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104화 (104/917)

#104

1.

에아의 컨디션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당장 환생의 고치의 대가로 위계가 내려간 것뿐만이 아니다.

낙인에 충만하게 충전되어야 했을 마력은 3할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고 뒤바뀐 마력의 회로를 다루는 것도 전처럼 자유롭지 않았다.

그런 패널티를 고려해도 이 패배는 충격적이었다.

상대는 노예이다.

게다가 낙인도 뭣도 없는 남성.

반면 15 위계의 마녀는 어느 국가의 군사기지에 투하해도 일신으로 초토화할 수 있는 전력인 것이다.

그러나 시우의 주먹은 너무나도 손쉽게 에아의 자율방어를 간파해 부숴냈으며 그녀의 모든 공격을 흘려보냈다.

“꺽...커헉...큭....”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통증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배를 붙잡고 꺽꺽거렸다.

한참 동안 땅을 구른 에아의 알몸에는 말라붙은 이끼와 흙이 드문드문 묻었다.

-철컥

고개를 숙이고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의 눈앞에 날렵한 부츠가 보인다.

에아는 주춤주춤 위를 올려보았다.

갑옷을 입고 무표정하게 그녀를 내려보는 시우가 그곳에 있었다.

일말의 인간미도 찾아볼 수 없는 그의 눈동자는 과연 이 사람이 일전과 같은 사람인지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어떻게 불과 몇 개월 만에 이렇게 달라져서 온 것인지.

에아로서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꼬리를 만 개처럼 굴 생각은 없었다.

최후의 마력을 쥐어짜내 일격을 가한다.

“죽어...!”

-휘이익!

흐느적거리던 리본이 시우의 목을 휘감기 위해 날아간다.

마력을 관장하는 자궁 위를 얻어 맞은 데다가 이미 마력을 많이 소진한 상태였기에 아까처럼 흉흉한 기세는 없었다.

그러나 휘감아 조이는 것만으로도 대형 중장비에 버금가는 위력을 내는 리본이다.

평범한 인간이었더라면 툭 얻어맞는 것만으로도 눈코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질 위력.

그에 대한 시우의 대처는 아주 간단했다.

팔로 리본을 휘감았다.

그 즉시 힘을 잃은 리본을 번거롭다는 듯이 뜯어내었다.

“어?”

처녀의 베틀에서 심혈을 기울여 짜낸 최후의 일격이 조잡한 공예용 장식이 뜯어지는 것처럼 투두둑 끊어진다.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에아는 입을 벌린다.

“어? 어? 어?”

시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변을 너훌거리던 리본에까지 손을 뻗더니 하나씩 하나씩 뽑아내기 시작한다.

-쫘악! 쫘악! 쫘악!

그의 건틀렛에 맞닿은 리본으로 그림자가 타고 흐른다.

일전에 그림자의 창과 접촉했을 때의 모습과 비슷했다.

좀 먹히듯이 그림자에 침식당한 리본은 손쉽게 바스러졌다.

달라붙은 거미줄을 쳐내는 양 아무런 저항 없이 뜯어지는 리본은 나풀나풀 소리를 내며 주변에 휘날렸다.

처녀의 베틀에서 짜인 리본은 에아의 척수전각에서 뻗은 운동신경 다발과 직접 연결되어있다.

더 세심하고 상세한 제어를 위해서이다.

전투에 직접 활용되는 파츠인만큼 통증에 관한 부분은 남겨두지 않았다.

그러나 고통이 없더라도 몸 일부가 벌레 다리 떨어지듯 뚝뚝 떨어져 나가는 것은 공포 그 자체였다.

“뭐.....”

겨우 몇 초 만에 최후의 저항은 속절없이 무위로 돌아갔다.

술식의 근본부터 파훼당한 에아에게 남은 마력은 기껏해야 장식불 몇 개를 동동 띄울 정도의 수준.

에아는 파랗게 질린 입술을 덜덜 떨며 묻는다.

“넌... 도대체 뭐야?”

티페레트 공작 그리고 메리골드 남작에게 패배했을 때 느꼈던 것은 벽이었다.

두껍고, 커다랗고, 높다래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벽.

그러나 이 남자는 다르다.

위계가 내려간 나머지 마법적인 판단력이 떨어졌음을 감안해도 어느 정도의 격차가 있는 것인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바다의 수심을 측정하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마녀와는 명백히 다른 미지의 격차가 느껴진다.

“.........”

시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냉엄한 표정으로 에아를 내려보았다.

에아의 숨이 가빠진다.

