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녀의도시-97화 (97/917)

#97

1.

예빈의 의식은 깊게 깊게 시우의 무의식을 파고들었다.

인간의 뇌 용량은 1페타바이트.

뇌의 연산 기능이 이 모든 내용을 한순간에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직 크기만 따지고 보면 대략 47억 권의 책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라고 한다.

무의식이라고 한들 그런 막대한 정보의 파도를 타자(他者)가 모조리 인식하고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예빈은 달랐다.

그녀의 자성마법인 ‘무의식의 궁전’을 활용하면 오로지 전기, 화학적 신호에 불과한 방대한 데이터를 감각화 할 수 있다.

그녀가 거닐고 있는 곳은 어두컴컴한 공간.

헤아릴 수 없는 계단과, 마찬가지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문이 곳곳에 배치된 기이한 공간이었다.

이곳에선 3차원에서 통용되는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어떤 문은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그곳까지 이르는 계단도 완벽한 수직이다.

시시각각 구조가 변화하는 계단과 문의 격류 속에서 예빈은 침착하게 어느 곳을 향해 내달렸다.

모든 문을 열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걸 하려면 시우가 죽을 때까지 그의 물건 위에서 방아를 찧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예빈이 찾아야 하는 문은 ‘중요도’가 높은 문이다.

의식 복구에 활용할 수 있는 문의 중요도는 색깔과 형태에 의해 결정되며 예빈은 본능적으로 그 우선 순위를 느낄 수 있었다.

[하아아아앙, 하아아아앙...! 아아아아아아앙! 조오오오아아아아앙...! 좋오오오오오오오아아아앙....!]

“으으......”

예빈은 검은 색 문으로 향하는 계단 위를 내달리며 ‘무의식의 궁전’에 쩌렁쩌렁 울리는 자신의 교성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신음소리를 녹음한 뒤 공연용 스피커를 커다란 동굴에 가져다 놓고 0.1배 속으로 재생하면 저런 소리가 나겠지.

시우의 귓가에 저 소리가 들리고 있으니 그의 정신세계인 이곳에도 BGM처럼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쯤 앙앙거리며 그의 위에서 허리를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을 아멜리아도 보고듣고 있을 것이다.

무척 남사스럽긴 하지만 그 이상 신경을 쓸 여력은 없었다.

이미 정신의 과부하 때문에 머리가 화끈거린다.

후딱후딱 끝내자.

예빈은 검은색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까부터 이곳에서 강력한 의식의 파동이 느껴진다.

필시 중요한 단서들도 이 문 뒤의 공간에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

우주처럼 넓은 공간 속에 몸을 던진 예빈은 이상한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녀도 마녀이기 때문에 이 공간의 정체를 깨달은 것이다.

이곳은 시우의 아인이다.

그가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자성마법을 이룩할 정도로 마법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목격한 것이 오직 아인 뿐이었더라면 이 경악도 조금은 덜했을 것이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우웅!

거대한 진동음.

어두컴컴한 공간의 한가운데 떠올라있는 정체불명의 황금빛 물체.

마법 지식으로 쌓은 건축물은 순식간에 휙휙 모습을 변모해가고 있었다.

동그란 구형에서 순식간에 직사각형 형태로 바뀌고, 또 길게 늘어져 띠의 형태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검의 모습을 띠기도 한다.

마법은 하나의 법칙이자 공식이다.

마녀의 능력에 따라 응용과 변형이 가능하다지만 기본적인 골자는 유지되어야 한다.

그건 ‘지구는 둥글다’ 혹은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민트초코다’ 처럼 불변의 진리이자 상식이었다.

그러나 그의 아인은 그 상식을 깨부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구조물을 이루고 있는 마법식의 양과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지만 그 점을 고려해도 너무나도 유연하게 형태와 골자를 바꾸어가고 있었다.

예빈은 전율을 느꼈다.

분명 눈으로 보고 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

예빈이 허우적허우적 공간을 유영하자 착실하게 거리가 줄어들었다.

그 짧은 사이에 구조물은 벌써 2번이나 창조되고 파괴되며 모습을 바꾸었다.

“저건.... 뭐지...?”

그때 예빈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기묘한 공간의 뒤틀림이었다.

마법식 구조물이 위치한 아랫부분에 조금 이상한 왜곡현상이 있다.

아주 가느다란 깔때기처럼 생겼다고 해야 할까?

분명 똑같은 검은 공간인데 그 부분만 미묘하게 움푹 들어가 있다.

블랙홀의 중력장 모형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 보아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이해할 수 없다.

마치 뇌가 인지를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저쪽만 저렇게 뭉개져서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다시 시선을 옮기자 이번엔 시우의 모습이 보인다.

잠들어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기생오라비 같다는 말을 아주 많이 들었을 것 같은 얼굴.

그는 무표정하게 구조물로 손을 뻗은 채 손가락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음....”

그러니까 내가 저 남자랑 하고 있는 거구나.

