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1.
“자, 여기 누우면 돼요.”
아멜리아는 아까까지 그녀가 뒹굴거리느라 어지럽혀진 침대를 정돈하고 시우에게 권했다.
시우는 설마 이럴 줄 몰랐다는 표정으로 아멜리아를 바라보았다.
“아멜리아님... 가, 같이 라는 게...”
그저 같은 방에서 자는 것인 줄로만 알고 있었던 시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설마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자는 제안일 줄이야.
황송하고 부담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눈초리다.
“걱정할 것 없어요. 어서 누워요.”
아멜리아는 시우의 등을 살살 떠밀어 침대 위에 앉혔다.
그의 슬리퍼를 벗겨주고 두 다리까지 침대에 확실히 밀어 넣는다.
“이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그냥 옆에 소파에서 자면 충분해요.”
“그럼, 제가 소파에서 잘게요.”
“그건 안 돼요...”
시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앉은 채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상체를 숙여 시우의 가슴 위까지 이불을 덮어주었다.
“제가 불편하다면 잠들 때까지 옆에만 있을게요.”
“불편한 건 아니에요. 그저 너무 죄송스러워서...”
“괜찮아요.”
아멜리아는 살짝 손을 뻗어 그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
이제는 그녀의 손보다도 작아진 시우의 손을 말이다.
갑작스럽게 얽히는 손가락의 감촉에 흠칫한 시우가 아멜리아를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바라본다.
“편하게 있어요. 시우는 환자고 어린아이이잖아요. 원래 어린아이들은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법이랍니다.”
시우도 아멜리아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사양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한동안 그녀와 꽉 맞잡혀 있는 손을 바라보더니 편안하게 베개 위에 머리를 뉘었다.
“감사해요.”
쑥스러운 듯 작게 소곤거리는 그의 모습에 아멜리아는 무심코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런 한가한 생각 따위를 할 때가 아니라는 건 안다.
지금 이 순간이 찰나의 평온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음에도, 도저히 멈출 수 없는 감상이 들었다.
너무 귀엽다.
그의 어린 시절 모습은 아이를 싫어하는 아멜리아의 마음마저 사르르 녹일 만큼 똘망했다.
한동안 아멜리아를 지켜보던 시우는 몸을 옆으로 꿈지럭 꿈지럭 옮기더니 이불을 걷는다.
그리고 옆자리를 톡톡 두들겼다.
“아멜리아 님도 여기에 누워주세요.”
“시우가 절 어색해하는 건 알아요. 굳이 배려해 줄 필요 없어요.”
시우는 깨어나자마자 아멜리아를 두려워하고 거리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아멜리아는 그의 제안이 본심이 아닐 것이라 짐작했다.
“아니에요, 이 침대 굉장히 넓은데요? 두 사람이 누워도 한참 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시우는 침대 얘기만 꺼낼 뿐 아까까지 보였던 거리감 따위는 조금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아멜리아 님이 저 때문에 침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주무셔야 한다면 마음이 불편해서 편히 잘 수 없을 거예요.”
다름이 아니라 아멜리아를 배려하는 저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영특하기도 하고 어쩐지 기특하기도 하여 침대 위로 올라가려던 아멜리아.
“그럼, 오늘은 옆에서 잘게요.”
“네.”
침대에 몸을 쏙 넣고 둘이서 한 이불을 덮자, 시우도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이 아주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감상하듯 그 미소를 보던 아멜리아는 뒤늦게 무엇인가를 깨닫고 머리가 멍해졌다.
과거 아멜리아는 순간의 치기로 시우를 편안한 숙소에서 내쫓았다.
물론 축사라는 가혹한 환경으로 보내버릴 생각은 없었다 한들, 어쨌거나 그가 짚더미 위에서 생활한 것은 순전히 아멜리아의 책임이다.
반면 시우는 아멜리아를 배려해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순진무구한 그의 호의가 자신의 부끄러운 만행과 비교되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10살짜리 어린아이만도 못한 짓을 했었다는 자책과 거기에서 기인한 미안함 탓이다.
“엇...!”
누운 자세로 시우를 꽉 껴안았다.
아멜리아에 비해 훨씬 작은 시우는 그녀의 품에 쏙 들어갔다.
사향과 바닐라, 쟈스민 외에도 수십 가지 꽃향기가 모여 만든 플로럴한 향과 함께.