그에게 했던 짓을 떠올리면 이 자리에서 무슨 짓을 당할지는 자명하다.

에아는 잠깐 고민했다.

자존심과 목숨의 무게를 저울질한 뒤 재빨리 행동으로 옮겼다.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이 아닌 쌍둥이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했다.

그 말은 곧 물렁물렁한 복숭아 같은 남자라는 의미다.

마법적인 성취는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성향이라는 건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무저항 상태로 자비를 구걸하는 마녀를 무차별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큭....!”

에아는 이를 꽉 다물며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옷 한 벌 걸치지 못한 상태에서 그토록 하찮게 여기던 남자에게 목숨을 구걸해야 한다니.

새하얀 무릎이 이끼 위를 짓누르고 에아는 마침내 시우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 미안해.... 내가, 내가 졌어...”

바들바들 떨리는 에아의 목소리는 연기가 아니었다.

모멸감, 굴욕감, 수치심.

그 모든 것이 섞여 날카롭게 벼려진 뒤 실시간으로 그녀의 프라이드를 난도질하고 있다.

“네가 훨씬 더 강해.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하겠어. 어떻게 그 짧은 기간 만에 이 정도의 성취를 이뤄냈는지 가르침을 청하고 싶을 정도야... 아니, 이미 존경하고 있어...!”

에아는 꿇어앉아 탱탱하게 부푼 매끈한 허벅지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윗부분에 점 하나가 찍혀 더욱 색정적으로 보이는 젖가슴이 팔 사이에 끼도록 자연스럽게 말이다.

파이즈리를 하는 것처럼 착 달라붙은 가슴과 그 끝에 작은 유두까지.

남자를 유혹하기에는 충분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

그러나 시우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다지 흔들리는 기색도 없다.

다급해진 에아가 덧붙였다.

“사실... 많이 반성하고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시키는 거라면 뭐든지 할 게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이 정도로는 안 봐준단 말이지?

에아의 어깨가 바들바들 떨리는 것은 비단 보복에 대한 공포 탓이 아니었다.

뼈가 시릴 정도로 차디찬 굴욕 때문이었다.

에아는 뻣뻣하게 굳은 목과 허리를 억지로 눌러 담으며 땅에 이마를 문질렀다.

비스듬하게 내려놓은 두 손이 가지런히 머리 옆에 놓인다.

굴복을 나타내는 포즈의 대명사를 에아는 몸소 시연했다.

안 그래도 여성미 넘치는 그녀의 몸이 바닥에 바짝 엎드리자 잘라놓은 사과 모양의 엉덩이가 유독 도드라진다.

“.........”

그러나 여전히 시우에게서 들려오는 답은 없었다.

에아는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깨닫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하나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의아함을 느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을 땐 어느샌가 바짝 다가온 시우의 얼굴이 코가 부딪힐 정도로 가깝게 다가와 있었다.

“윽...!”

숨을 집어삼킨 에아의 머리카락을 집어 든 시우가 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짝짓기에 앞서 암컷의 페르몬을 확인하는 짐승 같다고 에아는 무심코 생각했다.

“킁킁.”

그녀의 귀밑의 냄새까지 확인이 끝난 시우의 몸에서 갑주가 사라진다.

그림자는 완전히 소멸하기 전에 시우의 수족처럼 자연스럽게 옷을 벗겼다.

도대체 어떤 캐릭터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일전에 공격에 뇌장애라도 얻은 걸까?

아무것도 모르는 에아로서는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아....”

에아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곱상한 얼굴만 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커다란 물건이었다.

그는 빳빳하게 발기한 물건을 에아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한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쥐여 잡고 에아의 얼굴을 자지 쪽으로 끌어당긴다.

“아, 알겠어요... 입으로 할게요... 입으로 하면 살려 주실거죠... 웁...우웁....?”

에아가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시우는 단숨에 자지를 입에 처넣었다.

“욱...컥...꺽.....”

잔인한 악명과는 다르게 에아는 남성경험이 없다.

극단적 정통파 마녀인 에아가 미개한 남성과 체액을 섞을 리 없다.

그녀가 마음에 드는 남자를 납치해 하는 행동이란 불알을 으깨거나 애무를 시키는 정도였다.

그런 에아의 자칭 고귀한 입을 무자비하게 더럽히는 뻣뻣한 고기 뭉둥이.

“욱...우걱...쿡....”

게다가 시우의 손속에는 조금의 자비도 없었다.

