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1.
시우가 정신을 차린 지 이틀이 지났다.
갑작스러운 이변이 있던 만큼 치료에 앞서 차분하게 경과를 관찰할 필요성이 있었다.
따라서 예빈은 그와 같은 방에서 머물며 그가 하는 행동을 관찰했다.
기본적으로 시우는 침대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러다가도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공중을 바라보곤 손을 휘적이곤 한다.
마치 칠판에 무엇인가를 쓰는 듯한 동작이었는데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예빈도 알지 못했다.
아멜리아에게서는 자발적으로 언어를 구사해 대화를 시도했다는 말까지 전해 들었지만 예빈과 있는 동안 그는 단 한 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았다.
마치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자폐아 같다고 해야 하나?
외부와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다른 것에 보이는 때는 종종 예빈의 모습이 그의 눈을 스쳤을 경우였다.
평상시에는 제대로 식별되지 않는 듯이 풍경처럼 흘려보내더니 대략 3시간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예빈에게 먼저 다가온다.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기 위해 가만히 있었는데 코를 킁킁거리며 머리 냄새를 맡거나 가슴을 주무르려들었다.
그러나다 예빈이 거부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돌아간다.
뭔가 인공지능이 발달하지 않던 시절 NPC 같다고 생각했다.
확실한 건 시간이 갈수록 그의 행동이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이었다.
우선 기계처럼 중간중간이 뚝뚝 끊기던 것이 없어졌다.
어느 수준까지 회복된 것인지, 이제 어디부터 손을 보면 좋은 것인지는 오늘 바로 알아볼 예정이다.
아무튼.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치료는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예빈은 한숨을 푹 쉬고 열심히 적어 내려가던 차트를 내려놓았다.
“시우 씨.”
“........”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천장을 보며 서 있던 시우의 시선이 쓱 예빈에게 향한다.
이런 점도 변화 포인트 중 하나이다.
자신의 이름을 듣는다 - 그것이 자신의 이름임을 인지한다 - 이유를 알기 위해 돌아본다.
라는 메커니즘이 순조롭게 이어진다는 말이니까.
“이리 오세요.”
이게 시우와 마지막 섹스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싱숭생숭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첫 남자라 이거지.
예빈은 윗옷을 들쳐 시우에게 가슴을 보였다.
어차피 벗게 될 거라 속옷은 따로 입지 않았다.
잘 익은 과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출렁이는 가슴을 보자 시우는 뚜벅뚜벅 걸어온다.
이거 뭔가 상황이 수치스럽긴 한데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이거니 어쩔 수 없지.
예전처럼 시우가 가만히 누워있을 때는 올라타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그의 성욕을 유도해야 했다.
“읏....!”
성큼성큼 걸어들어온 시우는 망설임 없이 예빈의 가슴을 쥐었다.
살짝 배려가 부족한 손길이 거칠게 가슴을 휘젓자 예빈은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알겠는데.
이건 좀 많이 남사스럽다.
한동안 주물럭거리며 예빈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던 시우의 손이 이번엔 유두를 향했다.
천천히 빙글빙글 젖꼭지를 돌리자 말랑했던 예빈의 꼭지가 서서히 단단해진다.
애무를 작정했기보다는 감촉이 신기한 듯하다.
“흐으음....”
이 일이 끝나면 보상을 받겠지.
어젯밤 아멜리아는 예빈을 찾아와 보상에 대해 논의했다.
다행히 꽤 침착한 어조로 조곤조곤 대화가 오갔으니 질투와 분노에 찬 아멜리아가 해코지를 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듯했다.
예빈은 게헨나에 남기로 했다.
원래 싸움을 싫어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위험한 마녀들이 득실거릴지도 모르는 지구에 굳이 남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또 그린란드에 처박혀서 가랑이 사이나 만지작거리는 삶도 울적하고 말이다.
“아....음....”
멍하기 가슴을 가지고 놀던 시우가 예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엇, 뭐... 뭐가 필요하세요?”
그리고 그대로 꾸욱 짓누른다.
무게가 실린 예빈은 그대로 엉거주춤하게 쪼그려 앉았다.
시우는 어느새 바지와 속옷을 모두 벗고 있었다.
꼿꼿하게 서 있는 자지를 코앞에서 보자 지나간 추억들이 떠오른다.
참 신기하면서도 야릇했던 경험들이다.
마법 같은 쾌락을 주는 요술 뭉둥이에 예빈의 몸은 정직하게 그 기억에 반응했다.
아직 가슴을 조금 만져진 게 전부인데 몸이 뜨끈뜨끈 달아오르는 감각이었다.
이렇게 훌륭한 물건을 가진 데다가 얼굴도 괜찮고, 듣기로는 인성도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게 쉬운 일일까?
