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1.
중앙 욕장부터 쌍둥이가 전세를 냈다고 말한 개인 욕장까지는 5개나 되는 문을 거쳐야 했다.
시우는 벌게진 얼굴로 앞에서 씰룩거리는 엉덩이 한쌍을 따라갔다.
눈가리개 때문에 자세한 형태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의 알몸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것은 지금의 시우에게는 너무 자극적인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조용한 곳이 좋다니까.”
“조수님도 빨리 들어와!”
중앙 욕장보다야 작았지만 오딜이 안내한 개인 욕장 역시 ‘소박하다’라는 묘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열 사람은 넉넉히 들어가도 남을 것 같은 욕탕이 5개씩이나 있었고 가장 커다란 중앙 욕장에서는 수영 경기를 펼쳐도 될 것 같았다..
“마녀는 다들 욕심쟁이라니까? 잠깐 한눈판 사이에 조수님이 납치될 뻔했잖아.”
“시우 조수님이 귀여워서 데려가려고 했던 거에요. 너무 걱정 마세요.”
별로 위안이 안 되는 위로와 함께 먼저 발을 들인 쌍둥이는 목욕에 앞서 몸을 씻는 커다란 대야로 가더니 머리에 물을 끼얹었다.
-쏴아
소리와 함께 욕탕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깨끗이 하는 쌍둥이.
아직도 주춤거리며 서 있는 시우의 팔을 오데트가 슬쩍 잡아끈다.
“조수님, 일루 와요. 같이 씻어요!”
“뭐야, 아직도 거기에 서 있었어?”
안 그래도 시끌벅적한 쌍둥이의 목소리가 욕실에 들어오니 무대 위에서 마이크라도 잡은 것처럼 크게 울렸다.
아무리 눈가리개가 있다지만 함께 씻는 것은 조금...이라고 말하려는 찰나.
“짠!”
“어?”
오딜이 휙하고 시우의 눈가리개를 벗겨버렸다.
어두컴컴했던 세상이 별안간 밝아진다.
시우의 바로 앞에서 몸에 물을 끼얹던 오데트의 측면 나신이 고스란히 시우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호리호리하게 뻗은 팔다리와 봉긋한 가슴, 그 첨단에 달린 앵두 같은 젖꼭지와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말이다.
“끼야아아아악! 무슨 짓이에요!”
시우는 그 자리에서 눈을 가리고 주저앉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노모자이크 알몸을 라이브로 보게 된다면 대충 이런 반응이 나올 법도 했다.
정작 오데트는 시우의 반응을 보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몸을 마저 씻고 있었는데 말이다.
“뭐 어때? 고작 몸 좀 보이는 건데. 설마 조수님 우리 상대로 이상한 상상이라도 했어?”
눈을 질끈 감다 못해 그 위를 손바닥으로 덮기까지 한 시우에게 오딜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예전에도 조금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 멋있고 늠름하던 조수님이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되어서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니 자꾸만 장난이 치고 싶어진달까?
그건 오데트도 마찬가지였는지 씻는 걸 멈추고 시우에게 다가와 언니를 거들었다.
“맙소사, 저는 그런 생각은 꿈에도 못 했는데... 저희는 그냥 좋은 누나와 동생 사이 아니었어요?”
“이상한 상상 안 했어요....”
빨간 물감에서 뒹굴기라도 한 것처럼 팔뚝까지 벌게진 시우를 보며 오데트는 웃음을 꾹 억눌렀다.
그리고 연극을 하는 것처럼 과장된 어조로 말한다.
“아아, 저희는 그냥 조수님이랑 같이 어울리고 싶었던 건데... 조수님이 그런 눈으로 저희를 바라보실지 몰랐어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면, 눈은 왜 계속 가리고 있어? 이상한 생각만 하지 않는다면 딱히 알몸 따윈 봐도 상관없잖아.”
“저는 남자고 오딜과 오데트 님은 여자시잖아요...”