나이트가운을 입고 있던 부드러운 아멜리아의 가슴이 시우의 얼굴에 부벼진다.
영문을 모를 아멜리아의 행동에 시우는 통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어서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망설이고 있었다.
“저...저...저기... 아멜리아 님?”
아무리 꼬마 시우더라도 알 것은 대충 알고 있었다.
여자의 가슴이 함부로 만져서도 안 되고 닿아서도 안 되는 곳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부드럽고 얇은 천 뒤로 뺨과 맞닿은 몰캉거리는 가슴.
그리고 가슴 가운데에 툭 튀어나와 시우의 뺨을 유달리 콕콕 찌르는 이건...
그 정체에 대해 알아차린 순간 시우는 생전 느껴본 적 없는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이대로 아멜리아의 가슴을 더듬고 싶다는, 도대체 왜 생겨났는지 모를 충동이었다.
뭔가 아랫배가 간지럽고 불편하다.
시우는 필사적으로 그것을 억누른다.
대신 간신히 몸을 비틀어 아멜리아의 팔 안에서 빠져나왔다.
“미안해요, 싫었나요?”
아멜리아는 자신의 갑작스러운 행동이 그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자각했다.
“아, 아니요. 싫은 건 아닌데, 좋은데... 조금 부끄러웠어요.”
시우의 눈에는 옆으로 누워있는 탓에 유독 도드라진 그녀의 하얀 가슴골이 보였다.
이런 건 나쁜 생각이라는 걸 아는데도 손을 뻗어 주무르고 싶었다.
“부끄러워할 것 없어요. 저도 시우 나이 때는 스승님 품에 안겨서 자곤 한 걸요.”
“아멜리아 님이요?”
시우는 깜짝 놀랐다는 듯 묻는다.
그의 입장에서 누구보다 어른스럽고 어딘가 무서운 아멜리아가 과거엔 그런 아이 같은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 스승님께 안겨서 누워 있으면 잠이 들 때까지 노래를 불러주셨어요.”
잠자리에 예민하고 까다롭던 아멜리아도 스승님의 품에 안겨 그녀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면서 자장가를 들으면 10분 안에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고 전해 들은 바 있다.
가슴을 주물럭거렸다는 말까지는 해 줄 생각이 없으나 아련하고 따스했던 날의 기억을 떠올리던 아멜리아의 입가가 느슨해진다.
“.........”
타인을 밀어내는 완고함이 사라지고, 느슨하게 긴장이 풀어진 아멜리아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미소를 지을 것 같았다.
추억을 더듬던 아멜리아가 현실로 돌아오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시우는 그 아리따운 모습에 잠깐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조금은 응석 부려도 괜찮아요.”
그녀는 살짝 품을 열어 시우가 안기기 좋게끔 만들었다.
머뭇거리던 시우가 꿈지럭거리며 다시 아멜리아의 품에 안겼다.
그때.
그의 손은 거의 본능에 가깝게 아멜리아의 가슴 위로 올라갔다.
사고를 거쳤다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움직인 것이기에 시우 자신조차도 놀랐다.
“......읏!”
화들짝 놀란 아멜리아의 몸이 떨린다.
다른 사람의 몸에 가슴이 맞닿는 것과 손이 직접적으로 닿는 것은 엄연히 기분이 달랐다.
그와 동시에 반쯤 홀려있던 시우는 제 손이 어디에 얹혀 있는지를 깨닫고 사색이 되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하지만 놀람도 잠시 아멜리아의 태도는 금세 누그러졌다.
잠자리에서 가슴이 주는 포근함은 아멜리아 자신도 알고 있지 않은가?
저 나이대의 아이가 모성을 구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다.
“만져보고 싶었던거죠?”
“아뇨, 그게 아니라! 저도 모르게 손이 그냥...”
게다가 그냥 시우도 아니라 그냥 꼬마 시우다.
혼자서 자는 것도 무서워하는 어린애를 의식해서 어쩌겠다는 건가?
여기서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거야 말로 천박한 일이다.
아멜리아는 시우의 손목을 끌어 자신의 가슴 위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이끌었다.
“하고 싶으면 하세요.”
시우의 작은 손 위로 말캉말캉한 아멜리아의 가슴이 잡혔다.
뺨으로 비빌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포근하고 말랑거리는 감각.
