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1.
연주를 끝낸 아멜리아는 바이올린을 다시 케이스에 넣어두고 옷을 갈아입었다.
레이스가 많고 화려한 대신 무거운 옷을 벗고 가벼운 나이트가운으로 갈아입는다.
예전에는 많아야 일주일, 혹은 한 달에 한 번 입었던 잠옷도 시우 덕에 꽤 자주 입게 되었다.
아멜리아는 시우가 먼저 기다리고 있는 널따란 침대로 들어갔다.
당연하다는 듯 놓여있는 두 개의 베개 중 하나에 머리를 뉜다.
어느새 반쯤은 잠이 들었던 시우가 침대가 부스럭거리는 인기척에 눈을 떴다.
“미안해요, 제가 깨웠나요?”
“아니요, 아멜리아 님 기다리면서 눈만 감고 있었어요.”
얌전하게 대답하는 시우의 머리를 한번 쓸어준 뒤 그를 돌아보고 누웠다.
해가 져 어둑한 방안에서도 서로의 눈만큼은 확실하게 보인다.
이제는 이렇게 그와 얼굴을 가까이하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도리어 모종의 편안함까지 느껴졌다.
“아멜리아 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네. 물어보세요.”
“제가 맨 처음에 깨어났을 때. 아멜리아 님이 저에게 사과하셨던게 기억나요.”
그랬다.
시우가 정신을 차렸다는 사실이 기뻐서.
이제 그를 잃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그럼에도 돌이킬 수 없는 업보가 남아있다는 죄책감에 그를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네.”
“아멜리아 님이 저에게 하셨다던, 음... 잘못이 뭔가요?”
시우의 눈은 똑바로 아멜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죄를 묻겠다는 질책의 시선이 아니었다.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이 순전히 호기심에 가득한 눈빛.
그 안에는 따스한 애정과 신뢰가 섞여 있었다.
“제가 느낀 아멜리아 님은 굉장히 좋은 분이시고... 또, 다정하신 분이거든요.”
혼자 자는 것을 무서워하는 시우를 위해 함께 자장가를 불러주기도 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면 간식을 들고 찾아와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시우가 심심하지 않도록 산책도 피크닉도 같이 가주는 그런 좋은 사람.
시우의 기억은 여기까지다.
아멜리아는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결코 들춰지고 싶지 않았던, 아니 최소한 기일이라고 늦추고 싶었던 치부를 갑자기 들쑤셔진 기분이었다.
“아, 그때는 물론 제가 괜찮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지금 갑자기 이런걸 여쭤보는 건 그때의 용서를 뒤집겠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
“알아요. 알고 있어요.”
어른 시우가 그랬듯이 어린 시우도 착한 아이였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심성이 곱다.
어렸을 때 툭하면 사고를 치고 다녔던 아멜리아에 비하면 천사 같다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아이였다.
그래서 더욱 말할 수가 없다.
지금 말하면 그는 아멜리아를 용서할 것이다.
아멜리아에게 직접 핍박받았던 기억이 없으니 말이다.
이 용서는 나중에 기억이 돌아왔을 때 어느 정도 완충작용을 해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아멜리아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두렵고 무서워도 정당한 대가를 치르길 원했다.
“나중에.”
“.......”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말해줄게요.”
“네, 아멜리아 님.”
시우는 토를 달거나 의문을 보이지 않은 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멜리아가 그렇게 말한다면 합당한 이유가 있으리라 믿고 있는 것이다.
시우의 그런 순종적인 자세마저 아멜리아를 괴롭게 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오늘도 여러 가지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우는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몸을 돌려 잘 준비를 했다.
“시우.”
그때 아멜리아가 시우를 멈춰 세웠다.
시우도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눈치로 슬쩍 아멜리아를 바라본다.
요 며칠간 함께 잠이 들 때까지 거쳐 가는 두 사람만의 행위가 있었으니 말이다.
“오늘은 하지 않나요?”
절대 시우가 먼저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멜리아는 항상 그 행위를 허락했다.
그가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딘가 기뻤기 때문이다.
“아멜리아 님은 괜찮으세요?”
“전에도 말했잖아요. 시우가 하고 싶으면 해도 좋다고.”
“하지만 뭔가 부끄러운걸요...”
아멜리아는 슬쩍 팔을 치워 그가 가슴을 만지기 쉽도록 해주었다.
