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1.
아침에 일어나 샤론과 함께 식사를 끝낸 시우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눈치챘다.
“잘 먹었어.”
여느 때처럼 아침 식사 배달을 맡은 것은 샤론이었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겨우 2인분의 식사만을 시켰다.
믿어지는가?
적어도 혼자 3인분의 식사는 해치우던 샤론이 깨작깨작 음식을 먹더니 ‘잘 먹었어’ 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어디 아파?”
“응? 아니? 왜?”
저도 모르게 물어봤지만 샤론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식으로 눈을 끔뻑끔뻑하며 물었다.
“오늘따라 좀 적게 먹는 것 같아서.”
“에이, 나도 가끔은 적게 먹는 거지. 너 만나기 전까지는 밥도 잘 안 챙겨 먹었는걸.”
그런가?
그런 것치고는 오늘 식사 중 샤론의 모습도 어딘가 심상치 않았다.
대화 자체가 오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뭔가 붕 떠 있다고 해야 하나.
친해진 이후로 밥상에서 대화 한마디 없이 식사를 한 적은 처음이었기에 시우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설마 어제했던 키스해 본 적 있니 섹스 해본 적 있니 하는 대화가 여기까지 굴러온 건 아니겠지?
생각해보면 샤론에게 느껴지는 은근한 거리감은 그 대화를 이후로 시작된 것 같다.
그릇을 차곡차곡 정리한 샤론은 손에 있는 물기를 탈탈 털며 거실로 향했다.
“시우야.”
“어?”
“내 방 잠깐 올래?”
“뭔데?”
샤론의 방?
샤론과 동거를 시작한 이후 시우는 샤론의 방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샤론도 마법 수업이라는 명분이 없을 때는 시우의 방에 쳐들어온 적이 없고 말이다.
아무래도 연인이 아닌 남녀가 함께 생활하는 만큼 서로 간의 선은 지켜줘야 애로사항이 없을 것 아닌가?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불문율이었다.
“별 건 아닌데 잠깐 와봐.”
실컷 별일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풀풀 풍겨대더니 별거 아니라...
시우는 괜스레 불안해졌다.
무슨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따로 방으로 부르기까지 하는 건지.
“알았어, 그럼 이것만 마저 치우고 갈게.”
“응.”
뭐지?
뭔가 문제가 생겼나?
아니면 빚에 관한 이야기?
아니면 어제 대화에서 뭔가 심기를 거스를만한 것이 있던가?
“뭔데...”
고민을 해봐도 알 수가 없다. 결국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수밖에.
시우는 샤론의 방문에 노크한 뒤 들어갔다.
그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게다가 무슨 취조라도 하려는 듯이 그녀의 맞은편에 의자 하나가 놓여있다.
“무슨 일인데?”
“잠깐 앉아 봐.”
주춤주춤 의자에 앉은 시우.
샤론은 무언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할 말이 있음에도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
“눈 감아 볼래?”
“무슨 일인지 먼저 얘기 좀 해주면 안 될까?”
“아냐, 안 돼. 눈감아 봐.”
평소 샤론은 무슨 행동을 하든 시우의 의사를 존중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독 강경하게 재촉했다.
깜짝 서프라이즈도 해주려는 건가?
“알았어.”
시우는 눈을 꾹 감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샤론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눈 떠 이제.”
“알겠....”
“잠깐 잠깐...! 아직 좀만 더 기다려 봐.”
“뭔데? 도대체.”
이랬다저랬다 무슨 꿍꿍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러는 것은 아닐 테니 장단을 맞춰주기로 하는 시우.
연이어 샤론이 훅훅 호흡을 뱉으며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 이제 진짜 됐어.”
“눈 뜨면 되는 거지?”
“응.”
시우는 눈을 떴다.
“어?”
그리고 동시에 눈을 의심했다.
턱이 아래로 뚝 떨어진다.
전신은 메두사를 마주한 불쌍한 용사처럼 뻣뻣하게 굳었고 경악성은 커다란 소리가 되지 못한 채 목구멍에서 턱 걸렸다.
“큼...커흠....”
왜냐하면 시우의 눈앞에 샤론이 제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입고 있던 검은 나시티를 잡아 가슴 위까지 붙잡아 올린 상태.
옷 아래로는 요즘 항상 챙겨 입던 브라도 없다.
따라서 시우의 눈앞에 드러난 것은 전혀 가려지지 않는 샤론의 생가슴이었다.
