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
1.
원래 사람이 머무르라고 만든 공간은 발길이 닿지 않으면 허름하게 변하는 법이다.
역사의 로비 겸 1층은 그래도 미장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지만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올라가자마자 곧장 을씨년스럽게 변한 상가 내부가 보였다.
곳곳에 셔터가 내려져 있었고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배선작업과 공사 자재를 비닐 따위로 감싼 것이 눈에 밟힌다.
샤론과도 호문쿨루스 수색을 위해 몇 번 와본 적이 있는데 올 때마다 노숙자들의 집합소가 되지 않은 것이 신기한 곳이긴 했다.
아무리 위에서 영화관이 정상 영업 중이라도 그렇지.
“조수님, 괜히 으스스해요.”
“괜찮습니다. 저도 몇 번 와봤는데 귀신은 없었어요.”
“저는 조수님만 믿을게요.”
오데트가 마법으로 축축한 물방울을 털어주었기에 두 사람 모두 뽀송뽀송한 상태였다.
시우로선 구경할 것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역사이지만 오데트의 호기심 어린 시선은 곳곳으로 뻗었다.
처음 비닐을 발견했을 때는 쪼그려 앉은 채 한참이나 게헨나에 없는 신소재를 관찰했을 정도이니 말 다 했지.
비밀기지 느낌이 물씬 나는 만큼 그저 돌아다닌 것만으로 뭔가 좋은 걸까?
하지만 왕성한 오데트의 호기심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잦아들었다.
4층도 2, 3층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서인지 처음의 열의가 식은 오데트.
그 공백을 메우기라도 하려는 듯 잡담이 시작되었다.
“조수님.”
“네, 오데트 님.”
“생각해보니까 이제 조수님은 조수님이 아니네요.”
“뭐 그렇죠, 게헨나에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 다르게 불러도 괜찮을까요?”
“오데트 님이 편하실 대로 하셔요. 전 이미 익숙해져서 상관없습니다.”
오데트는 입술을 앙다물고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시시각각 꿈틀거리는 눈썹을 관찰하는 것이 꽤나 재밌다.
“오라버니? 시우 오라버니?”
어떠냐는 듯이 시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오데트.
시우 오라버니라니....
생전 처음 들어보는 호칭 자체는 굉장히 어색했다.
그러나 그것이 오데트의 입에서 나오자 무척이나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긴 오데트는 제머나이 백작가에서 마법 공부는 물론 귀족의 후계자 수업을 들으며 자라왔다.
사격, 자수, 피아노, 승마 따위를 취미로 배우며 말이다.
아마 오데트에게 있어 연상의 남자를 부르는 호칭은 오빠보다는 오라버니 쪽이 익숙하겠지.
더군다나 오데트는 동화 속 공주님이 짠 튀어나온 것 같이 생겨서 전혀 위화감이 없다.
“별로인가요?”
잡생각에 잠깐 입을 다물고 있자 오데트가 물었다.
“별로라기보다는 뭔가 어색하네요.”
“금방 적응되실 것 같은데요. 시우 오라버니도.”
오데트는 키득키득 웃더니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쥐고 있던 손을 한번 꾹 잡았다 놓아주었다.
“차라리 오빠는 어떨까요? 오라버니는 좀 낯부끄러운데. 보통 잘 안 쓰는 표현이니까요.”
“흐음, 전 오라버니 쪽이 훨씬 마음에 드는걸요? 보통 잘 안 쓴다면 더더 마음에 들어요.”
시우는 중재안을 냈지만 더 희소한 표현이라는 점이 도리어 오데트의 마음에 쏙 들어버린 모양이다.
오데트는 마주 잡은 손을 크게 휘두르며 콧노래를 불렀다.
사이사이에 ‘시우 오라버니’라는 이상한 추임새를 넣으면서 말이다.
어둠과 습기 탓에 무겁게 정체되었던 공기도 오데트의 듣기 좋은 허밍이 섞이니 제법 환기가 되는 듯했다.
“그럼 호칭 문제도 정리된 것 같으니 슬슬 돌아갈까요?”
“벌써요?”
“벌써라뇨, 나온 지 두 시간이 넘었는데...”
오데트와의 깜짝 데이트가 즐겁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이제 슬슬 다른 사람들이 일어날 때였다.
혹시 몰라 거실에 잠깐 나갔다가 온다고 쪽지를 써놨지만 내일 빡빡한 투어 일정을 생각하면 오데트도 늦게나마 숙면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잠시만 여기로 와보세요.”
