입은 남자 마녀로요.”
시우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이전에도 시우의 존재를 아는 마녀는 몇몇 있었다.
당장 앞에 제머나이 백작이 그렇고, 샤론, 쌍둥이, 예빈, 아멜리아, 소피아, 델라, 티페레트 공작...
생각해보니 더럽게 많네.
하긴.
슬슬 이미 덮으려야 덮을 수 없는 수준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이 절대 비밀을 약조한 사람들이었으니 이렇게 수면 위로 시우의 존재가 불거진다는 것은, 결코 긍정적인 뉴스가 아니다.
추방자나 일반 마녀들은 물론이오 공적들까지 그에게 관심을 가질 확률이 대폭 올라가니 말이다.
“진정해요, 너무 걱정할 것 없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네요.”
“이유를 여쭤도 괜찮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소식은 아닌 것 같은데...”
“티페레트 공작과 수아 아가사 지부장, 그리고 저희 제머나이 가문에서 신분 공증을 약속했어요. 정확히는 시우 씨를 게헨나의 일원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죠.”
“네?”
“특히 티페레트 공작이 누구든 그에게 해를 끼친다면 공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못을 박아두었으니 오히려 전보다 나아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 않아도 어제 합당한 보상을 치르겠다고 떠난 티페레트가 그런 일을 해 주었을 줄이야.
“제머나이 가문의 울타리만으로는 시우 군을 완벽하게 지켜줄 수 없지만 티페레트의 이름이라면 또 다르죠. 그 어떤 마녀도 그녀를 적으로 돌리고 싶어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 말은 오히려 예전보다 상황이 나아졌음을 뜻한다.
구태여 남자라는 신분을 숨길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것으로 안전이 보장될까?
마녀들이 그 정도의 억제선으로 ‘세계 최초 남자 마녀’에 대한 호기심을 숨길까?
이런 일말의 불안함도 남았다.
“걱정하는 건 알고 있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공작과 나눠보시겠어요? 슬슬 오시기로 했는데.”
-띵동!
데네브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초인종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