“그럼 저희가 여자로 보인다는 말이네요?”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 입을 꾹 다무는 시우.
얼굴이 화끈거린다.
시우가 거의 울 것 같은 지경이 되어서야 오데트와 오딜은 놀리기를 그만두었다.
“미안해, 우리가 너무 짓궂었지?”
“죄송해요... 그런데 이렇게 귀여운 조수님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 어쩜 이렇게 귀여우세요?”
쌍둥이는 웅크려 앉은 시우를 그대로 꼭 안았다.
그리고 그건 시우에게 있어 전혀 진정제가 되지 못했다.
몰캉거리는 가슴과 물에 젖어 미끈거리는 감각이 너무도 생생하게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저희는 정말 신경 안 써요.”
“맞아, 이 정도로 부끄러워하는 건 오히려 어린애 같은걸?”
시우를 다독이는 쌍둥이의 입가엔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돌돌 포장해다가 집에 가둬두고 싶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눈가리개 돌려주세요...”
“그러지 말고 그냥 저기 앉아있어. 눈가리개 쓰면 답답하잖아.”
오딜은 시우를 근처 썬베드에 앉혀둔 채 마저 몸을 씻었고, 오데트는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차가운 탄산수를 가져와 썬베드 옆에 탁상에 올려주었다.
“저희 좀 놀고 올게요. 조수님도 생각 바뀌시면 같이 놀아요. 알았죠?”
“네....”
여전히 눈을 꼭 감은 채 대답하는 시우를 보고 오데트는 거의 울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며 심장의 욱씬거림을 참더니 이내 오딜과 함께 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오데트! 오랜만에 나랑 시합하자.”
“좋아 언니! 대신 저번처럼 몰래 마법 쓰면 안 돼!”
첨벙거리는 물소리와 쌍둥이의 쾌활한 목소리가 욕실 벽면을 때리며 마구 울렸다.
한참이나 가만히 있던 시우는 슬쩍 눈을 떴다.
“아...”
그러자 보인다.
마치 요정들이 연못에서 장난을 치는 것처럼 오딜과 오데트는 욕조 안에서 유연하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
물보라를 일으키고 물장구를 치는 둘의 모습은 이상하게 시우의 아랫배를 간질간질하게 만들었다.
어제 아멜리아의 가슴을 주물렀던 때처럼 말이다.
그렇게 싱숭생숭한 기분으로 시간이 지나자 시우는 조금 따분함을 느꼈다.
자꾸만 쌍둥이에게 향하려는 눈을 억지로 돌려 아름다운 욕장을 구경하는 것도 잠시.
“이번엔 물 안에서 누가 더 숨 오래 참는지 내기하자.”
“그래!”
“이번에는 염동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멈추기 하자.”
“그래그래!”
저 멀리서 재밌게 놀고 있는 쌍둥이를 보니 뭔가 소외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내기하며 욕장을 풀 만끽하고 있는 쌍둥이에 비해 쓸쓸하게 앉아 탄산수나 빨고 있으니 당연히 심심할 수밖에 없다.
잠시 후 한동안 첨벙거리며 재미나게 놀던 쌍둥이가 물 밖으로 나오자 시우는 다시 황급하게 시선을 깔았다.
“으으, 짜증나.”
“언니도 물에서는 나한테 안되는구나?”
“하여간, 너는 이상한 것만 잘한다니까?”
2대 5라는 스코어로 오데트에게 패배한 오딜은 툴툴거리며 시우가 앉아있는 의자로 걸어왔다.
아주 슬쩍 보았는데 평소 풍성하게 컬을 살려두었던 머리카락이 물기에 착 달라붙어 굉장히 야릇하게 보였다.
“조수님, 조수님도 놀고 싶지?”
“.....아니요, 전 여기가 편해요.”
“그러지 말고 함께 놀아요!”