오데트는 시우의 손목을 질질 잡아끌며 어디론가 그를 안내했다.
그리하여 도착한 장소는 안 그래도 으슥한 플로어 중에서도 더욱 으슥한 곳에 있는 기둥 뒤편이었다.
설령 이 역사에 사람이 많았더라도 누군가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면 이런 공간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여기는 왜요?”
“오라버니, 저 언니한테 다 들었거든요. 풍차 안에서, 그... 그것도 했다고. 여기라면 다른 사람도 없는 것 같고... 괜찮죠?”
아.
어쩐지 아까부터 주변을 유달리 두리번거리는가 싶더니.
오데트는 잡담을 나누면서도 열심히 밀회 장소를 물색하고 있던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기념으로 오라버니랑 하고 싶어요.... 뒤로.”
“네?”
“그니까... 왜 또 모르는 척하세요! 있잖아요. 저희 예전에 많이 했던 거.”
오라버니라는 호칭.
아까는 별생각 없었는데 뒤에 ‘뒤로 하고 싶어요’라는 말이 붙자 굉장히 금단의 영역을 넘나드는 듯한 말이 되었다.
거기에 그 말을 입에 담은 상대가 잠깐만 대화를 나눠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뭉클뭉클 샘솟게 하는 오데트라면?
상승효과로 인해 파괴력은 배가 되는 것이다.
“오라버니가 언니랑 밤 산책 한 다음에 둘이 섹...스 하셨다고 하니까... 저랑도 하는 게 공평한 거죠? 그쵸?”
공평이고 자시고 꽤 난감한 부탁이긴 하다.
시우가 머뭇거리자 오데트는 열심히 시우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제가 보는 관능 서적에서 봤는데... 남자들은 누가 올지도 모르는 외부의 공간에서 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여기라면 딱 좋지 않아요?”
“오데트 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일단은...”
“제발요....”
오데트는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아 시우에게 부탁한다.
결국 시우가 강하게 몰아붙이면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하물며 애절한 눈빛과 간절함이 섞인 부탁이라면 더욱 더.
그렇게 분위기를 타게 하기만 하면 잘 받아먹던 게 지금까지 시우의 패턴이었으니 말이다.
“제발요... 네?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오라버니.”
“흐으음.....”
고뇌의 시간이다.
오데트와의 청결완전보장진심착정쫀득후장보지수컹수컹 타이밍이 왔다.
시우가 눈치만 없는 것이 아니라 눈과 귀가 없었더라도 알아챘을 법한 타이밍이다.
원래 뒷구멍으로 하는 섹스에 별로 관심이 없던 시우였다.
하지만 첫 경험이 그 사람의 패티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동정을 오딜의 장내사정으로 깬 시우는 이따금 쌍둥이와의 질펀 애널섹스가 그립곤 했다.
게다가 함께 폭풍 속의 도심 산책이라는 즐거운 이벤트를 하고 둘밖에 없는 조용한 상가.
누가 봐도 완벽한 분위기인데 어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나?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벌써 바지 안의 고추가 ‘걍 박고 생각해 병신아’라고 성을 내고 있었다.
시우의 망설임을 읽은 오데트의 행동이 거침없었다.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후드티와 반바지를 벗어 던지더니 곱게 개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하얀 이너드레스와 엉덩이에 착 달라붙었던 드로워즈까지 훌렁훌렁 벗는다.
오랜만에 보는 오데트의 나신.
가장 먼저 곧장 드러난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드럽다’라기보다는 ‘탄력이 넘친다’라는 수식어가 더욱 잘 어울리는 귀여운 엉덩이.
그에 반해 흠잡을 수 없는 라인을 그리며 여성미를 뽐내는 허리와 등의 곡선.
보석 가루라도 뿌려놓은 듯 어둑한 공간 속에서도 은은히 빛나는 듯한 피부.
언제나 그렇듯 한 손에 폭 잡히는 소담한 가슴은 아주 조금의 처짐도 없다.
가운데 젖꼭지는 밤공기가 쌀쌀한 탓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할 생각에 흥분한 탓인지 살짝 뾰족해져 있었다.
매일 시녀들에게 관리받을 것만 같은 고귀한 육신이 알몸에 신발만 신은 채 허름한 건물을 배경으로 서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뭔가 배덕감을 자극했다.
뭔가 귀족 영애를 납치해 아주 몹쓸 짓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성관계를 무작정 요구하는 것은 오데트 쪽이라는 것이 묘한 아이러니이다.
“... 오랜만에 알몸을 보이려니까 부끄러워요....”
