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174화 (174/917)

#174

1.

“나 알 것 같아.”

“뭘?”

“키스해야겠다 싶은, 타이밍.”

그렇게 시작된 샤론의 육탄 공세.

순식간에 시우의 목을 끌어안은 샤론은 나무늘보처럼 그에게 매달려 입술을 겹쳐왔다.

푹신하고 말캉한 감촉.

샤론의 출렁이는 젖가슴이 시우의 가슴팍에 짓눌리며 흐트러지고, 샤론은 눈을 질끈 감은 채 겹쳐진 시우의 입술 사이로 낼름 혀를 비집어 넣었다.

긴장으로 힘이 잔뜩 들어간 팔.

먼저 키스를 시도했을 때의 기세와 비교하면 굉장히 소극적인 키스였다.

샤론의 서툰 혀 놀림은 시우의 혀가 괴생물체라도 되는 양 조심조심 건드려오기만 할 뿐 적극적으로 혀를 얽어오지 않았다.

몇 번인가 시우의 혀끝과 이를 톡톡 건드리는 수준의 귀여운 키스를 끝낸 샤론.

그리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샤론은 황급히 입술을 뗐다.

시우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히 깨닫고 경악한 시점과 동일했다.

자기가 먼저 키스한 주제에 기습키스를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 샤론.

“와, 나 미쳤나 봐.... 아... 으....”

샤론의 갑작스러운 키스는 순간의 충동이었던 듯, 입가를 가린 채 어쩔 줄 몰라 하며 첫 키스의 감각을 되새기고 있었다.

키스 순간 느껴지는 쌉싸름한 보리 향, 까칠하고 말캉한 혀끝이 콕콕 부딪치는 오싹한 느낌.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짜릿했고, 뭔가 머리가 찌르르 울렸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아무런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키스를 했다는 것을 깨달은 샤론.

“........”

“시우야 화난 거... 아니지?”

‘지금 그와 입술을 맞대고 싶다’라는 확신과 충동은 분명한 것이었다.

무엇에서 기인한 건지, 어떤 감정에서 촉발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데도 마음이 외치는 기묘한 느낌.

샤론이 염려하는 것은 이 과정에서 그녀가 시우의 의사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었다.

예상대로 시우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샤론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불붙은 소녀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과 딱 좋은 취기.

“그... 아... 모르겠네.”

샤론은 아예 몸을 돌려 앉았다.

시우와 마주 보고 무릎 꿇은 채 그의 고간에 걸터앉는 자세에서 머리를 끌어들였다.

그리고 다시 키스를 시작한다.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농밀한 키스.

혀를 쭉 내밀어 그의 입술을 더듬고, 혀로 매듭을 짓는 것처럼 골고루 돌렸다.

“츄웁....움...움...”

“흐읍...움....”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샤론은 시우의 손을 꽉 잡더니 자신의 가슴에 올려주었다.

혀가 꼬이고 엉킨다.

서로의 입술과 혀를 빨아들이면 그의 손이 온몸 곳곳을 주무른다.

키스라는 건 이렇게나 야한 행위였구나.

키스라는 건 이렇게나 모든 걸 건네주는 느낌이구나.

샤론은 새삼 생각했다.

한편 시우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갑자기 시작된 샤론의 기습키스.

그저 풋풋한 커플끼리하는 뽀뽀 따위가 아니었다.

입 안 구석구석을 혀로 침범하고 서로의 타액을 마시고 삼키는, 경험상 곧장 다음으로 넘어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애무의 일종.

왼손에는 꿈틀거리는 샤론의 허리가 있다.

오른손에는 흘러넘칠 듯한 샤론의 가슴이 그의 손길에 따라 이리저리 반죽된다.

그리고 이 손끝에 걸리는 쫄깃한 유두.

그 어느 때 보다도 빳빳하게 선 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젖꼭지와 거칠어진 샤론의 호흡은 그녀가 성적 흥분을 느끼고 있음을 증명했다.

“하아....음....츄웁.....”

샤론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목 뒤를 감싼 채 ‘이쯤하면 됐겠지’ 싶은 시우를 쫓아 더욱 열성적으로 혀를 섞는다.

덕분에 단단해진 시우의 아랫도리에 자신의 음부를 밀착시킨 채 본능적으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하아...응...음....쮸웁....음....”