원래는 그가 하고 싶어하기에 스승님이 해주었던 것처럼 가슴을 만지도록 해주었던 아멜리아지만 이제는 뭔가 자기 전에 하지 않으면 섭섭할 정도이다.
비단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해준다는 실감 때문만이 아니다.
은밀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할 신체 부위를 옷 위로나마 그에게 제공한다는 느낌이 어쩐지 아랫배를 간질간질하게 만들었고.
더군다나 그의 손길이 몇 번 정도 가슴을 주무르고 나면 아멜리아도 졸음이 쏟아졌다.
마치 아주 편안한 마사지를 받은 것처럼 말이다.
조금의 부끄러움만 감수하면 윈윈인 것이다.
“....실례하겠습니다.”
시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 아멜리아의 가슴으로 팔을 뻗었다.
아멜리아가 입는 나이트가운은 기본적으로 민소매 드레스인 데다가 가슴골이 드러나는 구조이다.
게다가 몸을 옆으로 누인 탓에 유독 강조되는 볼륨은 옷 위로 만져도 최상의 촉감을 자랑했다.
“흐음....”
아멜리아는 나지막한 콧소리가 흐르고 시우는 손으로 가슴의 촉감을 느끼는 데 열중했다.
분명 이상한 행위라는 것은 알고 있다.
남자는 여자의 몸에 함부로 손대면 안 되고 특히나 가슴은 아기에게 우유를 주는 곳이자 중요한 부위라고 배웠으니.
사실 아멜리아가 왜 이런 행위를 순순히 허락해주는지 시우는 잘 감이 오지 않았다.
그저 좋으니까, 하고 싶다는 충동이 자꾸만 드니까 할 뿐이다.
요 며칠간 아멜리아와 함께 자는 것을 기대하게 된 것도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하....”
아멜리아의 지그시 감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그녀는 시우의 손이 가슴을 이지러뜨릴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한숨을 내쉬었다.
시우는 그 숨에 섞인 분위기를 느낀 바 있었다.
일전에 쌍둥이와 함께 목욕탕에 갔을 때.
오데트가 시우의 등에 맨가슴을 비비며 귓가에 내뱉던 숨소리와 무척이나 흡사하다.
시우의 아랫도리를 단단하게 만들었던 그 야릇한 숨소리 말이다.
물론 훨씬 작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손바닥에 감각을 집중시켜 가슴을 주무르다 보면 가슴의 정중앙에 있던 젤리 같은 것이 조금 단단하게 변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 가슴의 한가운데 있는 돌기라면 젖꼭지이다.
“흐음.....”
저 얇은 옷감 뒤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쌍둥이가 그랬던 것처럼 젖꼭지가 뾰족하게 서 있는 걸까?
옷을 벗긴 뒤 가슴의 모양은 어떨까?
손등을 스치는 아멜리아의 콧김과 함께 시우의 호기심이 거세진다.
다리 사이에는 이미 잔뜩 부푼 하물이 끼워져 있었고 시우는 이내 죄악감을 느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현재 시우에게 아멜리아는 상냥한 은사(恩師)이다.
그런 그녀를 상대로 이런 몹쓸 상상과 호기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쩐지 죄스러웠다.
그런 죄악감도 순간의 충동을 이겨낼 순 없었다.
시우는 충동을 조절하고 있던 죄악감과 이성이 가닥가닥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아멜리아가 하지 말라고 했던 유두를 실수인 척 손끝으로 살짝 비틀었다.
“하아....”
아멜리아의 단아한 눈썹이 찌푸려진다.
한층 더 뜨거워진 한숨이 달콤한 향기와 함께 훅 풍겨왔다.
시우는 동작을 멈추고 숨을 죽인 채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행여나 그녀가 눈을 뜨고 질책을 할까 봐 어깨를 움츠렸지만 아멜리아는 이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얌전히 누워있을 뿐이다.
시우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느꼈다.
강렬한 본능이 더는 조절되지 않음을 느낀다.
분명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으...음....흐음....”
시우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팔목을 잡아끄는 죄악감을 뿌리치고 별안간 생겨난 충동에 몸을 맡긴다.
밑가슴을 쓸어올려 반죽처럼 주무르는 한편 검지 끝으로는 옷 위로도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한 야한 돌기를 슬쩍 건드렸다.