새삼스러운 감정에 괜스레 부끄러워진 예빈.

그때 시우가 빙글 고개를 돌렸다.

현실에서 텅 비어있는 그의 왼쪽 눈구덩이에는 다른 무엇인가가 깃들어 있었다.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구체가 그의 안구 역할을 대신하듯이 현묘한 빛을 일렁이며 예빈을 바라본다.

오늘 하루 도대체 몇 번이나 놀라는 걸까?

예빈은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물었다.

“제... 제가 보이시나요...?”

그 눈은 분명 예빈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 역시 있어선 안되는 일이었다.

이 공간에서 예빈은 관찰자다.

언뜻 보기에 예빈이 시우의 무의식 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이지만 기실 시우에게 읽어낸 정보를 수집해 감각화 했을 뿐이다.

CCTV로 감시하던 상대가 정확히 이쪽을 바라보며 눈을 마주쳐온다면 소름이 돋지 않을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시우는 한참이나 물끄러미 예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감정도 사고도 읽을 수 없는 텅 빈 시선으로 예빈을 보던 시우는 관심이 사라졌다는 듯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때 노이즈가 시작된다.

외부 환경의 변화로 관측값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예빈의 의식은 순간적으로 무의식의 궁전 속에서 튕겨 나와 현실로 돌아왔다.

“하아...하아...아....”

그리고 곧장 느껴지는 찌릿찌릿한 떨림.

저체온증에 걸린 것처럼 몸이 덜덜 떨리더니 갑자기 질 근육 전체가 경련하듯이 꿈틀거린다.

“하앙...아아아앙...!”

절정.

극한으로 치달은 육체적 쾌락이 예빈의 집중을 깨뜨린 결과 마법이 깨어진 것이다.

그래도 전체 목표치가 100이라면 30 정도는 수복한 듯하니 어제와 비교하면 가공할만한 성과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으려나...

예빈은 가쁜 숨을 내쉬며 옆을 힐끗 보았다.

메리골드 남작이 앉아있던 의자는 텅 비어있었고 뱃속에서는 따뜻한 정액이 잔뜩 느껴졌다.

예빈은 자신의 가랑이를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음모에 정액이 떡칠 되어 젖은 미역처럼 찰싹 가랑이에 달라붙어 있다.

질질 새어 나온 정액은 잔뜩 거품져 시트 전체가 난장판이었다.

한 두 번 사정으로 이뤄질 일이 아님은 분명했다.

“으아.....”

댐을 방류하기라도 한 것처럼 지금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쾌락이 넘실넘실 예빈의 안에 가득 찬다.

예빈은 오르가즘의 여운을 느끼며 숨을 골랐다.

“이러다가 중독되는 거 아니야...?”

작게 중얼거릴 체력밖에 없다.

자지를 슬쩍만 빼고 흐르는 정액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그의 넓은 가슴팍에 털썩 엎드렸다.

“하아.... 진짜... 이게 무슨 일이람...”

분명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따분한 생활이 계속될 줄만 알았는데.

이렇고 저런 사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줄이야.

-부르르륵!

“앗...!”

안에 남아 있던 정액이 공기와 함께 보지 밖으로 배출되는 소리가 들렸다.

다리를 쩍 벌린 채로 엎드렸으니 당연한 수순이려나.

근데 그 소리가 상상 이상으로 천박해서 예빈의 얼굴이 퐁하고 붉어졌다.

“미친... 이거 시우씨 깨어 있으면 개쪽팔릴 뻔했네.”

조신하게 몸을 일으키고 다리를 오므린 예빈은 시우와 눈이 마주쳤다.

“엥?”

“.........”

그의 오른쪽 눈동자가 예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끔뻑끔뻑 눈을 떴다가 감으며 주위를 느릿하게 훑어보는 시우.

설마 깬 거야?

흐리멍덩하긴 하지만 분명 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어? 잠깐, 뭐지...? 그럴 리가 없는데....”

아직 의식의 복구는 한참이나 남았다.

이제 겨우 3할가량이 끝난 정도 그가 의식을 되찾기 위해서는 오늘같이 성공적인 시술을 두 번은 더 거쳐야 했을 터인데.

-덥썩!

시우의 뻗은 손이 예빈의 팔목을 잡는다.

어찌나 당황했는지 예빈은 그것을 뿌리치지 않고 가만히 그의 행동을 보고 있었다.

가느다란 손목을 잡히자마자 우둘투둘 거친 손바닥의 감촉은 확실히 남자의 손이구나 싶었다.

치료 도중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으니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

그때 시우의 손이 덥썩 예빈의 젖가슴을 옷 위로 움켜쥐었다.

남자다운 박력으로 젖통을 움켜쥔 시우는 그것을 주물주물 주물렀다.

예빈은 시우의 몸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근손실이나 혈전 생성을 방지하기 위해 각부에 전기신호를 주어 운동기능을 유지했다.

