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126화 (126/917)

#126

1.

오딜과 시우는 타로타운을 벗어나서도 계속 걸었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고 발길 가는 대로 걷다보니 어느새 꽤 멀리까지 나오게 됐다.

산책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오딜 님.”

“푸헤취! 아 미안...훌쩍.”

분수대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물기를 마법으로 증발시켰지만 그 짧은 순간의 추위는 오딜을 꽤 진득하게 괴롭혔나 보다.

아까까지 대충 걸치던 망토를 꼭 부여잡고 재채기를 해대는 모습을 보니 말이다.

자칫하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훌쩍, 뭐라고 할라 그랬어?”

“제머나이 백작님과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응?”

잠깐 고개를 갸웃하는 오딜.

이내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렵지 않지. 근데 왜?”

“예정대로 게헨나에서 나가고 싶어서요. 백작님께 부탁드릴까 생각 중입니다.”

“....벌써?”

“네,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어요.”

게헨나는 마음의 늪이다.

원래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장소였는데 별의별 경험까지 하고 나니 도저히 더 있고 싶지가 않아졌다.

이제 아멜리아의 전속 노예도 아니니 제머나이 백작이 수속만 밟아준다면 곧장 나갈 수 있겠지.

“뭐, 그렇네, 음... 그래, 그렇지. 원래 그러기로 했으니까. 그치?”

“그렇죠?”

오딜은 영문을 알 수 없는 뻔한 말을 늘어놓다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시우는 불안함을 느꼈다.

쓰러져 있는 사이에 뭔가 일이 변하기라도 한 걸까?

이어지는 오딜의 말을 듣고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스승님은 현세로 출장을 가셔서... 이주, 아니 한 달? 정도 연락이 닿지 않으실 거야.”

갑자기 시우의 반대편 풍경을 바라보며 말하는 오딜.

“그렇군요...”

시우로선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었지만 사정이 그렇다면 별수 없다.

달리 부탁을 할 만한 고위직 마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딜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무튼 계속 걷다 보니 시야가 탁 트여 밤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이 보이는 평지와 커다란 저수지가 나왔다.

그 주변에는 수십 대의 풍차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중이다.

게헨나에서 5년이나 살았는데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타로타운의 생활용수는 저기에서 공급해. 저쪽 저수지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멘델 구릉이 있는데 거기에도 물을 댄대. 지하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나 봐.”

제방을 따라 주르륵 늘어서 느릿느릿하게 돌아가는 풍차는 뭔가 유럽틱한 감성을 한껏 이끌어낸다.

저기에 튤립까지 있으면 딱 네덜란드인데.

뭔가 한가한 감상이 들었다.

호기심 많은 오딜이 이대로 있을 리 없다.

그녀는 풍차를 엄지손가락으로 척 가리키며 물었다.

“우리 들어가 볼래?”

“그래도 되나요?”

“안될 거 있겠어? 어차피 쓱 훑어만 보고 나올 텐데 뭐.”

“그 정도라면야.”

사실 풍차의 내부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뭐 다를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딜은 죄다 똑같이 생긴 풍차 중에서도 신중하게 하나를 고르더니 문에 걸린 자물쇠를 마법으로 따고 들어갔다.

철커덕 소리를 내며 손쉽게 바닥에 뒹구는 자물쇠를 보니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풍차는 대략 2.5층 정도 되는 건물 높이였다.

바람에 의해 돌아가는 힘을 이용하기 위해 커다란 톱니바퀴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을 뿐 안은 휑하니 비어있다.

천장에 난 조그마한 채광창을 제외하고는 달빛도 거의 들어오지 않았기에 굉장히 어두컴컴했다.

바퀴가 맞물리는 소리와 철퍽철퍽 물레가 물을 퍼올리는 소리에 시우와 오딜은 대화음량을 조금 높여야했다.

“생각보다 휑하네.”

“저쪽에 계단도 있네요.”

“올라가 볼까?”

“좋죠.”

시우의 말대로 왼쪽 끝에는 난간처럼 생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다.

아마도 풍차의 크랭크축을 관리하기 위해 설치된 장비 같았다.

낡은 나무 계단이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올라가자 나무 널빤지가 덧대어 만들어진 바닥이 밝혔다.

생각보다 깨끗하긴 한데 은근 부실해 보인다.

두 사람이 펄쩍펄쩍 뛰면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흠....”

근데 막상 올라와도 딱히 할 건 없다.

풍차가 전망대인 것도 아니고 저 위에 대각선으로 난 채광창은 선 자세에서 아무리 발돋움해도 볼 수 없을 만큼 높고 풍차 안도 사실 꽤 황량하다.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오딜도 금방 흥미가 식은 듯해 보이고 말이다.