온종일이라도 주무를 자신이 있는 매혹적인 감각에 시우는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하는 것도 잊고 멍하니 가슴을 움켜쥐었다.
“와아....”
부드럽다.
얇은 나이트가운 뒤로 그녀의 심장 박동과 출렁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마음이 좀 진정되나요?”
“네....”
아멜리아는 한 손으로 시우의 머리를 사락 쓸어 넘겼다.
신문물을 발견한 것처럼 눈빛을 빛내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기 때문이다.
-쪼물 쪼물
만지면 만지는대로 들어가다가, 살짝만 힘을 빼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탄력적인 가슴.
묘하게 시선을 끌어당기던 가슴골 모양이 제멋대로 변하는 것이 무척이나 유혹적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아멜리아는 갑자기 움찔 몸이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
비유하자면...
그래, 오딜이 시우의 물건을 입으로 빨아주는 것을 엿보았을 때와 비슷하다.
몸이 휙 떨어져내리고 출렁이는 그물에 걸려 다시 튕겨오르는 듯한 야릇한 감각.
가슴이 화끈하고 뜨거워진다.
갑자기 비스듬히 놓여있던 다리 사이가 오므라드는 것을 느꼈다.
그의 손바닥과 맞닿는 가슴의 꼭지 쪽이 갑자기 의식된다.
“읏...!”
어찌나 집중했는지 시우는 아멜리아가 몸을 움츠리는 것을 보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처음엔 가볍게 주무르는 것으로 시작했던 그의 손은 지금은 마치 꽉 붙잡는 것처럼 아멜리아의 가슴을 모았다 풀었다하고 있었다.
스승님의 가슴을 주무르던 자신의 손길이 이렇게 노골적이던가? 같은 의문을 떠올릴 새도 없었다.
생경하고 생소하고 이상한 기분에 혼란스러워할 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코 싫지 않았다는 것이다.
숨은 가빠오고 마음은 자꾸만 조급해지는데 이율배반적으로 평온함과 안락함이 공존한다.
그에게 그만하라고 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히약...!”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작은 비명을 지르는 아멜리아.
여지껏 아멜리아의 가슴 전반을 주무르던 시우가 볼록하게 천 위로 융기한 꼭지 부분을 손끝으로 살짝 비튼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기도 했고 가슴부터 배 안까지 찌릿하고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라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어찌나 소리가 컸는지 무아지경으로 아멜리아의 가슴을 주무르던 시우조차 깜짝 놀랐을 정도다.
“죄, 죄송합니다...”
시우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아멜리아에게 사과했다.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던 도중 쫄깃쫄깃한 돌기를 느끼고 어떤 느낌일지 비틀어 보았는데 저렇게 아파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괘, 괜찮아요...”
아멜리아는 흐트러진 옷깃을 여미며 시우를 토닥였다.
설마하니 이런 느낌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는데.
서로가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시우, 가슴은 괜찮지만... 거긴 만지면 안 돼요. 알겠죠?”
“네...네, 죄송해요...”
“알고 한 것도 아닌데요.”
아멜리아도 몰랐던 것을 시우가 알았을 리가.
관대히 넘어가며 큼큼 헛기침한 아멜리아는 잔뜩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시우가 다시 만지기 쉽게끔 가슴을 내어주었다.
그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아멜리아의 가슴을 주무르던 그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
그 뒤로 시우는 젖꼭지 부분은 손도 가져다 대지 않고 아멜리아의 가슴을 밑에서 위로 받쳐 들듯 주물렀다.
그렇게 15분 정도가 지나자 아주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잠이 들었다.
“.....코오.”
“.........”
시우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한 아멜리아.
한동안 계속 만져지며 마찰열이라도 생겨난걸까?
왠지 모르게 가슴이 화끈거린다.
시우가 깨어있을 때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숨도 조금 가빴다.
이상한 기분.
특히 그가 가슴의 첨단을 옷 위로 꼬집었을 때는 육성으로 이상한 소리가 비집고 나올 만큼이나 당황했었다.
아멜리아는 괜스레 손을 들어 주춤주춤 자신의 꼭지를 쪼물쪼물 만져보았다.
“.........”
그가 만졌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냥 간질간질할 뿐 아무런 기분도 안 든다.
머쓱해져 손을 내려놓은 아멜리아는 이내 시우와 머리를 맞대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