삼일에 한 번 정도는 관절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그 덕에 그는 100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누워있었음에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게 움직였다.

“시우 씨 의식이 돌아온 건가요...?”

외간 남자가 꺠어나자마자 가슴을 주무르는 것도, 몇 번이나 질싸 당한 상태로 하반신을 훤히 노출하고 있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예빈에겐 시우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급선무였다.

확실히 이지가 돌아온 모습은 아니다.

동작도 뭔가 뻣뻣하다고 해야 하나, 어색하다고 해야 하나.

무엇보다 이 상황에서 아무 말도 없이 가슴을 주물럭거리고 있는 모습은 그의 상태가 멀쩡하다고 여기기는 힘들다.

아마도 정확한 사고는 배제한 채 외부의 자극에 따른 본능만이 움직이는 듯싶었다.

몰랑몰랑 계속해서 시우의 손안에서 밀가루 반죽처럼 찌그러지는 예빈의 가슴.

이건 무슨 의미의 동작일까?

유년 시절 충족되지 못한 모성에 대한 갈구?

아니면 단순히 눈에 가장 처음 먼저 들어온 사물을 손으로 만지며 확인하는 단계일까?

어찌 됐건 아직 완전한 회복단계가 아니니 고차원적인 사고에서 기인한 일은 아니다.

“시우 씨 제 말 알아들으시겠으면 아무 말이나항....!”

그때 시우의 손끝이 옷 위로 꼿꼿하게 발기해 있는 예빈의 젖꼭지를 꼬집었다.

따끔하고도 아랫배가 찌릿하는 야릇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혀가 꼬여버린 예빈.

시우는 그 이후로도 젤리를 쪼물락거리는 것처럼 예빈의 젖꼭지를 손으로 가지고 놀았다.

“시...시우 씨? 이건 일단 제 꼭지는... 놓으시고... 아흣....!”

그때 예빈의 손목을 쥐고 있던 시우의 손이 갑자기 예빈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남자가 몸을 더듬고 있어...

어쩐지 두근두근해지는 가슴.

예빈이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 꽃잎에 슬슬 비벼지는 자지가 느껴졌다.

서...설마?

라고 생각한 사이 쑥 하고 시우가 허리를 쳐올렸다.

“하앙...!”

연이은 질내사정으로 누덕누덕하게 녹아있던 예빈의 보지는 삽입에 저항할 힘이 없었다.

예빈의 허접보지를 가르며 단숨에 자궁경부까지 도달한 귀두.

민감해진 자궁구를 간질이는 자극에 예빈은 간드러진 콧소리를 내었다.

“저, 저기요...?”

쓰윽 상체를 일으켜 앉는 시우.

지금까지는 누워있는 모습만 봐서 몰랐는데 이제 보니 시우는 제법 체격이 됐다.

그가 자리에 앉는 것만으로 품속에 쏙 들어갈 것 같다.

시우는 예빈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덮썩 움켜쥐었다.

거절해야 하는데, 일단 깨어났다는 사실이라도 메리골드 남작에게 알려야 하는데.

“읏흥....!”

예빈의 엉덩이를 단단히 잡은 시우의 두 손이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그녀의 하반신을 마치 오나홀처럼 다루며 위아래로 흔드는 와중에 단단한 자지가 점점 깊게 뱃속을 파고든다.

“하...앗...앗...”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대면좌위 체위에서 시우가 점점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읏...!”

털썩 침대에 등을 눕히게 된 예빈은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찍어 누르려는 시우의 얼굴을 보았다.

아무런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

그전까지는 시우가 가만히 누워있는 상태였기에 솔직히 중간부부터는 섹스라는 생각보다 둘이서 하는 자위라는 느낌이 강했다.

근데 이건 마치...

아무런 감정도 없이 약간 강간당하는 느낌?

“이...이러지 마세요...”

시우의 가슴팍을 밀쳐 봤지만 꿈쩍도 안 한다.

애초에 힘으로라면 여자가 남자를 이겨낼 수 있을 리 없다.

“하읏...!”

오히려 시우는 자세가 바뀌며 거의 빠질 뻔한 물건을 더욱 깊이 삽입했다.

다시 자궁이 꾸욱 압박당한다.

예빈은 기껏 짜냈던 힘이 쭈욱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자지가 박히니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시우는 가슴을 밀어내려 드는 예빈의 양 손목을 잡아 위로 모았다.

순식간에 팔의 자유를 잃은 예빈은 겨드랑이를 훤히 드러낸 채 시우에게 찍어 눌렸다.

“읏...!”

이 자세 뭔가 모든 걸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럽다.

시우는 본능의 이끌림대로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읏...! 읏...! 읏킁...!”

예빈은 다리가 벌려진 채 버둥거리다 이내 저항을 포기했다.

“시...시우 씨... 하앙...”

솔직히 마법을 쓰면 이 정도야 떨쳐낼 수 있지만....

“이...이러면 안되는 데에....♡”

안 되겠다.

기분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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