“이제 내려갈까요?”

“조수님.”

“네?”

“나 약속한 거 하나 더 있는데 혹시 기억나나?”

“약속이요?”

또 뭔가 있던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딱히 떠오르는 건 없다.

오딜은 슬쩍 시우를 올려보더니 제 얼굴을 톡톡 두드렸다.

“아.”

그제야 떠오른 오딜의 약속.

쌍둥이를 구하기 위해 에아와 대치했을 때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돌아가면 내 얼굴에 싸게 해줄 거라고 했잖아.”

“그, 그랬죠?”

“지금... 할래?”

시우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아까 분수대에서 했던 얼빠진 키스 탓이었을까?

태연한 척 말한다고 하는데 벌겋게 달아올라 수줍어하는 오딜의 모습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간질간질한 느낌에 괜스레 혀끝이 뻣뻣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이곳에서요?”

“어차피 우리 둘뿐이잖아. 사실 일부러 좀 외진 곳으로 왔거든.”

“그....”

망설이는 시우의 옷깃을 오딜이 꾹 잡아당겼다.

손끝으로 걸치듯이 살짝이었지만 확실히 느껴질 만큼.

“조수님에게 해주고 싶은 것도 맞아. 근데 나도... 하고 싶어. 조수님이랑.”

“.........”

“응?”

오딜은 마치 애교를 떠는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시우에게 달라붙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키스해달라는 듯한 포즈였다.

아까처럼 이끌리듯 입을 맞추려는 그때.

시우는 마음에 걸쇠가 덜커덩 걸리는 것을 느꼈다.

또다시 아멜리아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번에는 애절하게 울며 시우를 붙잡던 모습이었다.

차라리 빨려 들어가듯이 오딜과 하나가 된다면 이 불안정함도 사라질까?

이것이 무척이나 불손한, 오딜에게 크나큰 실례를 하는 행위임을 알면서도 시우는 천천히 오딜의 입술을 마셨다.

“후움...움....”

속눈썹을 파르르 떨던 오딜은 시우의 소매를 잡고 있던 팔을 올려 자연스럽게 그의 목에 매달린다.

분수대에서의 키스와 풍차 안에서의 키스.

혀가 얽히고 섞이며 서로의 타액과 호흡을 교환하는 것은 분명 같은 행위임에도 온도도, 감촉도 다르다.

좀 더 뜨겁고, 좀 더 끈적였다.

“음...츄웁...춥....”

다른 것으로 눈을 돌리려고 하는 것처럼.

시우는 자연스럽게 오딜의 목에 둘려있던 매듭을 풀고 망토를 벗겼다.

두툼한 망토가 떨어지고 허벅지를 전부 가리지도 못하는 하얀 이너 원피스와 드로워즈가 드러난다.

“윽...웁....”

시우의 키스는 전보다 거칠었다.

거의 밀치듯이 오딜을 벽으로 떠민 덕에 벽에 등을 쿵 부딪친 오딜.

키스를 멈추지 않고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끼워 넣었다.

“푸하!”

“헉...헉....”

겨우 키스를 끝냈을 뿐인데 오딜의 눈은 취한 것처럼 반쯤 풀려있었다.

맞닿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쿵쾅거리는 심박은 평소보다 배는 빨랐다.

“조, 조수님, 오늘 뭔가 박력 넘치네.”

의식하지도 않은 사이 불쑥 입에서 튀어나온 한 마디.

그것이 과연 진심인지, 아니면 이 상황에 몰두하기 위한 조건반사였는지는 시우 자신도 알지 못했지만...

“오딜 님도 오늘따라 매력적이시네요.”

느끼한 시우의 말을 들은 오딜은 그 자리에서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그 자세로 얼음 동상이라도 된 것처럼 꽁꽁 굳어 있다가 붕붕 고개를 끄덕인다.

“그, 그치. 내가 좀 매력적이긴 하지.”

시우는 더 기다리지 않고 오딜과 다시 입을 맞추었다.

그녀와 혀를 섞을수록 단단해져 가는 아랫도리.

성욕은 치솟고 흥분한 머리는 이미 그녀를 벌거벗겨 놓고 그 풋풋한 육신을 탐하고 있었다.

시우의 손끝이 이너 원피스의 어깨끈을 잠아 당긴다.

둥근 어깨를 따라 흘러내린 어깨끈 탓에 훌러덩 벗겨지는 원피스는 오딜의 맨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게 했다.