옷 너머로 느껴지는.

다른 피부보다 훨씬 얇고 민감한 생식기관의 겉모양.

터질 듯 빵빵해진 시우의 자지에 샤론은 마치 베개에 음부를 문지르며 자위하는 여자아이처럼 부비적거리기 시작했다.

“응큿...흥.....으응....”

기분이 좋다.

몸이 이끄는 대로 그의 가장 소중한 곳과 자신의 가장 은밀한 곳을 열성적으로 비빈다.

아랫배는 찌리릿거리고 성대를 비집고 새어 나온 달콤한 한숨은 가슴이 마구 부푸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푸하.....”

샤론이 입을 뗀 것은 흥분으로 부족해진 산소를 더는 키스하는 도중에 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어컨의 찬바람 때문일까?

아니면 놀란 듯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우의 시선 때문일까?

샤론은 뭉실뭉실 부풀었던 뜨거운 욕망이 거품이 가라앉듯 푹 꺼지는 것을 느꼈다.

“미, 미, 미... 미안!”

샤론은 술이 확 깨는 것을 느끼며 시우 위에 걸터앉았던 자신의 허리를 뒤로 뺏다.

머쓱함과 동시에 멋대로 선을 넘어버렸다는 위기감이 몽롱한 샤론의 머릿속에 사이렌처럼 울렸다.

이게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입을 마주하는 순간 이성이 사라져버렸던 것 같다.

“그, 갑자기 키스해서... 일단 많이 놀랐지?”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전혀 맥락도 없는 타이밍에서 키스해왔는데.

시우는 얼떨떨한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불쾌한 기분은 전혀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샤론을 다독였다.

술에 취해서 급발진했겠거니 한 것이다.

“아냐, 괜찮아. 넌 괜찮아?”

샤론은 갑자기 부끄러웠다는 듯 시우의 무릎에 올라탄 채로 쓱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자신이 한 일이 무슨 짓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은 것처럼 얼굴이 딸기처럼 빨갛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그냥 갑자기 키스하고 싶어져서... 했어. 이, 이러니까 뭔가 해명 같지가 않네...”

“그거야 보면 알 것 같기도 한데.”

“그런데 보니까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되기도 하고 또 뭔가 그냥... 나혼자 열 낸 것 같아서.... 미안.”

잔뜩 수줍어하는 샤론.

다 큰 어른끼리 키스한 거로 미안할 것까지 있나 싶었다.

솔직히 방금 키스는 시우에게는 포상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중간에 끝나버린 것이 내심 아쉬울 정도로 몰두하고 있었고 샤론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정말 괜찮다니까. 기분 나빴던 것도 아니고.”

“그래도... 뭔가 내가 너무 막한 것 같아서...”

샤론은 면목이 없다는 듯이 시선을 피하며 사과를 거듭한다.

샤론에게는 나름의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로맨스 영화에서 지켜본바 키스나 그 이상의 행위는 ‘특별한 관계’끼리 하는 행위이다.

단순히 남녀라고 허락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소중한 것을 공유한 연인끼리의 행위.

그러나 정작 자신은 시우의 의도는 생각도 하지 않고 멋대로 키스를 해버리고 만 것이다.

아무리 미숙함에서 기인했다지만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껏 너한테 받아오기만 했는데... 이번에도 내 멋대로 행동해버렸네.”

그리고 이어진 샤론의 대사로 시우도 그녀가 어떤 생각인지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나도 너랑 더 키스하고 싶고, 더... 그 뒤에 일도 더하고 싶어.”

그렇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시우와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에게 무언가를 주고받을 수 있을 때.

그때가 되어서야 당당히 ‘연인’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아... 난 너랑 완전히 대등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잖아.”

이는 샤론의 순수함과 ‘사랑을 로맨스 영화로 배웠어요’가 만나 이루어진 사고방식이었다.

“어...음, 일단 무슨 말 하는지는 알겠어.”

“그래도, 너는 이대로 끝내기는 괴롭지?”

“어?”

샤론은 슬쩍 시우의 사타구니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 위로 씨알이 굵은 시우의 물건이 빵빵해져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야 시우가 실내복으로 입는 복장이 얇은 면바지였으니 당연하다.

“....힉!”