샤론은 쑥스러운 듯이 헛기침을 하고 시선을 피하면서도 결코 가슴을 감추거나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시선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우의 두 눈은 본능을 좇아 빨려 들어가듯 샤론의 가슴에 고정되었다.
E컵.
언제나 옷 위로만 봐왔던 샤론의 가슴은 자신이 어째서 Excellent Cup이라고 불리는지 여실히 증명해내고 있었다.
갓 짜낸 우유처럼 뽀얀 피부와 샤론의 작은 몸동작에도 푸딩처럼 부드럽게 흔들리는 위용.
만약 샤론이 침대 위에 알몸으로 엎드린다면 튀어나온 옆 가슴이 눈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저걸 한 손으로 잡는 건 무리겠지?
시우가 손바닥을 쫙 펼쳐야 겨우 가릴 수 있을 것 같다.
시우의 시선이 아주 살짝 옮겨졌다.
샤론의 입술과 같은 색인 연한 분홍빛으로 반짝이는 젖꼭지가 젖가슴의 한가운데 우뚝 서 있고, 주위로는 한결 옅은 색감의 유륜이 디저트를 받치는 접시처럼 유두를 받치고 있다.
게다가 저런 크기임에도 전혀 늘어짐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조각상처럼 밸런스 좋은 모양으로 흔들리고 있을 뿐 아니라, 탄력감과 부드러움의 공존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난제를 무리 없이 수행하는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왼쪽 가슴 어중간한 부분에 하나 찍혀있는 물방울 점이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전혀 보기 흉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체 부위라기에는 너무나도 예술작품에 가까운 그녀의 가슴에 묘한 현실감을 더해줄 뿐이다.
시우는 턱이 빠지라 입을 벌린 채 샤론의 얼굴과 그녀의 맘마통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게...이게...”
무슨 일이야?
라는 쉬운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당혹스럽고 꼴렸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인정하겠다.
샤론의 몸은 아주 따먹어 달라고 발악을 하는 것처럼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친구 관계고 나발이고 당장 덮쳐들어 응애 맘마줘를 외치고 싶을 만큼 말이다.
“어.... 뭔가 가슴이 따끔거리는 기분이야. 엄청 열심히 보네.”
샤론의 얼굴에는 건강한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
뿌듯하다는 듯한 미소와 난처한 표정이 섞여 도대체 왜 그녀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도 짐작할 수 없게 만든다.
시우는 가까스로 고개를 흔들고 눈을 질끈 감아 심마를 떨쳐냈다.
자칫하면 주화입마에 빠져들 뻔했다.
근데 눈을 감아도 하얀 가슴이 둥실둥실 떠다닌다.
망막에 각인됐다.
가슴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볼 때마다 새롭다. 짜릿해 최고야.
“그... 내가 너무 힐끔거려서 그런 거면 미안 앞으로 조심할게.”
너무 힐끗거리는 게 속이 터져서 직접 보여주려는 건지,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사과했다.
그 성실한 샤론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아마 그 원인은 자신에게 있으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아냐, 그런 건 아니고. 항상 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보고 싶어 한다면 보여주고 말지라고 생각했지. 나는 너한테 빚진 게 엄청 많잖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어디까지나 내가 해주고 싶어서 하는 거야.”
보통 빚진 게 엄청 많다고 해서 가슴을 보여주나?
“어.... 이래도 괜찮은 건 맞아?”
“나도 이런 건 처음이라 부끄럽긴 한데... 그래도... 너니까 괜찮아.”
시우는 힐끗 눈을 떠 다시 샤론의 가슴을 보았다.
샤론은 처음 가슴을 보여주던 자세 그대로, 마치 시우에게 느긋하게 감상이라도 하라는 듯이 상체를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기분은 어때...?”
좋다.
엄청 좋다.
샤론의 입주 조건으로 상의 착용 금지를 걸고 매일 보면서 살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시우는 망나니가 아니었으므로 최대한 점잖게 되물었다.
“기분?”
“음... 응, 기분이나 감상이나.”
“기분은 좋고, 감상은 음... 뭐랄까 엄청 예쁘네.”
시우의 말을 들은 샤론이 키득거린다.
의아한 기색으로 바라보자 샤론은 수줍음이 가득한 웃음을 머금은 채 시우와 눈을 마주쳤다.