“놀기 싫으면 저기 욕탕이라도 들어가면 되잖아.”
“.........”
자기들끼리 재미나게 놀던 쌍둥이도 시우가 퍽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애초에 오늘은 시우와 놀기 위해서 온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쌍둥이가 보기에는 시우가 같이 놀고 싶어한다는 것이 티가 났다.
지금의 조수님은 멋진 조수님이 아니라 어리숙하고 귀여운 조수님인 것이다.
새삼 연장자의 리드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자, 여기로 와봐. 우리가 씻겨줄게.”
“어어...?”
쌍둥이의 손에 이끌린 시우는 아까 쌍둥이가 몸을 씻던 곳까지 다시 끌려갔다.
“손님! 여기 앉으시구요!”
오데트는 시우를 나무로 된 목욕 의자에 털썩 앉혔고 오딜은 그의 등에 따뜻한 물을 부었다.
원래도 워낙 따뜻한 수증기로 가득해 포근한 느낌이긴 했는데 온천수까지 끼얹어지자 몸이 흐물흐물 녹는 것 같았다.
“좋죠?”
“네...”
온천수에 뭘 넣었는지 그나마 조금 있던 작은 경계심까지 설탕처럼 녹아내린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야 하는 것은 좀 신경 쓰여도 나머지는 아주 좋았다.
“머리도 감겨줄게. 이대로 들어갈 순 없으니까, 기다려 봐.”
“언니, 언니 빗 어디에 뒀더라?”
“저쪽에 가면 있을 거야.”
“응! 가져올게!”
어디론가 쪼르륵 달려가는 오데트.
오딜은 홀로 남아 기름으로 넘긴 시우의 머리에 살살 물을 부었다.
“어때 조수님, 따뜻해?”
“네, 따뜻해요.”
“우히히...”
오딜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시우의 머리카락을 사락사락 쓸어 골고루 적셔주었다.
시우의 머리에 향유를 붓고 머리카락에 잘 스며들도록 오데트가 들고온 촘촘한 빗으로 그의 머리를 빗었다.
“이건 계수나무꽃으로 만든 향유랑 청포랑... 뭐 이것저것 섞은 건데. 우리가 항상 쓰는 거거든.”
“이제 조수님이랑 머리에서 같은 냄새 나겠네요.”
“눈에 들어가면 따끔따끔하니까 꼭 감고 있어야 해?”
“이, 이미 꼭 감고 있어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힌 시우를 보자 시녀들이 쌍둥이를 씻겨줄 때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마치 인형을 가꾸는 것 같아서 너무너무 좋았다.
“아....”
빗과 함께 두피를 마사지해주는 오딜의 시원한 손길에 시우는 입을 헤벌레 벌리고 자꾸 뒤로 넘어가려는 몸을 간신히 의자에 고정했다.
뭔가 잔뜩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라 입꼬리가 느슨해졌다.
잠이 오는 것 같기도하고 근질근질한 기분이 들기도했다.
“편안하지?”
“저희가 몸도 씻겨 드릴게요.”
“네...”
경계심이 한껏 누그러든 시우는 쌍둥이에 제안을 별 생각없이 수락했다.
오딜이 시우의 머리를 만지는 동안 오데트는 해면으로 만든 스펀지로 비누 거품을 잔뜩 냈다.
시우의 팔다리부터 쓱싹쓱싹 닦기 시작하는 오데트.
쌍둥이의 황제 코스에 무릉도원에 발을 들인 시우의 몸은 어느덧 뻣뻣한 긴장감이 사라진 상태이었다.
뒤로 젖혀진 머리에 물을 부어 향유를 깔끔하게 털어낸 오딜이 말했다.
“머리는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이제 등 해줄게!”
처음엔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던 쌍둥이의 호의도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 갔다.
바지보다는 못하지만 어차피 허리에 수건도 제대로 두르고 있고 눈까지 꼭 감고 있으니 별일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시우의 예상은 등에서 느껴지는 말캉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완전히 박살이 났다.