그때마다 아멜리아는 딸꾹질을 하는 것처럼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야릇한 비음과 함께 뜨거운 한숨이 튀어나온 것은 덤이다.
첫날밤에는 슬쩍 비튼 것만으로도 깜짝 놀라며 시우를 만류했던 아멜리아가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숨만 살짝 거칠어졌을 뿐 억지스레 눈꺼풀 꼭 닫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시우에게 일종의 묵인으로 비쳤다.
혹시 아멜리아 님도 이것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면죄부가 쥐어진다.
시우는 다시 한번 침을 꿀꺽 삼키고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아멜리아의 젖꼭지를 만지기 시작했다.
“흐으....흐...후...”
손끝으로 쥐어 이리저리 비틀 때마다 아멜리아의 곧은 눈썹도 덩달아 찡그려진다.
그녀의 몸이 간헐적으로 바들바들 떨리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한다.
지금 아멜리아는 어딘가 무섭지만 상냥하고 차분한 스승이 아니었다.
시우의 손끝 하나에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장난감일 뿐이다.
묘한 정복감이 죄악의 막을 뚫고 솟아오른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약 30분 정도 아멜리아가 헐떡이는 숨소리를 들으며 말랑한 가슴을 주물럭거리자 졸음이 솔솔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열의가 넘치던 시우의 손에도 힘이 빠지고 그대로 아멜리아의 가슴을 잡은 채로 잠이 들었다.
“하아.....”
시우의 손 움직임이 멎고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리자 아멜리아는 살며시 눈을 떴다.
아멜리아의 눈가는 새벽이슬을 맞은 잎새처럼 촉촉한 관능으로 젖어있었다.
“아....”
여느 때처럼 가슴을 주물럭거리던 시우가 갑자기 더욱 민감한 부분으로 손을 옮겼을 때.
아멜리아는 그를 만류하지 않았다.
조금 혼란스러웠다.
어째서일까?
파렴치한 행위였다.
원래라면 허락하지 않았을 행동이기도 했다.
잡념에 사고가 더뎠기 때문일까?
그가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에게 지닌 부채 의식이 그의 요구를 무엇이든 다 들어주겠다는 방향으로 왜곡된 걸까?
아니면 애초에 허락할 마음을 지니고 있었으면서 아닌 척하고 있었을 뿐일까?
아멜리아는 뒤늦게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비단 격조 없이 그에게 가슴 애무를 허락했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다.
그의 손길에서 명백한 쾌감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가슴을 거쳐 자궁까지 저릿저릿 떨릴 것 같은 황홀한 쾌감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간지러움과 그에 동반한 아찔한 감각이 아멜리아를 덮었다.
최초 그의 행위를 묵인한 이유는 오리무중이지만 이후에도 얌전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며 눈을 뜨지 않은 이유는 하나이다.
아멜리아 역시 그의 행위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앗....!”
참을 수 없는 낯뜨거움에 조용히 베개를 쥐어뜯으려던 아멜리아는 뒤척이던 와중 가랑이 사이가 축축함을 느꼈다.
의아함을 느낀 아멜리아가 나이트가운 사이로 쓱 손을 넣는다.
팬티가 밖에서 물기가 만져질 정도로 축축했다.
눈이 휘둥그레진 아멜리아는 팬티 안으로 손을 넣었다.
엄청나게 축축하다.
거의 민달팽이 수십 마리가 지나간 이후 같았다.
아멜리아는 떨리는 눈으로 손을 빼내 그것을 보았다.
손가락 사이에 진득하게 늘어지는 끈끈한 액체.
그 정체는 여성이 성적 흥분을 느꼈을 때 윤활을 위해 질에서 분비되는 액체.
애액이다.
“.......”
아멜리아는 자책도 잊고 자괴감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성적인 지식은 있어도 자위도 무엇도 해본 적 없는 아멜리아가 제 몸에서 이렇게 많은 애액이 나오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고작 그가 젖꼭지를 좀 주물렀다고, 게다가 시우도 아니고 꼬마 시우인데...
아멜리아는 입술을 꽉 깨물고 시우가 깨지 않게 조용히 침대 위를 나섰다.
팬티를 갈아입기 위해서였다.
“으으....”
침대에 다시 누운 아멜리아지만 묘한 성녀 타임에 밤새 몸을 뒤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