옷이 벗겨지는 것을 느낀 오딜이 움찔 몸을 떠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때는 이미 시우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쥔 채였다.

사실 움켜쥐었다는 묘사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녀의 가슴은 그렇게 커다란 편이 아니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탄력이 넘쳤고 뾰족하게 솟은 유두는 존재감이 더했다.

시우의 손끝이 유두를 살짝 비틀 무렵.

오딜이 시우의 가슴을 슬쩍 밀어내었다.

“조수님, 잠깐만!”

“불편하신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오늘은 내가 먼저 해주고 싶어서. 여기 벽에 기대고 서봐.”

오딜의 주도하에 반전된 포지션.

이번에는 시우가 벽에 등을 기댔고 오딜이 그 아래에 쪼그려 앉았다.

쪼르륵 아래로 내려간 오딜은 망토를 깔고 그 위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주섬주섬 시우의 바지와 팬티를 내렸다.

“우와....”

우주왕복선처럼 우뚝 솟은 시우의 거근이 오딜의 코 앞에서 움찔거린다.

아직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키스만으로 이렇게 커다랗게 변한 것이다.

누워있는 것까지 계산해보면 100일 넘게 사정하지 않았던 자지 끝에는 진득한 쿠퍼액이 송골송골 올라오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니까 엄청 크네... 어! 조수님 털났어.”

오딜은 손끝으로 시우의 사타구니를 가리켰다.

타고나길 체모가 적게 태어나긴 했지만 다시 몸이 성장한 것이다 보니 북슬북슬한 음모가 보였다.

“입으로 하지 않으셔도 됩니....”

“하압!”

시우가 말리려는 기색을 보이자마자 오딜은 입을 크게 벌려 그의 귀두를 물었다.

그리고 혀끝을 요도에 살살 밀어 넣으며 쿠퍼액을 모두 청소해냈다.

녹을 듯한 감촉에 벽에 더 체중을 옮기는 시우.

오딜은 쪽쪽 알사탕을 녹여 먹듯이 귀두 전체를 혀로 핥더니 입을 떼고 싱긋 웃었다.

“뭐 어때? 어차피 거기까지는 닿지도 않는데.”

그리고 다시 날름 자지를 삼키더니 쭈욱쭈욱 고개를 흔들기 시작한다.

반쯤 벗겨진 원피스 사이로 빠져나온 봉긋 솟은 가슴이 작게 출렁이는 것이 보였다.

집중한 듯이 찌푸려진 미간과 눈썹도, 게슴츠레 뜬 자색 눈동자도 시우의 흥분을 가속시켰다.

펠라치오라는 행위는 감각 자체도 감각이지만 여성의 얼굴이 보인다는 특성상 얼굴이 예쁠수록 흥분되는데 오딜은 그 점에서 합격점에 가산점까지 빵빵하게 가져갈 미모였기 때문이다.

“읍...음..파...퓨웁...츕...쮸웁....”

“큭....”

하반식이 녹아서 오딜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낸 시우.

그 반응에 신이 난듯한 오딜의 눈동자가 쓱 위를 향한다.

자지를 마이크처럼 잡은 채 눈만 슬쩍 치켜떠 올려다보는 모습이란...

이 앵글과 요망한 그녀의 말투가 더해지자 자지에 해로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퓨후... 기분 좋아?”

큰일이다.

너무 오랫동안 묵혀두어서인지 벌써 쌀 것 같다.

“조수님 쌀 것 같으면 말해야 해? 약속대로 내 얼굴에 해야 하니까.”

그렇게 말한 오딜은 다시 츄파츄파 열심히 자지를 빨며 고개를 까딱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빨이 드문드문 스치는 등 미스가 있었지만 이내 능숙한 움직임으로 변모한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시우가 다급히 오딜의 조막만 한 머리를 잡았다.

“잠시, 잠시만요.”

“움웁...! 왜? 아팠어?

일단 좀 휴식이 필요하다.

남자의 자존심이 있다.

펠라 시작 1분 만에 찍 싸버리는 것은 오딜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쳐도 시우가 마음에 걸렸다.

“저도 오딜 님에게 해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일단 얼굴에 싸고 나서 하면 안 돼?”

천진한 얼굴로 얼싸를 요구하는 오딜의 제안에 다시 한번 움찔이는 자지.

일전에 쌍둥이 애널 덮밥을 시식할 때도 느꼈지만 배덕감이란 이런 것일까 싶었다.

“우선 제 말을 들어보시죠.”

자지도 식히고 사정도 지연시킬 겸, 시우는 오딜에게 한 가지 제안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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