별안간 손이 닿자 움찔하는 시우의 물건과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는 샤론.

샤론은 제 입에서 그렇게 큰 소리가 나왔다는 것이 멋쩍은 듯 어색한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었다.

“아, 아무튼 그... 나도 너한테 뭔가 해줄 수 있는 걸 찾아보다가... 이것저것 알아봤거든...”

“아, 그 가슴... 같은 거?”

“응, 그런 거 찾아보면서 알게 됐는데...”

샤론의 갑작스러운 ‘힘들 땐 내 가슴을 만져!’ 제안이 어디서 왔는가 했다.

평소 그녀의 이미지나 사고방식과는 영 동떨어진 제안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인터넷 발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어느 정도 의문이 풀렸다.

“키스할 때 이렇게 커지는 건 당연한 거라며, 게다가 가슴도 내가 만지게 해줬고... 그러니까... 세...섹스는 조금 무리여도... 조금 편하게 해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우는 조금 어안이 벙벙했다.

샤론이 무슨 말을 하는지 확 와닿지 않았다.

“너만 괜찮으면... 이, 이런 식으로...”

샤론의 손이 구렁이처럼 조심스레 시우의 바지 안을 거쳐 속옷 안까지 파고들었다.

이미 따끈따끈한 손바닥보다 뜨거운 풀 발기한 시우의 자지.

샤론은 생각보다 훨씬 뜨겁고 울끈불끈한 시우의 물건에 흠칫했지만 조심스레 그것을 감싸 쥔다.

그리고 참고했던 영상 매체를 바탕으로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식을 널 편하고 기분좋게 해주면... 나도 너한테 조금이나마 빚을 갚을 수 있지 않을까?”

시우에게 뭐라도 주고 싶은 샤론의 마음과 인터넷 지식의 결합은 사춘기 남고생의 망상에서나 등장할 법한 시츄에이션을 연출하는 것에 성공했다.

“너만 괜찮으면 내가 앞으로... 음... 너 해줄게. 근데 오해는 말아줬으면 좋겠어. 나 다른 사람이었으면 절대로, 절대로 이렇게 안 했을 거야.”

사실 샤론도 ‘시우에게 받은 은혜를 몸으로 갚는다’라는 것이 얼마나 천박한 발상인지 알고 있다.

어찌보면 창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혹시 시우가 그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까 두려운 마음도 없잖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시우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첫 키스를 그에게 바친 것처럼, 첫 경험도, 다른 것도 주고 싶었다.

단순히 이해타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샤론 역시 시우가 소중한 친구로, 혹은 그 이상으로 끌렸다.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날 이용해주면 안 될까?”

시우의 자지를 단단히 움켜잡고 움직이는 샤론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달콤하고 끈적했다.

당장이라도 덮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시우의 팬티 안에서 꿈찔꿈찔 움직이는 손의 느낌.

머리가 핑그르 돌더니 욕망이 불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샤론.”

하지만 시우는 조심스레 샤론의 손목을 잡고 떼어내려 했다.

뭐, 그전까지야 그럭저럭 괜찮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우라고 샤론처럼 몸도 마음도 예쁜 여자와 이것저것 하는 게 싫은 건 아니다.

다만 샤론의 행동이 부채 의식에서 촉발된 것이며, 또한 그녀가 취해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너가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이러려고 한 것도 아니고... 너한테 억지로 뭘 받을 생각은 없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게다가 취했잖아.”

“취해서 이러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샤론은 결코 시우의 물건을 놓지 않았다.

단단히 붙잡은 채 간절한 눈빛으로 시우를 바라본다.

“한번 해보고 나서 결정해도 되잖아. 진짜, 나는 진짜 괜찮다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라...”

“넌 내가 해주면 싫을 것 같아?”

“그것도 아니긴 한데 상황이 영...”

차라리 예빈 때처럼 대놓고 섹스를 원하는 모습이었다면 모른다.

하지만 시우가 그렇게 생각하건 말건 샤론은 시우의 호의를 ‘빚’으로 여긴 모양이다.

그녀의 평소 행실을 생각해보면 샤론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걸 갚으려 드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내가 마음 편해지려고 하는 거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응?”

샤론은 촉촉한 눈망울로 시우를 보았다.

“그러니까 내가 너 싸, 싸게 해줄게...”

시우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거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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