별 생각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뭐...뭐!”
아쉬움도 잠시.
쪼그려 앉은 예빈의 머리에 손을 얹은 시우가 그녀의 머리를 끌어당기며 자지를 앞으로 내밀었다.
황급하게 고개를 돌려 콕콕 자지에 뺨이 찔린 예빈이 화들짝 놀란다.
그가 무엇을 시도하기 위해 이런 눈높이를 만들었는지 짐작한 까닭이다.
펠라치오.
야동에서 안 나오면 섭섭하고, 이것만 전문으로 다룬 야동도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유사성행위.
시우는 제 자지를 예빈의 입에 물리려 하는 것이다.
그것도 살짝 강압적으로.
근데 이건 본능과는 거리가 먼 거 아닌가?
이미 해봐야 이런 동작이 나올 것 같은데...
“자, 잠깐만요, 시우 씨!”
시우는 계속 자지로 예빈의 얼굴 이곳저곳을 찔렀다.
사실 입으로 해주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다.
야동에서 많이 보면서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 예빈과 시우가 몸을 섞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치유를 위해서이다.
펠라치오가 섹스에 있어서 필수 요소일지는 모르겠으나 치료에 있어서는 한참이나 부가적인 행위이다.
그리고 예빈은 치료를 위해 이곳에 있다.
안그래도 치료와 섹스의 경계가 모호해져가는 지금 시우의 응석을 받아주다가는 예빈도 이도저도 모르게 될 것 같았다.
그런 예빈의 생각과는 별개로 시우는 자꾸만 입에 자지를 넣으려고 노력 중이다.
“저, 저기 시우씨... 고추로 사람 얼굴을 계속 찌르시면 안 돼요.”
따라서 예빈은 부드럽게 시우의 물건을 움켜쥐고 자연스럽게 젤을 발라주었다.
그 과정에서 기분이 좋았는지 잠잠해지는 시우.
자리에서 일어난 예빈은 치마를 벗고 침대에 짚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시우 씨, 입 말고 이쪽에 하세요.”
허리를 쑥 뒤로 뺀 채 그가 삽입하기 쉽게 돕는다.
시우는 금세 예빈에게 다가와 그녀의 골반을 잡았다.
뜨거운 물건이 보지에 닿고 쑤욱 삽입이 시작된다.
역시 첫 삽입은 뻑뻑하다.
그러나 순식간에 자지에 맞춰진 예빈은 몸이 저릿저릿 떨리는 것을 느꼈다.
“흣읏...!”
이번엔 즉시 마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제 시우가 신나게 예빈을 붙잡은 채 허리를 흔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까 절정의 여파로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전에 무의식의 궁전으로 들어가야 한다.
“읏...으응..아아앙...!”
예빈의 신음소리가 커지며 또 다른 그녀의 의식이 궁전의 문을 열었다.
2.
계단과 문이 가득한 공간.
이것은 예빈이 시우에게서 받은 정보를 식별하기 쉽게 감각 화한 것이다.
“어.....”
문을 열자마자 예빈이 마주한 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어두컴컴하고 넓은 공간에 계단이 있고 문이 있다.
여기까지는 똑같았다.
그러나 예빈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는 이유는 문이 아주 굳게 잠겨있었기 때문이다.
한두 개만 저렇게 걸려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문이 두껍고 검은 쇠사슬로 칭칭 감겨있다.
누구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일 주장하며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길 거부한다.
“이게 된다고?”
예빈은 손을 뻗어 쇠사슬을 잡았다.
엄밀히 말하면 이 쇠사슬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시우가 내보내는 정보와 파동의 분석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예빈에게 그렇게 비칠 뿐.
쇠사슬을 만져 정보를 읽어 내었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원래 문만 열면 들어갈 수 있던 정보가 난수화 되어 있다.
쓸모없는 마력의 파형이 임의로 더해져 무의미한 값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저 정보를 잘못 분석한 것이라면 이렇게 규칙적인 복잡성을 띠지 않는다.
즉, 이것이 여타 오류에 의해 예빈이 정보를 오인식한 것이 아닌 ‘시우가 의도한 것’이라는 것이다.
자율방어가 외부의 물리적 공격을 포함해 원하지 않는 정신침식에 대응하는 것처럼.
시우 역시 예빈이 멋대로 그의 무의식에 들어올 수 없도록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쿠구구궁!
그것을 인식한 즉시 넓디넓은 세계의 붕괴가 시작되었다.
계단이 무너지고 모든 문은 꽁꽁 걸어 잠긴 채로 저 밑의 암흑 속으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어둠 속으로 삼켜진 예빈은 곧장 현실로 되돌아왔다.
“하으.....!”
여지없이 단단히 붙잡힌 골반.