오데트는 당당하게 옷을 벗은 것 치고는 쭈뼛쭈뼛거리며 가슴과 가랑이를 슬쩍 가렸다.
곁눈질로 잘 개어진 옷을 바라보는 오데트가 시우에게 다가왔다.
“제, 제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정말 해주지 않으실 거에요..?”
거리가 가까워지자 오데트에게서 향기로운 체취가 전해졌다.
분명 조금 전까지 빗물을 흠뻑 뒤집어썼는데도 그 흔한 물비린내는커녕 향수처럼 향긋한 체취라니.
자극적이다.
시각과 청각은 물론 후각까지 모두 오데트를 향해있다.
그간 잠시 잊고 지내왔던 오데트의 뒷구멍 감촉이 그녀의 알몸을 본 순간 선연하게 떠오른다.
“저...저 공부도 많이 했는데... 조수님이랑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닌 듯 손끝을 세워 시우의 가슴을 살살 긁는 오데트.
다만 그 손동작은 어색하기 짝이 없어 이론으로만 배운 테크닉이 무엇인지 증명하는 듯했다.
“이, 이래도요?”
잠깐 거리를 벌린 오데트는 쑥하고 엉덩이를 시우 쪽으로 내밀었다.
선 자세로 무릎을 잡고 엉덩이 씨름을 하는 것처럼 살짝 내민 오데트.
“이, 이, 이, 이래도요....?”
그녀의 과감한 유혹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양손으로 볼기짝을 한쪽씩 잡고 활짝 벌려 보인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드러나는 절경.
잘 숙성된 연어살처럼 연분홍색을 띠는 속살이 촉촉하게 벌어졌다.
시우 앞에서 적나라한 알몸을 내보인다는 흥분 탓인지, 아니면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한 기대감 탓인지.
오데트의 꽃잎은 슬쩍 물기에 젖어 반짝이고 있다.
유독 강조되어 보이는 뒷구멍의 살 주름은 시우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부끄러운 듯이 움찔거렸다.
보지 속살과 뒷구멍을 동시에 과시하며 조르기!
“이래도, 진짜 안 해줄 거에요?”
오데트는 그 상태로 엉덩이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며 시우에게 꼬리를 쳤다.
창녀에게 돈을 주고 해달라고 요구해도 귀싸대기를 맞을 유혹 플레이가 아무런 강압도 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조수님, 아니... 시우 오라버니 생각하면서... 닷새에 한 번씩은 꼭 혼자 했어요.... 저도 이런 제가 부끄러운 거 알아요! 그래도... 역시 하고 싶어요! 조수님이랑 하나가 되고 싶어요... 왜, 왜냐하면....”
오데트가 입에 담은 것은 시우의 마지막 인내심을 완전히 끊어버릴.
예전 술에 잔뜩 취했던 그녀가 시우의 사정을 재촉하기 위해 입에 담았던 음어였다.
“오데트의 엉덩이 구멍은... 오라버니 전용 정액받이 하기로 했으니까요....”
천진함과 음란함.
순진함과 요염함.
고귀함과 천박함.
그 모든 이율배반적인 가치가 오데트의 뒷구멍에 담겨 어여쁜 꽃을 피우고 있다.
“그쵸....?”
“....저도 못 참겠네요. 이건.”
시우는 남자 무서운 줄을 모르고 마구 꼴리게 만드는 오데트에게 손수 교육을 해주기로 했다.
바지와 팬티를 단숨에 벗고 이미 빳빳하게 서 있는 불기둥을 까딱이며 오데트에게 다가갔다..
언제 유혹을 했냐는 듯이 질겁하며 엉덩이를 빼려 드는 오데트.
“조, 조수님 그대로는 못 넣어요!”
“괜찮아요, 저도 이제 어느 정도 원소마법을 다룰 줄 아니까.”
샤론의 훌륭한 수업으로 인해 주변의 물을 모아 점도와 윤활을 늘리는 정도는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오늘처럼 습한 날에는 특히나 그 난이도가 쉽다.
어느덧 오데트의 엉덩이골 사이로 줄줄 뿌려지는 즉석 러브젤.
확실히 즉흥적으로 만든 것이라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는 모자라지만 적어도 마찰 때문에 상처가 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저, 저 잠시만 저 기둥이라도 짚을게...요...”
“여기서 이 자세로 하고 싶어요.”
하지만 시우는 3M 앞 기둥까지 기다려줄 여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엉거주춤하게 엉덩이를 내민 채 무릎을 손으로 짚고 있는 오데트의 자세가, 너무나도 꼴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