왼쪽 눈을 후벼 파고 뇌를 꿰뚫었던 대가를 받아가겠다는 듯이 허리 움직임에 감정이 실려있다.

입안에 넣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자지는 사정없이 밀려들어 가며 에아의 목구멍까지 범하고 있었다.

상상 이상으로 가혹한 행위에 에아는 버둥거렸다.

이대로 자지를 깨물어 버릴까?

안된다.

지금은 결계분리기가 완벽하게 기동하지 않았다.

자지를 잘리고 분노한 시우가 마법 한 번만 휘두르면 남은 마력이 한 줌도 남지 않은 에아는 코끼리에 짓밟히는 개미처럼 죽어야 한다.

따라서 에아는 필사적으로 그의 허벅지를 떠밀면서도 절대로 자지에 이가 닿지 않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컥....꺼걱.....쿠욱.. 콜록! 콜록...!”

그러나 워낙에 인정사정없이 쑤시는 통에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구토감이 몰려와 괴로운 것은 둘째치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간신히 시우의 자지를 입에서 뺀 에아의 입에서 끈끈하게 변한 타액이 뚝뚝 떨어지며 실을 자아냈다.

“자... 잠시만... 잠시만요...”

에아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자꾸만 표독스럽게 변하려는 눈매를 진정시켰다.

눈가에 잔 경련이 일 것만 같다.

이렇게 불쌍한 모습을 보이는데도 그는 전혀 아무런 감흥이 없어 보였다.

침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자지를 덜렁이며 에아에게 걸어오더니 에아의 상체를 밀쳐 이끼 위로 눕힌다.

“윽!”

이끼 위에 너부러진 에아의 몸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미시 드레스가 무척 잘 어울릴 것 같은 잘록한 물병 같은 몸이다.

골반 자체는 그렇게 커다란 편이 아니지만 허벅지와 다리가 워낙 가늘고 허리가 쏙 들어가 있는 덕에 여자다운 라인이 확실히 잡힌 그런 몸 말이다.

시우가 발목을 잡고 활짝 벌리자 에아의 보지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성숙한 귀부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용모와는 다르게 거뭇한 거웃은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처럼 드문드문 나 있다.

소음순이 발달해 대음순 밖으로 툭 튀어나온 형태의 보지는 다리가 벌려지자 안에 벌건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내게 되었다.

에아는 자신의 의지로 다리를 활짝 벌렸다.

그리고 엉덩이 밑으로 손을 넣어 꽃잎까지 붙잡아 보짓살을 활짝 벌린다.

오직 여성만이 남성에게 취할 수 있는 복종의 자세였다.

“항복... 이렇게 항복 할게요.”

패배한 암캐처럼 배를 까뒤집고 남자에게 아양을 떠는 체위.

에아가 결단코 허락하지 않았던 체위지만 지금은 자존심이나 챙길 때가 아니었다.

마지막에 웃는 자는 끝까지 목숨을 보전한 자이다.

이 수모는 나중에 몇 배고 되갚아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안 죽일 거죠? 보내 주실 거죠?”

“..........”

“꺄윽....!

시우는 별다른 고민 없이 에아의 보지에 자지를 깊게 밀어 넣었다.

당연하지만 애무도 무엇도 없는 거친 삽입이었다.

애액도 젤도 없는 상태에서 오직 자지에 묻은 침으로만 이루어지는 성교.

에아는 비명을 삼키며 꿋꿋하게 그가 삽입하기 쉽도록 보지를 계속 벌렸다.

“극...! 끅...! 끄윽...!”

에아의 허리를 잡은 시우가 연신 허리를 내지르기 시작한다.

처음에 끝까지 박히지 않았던 자지가 차차 움직임을 계속함에 따라 점차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망치에 얻어맞은 모루처럼 에아를 찔러대는 자지에 단아했던 에아의 얼굴도 엉망이 되어갔다.

개 같은 새끼.

이를 악물고 시우를 노려보려던 에아는 감정 하나 섞이지 않은 그의 투명한 눈동자를 보고 황급하게 시선을 피했다.

어쩐지 지금의 그라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에아를 죽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자비를 구걸하고 강간당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굴욕을 삼키는 것이다.

따라서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진심으로 그를 두려워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에아에겐 크나큰 수치로 다가왔다.

“응... 응큿..! 쿡...!”

뻑뻑했던 질벽에 윤활제가 추가되고.

앞부분을 깨작이던 귀두가 슬슬 자궁구를 두들길 무렵.

일부로 시우의 시선을 피해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던 에아의 목소리에도 달콤함이 섞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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