“가슴이 예쁘다고 칭찬받은 거, 태어나서 처음이야.”
“사실대로 말한 건데 뭘.”
“가슴 옆에 점도 있는데... 보기 흉하진 않아?”
“전혀요.”
“하아... 다행이다. 혹시 막상 보고나면 맘에 안 들어 할까 봐 내심 걱정했어.”
가슴을 보여주는 것이 중대한 사명으로 여기는 것 같은 말투였다.
시우야 좋지만 샤론이 굳이? 라는 생각은 들었다.
다른 대부분 면에서 똑 부러지는 샤론도 뜯어보면 조금 엉뚱한 구석이 있다.
“기분은 좀 좋아진 거 맞지?”
“뭐가 뭔진 모르겠는데 일단은 그런 거 같아.”
덤으로 시우의 아랫도리도 기분이 좋은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럼 이제 만져볼래?”
“어?”
“내 가슴 만져볼래?”
샤론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빨라요.
슬슬 아슬아슬한 한계점을 느끼고 있다.
무엇에 대한 한계점이냐면 이 평화롭던 동거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느냐의 한계점이다.
어쩌면 뭘 잘 모르는 샤론이 어디서 이상한 걸 보고 따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 건지 정확하게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만약 분위기를 타서, 혹은 찰나의 충동에 이끌려 이런 행동을 한 것이라면 그 뒷감당은 어쩌겠는가?
어색하고 숨 막히는 분위기 말이다.
“그 이상은 나도 좀 난처해도... 손으로 만지는 정도는 허락해 줄 수 있어.”
샤론이 슬쩍 내려간 티를 다시 고쳐잡자 탐스러운 과실이 눈앞에서 출렁거린다.
저걸 보고 참으라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다.
선악과에 손을 뻗는 아담처럼 샤론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엄지와 검지의 사이로 밑가슴을 받쳐 드는 듯한 손 모양이었다.
“웃.....”
샤론은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낯선 손길에 몸을 움츠렸다.
“오.....”
시우는 상상 이상의 촉감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묵직한 중량.
벨벳보다도 부드럽고, 푸딩보다도 탄력적인 매혹적인 감촉.
시우의 손에서 흘러넘치듯이 변형된 샤론의 가슴은 첨단의 꼭지가 유독 도드라지는 형태로 흐트러졌다.
이대로 유두에 입을 옮겨 쭉쭉 빨면 참 좋을 것 같은 그립이다.
그 뒤로 본격적으로 가슴 전체를 만지기 시작한다.
반죽을 주무르듯이 손끝을 움직일 때마다 손가락이 가슴의 이곳저곳에 파묻히는데 그만큼 밀어내는 힘이 강해 금방 원래의 형태를 되찾았다.
손바닥 사이에 꾹꾹 눌리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유두의 쫄깃한 감각마저 마약 같았다.
시우는 가까스로 손을 뗐다.
더는 차분하게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분 좋았지?”
샤론 역시 슬슬 한계였는지 시우가 손을 떼자마자 황급하게 옷을 내렸다.
지금은 무릎을 찰싹 붙이고 얌전하게 손을 모으고 있었다.
그래도 입꼬리가 자꾸만 위로 올라가려는 것을 보면 이 상황이 썩 멋쩍으면서도 아주 싫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이제 공부할래?”
“응, 나 옷 좀 정리하고 나갈게. 먼저 들어가 있어.”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색한 기류 속에서 일상의 대화를 주고받는 두 사람.
시우가 풀 발기한 자지를 감추며 먼저 방을 나서려 할 때 뒤에서 샤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우야.”
“어?”
“종종 가슴 보고 싶거나 만지고 싶으면... 언제든지 부탁해도 좋아. 특히 우울하거나 힘들 때.”
“어...어어.”
너무나도 적극적인 샤론의 제안에 시우는 흘러가듯 대답을 하고 방을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뭐지 도대체...”
남녀 관계에 대한 샤론의 지식은 쌍둥이만큼이나 부실하다.
로맨스 영화로 어느 정도 보충해 둔 것이 전부였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아 얘가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떡각을 잡는구나’라고 생각할 텐데, 그 사람이 샤론이라면 의중을 읽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황홀했지...”
손바닥 한가득 담기던 모성의 봉우리, 수밀도 같은 중량감, 손끝에 달라붙는 듯했던 부드러움을 떠올린 시우는 고개를 휘휘젛고 방안으로 들어서 공부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