몸 안을 깊게 후비는 듯한 아찔한 쾌감이 현실로 돌아온 예빈의 몸속에 퍼진다.
시우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팡팡 자지를 박아넣고 있지...
않았다.
“.........”
시우는 예빈의 자궁 경부에 자지를 바짝 밀착시킨 채 한 마디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그녀의 반응을 살피듯이 말이다.
그 묘한 중압감에 예빈은 주춤주춤 시선을 어깨너머로 돌렸다.
시우의 왼쪽 눈에는 전에 봤던 것처럼 황금색 마력반사광이 흐르고 있었다.
차분한 오른쪽 눈은 아무런 감정의 빛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예빈은 마치 추궁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때? 이번엔 멋대로 들어오지 못하겠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설...설마...”
예빈은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일전 시우는 무의식의 궁전 속에서 예빈과 마주한 바 있다.
그리고 오늘 시우의 궁전은 예빈이 해석할 수 없게끔 복잡하게 암호화되어있었다.
그 정교함은 즉각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허공을 보며 알 수 없게 손을 휘적이거나, 멍하니 앉아있는 내내 그저 허송세월하던 것이 아니었다.
예빈의 불법 침입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고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예빈의 추측에 확신을 더해주듯, 시우가 입에서 승리의 열광조차 느껴지지 않는 고저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내가 이겼네?”
여전히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 마치 기계 같은 말투였다.
예빈은 등줄기에 쫙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시우는 예빈에게 싸움을 걸었다.
시우가 이겼고 예빈은 졌다.
상식선에서 생각해보자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설령 아멜리아가 온다고 한들 ‘판아케아’ 에 대해 주도권 싸움을 한다면 예빈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다.
양자물리학자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바이패스 수술의 위험성에 관해 토론을 한다면 누가 승리할지는 자명한 것처럼 말이다.
자성마법은 그만큼 술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고유의 성질’을 띠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자면 예빈의 마력을 시우가 빨아들이고 증폭하여 돌려주었던 때.
그는 이미 예빈의 자성마법이 갖는 성질에 대해 일부분 파악했다.
예빈의 것으로 ‘자기화’ 된 마력의 해석이라는 싸움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키를 지니고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일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제 남는 건 하나.
그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여부.
단순히 인간의 암산 능력으로 그것이 가능한가?
예빈은 즉답할 수 있었다.
불가능하다.
그러나 시우는 해냈다.
어떻게?
예빈은 가까스로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서번트 증후군.
선천적으로 자폐증을 앓고 있거나, 후천적으로 뇌 손상을 입은 환자 중 극히 일부의 부류에서 보이는 증후군이다.
아주 잠깐 보여준 사진을 완벽하게 똑같이 그려내거나.
마찬가지로 일순간 보여준 수백 개의 점 개수를 헤아리고 위치마저 기억하거나.
작곡에 있어 천재적인 센스를 보이거나.
시대를 초월한 미적 감각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거나.
모든 사물을 수학으로 인지해서 공감각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등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게 되는 증후군.
지금 시우의 지능은 단순히 퇴화한 것이 아니었다.
아인에서 보았던 것처럼 그는 기존 마법의 판도를 뒤엎을 정도로 자신만의 ‘법칙’을 찾아내고 재능을 개화한 것이다.
“으...으윽....!”
예빈이 황망하게 입을 벌린 사이.
시우는 예빈의 뒷머리채를 잡았다.
그녀를 침대 쪽으로 짓누르듯이 체중으로 압박하고 승자의 전리품을 챙겨가기 시작한다.
잠시 멈추었던 허리 움직임을 재개하고 예빈의 몸을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찔걱!
“하앙...아악....윽...”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정도의 충격에 심신미약 상태가 된 예빈은 그의 움직임에 저항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상황 속에서 예빈은 본능의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하윽...윽....!”
이것은 치유도 아니다.
하물며 치유를 시도하기 위한 구명 행위조차 아니다.
지금 예빈은 하나의 암컷이자 패배자가 되어 승자에게 먹히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은 여지없이 예빈의 음습한 쾌락을 자극했다.
“아....앗....!”
그날 예빈은 뒤치기 자세로 네 번의 정액을 받았다.
예쁘장한 꽃잎이 정액과 애액으로 퉁퉁 불고, 목이 쉬어 더는 아무런 소리를 낼 수 없을 때까지.
거듭 거듭 시우의 욕망을 채우는 주머니가 되었다.
모든 행위가 끝났을 무렵 예빈의 하얀 엉덩이는 시우의 손자국으로 가득했고.
오븐에서 구운 복숭아처럼 뜨끈한 열기를 선보이는 보지에서는 하얀 크림 같은 정액이 뚝뚝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