-쓰으으윽
“읏....!”
물컹하게 등에 맞닿은 살결이 등 허리에서 목까지 매끈하게 타고 기어오른다.
게다가 비누 거품이 준 밀착감 탓인지 부드럽고 말캉거리는 촉감 가운데.
튀어나온 두 개의 돌기가 짓눌리듯 비벼지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얌전히 있어야 해? 자아...”
-쓰으으윽
이게 뭐냐고 물어볼 틈도 없이 똑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충격적인 사건에 경악한 시우의 사고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파악해낸다.
“등은 손이 안 닿으니까 꼼꼼하게 씻어야지?”
웃음기를 머금은 오딜의 목소리.
그녀는 지금 제 가슴을 스펀지 삼아서 시우의 등을 문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속옷에도, 옷에도 가려지지 않은 맨가슴을 사용해서 말이다.
“저, 저, 저기... 오딜 님...?”
“왜? 무슨 일 있어?”
시우가 묻자 시치미를 뚝 떼는 오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다시 시우의 등에 자신의 가슴을 비비며 물었다.
“아....”
잔망스러운 그녀의 반응에 시우는 차마 ‘혹시 가슴으로 제 등을 씻고 계신가요?’라고 물어볼 수 없었다.
만에 하나, 그럴 일이 희박하지만, 정말 만에 하나 그런 게 아니라면 놀림감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곳은 마녀의 도시니까 전혀 예상 못 한 감촉의 스펀지가 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
그렇게 억지로 되뇌며 뜨거워지려는 머리를 식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싫지 않다.
도리어 수건 아래에 있는 성기에 이상한 자극이 오고 뱃속이 간질간질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언니! 나도 할래 그거.”
“또 새치기하려고? 너도 할 수 있는 걸 찾아봐.”
시우와 밀착해 몸을 씻기는 오딜을 보며 스펀지를 손에 든 오데트가 심통을 부렸다.
“으우....언니이이이... 한 번만.. 응?”
오데트가 이렇게 굽히며 들어오는 일은 거의 없는데.
어지간히 재밌어 보였던 모양이다.
오딜도 계속 고집을 부리지는 않았다.
“알겠어, 자리 교대하자.”
시우와 바짝 붙어있던 오딜이 멀어지며 선수 교대가 일어났다.
이제는 오딜이 스펀지를 받아들고 시우의 발치에 앉아 발가락 사이사이를 비누 거품으로 씻겼고, 오데트가 시우에게 찰싹 달라붙어 가슴으로 그의 등을 문질렀다.
“웃...웃...”
“조수님, 좋아요?”
언니와는 다르게 그의 등에 비벼지는 것이 가슴이라는 걸 숨길 생각이 없는지.
오데트는 열심히 시우의 등에 상체를 비비며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를 속삭인다.
유독 존재감을 드러내는 두 개의 돌기가 매끈매끈한 마찰로 뾰족하고 단단해질수록 귓가와 등을 오가는 오데트의 숨이 온천수보다도 열기를 띠었다.
“하아...으, 하으... 저도, 저도 좋아요...”
시우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눈치챘다.
간지럼을 탄 발가락이 꼼지락거리는 것을 구경하던 오딜도 오데트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조수님 등 조그매서 귀여워요... 하아...”
“얘 오데트!”
“왜? 조수님도 이렇게 좋아하시는걸? 그쵸?”
시우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는 저렇게 못할 줄 알아서 가만히 있던 건 줄 아나?
여동생의 급발진에 뭔가 분함을 느낀 오딜.
그녀의 눈에 바지 대용 수건이 볼록하게 솟아 있는 것이 들어왔다.
씨익 웃음을 지은 오딜의 손이 수건 아래로 기어들어 가 시우의 허벅지 안쪽을 파고들었다.
“조수님, 내가 여기도 깨끗하게 씻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